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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세계 시인선

책소개

목차

제1부 떠들썩한 슬픔
고라니
킥킥, 유채꽃
그림자
삼겹살에 대한 명상
상처
이미지
햇발국수나 말아볼까
평발
화살
황야의 건달
...

제2부 칼날 잎사귀
자화상
사랑
너라는 벼락을 맞았다
원고지의 힘
폭낭
물끄러니 칸나꽃
개꿈
칡 캐러 간다
달 속에 달이 기울 때
이사
...

제3부 꽃들은 입을 다문다
확인
큰곰자리별 어머니
벅수야! 벅수야!
목련여관 304호
코스모스
추석 전야
속죄
마제잠두
북청전당포
배꼽이 명함이다
...

□해설ㅣ문혜원
인간과 언어와 풍경의 섬세한 결

저자 소개1

1966년 경기 안양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성장했다. 2003년 《현대시》로 등단했으며, 시집 『딸꾹질의 사이학』 『너라는 벼락을 맞았다』 『산복도로에 쪽배가 떴다』, 감성 시 에세이 『분명 내 것이었으나 내 것이 아니었던』이 있다. 천상병시문학상, 고양행주문학상, 한국시인협회 젊은시인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계간 《가히》 발행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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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5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112쪽 | 176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70754574

출판사 리뷰

인간과 언어와 풍경의 섬세한 결―-고영 시집 출간
자리를 잃어가는 아버지·가장家長의 페이소스


고영(43) 시인이 시집 『너라는 벼락을 맞았다』(문학세계사)를 간행했다. 2004년 월간 《현대시》를 통해 등단한 고영 시인은 2005년 첫시집 『산복도로에 쪽배가 떴다』를 펴낸 이후 미당문학상, 한국시인협회 젊은 시인상 후보에 오르는 등 한국 시단의 주목을 받아온 대표적인 신예 서정시인이다. 고영 시인은 세상의 구석에 가려 있는 낡고 하찮은 것에서 삶의 진정성을 찾아내는 시인의 예민한 촉수를 보여준다. 이번 시집에서도 신산스러운 삶 속에서도 물처럼 여린 마음으로 세상을 읽어내는 시인의 순결한 시정신이 곳곳에 묻어 있다. 그의 시를 읽으면 웃음이 나고 마음이 따뜻해지면서도 인생의 비애가 느껴진다. 상상력과 언어유희로 씌어진 도시풍 시들과 달리 철저히 경험에서 나온 시들은 착실하고 소박하다.
고영의 이번 시집은 감칠맛 나는 언어의 결을 보여주는 시부터 곡진한 사랑시, 지극히 일상적인 생활을 소재로 한 시, 민중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 등 다양한 레퍼토리들을 보여준다. 이 다양성은 단지 소재의 차이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시의 유형에 따라 언어를 운용하는 방식이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일상생활을 소재로 한 시들은 특별한 수사 없이 평이한 언어들을 사용하여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상성을 드러내는 데 반해, 풍경과의 조화를 보여주는 시에서는 아름답고 투명한 풍경에 어울리게 섬세하게 다듬어진 언어들이 배치되어 있다. 그런가 하면 사랑시들은 맴돌며 파고드는 사랑의 감정처럼 응축된 언어들의 집중으로 이루어져 있다.
고영의 시는 편안하게 잘 읽힌다. 그것은 전형성을 충분히 활용한 데서 얻어지는 것이다. 유년의 정서에는 유년에 어울리는 상황과 인물이, 사랑시에는 사랑을 앓아본 사람이 겪을 수 있는 응축된 감정이, 그리고 40대 가장이 등장하는 시에는 또래의 남자가 한번쯤 경험할 수 있는 심리와 사건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는 것이다. 시인은 소재가 되는 세계를 향해 열려 있고, 그것과 더불어 생각하고 호흡하며 존재한다.

1. 소박하고 꾸밈없는 유년의 기억을 노래
자연을 배경으로 한 풍경화적인 시들은 어린 날의 기억들과 어우러져 진한 서정성을 가지고 있다. 유년과 관련된 기억들은 가난하고 소박하고 꾸밈없는 것들이다. 자연과 어우러져 지내는 풍경이 펼쳐지고, 거기에 어울리는 아이가 있고, 이따금 아이가 이해하기에는 아직 이른 어른들의 세계가 있다. 화자는 그 풍경의 일부분으로서 존재하며 그 세계의 아름다움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햇발국수나 말아볼까」는 자연과 인간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시이다.

가늘고 고운 햇발이 내린다
햇발만 보면 자꾸 문밖으로 뛰쳐나가고 싶다
종일 들판을 헤집고 다니는 꼴을 보고
동네 어른들은 천둥벌거숭이 자식이라 흉을 볼 테지만
흥! 뭐 어때,
온몸에 햇발을 쬐며 누워 있다가
햇발 고운 가락을 가만가만 손가락으로 말아가다 보면
햇발이 국수발 같다는 느낌,
――「햇발국수나 말아볼까」 부분

이 시가 아름다운 것은 자연 속에 완전히 용해된, 그리하여 세계와 더불어 일렁이는 화자의 위치 때문이다. 세계에 대한 긴장과 적의를 완전히 놓아버린 상태에서 오는 평온함과 아련함. 어린 시절에나 가능했을, 온몸으로 자연과 동화되는 그러한 상태가 시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여기에 사용된 언어들은 또한 어떠한가.
‘햇발국수’라는 단어를 발음할 때 형성되는 말랑말랑함, 부드러움, 찰짐 같은 느낌들이 시 전체를 감싸고 있다. ‘햇발’은 ‘사방으로 뻗친 햇살’이라는 뜻이고 ‘국수발’의 ‘발’은 ‘실이나 국수 따위의 가늘고 긴 물체의 가락’이라는 뜻이므로 분명히 ‘햇발’과 ‘국수’는 무관한 것이지만, 이 시를 읽는 중에 ‘햇발국수’는 이미 있는 단어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찰지고 고운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정말로 햇발을 잘 말아서 한 그릇 따뜻한 국수를 먹는 것처럼, 따뜻하게 내리쬐는 햇살의 느낌이 전달되어 온다. 언어의 섬세한 결이 자연의 섬세한 결을 잘 살려내고 있는 것이다.

2. 곡진한 사랑의 노래
이번 시집의 또 다른 특징은 곡진한 사랑시를 여러 편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고라니」, 「너라는 벼락을 맞았다」, 「자화상」, 「폭낭」, 「칡 캐러 간다」, 「달 속에 달이 기울 때」 등). 이 시들은 소박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전달했던 어린 화자가 성숙한 뒤 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대체로 짧은 이 시들은 일상적인 소재를 가진 시들이 막힘없이 죽죽 풀려 있음에 반해, 내면으로 맴돌고 응결되면서 곡진한 사랑의 감정을 체화한다.

마음이 술렁거리는 밤이었다
수수깡이 울고 있었다
문득, 몹쓸 짓처럼 사람이 그리워졌다
?가지 길게 빼고
설레발로 산을 내려간다
도처에 깔린 달빛 망사를 피해
오감만으로 지뢰밭 지난다
내 몸이지만 내 몸이 아닌 네 개의 발이여
방심하지 마라
눈앞에 있는 올가미가
눈 밖에 있는 올가미를 깨운다
먼 하늘 위에서 숨통을 조여 오는
그믐달 눈꼴
언제나 몸에 달고 살던 위험이여
누군가 분명 지척에 있다
문득 몹쓸 짓처럼 한 사람이 그리워졌다
수수깡이 울고 있었다
――「고라니」 전문

위의 시에는 사랑의 외로움과 그리움과 위험함이 복합적으로 나타나 있다. 고라니가 위험을 무릅쓰고 마을을 찾아 내려가는 것처럼, 사랑은 언제나 위험을 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몹쓸 짓처럼’ 한 사람이 그리워지는, 그래서 결국 위험을 무릅쓰고 그 길을 가게 되는 그것이 사랑이다. 시인은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사랑의 복합적이고 모순된 감정들을 이처럼 짧은 시로 옮겨놓고 있다. 이때 언어는 일반적인 연시戀詩의 특징인 단순하고 짧고 함축적인 성질을 잘 살리고 있다. 가능한 적은 언어들을 사용하여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시어의 경제성을 최대한 이용한 것이다.

3. 가감 없이 드러낸 일상이 주는 감동
이 시집에서 가장 눈여겨볼 것은 일상적인 화자가 등장하는 시들이다(「황야의 건달」, 「이사」, 「눈물은 힘이 세다」 등). 화자는 시인 자신과 동일시해도 무방한 40대의 일상적인 가장이다. 그는 자신의 집 앞에서 낯설어하고, 가족들에게 떳떳하지 못하고, 늘 혼자 따로 노는 힘없는 존재이다.

어쩌다가, 어쩌다가, 몇 달에 한 번꼴로 들어가는 집. 대문이 높다.

용케 잊지 않고 찾아온 것이 대견스럽다는 듯
쇠줄에 묶인 진돗개조차 꼬리를 흔들며 아는 체를 한다.
짜식, 아직 살아 있었냐」

장모는 반야심경과 놀고 장인은 티브이랑 놀고
아내는 성경 속의 사내랑 놀고
아들놈은 리니지와 놀고
딸내미는
딸내미는,

처음 몸에 핀 꽃잎이 부끄러운지 코빼기 한 번 삐쭉 보이곤 방에서 나올 생각을 않는다.
그나마 아빠를 사내로 봐주는 건 너뿐이로구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맙고 황송하구나. 예쁜 나의 아가야.

아무도 놀아주지 않는 식탁에 앉아 소주잔이나 기울이다가
혼자 적막하다가
문득,

수족관 앞으로 다가가 큰소리로 인사를 한다.
블루그라스야, 안녕! 엔젤피시야, 안녕!
너희들도 한 잔 할래?
소주를 붓는다.
――「황야의 건달」 전문

아마도 직장 때문에 오랜 만에 들어간 집에서, 화자를 반겨주는 것은 쇠줄에 묶인 진돗개뿐이다. 가족들은 각각 자기 일에 빠져 있고, 오랜만에 들어간 가장은 혼자 소주를 마신다. 이러한 상황이 처음은 아닌 듯 모든 것은 극히 자연스럽다. 무관심이 이미 편안해진 상황. 비인간적이고 삭막한 상황에 저항해보려는 화자의 행위는 고작 열대어가 있는 어항에 소주를 붓는 일뿐이다. 일종의 주사酒邪로 치부될 수 있는 이 우스꽝스러운 행위에는 삶의 페이소스가 짙게 묻어 있다.

화자의 일상을 그려내는 부분에서 시인은 수사적인 표현을 가능한 배제함으로써 언어의 미감을 최소화한다. 이는 한껏 위축된 화자의 처지와 심정을 사실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상황과 인물, 언어가 잘 어우러진 한 편의 시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유형의 시가 아무 걸림 없이 죽죽 읽히는 것은 쉽게 쓰여서가 아니라 시인이 의도적으로 온힘을 빼고 있기 때문이다.

좌판행상을 하는 어머니(「큰곰자리별 어머니」)와 노름빚에 쫓기고(「벅수야! 벅수야!」) 술에 취해 길바닥에 쓰러져 자는 아버지(「아버지의 안전벨트」), 일찌감치 남자와 눈이 맞아 시집을 간 누이(「킥킥, 유채꽃」) 같은 시 속의 인물들은 ‘유년’이라는 말이 불러일으키는 정서에 알맞은 전형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사랑시들은 사랑을 경험해본 사람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떨림을 안고 있고, 40대 화자의 상황과 행위들은 시인만이 아니라 비슷한 또래의 대한민국 가장家長 전체가 겪는 일이기도 하다.
독자들은 시를 읽어가면서, 자신이 그러한 인물들을 직접 만나본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상황이나 인물을 실제로 접한 경험이 있는 것처럼 친숙한 인상을 받는다. 사건과 상황, 심리를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운용된 언어들이 이러한 전형성을 뒷받침함으로써, 각각의 시들은 친숙하고 개연성 있는 정서들을 형성하고 있다. 그의 시가 부담 없이 잘 읽히는 것은 이러한 특징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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