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제1부 서른, 잔치는 끝났다
선운사에서/ 서른, 잔치는 끝났다/ 너에게로 가는 길을 나는 모른다/ 살아남은 자의 배고픔/ 어떤 사기/ 속초에서/ 그에게/ 마지막 섹스의 추억/ 먼저, 그것이/ 위험한 여름/ 어떤 족보/ 가을에는/ 사랑이, 혁명이, 시작되기도 전에/ 혼자라는 건 제2부 나의 대학 과일가게에서/ 목욕/ 아도니스를 위한 연가/ 어떤 게릴라/ 우리 집/ 사는 이유/ 슬픈 까페의 노래/ 돌려다오/ 대청소/ 다시 찾은 봄/ 북한산에서 첫눈 오던 날/ 폭풍주의보/ 인생/ 나의 대학 제3부 지하철에서 지하철에서 1/ 지하철에서 3/ 지하철에서 4/ 지하철에서 5/ 새들은 아직도……/ 짝사랑/ Personal Computer/ 차(茶)와 동정(同情)/ 24시간 편의점/ 라디오 뉴스/ 관록 있는 구두의 밤 산책 제4부 내 마음의 비무장지대 생각이 미쳐 시가 되고……/ 꿈 속의 꿈/ 영수증/ 사랑의 힘/ 어쩌자고/ 또다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자본론/ 한 남자를 잊는다는 건/ 내 속의 가을/ 담배에 대하여/ 어떤 윤회(輪廻)/ 내 마음의 비무장지대/ 시(詩) 발문 | 김용택 시인의 말 |
Choi Young Mi,崔泳美
최영미의 다른 상품
|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 「선운사에서」중에서 그리하여 이 시대 나는 어떤 노래를 불러야 하나 창자를 뒤집어 보여줘야 하나 나도 너처럼 썩었다고 적당히 시커멓고 적당히 순결하다고 버티어온 세월만큼 마디마디 꼬여 있다고 --- 「너에게로 가는 길을 나는 모른다」중에서 상처도 산 자만이 걸치는 옷 더이상 아프지 않겠다는 약속 --- 「마지막 섹스의 추억」중에서 너의 젊은 이마에도 언젠가 노을이 꽃잎처럼 스러지겠지 --- 「아도니스를 위한 연가」중에서 누군가와 싸울 때마다 난 투명해진다 치열하게 비어가며 투명해진다 --- 「사는 이유」중에서 여름은 감탄도 없이 시들고 아카시아는 독을 뿜는다 --- 「사랑의 힘」중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어느날 오후에 대해 아, 끝끝내, 누구의 무엇도 아니었던 스무살에 대해 --- 「나의 대학」중에서 네가 지키려한 여름이, 가을이 한번 싸워보지도 못하고 가는구나 --- 「북한산에 첫눈 오던 날」중에서 |
|
지난 25년간 청춘을 위로해온 ‘서른살의 필독서’
시대의 아픔과 상처를 위로하는 사랑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선운사에서」전문) 1992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한 이후 시, 소설, 에세이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활발한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는 최영미 시인의 기념비적 첫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 개정3판이 출간되었다. 지난 이십오년간 ‘서른살의 필독서’로 청춘의 아픔과 고뇌를 다독여온 이 시집은 “어떤 싸움의 기록”(최승자, 추천사)이자 시대의 기록이다. 물론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운동보다도 운동가를/ 술보다도 술 마시는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는 걸/ 그리고 외로울 땐 동지여!로 시작하는 투쟁가가 아니라/ 낮은 목소리로 사랑 노래를 즐겼다는 걸/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잔치는 끝났다/ 술 떨어지고, 사람들은 하나둘 지갑을 챙기고/ 마침내 그도 갔지만/ 마지막 셈을 마치고 제각기 신발을 찾아 신고 떠났지만/ 어렴풋이 나는 알고 있다/ 여기 홀로 누군가 마지막까지 남아/ 주인 대신 상을 치우고/ 그 모든 걸 기억해내며/ 뜨거운 눈물 흘리리란 걸/ 그가 부르다 만 노래를 마저 고쳐 부르리란 걸/ 어쩌면 나는 알고 있다/ 누군가 그 대신 상을 차리고, 새벽이 오기 전에/ 다시 사람들을 불러모으리라/ 환하게 불 밝히고 무대를 다시 꾸미리라//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서른, 잔치는 끝났다」전문) 1980년대의 암울했던 현실을 때로는 서정적이고 때로는 도발적인 언어로 그려낸 시편들로 가득 찬 이 시집은 “살아남은 자의 슬픔”(「너에게로 가는 길을 나는 모른다」)을 간직한 채 “청춘과 운동, 사랑과 혁명 같은 서로 이질적인 요소들을 자신의 구체적 삶 속에서 질퍽하게 하나로 동화시켜가는 궤적을 보여”준다 (최승자, 추천사) 시인은 “피비린내가 나는 것 같은 자기와의 싸움”(김용택, 발문) 속에서 “혁명이 시작되기도 전에 혁명이 진부해졌다/사랑이 시작되기도 전에 사랑이 진부해졌다”(「사랑이, 혁명이, 시작되기도 전에……」)라고 말하지만 실상 그가 열망하는 것은 다름 아닌 ‘사랑’이다. 시인이 진정으로 꿈꾸는 것은 이를테면 “커피를 끓어넘치게 하고/ 죽은 자를 무덤에서 일으키고/ 촛불을 춤추게 하는”(「사랑의 힘」) ‘사랑의 혁명’이다. 한편 시인은 조탁된 언어로 깊고 아름다운 서정의 세계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제 “다듬을수록 날이 서던 상처”(「다시 찾은 봄」)들을 떠나보내고 “생각이 미쳐 시가 되고 시가 미쳐 사랑이 될 때까지”(「생각이 미쳐 시가 되고……」) 지나온 삶의 흔적들을 되새기며 고통과 절망의 시간을 딛고 일어서 “말갛게 돋아나는 장미빛 투명으로/ 내일을 시작하리라”(「대청소」)는 다짐을 가다듬는다. 그것이 곧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끝끝내, 누구의 무엇도 아니었던”(「나의 대학」) 시대의 아픔과 상처를 위로하는 사랑 아니겠는가. 시대는 변했지만 세상은 달라지지 않았고 삶은 여전히 처절한 싸움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그 시간을 통과하는 젊은 영혼은 이 시집 안에 아직 고스란히 살아 있다. 내가 그를 사랑한 것도 아닌데/ 미칠 듯 그리워질 때가 있다/ 바람의 손으로 가지런히 풀어놓은, 뭉게구름도 아니다/ 양떼구름도 새털구름도 아니다/ 아무 모양도 만들지 못하고/ 찢어지는 구름을 보노라면/ 내가 그를 그리워한 것도 아닌데/ 그가 내 속에 들어온다/(…)/ 한 남자의 전부가 가슴에 뭉클 박힐 때가 있다/ 무작정 눈물이 날 때가 있다/ 가을에는, 오늘처럼 곱고 투명한 가을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표정으로 문턱을 넘어와/ 엉금엉금, 그가 내 곁에 앉는다/ 그럴 때면 그만 허락하고 싶다/ 사랑이 아니라도, 그 곁에 키를 낮춰 눕고 싶다(「가을에는」부분) 그간 많은 작품에서 새로운 언어로 ‘서른’을 수식하고 정의 내리려고 하지만 최영미의『서른, 잔치는 끝났다』가 주는 상징성과 강렬함을 능가할 작품을 찾기는 쉽지 않다. 지금 이 시대의 서른을 살아내는 청춘에게, 젊은 시절의 자기 삶을 치열하게 뒤돌아볼 줄 아는 당신에게, 여전히 서른을 빛나게 할 이 시집을 선사한다. “손톱을 다듬은 듯 정돈된 시들을 훑어보며 나는 안도했다. 이제 눈을 감아도 되겠네. 내겐 축복이자 저주이며 끝내 나의 운명이 되어버린 시집을 새로이 세상에 내놓는다. 이제야 보인다. 내가 왜 그 말을 했는지. 나 혼자 떠돈 게 아니었다. 내가 의도하지는 않았으나,『서른, 잔치는 끝났다』에 새겨진 언어의 파편들은 시대의 기록이다. 함께 겪은 그대들의 열망과 좌절이, 변화한 사회에 안착하지 못한 세대의 파산한 꿈이 내 몸을 빌려 나온 것이다.” (‘개정판 시인의 말’ 중에서) |
|
최영미는 여성시의 다양성이라는 공간 확장에 개성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개성적이라는 것은 최영미가 청춘과 운동, 사랑과 혁명 같은 서로 이질적인 요소들을 자신의 구체적인 삶 속에서 질퍽하게 하나로 동화시켜가는 궤적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궤적에는 불가피하게 싸움들이 끼어든다. 그 싸움의 대상들은 부조리한 사회일 수도 있고, 그 부조리한 사회에서 어떤 종류의 것이든 권력을 쥐고 있는 남성 전반일 수도 있다. 그의 시들은 어쩌면 어떤 싸움의 기록이다. 그는 그 싸움의 상처들로 만들어진 누더기 옷을 걸치고 있다(“상처도 산 자만이 걸치는 옷”). 그래도 그가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누더기 옷을 통해, 그 투명한 알몸, 혹은 알몸의 투명성의 아름다움이 내비치기 때문이다. 싸움으로 질척거릴수록 더욱 투명해지는 아름다움이. - 최승자 (시인)
|
|
나는 『창작과비평』에 이 시인을 “교과서가 없는 시대에 고투하는 젊은 영혼의 편력을 도시적 감수성으로 정직하게 노래하고 있는 신인”이라고 소개했었다. 그녀의 첫 시집을 교정지 상태에서 읽어나가면서 나는, 당분간은 그 무엇이라고도 이름 붙일 수 없는 ‘한 시인’이 태어났음을 실감하였다. 솔직히 말해서 독자들에게 쉽게 투과되는 시인에게서 새로운 시대의 예감은 감지되지 않는 법이거늘, 바라건대 그 불투과성(不透過性)이 우리 시의 내일을 여는 “첫번째 사과의 서러운 이빨 자국으로” 전환되는 기적을 목격할 수 있게 되기를! - 최원식 (문학평론가)
|
|
최영미는 의뭉하지 않으며 난 척하지도 않는다. 다만 정직할 뿐이다. 정직하다는 것은 세상을 종합하는 눈이 정확하다는 뜻도 된다. 그의 시에서는 또 피비린내가 나는 것같은 자기와의 싸움이 짙게 배어 있다. 무차별하게 자기를 욕하고 상대를 욕한다. 이 좌충우돌의 사투가 한편 한편의 시에서 응큼 떠는 우리들의 정곡을 찌른다.(...) 그는 서울을 확실하게 장악해가는 정직함을 가진 한 사람이다. 그의 시는 어쩌면 우리 시들이 우왕좌왕하는 한복판에 그의 말마따나 ‘작은 부정 하나’가 아니라 ‘큰 부정 하나’가 될 것이다. - 김용택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