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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일요일 오전 11시 종이 울리고 어느새 중년의 기쁨 다시는 아파트를 꿈꾸며 내 집 2007년의 사포 10월의 교정 11월의 낙엽 내일을 위한 기도 제2부 나무가 깡통에게-난지도를 지나며 Love of My Life? 글로벌 뉴스 세계는 지금 나무는 울지 않는다 손의 여행 활주로 얼음처럼 낯선 4월은 잔인한 달 사계절의 꿈 여기에서 저기로 한가한 오후 광장을 지나며 2008년 6월, 서울 지상 최대의 쇼-베이징올림픽 개막식 일상의 법칙들 제3부 온종일 집에서 허기와 객기 가장 쉬운 길 漢詩를 읽고 漢詩를 읽은 다음날 타인의 시(詩) 한여름, 부엌에서 지루하지 않은 풍경 행복 아이에게 똑똑한 아이 극장 자연의 합창 하늘의 소리 ? 청개구리의 후회 그 여자 보낸 편지함 청동정원 제4부 아름다움이 너희를 자유롭게 교토의 바위정원 나의 여행 4월의 알리칸테 파리의 지붕 밑 발굴 현장 철길, 핏줄 사교적인 저녁식사 나쁜 평판 서투른 배우 어떤 동문회 1977년 12월 7일 나는 시를 쓴다 - 해설ㅣ사가와 아키_ 글로벌 시대의 세련된 지성 - 시인의 말 |
Choi Young Mi,崔泳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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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를 꿈꾸며
시멘트로든 나무로든 집을 짓지 않고, 어젯밤 나를 찾아온 꿈을 오늘 아침에 지우듯, 흔적 없이 사라지리라 커튼을 내리고 호텔방에서 길가에서 최후를 맞이하기를…… 멋있게 죽기를 바라던 내가, 소박하게 사는 법을 배운다 가구를 배치하듯 생각의 방향을 삼십 도만 틀어도 다른 공간이 열린다 서울과 가까운 열쇠를 움켜쥘 손을 내려다보며 손톱을 자른다 지나간 쓰라린 번호들은 손톱먼지처럼 공중에 분해되겠지 --- p. 20~21 타인의 시(詩) 악보는 같은데 연주는 다른 음악 어쩌다 만나 칼 쓰는 법을 겨루는 무사들 서가에서 내려와 내 손에서 미끄러지는 글자들 주소가 틀리면 바로 닫히는 상자 포장이 맘에 들지 않으면 버리는 선물 솜씨가 서툴거나, 너무 뛰어나도 박수를 아끼는 춤 그러나 우리 모두 울었다는 것. 울면서 다리를 높이 쳐들고 공중곡예를 즐기며 관객이 없더라도 막이 내린 뒤에도 --- p.68 나의 여행 거리에서 여행가방만 봐도 떠나고 싶어 세계지도를 펼치면 거기쯤에 있을 것 같아 내가 떠나온 고향이 흥분의 지퍼를 밀고 당기고 가방 속에 아침과 저녁이 들어왔다, 나갔다 자면서도 계산기를 두드리다 그날이 다가오면 이미 진이 빠져 터미널에 내려 무서운 자유의 광풍이 불면 전 생애를 끌고 어그적 어그적, 하룻밤 잘 곳을 찾아 다음날 아침에는 지도를 보며 새로운 도시를 정복할 구두의 끈을 단단히 조였다 길을 잃어본 자만이 다시 시작할 수 있다 --- p.94~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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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스타일은 바로 그녀의 독립성이다. 그녀의 시는 삶으로 쓴 시들이다”
오랜 시간, 최영미는 ‘투사’였다. 함부로 입밖으로 꺼내어 말할 수 없는 사랑의 투사였고, 지나간 혁명의 투사였으며, 치열한 일상의 투사였다. 그러나 우리가 잠시 잊고 있었던, 무엇보다 중요한 한 가지. 그는 투사이기 전에 언제나, ‘시인’이었다. 이곳에는 없는 혁명과 사랑을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그는 자신이 가진 예민한 촉수로 인해 언제나 ‘현재’를, 오늘 이 사회의 작은 구석구석을, 더없이 아프게 앓아내는 ‘시인’이었다. 그가 온몸으로 부딪쳐서 겪어낸 사랑과 혁명은 시인의 일상의 일부였다. 그의 삶의 한가운데에 지나간 혁명의 상처가, 쓰디쓴 사랑의 흔적이 강하게 아로새겨져 있는 것이다. 그녀의 시는 관습과 예의를 따지는 체제에 정면으로 맞서는 위험스런 모험을 느끼게 한다. 그녀의 스타일은 바로 그녀의 독립성이다. 그녀의 시는 삶으로 쓴 시들이다. _제임스 킴브렐(시인) 자칫 그의 시가 위험해 보이는 것은 오히려, 너무 솔직하고, 건강한 만큼 무모하고, 직설적이어서이다. 그에게 사랑과 혁명이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듯, 그의 시 역시 먼 곳에서 온 것이 아니다. 그의 시는, 머리가 아닌 가슴에서, 일상의 빛나는 순간순간에서 솟구쳐나온다. 강철처럼 단련된 시들에서 사랑과 정치에 대한 정열적인 탐색, 놀랍게도 신선한 무모함이 페이지마다 터져나온다. _체이스 트위첼(시인·평론가) 해서 그의 시는, 시인 자신이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며 답인 동시에, 또한 2009년 오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개개인의 사랑과 운명, 그리고 그 근원에 대한 질문이다. ‘도착하지 않은 삶’을 구하는 시 ‘도착하지 않은 삶’이란 현대의 ‘도착하지 않은 사랑’ ‘도착하지 않은 시’를 의미한다. 사랑의 가능성과 불가능성 사이에 현대적인 창조의 샘물이 솟아난다. 옛날의 로맨티시즘은 좌절할 운명을 이한 것이다. 도착하지 않은 삶을 구하는 것이 시이다. _사가와 아키(시인, ‘해설’에서) 일기를 쓰듯, 정작 시인은 담담하게 써내려감에도, 그 단정한 시구들을 절규와 외침으로, 농담을 풍자와 일침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은, 그것이 시인의 것이 아니라, 곧 ‘나’의 것으로 들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느새 몸의 일부가 되어버린 살비듬을, 팔꿈치 발뒤꿈치의 굳은살을, 시인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시간의 힘으로 아물 만큼 아물어 이제는 원래의 살처럼 되어버린 흉터들을, 시인은 다시금 바라본다. 과거로 소급해 그날의 상처를 후벼파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더께가 더해져 새로운 무늬를 만들고 있는 바로 지금의 흉터를, 지금 오늘의 눈으로 관찰한다. 그러므로, 그의 시를 읽으며, 불편하다고 느낀다면, 제대로 읽은 것일지도 모른다. ‘수저를 들어야 얼마나 배고팠는지를 알게 되고, 누워 쓰러져서야 얼마나 피곤했는지 깨닫듯’(「일상의 법칙」) 태생적으로 예민한 시인의 눈을 가진 그에게 조금 먼저 도착한, 우리 삶의 한순간을 조금 먼저 앓아준 것이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