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전행선의 다른 상품
|
“병이란 게 다 마음먹기에 달렸거든요.” 제인이 말했다. “요즘 날씨가 엄청나게 추웠잖아요. 그래서 당신 마음이 어쩌면 감기에 걸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거고, 그 메시지가 당신의 몸에까지 전달되면서 결국에는 감기에 걸리고 만 거죠. 집게손가락을 양쪽 관자놀이에 가져다 대고, 내가 하는 말에 집중하면서 그대로 따라 해 보세요. ‘난 감기에 걸리지 않았다. 난 건강하고 기분도 좋다’.”
“싱거운 소리 말아요.” 해미시가 뿌루퉁하게 말했다. “바로 그거예요.” 제인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방금 당신이 한 말이 딱 내가 예상하던 대답이라니까요.” “당신이 싱거운 소리 한다고 했던 말요?” 해미시가 무례하게 대꾸했다. “아니, 아니요. 당신은 감기에 걸려서 다른 사람이 당신을 안쓰럽게 생각하도록 만들고 싶었던 거예요.” 그녀가 몸을 뒤로 기대더니 꼬고 있던 다리를 풀었다가 반대로 다시 꼬았다. 해미시는 시선 둘 곳을 찾지 못해 천장을 바라봤다. “곤란한 문제라는 게 뭡니까?” 해미시가 화제를 바꾸려고 물었다. 눈앞에서 오르락내리락하는 제인의 종아리와 허벅지 때문에 계속 신경도 쓰이고 불편하기도 했다. “누군가 날 죽이려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해미시의 녹갈색 눈동자가 그녀를 빤히 바라봤다. “혹시 다른 사람에게도 감기를 떼어 버릴 방법을 얘기해 줬나요?” --- p.19~20 해미시는 감기가 심해지는 기분이었다. 이마는 뜨거웠고, 귓속에서도 소리가 울려 댔다. 제인의 존재가 밀실 공포증을 더 악화시키는 듯했다. 해미시는 현기증에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그녀에 관한 모든 것이 감당하기 버겁다는 생각을 했다. 검은 부츠를 신은 다리도 감당하기 버거울 만큼 길었고, 폭풍 소리보다도 더 크게, 무자비하게 질러 대는 숨소리 섞인 매력적인 고함 소리도 감당하기 버거웠다. “이혼한 이유는,” 제인이 말을 이었다. “우리 둘 다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에요. 결혼 생활에서도 자기만의 공간을 갖는다는 건 정말 중요한 일이거든요. 안 그래요?” “나야 모르죠.” 해미시가 대답했다. “결혼을 해 본 적이 없으니.” 제인의 커다란 눈이 마치 모퉁이를 돌아가는 전조등처럼 휙 돌더니 그를 빤히 바라봤다. “사람마다 각자 취향이 다른 거니까요.” 그녀가 쾌활하게 말했다. “그럼 남자 친구는 있어요?” --- p.37~38 디어미드 토드는 화장대 앞에 앉아서 손톱을 다듬고 있었다. 아내 헤더는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노동계급의 탄압』을 읽고 있었다. 그녀는 겨우 두 쪽 분량을 읽고는 책을 덮어 버렸다. “당신은 제인의 새 남자 친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디어미드가 잠시 하던 일을 멈추더니, 마치 화장실에 들어가 앉아 깔끔한 체하는 고양이처럼 다시 세심하게 손톱을 자르기 시작했다. “누구 말이에요?” 그가 물었다. “그 고지에서 왔다는 해미신가 뭔가 하는 남자 말이에요.” 디어미드가 가죽 재질의 손톱 정리 도구 주머니에 가위를 집어넣더니 오렌지 우드 스틱을 꺼내 손톱을 다듬기 시작했다. “난 그가 친구 이상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헤더. 그러니 당신도 괜히 다른 사람들에게 쓸데없는 소문 내고 그러지 말아요.” 평소 무난하던 그의 스코틀랜드 억양이 약간 날카롭게 흘러나왔다. “그래요, 아닐지도 모르죠.” 헤더가 말했다. “제인은 굉장히 매력적인 외모의 여성이지만, 바람기가 많은 사람은 아니니까요. 사실 성적인 매력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 무성(無性)의 느낌이잖아요.” 그녀가 아주 만족스럽다는 듯이 자신의 탄력 있는 곱슬머리를 매만지더니 다시 책을 집어 들었다. 디어미드의 긴장한 손가락 사이에서 갑작스럽게 우드 스틱이 툭 하고 부러지자, 그는 아내를 향해 순전하고 가감 없는 증오의 시선을 던졌다. --- p.71~72 “우리 여기서 나가요.” 해리엇이 그의 팔꿈치를 잡아끌었다. 해미시는 슬프게 그녀의 뒤를 따라 나갔다. 물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두 사람은 나란히 서서 하얀 모래 위를 걸어 바다 쪽으로 나아갔다. 모래사장은 3센티미터 깊이쯤 되는 낮은 조수로 덮여 있었고, 이내 평평한 섬이 그들 뒤로 사라졌다. 두 사람은 거울 같은 물 표면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커다란 구름이 머리 위와 발아래로 동시에 흘러갔다. 땅 위에 서 있는 것 같지 않은 묘한 느낌에 해리엇은 현기증을 느꼈다. 그들은 걸음을 멈추고 함께 서 있었다. “기분이 정말 이상해요.” 해리엇이 부드럽게 말했다. “망망대해에 서 있는 것 같아요. 도시로 나가면 사방에 불빛과 사람과 소음이잖아요. 가여운 조디가 미친 것도 이상한 게 아니에요. 이 섬에 그렇게 오랫동안 살면 나라도 미칠 것 같아요.” “내 생각에는 그게 내 기지에도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해미시의 말소리에 치찰음이 강하게 섞여 나왔다. 그가 심하게 괴로워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심지어 그는 살인범을 찾겠다고 거의 광분한 채 뛰어다니느라 프리실라에게 전화 한 통화도 하지 않고 있었다. 잊어버리자, 그의 마음이 말하고 있었다. 사고사야, 이제 그만해. --- p.192~193 |
|
“그녀가 내 찻잎을 읽더니 그 속에 죽음이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누군가 멀리서 찾아온 사람이 날 죽이려 한다는 거예요.” 크리스마스 휴가를 앞두고 지독한 감기에 걸린 해미시 맥베스 순경에게 매력적인 이혼녀 제인 웨더비가 찾아온다. 그녀는 자신이 운영하는 헬스팜 ‘해피 원더러’에 초대한 친구들 중에 자신을 살해하려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하며 그에게 도움을 청한다. 해미시는 제인의 피해망상일 뿐이라고 생각하지만, 해피 원더러가 있는 스코틀랜드 서북쪽의 외딴섬 아일린크레이그에 도착하자마자 왠지 모를 오싹함을 느낀다. 카페인이 금지된 건강한 식단과 행복을 강요당하는 해피 원더러에서의 휴가는, 특히 제인의 외모를 서투르게 흉내 내며, 빈약한 지식으로 다른 일행들을 공격하는 자칭 문화 애호가 헤더 토드 때문에 하루하루 우울하게 흘러간다. 그러나 모두가 함께 있을 때 사라진 한 사람이 싸늘한 시체로 돌아오자, 해미시는 뒤늦게 제인의 두려움이 단순한 망상이 아님을 깨닫고, 이제 크리스마스를 악몽으로 물들인 살인범을 찾아 나선다. ■ 영국 성인 독자들이 가장 많이 찾은 국내 작가 1위! M. C. 비턴 명실공히 현존하는 영국 최고의 대중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M. C. 비턴은 마흔이 넘어 발표한 첫 작품으로 뒤늦게 작가 생활을 시작해 지금까지 100편이 넘는 역사 로맨스 소설과 수십 편의 미스터리 소설들을 발표했다. 영국 내 모든 공공 도서관의 대출 현황을 집계하는 국립도서관 공공대출권(PLR, Public Lending Right) 2016년 자료에 따르면, 비턴은 6년 연속 ‘소설 분야 성인 독자들이 가장 많이 빌린 국내 작가’ 1위에 올랐고, 윌리엄 셰익스피어, 제인 오스틴, 로알드 달 등 영국의 국민적 작가들과 함께 전체 대출 목록 최상위권에 꾸준히 위치하고 있다. 특히 해미시 맥베스와 더불어 작가의 분신으로 알려진 여탐정 애거서 레이즌이 등장하는 미스터리 소설들의 큰 성공으로 그녀는 영미권을 넘어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 “궂은 날 끔찍한 시간을 견디게 해 주는” 최고의 오락물 미스터리와 블랙코미디, 그리고 로맨스가 어우러진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스코틀랜드 북쪽 끝에 있는 서덜랜드의 낚시 교실에 참가했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고지대의 황무지에 고립된 11명의 사람들, 이 얼마나 멋진 고전적인 탐정소설의 무대인가! 그렇게 해미시 맥베스가 탄생했죠.” _M. C. 비턴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는 태초의 광활한 위용을 간직한 스코틀랜드 고지를 무대로, 조용하고 한적한 마을을 소란하게 만드는 인물이 출현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의 죽음’이라는 작품 제목들에서 예측할 수 있듯, 이야기는 피해자가 누가 될지 초반에 드러내 보인다. 비턴은 그(/그녀)를 누가 죽였는지 추리하는 ‘사건 이후’의 이야기뿐만이 아니라 그들이 ‘왜’ 죽임을 당하게 되는지 그 배경에 있는 관계의 갈등을 집중 묘사하면서 다양한 속물적인 인간 유형들을 신랄한 블랙코미디로 풍자한다. 이렇게 벌어지는 살인 사건이 일개 순경의 손에 통쾌하게 해결되는 과정은, 20세기 초 영국 고전 미스터리의 황금시대 유산인 수수께끼 플롯, 다중 시점, 폐쇄된 공간을 한정한 클로즈드 서클Closed Circle, 그리고 영국적인 배경과 인물 등을 설정해 만든 구조 속에 짜임새 있게 그려지면서 정통 코지 미스터리물의 재미를 선사한다. 한편 지금껏 세상에 쓰이지 않은 종류의 이야기를 읽고 싶은 바람이 있었다고 말하는 저자는 이러한 자신의 미스터리 시리즈를 가리켜 그동안 단 한 권도 없었던, 할리퀸 로맨스와 정통 문학 작품의 경계에 있으면서 “궂은 날 끔찍한 시간을 견디게 해 주는 책”이라고 정의한다. 승진에 대한 야망 없이 현재에 자족하며 살아가는 주인공 해미시와 마을 지주의 딸 프리실라의 아슬아슬한 로맨스는 과연 이루어질지, 주인공을 괴롭게 하는 저마다 개성 독특한 인물들은 다음에 또 어떤 일을 벌일지 지켜보는 것 또한 이 시리즈만의 묘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