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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그래도 봄은 온다
너무 늦은 첫눈/ 3월/ 안녕/ 공항철도/ 새/ Truth/ 벨라 차오/ 먼저/ 잃어버린 너/ 젊은 남자/ 진실 2부 역사는 되풀이된다 최영미/ 원죄/ 마지막 기회/ 운수 좋은 날/ 육십 세/ 사랑의 종말/ 역사는 되풀이된다/ 센티멘탈sentimental/ 낙서/ 정치/ 사랑과 분노/ 새해 인사 3부 순수한 독서 자본주의에서의 평등/ 앨리스/ 늙은 앨리스/ 산수화/ 순수한 독서/ 아리송한/ 문학평론/ 가면/ 북스피리언스/ My Bed/ 내 청춘의 증인/ 이 만 큼/ 폭설주의보 4부 최후 진술 자기만의 방/ 학습/ 까칠하지 않은 대화/ 우주의 조화/ 코로나 평등/ 면회금지/ 불면의 이유/ 나의 전투/ 죄와 벌/ 어떤 죽음/ 불빛들이 너무 많다/ 그날/ 최후 진술 발문_요조 시인의 말 |
Choi Young Mi,崔泳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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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만 보이는 눈
나에게만 보이는 너(…) 돌아서면 사라질 너 없이도 아름다운 풍경을 쓸며 ---「너무 늦은 첫눈」 중에서 한 번 싸워보지도 않은 4월과 5월에 찬사가 쏟아지고 아픔을 모르는 5월이 봄을 대표해 상을 받는다 ---「3월」부분 목련보다 먼저 마스크가 피었다(…) 우리 강산 하얗게 하얗게 물들이는 두려움을 먹고 자라는 꽃 ---「먼저」 중에서 내 손에 묻은 타인의 지문을 물로 흘려보낸다 흔적 없이 씻겨나간 흉터와 무늬 뜬구름 같은 비누거품만 아름다웠지 ---「잃어버린 너」 중에서 너는 sex of my life 너를 못 잊는 게 아니라 나를 못 잊는 거야 ---「젊은 남자」 중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들은 다 비슷해 보여 마이크를 잡은 사람들도 다 비슷해 보여 ---「사랑과 분노」 중에서 분노할 열정이 있다면 연애를 하든가, 맛있는 거 찾아 먹겠다 ---「낙서」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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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사랑과 죽음에 대한 뜨거운 노래들! 삶의 핵심을 건드리는 언어. 손끝이 아니라 온몸으로 쓴 시.
최영미 시인의 7번째 시집 『공항철도』가 출간되었다. 자유로운 사고와 예측불허의 표현들, 지금 이곳에서의 삶을 직시하는 예리한 시선이 코로나 시대를 만나 더 단단하고 빛나는 시들을 생산했다. “최선의 정치란 훌륭한 정치를 하고자 하는 바람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일을 벌이는 것이 아니다. 최선의 정치는 순리를 따르는데서 이루어진다.” _김시습 (金時習) 눈을 감았다 떠 보니 한강이 거꾸로 흐른다 뒤로 가는 열차에 내가 탔구나 _「공항철도」 전문 스치는 생각과 감정을 모아 시를 건축하는 그만의 기술이 진화하여「공항철도」에서 조용히 우리를 전율케 한다. 매월당 김시습의 “최선의 정치”로 시작해 “뒤로 가는 열차”로 끝나는 이 시는 제목에서부터 마지막 행까지 반전의 반전을 보여준다. 김시습의 “순리順理”라는 단어에서 떠올리는 물 흐르듯 편안한 상태가 “한강이 거꾸로 흐른다”라는 문장의 이미지와 묘하게 대비되면서 인용문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 짧게 찌르는 풍자시인 최영미의 면모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공항철도」와 달리,「3월」은 심심한 날씨 이야기로 시작한다. 날씨로 시작해 날씨로 끝나는 것처럼 보이는 시에는, 그러나, 역사와 시대의 아픔이 숨겨져 있다. 더 따뜻하고 더 푸른 세상이 왔다고 초록 세상을 선포한 공화국의 휴일(…) 커다란 휘장을 두르고 액자 속에 들어간 4월 한 번 싸워보지도 않은 4월과 5월에 찬사가 쏟아지고 아픔을 모르는 5월이 봄을 대표해 상을 받는다 _「3월」 부분 봄을 열었으나 봄에 잊혀진 3월의 슬픔이 보일 듯 보이지 않는 핏방울처럼 스며 나온다. 풍자시인 최영미를 가장 은밀하게 가장 성공적으로 보여주는 시는 「3월」이 아닐까. 1992년 등단 이후 좌충우돌하며 30년, 독립적인 여성 시인의 삶은 쉽지 않았지만, 그에게 일어난 그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생을 사랑하는 그의 시에는 젊음의 발랄함과 번뜩이는 우수가 살아있다. 코로나 시대의 일상, 비누로 손을 씻으며 그는 문득 오래된 실연을, 그 날카로운 감각을 떠올린다. “뜬구름 같은 비누거품만 아름다웠지 비 온 다음 날, 뺨에 닿은 아침 공기 차갑고 상쾌한 실연의 맛 - 「잃어버린 너」 부분 이 나라를 괴롭히는 부동산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영시 (영어와 한글을 병치했다),「Truth」의 깨달음은 명시의 반열에 들 만하다. 집이 아무리 커도 자는 방은 하나. 침실이 많아도 잘 때는 한 방, 한 침대에서 자지. 시골에 우아한 별장이 있고 이 도시 저 도시 옮겨가며 사는 당신. 동서남북에 집이 널려있어도 잘 때는 한 집에서 자지 않나? 그러니 자랑하지 마. -「Truth」 부분 2부에는 두 번째 서른을 맞은 최영미가 최영미에게 바치는 시, 그리고 세태를 풍자한 시들을 배치했다. 두터운 겨울 코트를 벗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나이가 되었다 _「사랑의 종말」 부분 마스크를 쓴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지 하얘 보이지만 속은 검고(…) 자기 먹고 살 궁리만 하는 것 같지만 컴퓨터 앞에서 나라 걱정도 하지 _「사랑과 분노」 부분 2006년 이수문학상 심사위원인 유종호 교수는 “최영미 시집은 한국사회의 위선과 허위, 안일의 급소를 예리하게 찌르며 다시 한번 시대의 양심으로서 시인의 존재 이유를 구현한다”라고 수상 이유를 밝힌 바 있다. 그 특유의 톡 쏘는 듯한 언어로 깊은 곳을 건드리며 시인은 쉽게 위로하거나 희망을 말하지 않는다. 3부에는 코로나 시대, 문학과 예술에 대한 사색이 두드러진다. 인류의 가장 큰 허영은 양심. 아니, 예술인가 _「아리송한」 전문 제가 흘린 눈물을 마시며 연명하다 잠에서 깨어났다네 _「늙은 앨리스」 부분 어떤 경지에 오른 사람만이 이처럼 간결하게 인생과 예술을 꿰뚫을 수 있다. 4부에는 어머니를 간병하며 떠올린 삶과 죽음이 화장기 없는 언어들에 담겨 있다. “인생, 혼자 왔다 혼자 가는 거다”(「면회금지」) “요양병원의 어머니에게 도시락을, 나의 죄의식을 전달하고” (「나의 전투」) 난장판이 된 부엌, 아무데나 널브러진 포크를 집어 식탁 밑에 떨어진 음식 찌꺼기를 찍어 올리는 일상이 잔잔하게 펼쳐진다. 연약하면서 강한 자아, 시대를 포착하는 예리한 렌즈, 흩어지는 상념을 또렷한 이미지로 고정시키는 능력. 하나로 전부를 말하는 촌철살인. 가벼우면서도 무겁고 진지하면서도 유머러스한 그의 시들은 전염병의 공포를 한 쾌에 날려버리며 책읽기의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시 속에서는 모든 게 허용되어 앞뒤가 맞지 않는 말들도 숨을 쉬고, 주소와 번지가 다른 감정들이 서로 어울리고, 나도 모르는 먼지들이 스며들어 노래가 되었지요. 시를 버릴까, 버려야지, 버리고 싶은 순간들도 있었지만 어이하여 지금까지 붙잡고 있는지.” _「시인의 말」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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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의 시 속에서 역사나 정치가 통째로 존중되는 법은 없다. 그것들의 함수는 일상의 자잘한 에피소드들로 갈기갈기 찢기며, 특정한 시공간의 은밀한 미분계수로 드러날 따름이다. 때가 때인 만큼, 이번 시집에서는 코로나 19가 흐느적거린다. 그것은 벨라 차오로, QR 체크인으로, 마스크로, 발열 체크로, 죽음 앞에 착해진 백성들로 제 가녀린 몸뚱어리들을 드러낸다. 연애와 병구완과 살림과 날씨와 명상 같은 또 다른 일상이 그 사이사이를 채운다. 그런데, 놀라워라, 그 사소한 일상들이 슬그머니 모이고 쌓여서 『공항철도』를 일종의 정치시집으로 만든다. 독자가 마지막 시 「최후진술」을 읽는 순간, 자지레한 에피소드들은 순식간에 적분돼, 여러 갈래로 갈라졌던 정치와 역사의 원시함수로 복원된다. 이 시집의 화자는 자본주의에 패배함으로써 자본주의의 상처를 드러내고, 페미니즘에 물장구치면서 페미니즘을 선양한다. 최영미는 자신이 정치시인인 줄 모르는 정치시인이다. - 고종석 (문학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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