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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서문
1993년 서문 그림자 박물관의 문을 열며 사라진 직업들 추억의 장소들 방언 속담과 농담 소소한 1930년대의 기억들 추억의 얼굴들 작별 인사 옮긴이의 글_잊혀진 시간을 찾아 떠나는 추억 여행 |
Gesualdo Bufal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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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자 박물관'은 그동안 머릿속에 모아뒀던 사라진 직업들, 시간들, 행동들, 언어들, 장소들을 하나씩 정리하다가 생겨났다. 이제 코미소는 소음의 문화에 오염되어 있고, 그 오염된 일상에 대해 더 이상 개탄하지도 않는다. 코미소는 역사의 어리석은 책략에 의해 공포와 파괴의 광산으로 휩쓸려 들어가고 있는 듯하다. 전에는 몰랐던 시칠리아의 심장 소리를 여기서 듣게 될 것이다. 우리네 아버지들의 유감스런 모습들 안에서 끈끈한 정으로 묶인 충실한 눈과 손의 이미지, 즉 시칠리아 땅과 공동체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는지도 모른다. 이 글을 쓰면서 나는 지난 기억들로 인해 아파하기도 하고 그 기억들로 나를 치유하기도 했다. 수많은 기억들을 회상하다 보면 내가 기다리는 기호를 찾아낼지도 모른다. 꿋꿋이 살겠노라 다시 다짐하게 만들고 세월과 싸우면서 잃어버렸던 내 어릴 적 영원불멸한 꿈을 되찾아줄 기호 말이다.” --- pp.6-7, 「1982년 서문」중에서
문명은 특히나 다양한 직업들을 갖고 있다. 문명은 자신의 한정된 공간 안에서 몸짓, 의복, 언어, 태도, 감동적이거나 재미있는 이야기들, 교육, 윤리를 만들어낸다. 이곳은 얼마 전까지 가게들이 즐비했다. 자급자족의 문화 응결체, 왕이 스스로를 ‘달인’이라 부르는 왕국들이었다. 망치 달인, 도끼 달인, 가죽 자르는 칼 달인, 선반 달인……. 역사적인 성스런 장소들이다. 이제 무용지물이 된 그 기술들과 공동생활체의 고결한 향기를 어떤 백과사전에서도 설명하지 않을 것이다. --- p.26, 「사라진 직업들」중에서 가로등 켜는 사람: 가로등을 켜는 사람은 수염이 텁수룩한 신이나 마법사의 행동을 똑같이 흉내 냈다. 땅거미가 내릴 즘, 가로등 기둥에 사다리를 기대놓은 채 성냥 하나로 간단히 등 안에 숭고한 빛의 기적을 지펴 놓았다. 새벽에는 좀 서글퍼 보였다. 공중에 매달린 작은 유리 집의 불꽃이 희미해져 갈 때면 그가 살며시 나타나, 자객이 칼을 휘두르듯 심지 끄는 기다란 막대를 가볍게 쳐서 불꽃을 하나씩 끄곤 했다. --- p27, 「사라진 직업들」중에서 지금은 사라진 여러 기질의 사람들, 그들의 운명과 얼굴이 기억에서 떠오르면서 그들의 묘비명이 생각난다. 우울증 환자, 거지, 미치광이였던 비참한 사람들, 술주정뱅이, 익살꾼, 박애주의자였던 쾌활한 사람들, 변덕쟁이들…… 도서관 책에 실린 영웅들은 아니었지만 각자 독특하고 강한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그리스라는 빛에 사라센 혹은 스페인 카탈로냐의 강한 불꽃이 다양하게 결합된 아주 풍부한 개성의 소유자들이었다. 특히 젊은 시절 내가 영웅시했고 숭배했던 표상들도 있다. 나는 매일 뒷골목과 광장을 돌아다니며 소설과 극의 소재가 되는 다양한 논리들을 지치지 않고 흡수했다. --- p.180, 「추억의 얼굴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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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최고의 문학상 ‘스트레가 상’ 수상작
『그날 밤의 거짓말』의 제수알도 부팔리노 그의 문학적 토대가 되었던 고향 시칠리아의 삶과 문화 “전에는 몰랐던 시칠리아의 심장 소리를 여기서 듣게 될 것이다.” 20세기 이탈리아 문학을 대표하는 명작인 『그날 밤의 거짓말』의 작가 제수알도 부팔리노의 에세이 『그림자 박물관』이 출간되었다. 이 책 『그림자 박물관』은 부팔리노가 그동안 머릿속에 모아뒀던 사라진 직업들, 시간들, 행동들, 언어들, 장소들을 하나씩 정리하는 과정에서 생겨났다. 환갑의 나이에 작가 부팔리노는 고향 시칠리아에 번지는 페스트, 즉 옛 문화를 학살시키며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시골을 대도시와 동질화시키는 물질만능주의와 소비문화에 분노를 느끼면서 지나간 삶의 작은 역사, 그 열정들을 전하고 싶어 이 책을 썼다. 누구에게는 소소한 작은 일상일지도 모르지만 자신에게는 소중한 그것들은 부팔리노의 기억을 통해 다시 살아나 공동체의 모습과 기억이 그려져 있는 역사적 경험의 보고가 된다. “작은 역사는 모든 다른 역사의 스승이다.” 나와 함께 천천히 늙어가길 바랐지만 이제는 박물관 한편에서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시칠리아의 지난 일상에 생의 목소리를 부여하다. 괴테는 『이탈리아 여행기』에서 “시칠리아를 보지 않고서는 이탈리아를 보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썼다. 영화 「대부」의 돈 콜레오네의 고향, 「시네마 천국」의 토토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 고대 그리스의 유물을 만날 수 있다는 팔레르모 대성당, 이 정도가 우리가 시칠리아 하면 떠올릴 수 있는 것들이다. 신화와 원형이 살아 있다는 시칠리아는 그곳 사람인 제수알도 부팔리노의 눈에는 예전과 너무 다르다. 소음의 문화에 오염되어 가고, 역사의 어리석은 책략에 의해 매연, 사치, 불행이 넘쳐나는 섬으로 변해 버렸다. 급속도로 진행되는 산업화와 도시화에 의해 과거의 문화는 쓸모없는 것처럼 치부되고, 그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개탄하지도 않는다. 나와 함께 천천히 늙어가길 바랐던 과거의 문화들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을 뿐더러 기억하는 사람도 이제 없다. 공동생활체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던 햇빛, 비, 바람을 맞으며 밖에서 활동하는 떠돌이 직업들은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과거 우리네 찹쌀떡 장수나 메밀묵 장수를 연상시키는 루핀 장수, 우산 고치는 사람, 땜장이, 칼 가는 사람, 대장장이, 책 행상 등. 스스로를 ‘달인’이라 부르던 그들의 기술을 어디에서도 더 이상 설명하지 않는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인간의 마음보다 빨리 도시들이 바뀌고 있다. 어릴 적 놀던 개천은 이제 광장으로 변해, 생전 처음 보는 곳에 온 것마냥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봐야 하는 일이 일어났다. 아스팔트로 된 외곽 산책로도 전에는 없었다. 존 길버트와 그레타 가르보의 키스 장면을 볼 수 있었던 영화관, 열여섯 살 고등학생이 여자 친구의 손을 잡고 몰래 숨어들던 지하 납골당, 비를 피할 수 있던 마을 초입의 오두막 등 사라지거나 그 장소에 다른 건물이 들어서 내가 이방인처럼 느껴진다. ‘시칠리아적’이라고 말할 수 있었던 시칠리아만의 색이 느껴지던 말들도 기억하는 사람이 이제 거의 없다. 시칠리아 인들의 거친 삶에서 나온 해묵은 깊은 장맛 같은 방언들 속에 담긴 지혜와 교훈에 귀 기울이는 사람도 없고, ‘마피아 같다’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신랄하고 음울하며 짓궂고 거만한 시칠리아의 속담과 농담을 입에 올리는 이도 찾아볼 수가 없다. 도서관 책에 실릴 영웅들은 아니었지만 각자 독특하고 강한 개성을 가졌던 여러 기질의 사람들, 미치광이, 거지, 변덕쟁이들…… 모두 공동묘지의 한편에 누워 있다. 나를 기억하는 사람, 내 기억 속에 있는 사람들이 주위에서 점점 사라지고 없다. 이 모든 게 너무도 부당하다. 부팔리노는 사라진 것들을 하나하나 정리한 이 책 속에서, 어쩌면 전에는 몰랐던 시칠리아의 심장 소리를 듣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잃었던 과거의 기억들 속에서 우리네 아버지들의 유감스런 모습들 안에서 끈끈한 정으로 묶인 충실한 눈과 손의 이미지, 즉 시칠리아 땅과 공동체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는지도 모른다. 또 수많은 기억들을 회상하다 보면 내가 기다리는 기호를 찾아낼지도 모른다. 꿋꿋이 살겠노라 다시 다짐하게 만들고 세월과 싸우면서 잃어버렸던 내 어릴 적 영원불멸한 꿈을 되찾아 줄 기호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