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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 글
1. 목적지 : 죽음과 불멸 2. 수명 : 흐르는 모래시계 3. 노화 : 여러 여름의 뒤 4. 유전 : 영원한 것 5. 식물 : 파릇파릇한 시기 6. 자연선택 : 이상적 해결책 7. 자살 : 세멜레의 희생 8. 속도 : 빨리 살면 일찍 죽는다 9. 메커니즘 : 영원한 청춘? 옮긴이의 글 부록 - 본문에서 언급한 종의 학명 미주 찾아보기 |
Jonathan Silvert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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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를 막론하고 모든 암은 장수가 ‘빠른 세포분열의 무차별적 힘에 맞서 지켜내야 하는 위태로운 성취’임을 무자비하게 상기시킨다. 암 발생 위험은 동물의 다세포성과 이로 인한 수명 연장의 대가다. 그런데 세포는 왜 깡패가 될까? 문제의 근원은 DNA에 기록되어 유전자 기능을 통제하는 유전부호가 저절로 바뀐다는 데 있다. --- p.40
피토의 역설에 따르면 장수하는 종이 단명하는 종보다-같은 이유로, 몸집이 큰 종이 몸집이 작은 종보다-암에 대한 대비책이 많은 것이 분명하다. 종이 진화하면서 암 유병률이 몸집과 수명에 따라 증가하면 어떤 동물도 수명이 생쥐보다 길어지지 못했을 것이고, 북극고래의 수명은 척추동물의 최고 기록인 200년에 도달하지 못했을 것이다. 피토의 역설을 설명하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진화는 암 감수성을 변화시킬 수 있다. 이 결론은 우리를 암으로부터 보호하는 유전자가 장수와도 연관되어 있다는 증거로 뒷받침된다. --- pp.42-43 시인 앨프리드 로드 테니슨은 늙은 티토노스가 연인에게 탄식하는 장면을 그렸다. 티토노스는 불멸이라는 저주스러운 선물에서 벗어나 ‘죽음의 능력을 가진 행복한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간청한다. 따라서 오래 살고 싶다면 여러분이 바라야 할 것은 단순한 수명 연장이 아니라 건강한 삶의 연장이다. 서두르는 게 좋을 것이다. 노화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일찍 시작되기 때문이다. 오만 가지 상황에 대해 시를 쓴 미국의 재담가 오그던 내시는 이렇게 말했다. “중년이 끝나고 / 노화가 시작되는 날은 / 그대의 자손이 / 친구보다 많아지는 날” 안됐지만 이것은 지나친 낙관이다. 노화는 중년보다 훨씬 일찍-아마도 사춘기 직후에-그러니까 여러분이 자식을 낳을 수 있고 생명보험을 고려할 때 시작된다. 물론 섹스보다 죽음을 더 많이 생각하는 청소년은 재무 상담사보다는 정신과 의사를 만나봐야겠지만. --- p.58 스코틀랜드의 시인이자 변호사 조지 우트럼은 연금이 내기가 아니라 확실한 것이라고 착각했다. 우트럼은 최근에 사별한 과부에게 자신이 판 생명연금에 대해 스코틀랜드 사투리로 시를 써서 자신의 뼈아픈 경험을 기록으로 남겼다. (…) “계약은 공정해 보였지- / 그녀는 막 63세가 되었어- / 그렇게 튼튼할 줄은 / 상상도 못 했어. / 하지만 해가 가고, 또 해가 가도 / 고래 심줄처럼 질기더군- / 그년이 다시 젊어지는 거야, / 연금을 받게 된 뒤로 말이지. / …… / (하략)” --- p.62 사실 수명이 증가하는 것은 노화가 감소한 결과가 아니라 지연된 결과다. 따라서 우리는 ‘수명에 본질적 제약이 있는가’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물음에 답할 수 있다. 노화의 냉혹한 진실은, 노화 과정 자체를 느리게 할 수 없다면 결국 수명에는 통계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대 수명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아직 그 한계에 도달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 p.70 “늙으면 젊어지지 않네. / 계절이 돌아오고, 오늘 나는 쉰다섯, / 작년 이맘때는 쉰넷이었는데, / 내년 이맘때는 예순둘이 되겠지.” T. S. 엘리엇은 이 패러디를 재미있어했을 것이다. 엘리엇은 『제이앨프리드 프루프록의 연가』에서 리드의 시만큼 한심하게 들리는-의도적으로-표현을 내뱉는다. “나는 늙어간다…… 늙어간다. / 바짓가랑이 끝이나 접어 입을까.” --- p.71 우리는 유전자가 장수의 잠재력을 정하기는 하지만 절대적 한계를 부여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 지난 200년간 인간의 기대 수명이 두 배로 증가한 것은 순전히 공중 보건, 의학, 삶의 질이 향상되었기 때문이니 말이다. 동물의 경우에도 환경이 수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양봉꿀벌 여왕벌은 유전적으로 똑같은 여자 형제인 일벌들의 시중을 받으며 여러 해 동안 생존하고 번식하지만, 이 일벌들은 몇 달밖에 못 산다. 유전적으로 똑같은 여왕벌과 일벌의 상반된 운명은 발달 초기에 결정된다. 애벌레를 돌보는 일벌은 선택된 애벌레들에게 단백질이 풍부한 분비물(로열젤리)만을 먹이는데, 이 애벌레들이 자라서 여왕벌이 된다. 로열젤리를 발달 끝 무렵에 조금만 먹은 애벌레는 일벌이 된다. 인터넷에서 로열젤리에 노화 방지 효과가 있다며 광고하는 사람들은 로열젤리가 특정한 나이의 꿀벌 애벌레에게만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 로열젤리를 아주 적은 양만 섭취했다가는 노동자(일벌)가 될 수도 있다는 경고문도 붙이지 않는다. --- pp.81-82 자이언트세쿼이아의 장수 비결은 무엇일까? 2,000~3,000년 가지고 최장수 나무가 될 수는 없지만 2,000년을 살려면 나머지 대부분의 생물을 죽이는 사건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 자이언트세쿼이아는 필멸과 접촉하여 생긴 전투의 상처를 간직하고 있다. 셔먼 장군과 주위의 노병들은 모두 삼각형의 커다란 상흔이 있다. 껍질이 불에 뜯겨 나간 자리다. 이 상흔은 거의 모든 자이언트세쿼이아의 밑동에 새까만 쐐기처럼 2~3층 높이로 남았는데, 두꺼운 껍질을 뚫고 속으로 파고들었다. 이 상흔들은 불 심판의 흔적일 뿐 아니라 이를 이겨낸 흔적이기도 하다. 자이언트세쿼이아의 껍질은 질기고 불에 잘 안 탄다. --- pp.104-105 삶의 속도는 대사 속도와는 거의 또는 전혀 무관하며 세대가 지나가는 속도와 직접적 관계가 있다. 이 속도를 조절하는 것은 성체의 삶이 얼마나 위험한가다. 인간은 삶의 속도가 매우 느리다. 심지어 친척 영장류의 느림보 기준에 비추어도 느리다. 진화는 왜 우리를 이토록 느리게 만들었을까? 사망률 가설에서는 우리의 초기 조상이 (집단을 이룬 여느 포유류와 마찬가지로) 높은 성인 사망률에서 벗어난 덕에 삶이 느려졌다고 예측할 것이다. 영장류는 나무에서 사는데, 이런 생활양식을 가진 포유류는 모두 수명이 길다. 우리 조상은 비록 나무에서 내려왔지만 장수 유전자를 우리에게 물려줬다. 포유류에서 일반적으로 관찰되는 또 다른 패턴은 뇌가 클수록 오래 산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느린 삶은 빠른 두뇌 회전 덕이다. 인류의 수명이 지난 200년 사이에 두 배로 훌쩍 뛴 것도 빠른 두뇌 회전 덕이다. 이제 우리는 티토노스를 뛰어넘어 영원히 젊음을 간직할 두뇌와 과학을 손에 넣은 것일까? --- p.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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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위 수많은 생물종의 하나에 불과한 인간
과학적 객관화를 통과하면 어느덧 사라지는 필멸의 무거움 ‘다른 생물을 이해하면 우리 자신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저자는 대양백합조개, 그와리나무, 자이언트메타세쿼이아, 예쁜꼬마선충, 독거성 땃쥐, 초파리 등 으레 수명을 논할 때마다 거론되는 생물들을 모두 초대한 후, 그 옆에 생태계의 한 종(種)으로서 인간을 세워놓고 구석구석 비교한다. 지극히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이 방식은 ‘무심한 듯 시크하게’ 노화의 우울함을 생태계 전체로 확장시킨다. 그리하여 책을 덮을 즈음엔 ‘늙고 죽는’ 것이 더 이상 무겁지도, 그리 심각하지도 않은 일이 된다. 인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주 생명체 전체가 지닌 숙명으로 객관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포유류와 비교했을 때 록 음악인은 고통스러우리만치 길고 느린 삶을 영위한다. 독거성 땃쥐는 록 스타에 비해 몸무게 대비 스물다섯 배의 에너지를 태운다. (…) 땃쥐는 격렬한 삶에 연료를 공급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먹어야 한다. 매일 자기 몸무게의 두세 배를 먹어야 하며, 열두 시간 동안 굶으면 아사한다. 이에 반해 인간은 물만 마시면서 몇 주를 버틸 수 있다. 인도의 사회?정치 운동가 마하트마 간디는 74세에 스무하루 동안 단식했다. (본문 166쪽) 단지 과체중을 막기 위한 식사가 아니라 극단적인 열량 제한이 수명을 늘리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극단적 열량 제한에는 부작용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늘 추위를 타고 당연히 원기가 부족하며 성욕이 약한데, 이는 예쁜꼬마선충의 다우어 상태와 기이하게 유사하다. 개인적으로 나는 우디 앨런의 이 말에 동의한다. “100세까지 살고 싶으면 100세까지 살아서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포기하면 된다.” (본문 96쪽) 그런데, 진화는 왜 늙음과 죽음을 허용하는가? 저자는 수명(2장), 노화(3장), 유전(4장), 식물(5장), 자연선택(6장), 단회번식(7장), 삶의 속도 가설(8장), 산화 스트레스 가설(9장)이라는 8가지 주제를 제시한다. 지금까지 전개된 노화학과 진화생물학의 역사를 정리하고 최신 연구 성과를 반영하여 무엇이 생명체를 나이 들게 하고 그 수명을 결정하는지 밝히려 한다. 2장 수명에서는, 자연선택이 번식의 이점 때문에 오랜 시간(무려 27억 년) 단세포를 선호해왔으며, 다세포생물이 출현한 후에야 장수가 가능해졌기 때문에 ‘왜 오래 살지 못하는가’라는 질문 자체가 잘못 되었다고 지적한다. 장수의 결과인 암, 피토의 역설, 올드 파와 잔 칼망 등 유명한 장수인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3장 노화에서는, 장수와 노화의 차이를 일깨운다. 기대수명은 두 세기 만에 두 배로 증가했지만 노화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음을 역설하며 MRDT(사망률 배가기간), IMR(최초 사망률), 19세기 초 영국에서 일어난 연금 관련 일화, 장수촌의 초고령자들에게서 발견되는 ‘노화 멈춤 현상’을 설명한다. 4장 유전에서는, 과연 장수 유전자가 존재하는지에 대해 알아본다. 일란성 쌍둥이, 90세 이상의 부모를 둔 중년 자녀들, 예쁜꼬마선충을 상대로 한 실험들을 소개하며, 유전자가 장수에 미치는 영향력이 25~35% 정도임을 밝힌다. 5장 식물에서는, 장수 유전자로 치면 동물이 결코 따라갈 수 없는 식물의 놀라운 생명력을 소개한다. 동부편백의 느린 생장 속도, 자이언트세쿼이아의 질긴 껍질도 분명 장수 비결이다. 하지만 식물은 분열할 세포가 사실상 무한 공급되고, 그럼에도 동물과 달리 세포 하나하나가 상자처럼 생긴 세포벽에 갇혀 있기 때문에 암의 위험이 낮다는 점이 더 본질적인 비결로 보인다. 6장 자연선택에서는, 세포의 분열과 생장이 사실상 무한히 가능한 식물조차 수명에 제한이 있다는 데 의문을 제기하며 왜 자연선택이 노화와 죽음을 허용하는지 알아본다. 아우구스트 바이스만, 피터 메더워, 조지 C. 윌리엄스의 노화 이론을 다루며, 자연선택의 궁극적 관심사는 번식 성공이기에 노화와 죽음이 존재하는 것이 오히려 ‘진화적’임을 설명한다. 7장 자살(단회번식)에서는, 생식 후 죽음으로 대가를 치르는 생물들을 소개한다. 코시야자, 잠자리 애벌레, 주기매미, 태평양연어 등은 단회번식 후 사망한다. 이들이 이 극단적인 생활 방식을 공유하는 이유는 수학적으로 계산했을 때 이 방법이 번식에 효율적이기 때문이었다. 태즈메이니아주머니너구리는 신종 감염병에 걸린 후 단회번식으로 진화하기도 했다. 8장 속도(삶의 속도 가설)에서는, ‘빨리 살면 일찍 죽는다’는 ‘삶의 속도 가설’에 대해 알아본다. 루브너가 제기하고, 레이먼드 펄이 초파리와 캔털루프멜론 묘목 실험으로 확장, 데넘 하넘이 ‘활성 산소 노화 이론’으로 뒷받침한 이론이지만 현재 이 가설은 틀렸다고 확인되었다. 대사 속도가 아닌, 몸집의 크기나 세대의 생애주기가 수명과 연관 있어 보인다. 9장 메커니즘(산화 스트레스 가설)에서는, 8장에서 다룬 활성 산소와 관련된 ‘산화 스트레스 가설’에 대해 설명한다. 데넘 하먼은 1956년 세포에 항산화 분자를 공급하여 활성 산소를 퇴치하면 세포 손상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였으나, 이것 역시 수명에 결정적 역할을 미치는 요인은 아니었다. 한편 획기적인 장수 비결로 주목받은 바 있는 ‘텔로미어’의 길이 역시 100% 수명을 결정한다고 장담할 수 없음을 사례를 통해 증명한다. 문학·신화·역사를 만나 예술이 된 수명과 노화의 과학 조너선 실버타운은 보기 드문 필력을 지닌 과학자이다. 앨프리드 테니슨(52,54쪽), 워즈워스(64, 110쪽), 에밀리 디킨슨(16, 126쪽), 딜런 토머스(100, 127쪽)……. 이것이 과학책인지 문학책인지 모를 정도로 다양한 시인과 소설가를 등장시켜 늙음와 죽음 및 그에 대한 저항을 노래한 후 재기 넘치는 해석을 더했다. 밤은 아침의 캔버스 절도-유산- 죽음, 하지만 우리의 지극한 관심사는 불멸 - 에밀리 디킨슨 시기는 다르지만 누구나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죽음을 잊는 것은 젊음의 특권이나, 잊힘을 사유하는 것은 노년의 숙명이다.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해답을 찾되, 물음은 결국 하나다. 나는 얼마나 오래 살 수 있을까? 왜 죽어야 할까? 노화와 죽음에는 어떤 규칙과 이유가 있을까? (본문 16~17쪽) 오늘날에도 개체 수 측면에서는 미생물이 지구의 지배자다. 여러분 몸에 들어 있는 세포의 수는 여러분의 몸을 집으로 삼은 세균과 균류 세포의 수에 비하면 10분의 1밖에 안 된다. 미국의 시인 월트 휘트먼은 『나 자신의 노래Song of Myself』(1855)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나는 크다. …… 나는 다량의 것을 품고 있다.” 자기 말이 진짜인 줄은 몰랐겠지만. (본문 35쪽) 유산소 호흡은 악마와 맺은 계약이다. 유산소 호흡이 없으면 아예 살 수가 없지만, 산소 호흡을 하면서 영원히 살 수는 없다. 생명의 불에 열량을 태울 때마다 스스로를 화장하는 장작을 태우는 셈이다. 흥미롭게도 이것은 새로운 생각이 아니다. 셰익스피어는 소네트에서 노년을 이글거리는 불잉걸에 비유했다. 청춘의 재로 사그라지는, 임종의 침상에서 사위어야 할, 타올랐던 것으로 재가 되어 소멸하는 불씨. (본문 175쪽) 이 우아한 문장들은 역시 보기 드문 필력의 번역가 노승영의 언어로 재탄생했다. ‘과학 전문 번역가’로 불리며 《시사인》이 뽑은 ‘2014년 올해의 번역가’로 선정되기도 한 역자는 빼어난 문장력으로 원서의 숨결을 탁월하게 살려 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