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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나에게 말을 건다??? 책 속 주인공과 대화하며 보는 책!
『나랑 스키 타러 갈래?』의 책장을 넘기면 빨간 목도리를 두르고 스키를 신은 토끼 한 마리가 등장한다. 그리고 그 토끼가 나에게 말을 건다. “아, 너였구나! 나랑 같이 스키 타러 갈래?” 수줍게 미소 지으며 권유하는 모습에 거절하지 못하고 토끼를 따라 나선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눈이 없는 것이다! 토끼가 다시 말한다. “어쩌면 우리가 눈을 내리게 할 수 있을지도 몰라. 네가 책을 좀 흔들어 줄래?” 조심스런 표정으로 말하는 토끼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 책을 조금 흔들어 본다. 그러자 정말 눈이 내린다! 이번에는 토끼가 신이 난 표정으로 다시 부탁한다. “조금만 더 세게 흔들어 줄래?” 신나게 책을 흔들고 책장을 넘기니 토끼가 눈 더미에 묻혀 있다. “너무 많이 흔들었나 봐. 혹시 책 윗부분을 톡톡톡 쳐 줄 수 있겠니?” 부탁 받은 대로 책을 툭툭 치자 토끼는 어느새 눈 더미를 털어 내고 펑펑 눈이 내리는 들판에 서 있다. 그리고 시다 말한다. “이번에는 내가 언덕을 내려갈 수 있게 좀 도와 줘. 책을 오른쪽으로 기울여 줄래?” 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토끼가 다시 부탁한다. “책을 조금 더 기울여 볼래?” 그리고 마침내…… 토끼가 신나게 언덕을 내려가기 시작한다! 책을 읽는 사람도 덩달아 신이 난다.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토끼가 빨리 책을 위아래로 ‘뒤집어’ 달라는 요구를 하는 장면에서는 급기야 깔깔깔, 웃음이 터진다. 흔들고, 치고, 뒤집고, 기울이고……. 이쯤 되면 책은 더 이상 책이 아니라 놀잇감에 가깝다. 몰입도를 높이는 단순 명쾌한 일러스트 『나랑 스키 타러 갈래?』를 보며 가장 먼저 갖게 되는 느낌은 ‘깨끗하다’, ‘단순하다’이다. 하늘색 배경, 하얀 눈과 토끼, 그리고 토끼가 목에 두르고 있는 빨간 목도리 외에는 특별히 눈에 들어오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작가는 빨강, 파랑, 그리고 하양 이 세 가지 색만을 사용해서 책을 완성했다. 채도를 달리해서 분홍, 하늘색 등 변형된 색을 쓰긴 했지만 분명 기본 색은 세 가지이다. 그런데도 지루하거나 심심한 느낌이 하나도 없다. 바로 단순한 색채 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일러스트 때문이다. 책의 중심이 되는 토끼는 단순하지만 매우 역동적이다. 텍스트를 배제한 채 토끼의 움직임에 집중해서 책장을 빠르게 넘기면 마치 한 편의 짤막한 애니메이션을 본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이다. 그러면서도 토끼의 얼굴에는 수줍은 표정부터 신나는 표정, 난처한 표정 등 다양한 표정이 살아있다. 화려한 색깔도, 섬세한 디테일도 없이 단지 몇 개의 점과 선만으로 이렇게 여러 가지 표정을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작가가 그래픽 디자인과 애니메이션을 공부했기 때문일 것이다. 텍스트 디자인 또한 재치가 넘친다. 때로는 크기를, 때로는 색을, 때로는 배치를 달리함으로써 적극적으로 독자들의 행동을 유도해 낸다. 책을 흔들어야 할 때는 글자도 흔들리고, 책을 기울여야 할 때는 글자도 기울어져 있는 식이다. 이렇게 단순하지만 핵심을 정확하게 품고 있는 요소들이 어우러져서 『나랑 스키 타러 갈래?』는 그야말로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는, 매우 효율적인 작품이 될 수 있었다. 그래서 첫 장을 넘기는 순간 나도 모르게 책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재미와즐 거움은 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