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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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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rjei Vesa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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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는 그들이 가진 유일한 재산인 그 집에서 단둘이 살았다. 집 앞에는 길 하나가 뻗어 있었고, 전나무가 가지런히 늘어선 그 길 너머로 농장들도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반대쪽 넓은 호수의 먼 저편 기슭에서 점점이 반짝이고 있는 밝은 불빛도 눈에 들어왔다. 호수는 집 바로 앞까지 불룩 튀어나와 있었다. 마티스와 헤게는 호숫가에 작은 배 하나를 묶어 놓았다. 집 주위의 조그만 공터에 담이 둘러쳐져 있었고, 거기까지가 남매 소유의 땅이었다. 그러나 담장 너머로는 남매의 것은 하나도 없었다. --- p.12
“뭐 잘못됐어?” 그가 겁에 질려 물었다. 마침내 그녀가 일어섰다. “마티스.” 그는 긴장하여 그녀를 바라보았다. “응.” “난 그 얘기 재미없어. 오늘 밤 내내 네가 하던 그 얘기 말이야.” “재미? 언제 우리가 재미있었던 적 있어?” 그가 대답했다. 정말 이상한 말을 하는군. 그는 생각했다. 헤게는 순간 두려움에 휩싸여 절망스러운 눈빛으로 동생을 바라보았다. 여기서 막아야 돼. 마티스는 그녀가 참아 내지 못할 이야기를 시작할 것이다. “우린 네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게 지내잖아.” 그녀가 못을 박듯이 본래 주제로 돌아왔다. “네가 그렇게 생각 안 할 뿐이지. 우리는 매일 재미나게 지내고 있어.” 그는 머리를 숙이고 물어봤다. “언제?” “언제냐고?” 그녀가 엄하게 물었다. 그녀는 생각했다. 여기서 멈춰야 돼. --- p.24 그때 아주 작은 소리가 났다. 갑자기 이상한 울음소리가 나면서, 동시에 뭔가 펄럭거리는 소리가 그의 머리 위쪽에서 들렸다. 그러고는 아주 희미하고 가련한 새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곧장 집을 가로질러 퍼졌다. 하지만 그 소리는 마티스를 가로지르기도 했다. 그의 내부에서 고요한 흥분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는 완전히 잠에서 깨어 혼란스러운 기분으로 자리에 서 있었다. 마술인가? 아냐, 그럴 리가 없어. 하지만……. 다름 아닌 멧도요새가 집 위를 펄럭거리며 날아간 것이었다. 하지만 멧도요새는 우연이라도 그런 행동을 하는 법이 없다. 게다가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는. 분명 마티스의 집 위에서 멧도요새의 비행이 시작된 것이다! --- p.30 마티스는 몸을 일으켰다. “너희가 사랑하는 사이라도 난 상관없어!” 마티스는 아름다운 소녀를 바라보면서 미친 사람처럼 말을 뱉었다. 그러나 곧바로 말문이 막혔다. 마티스의 말을 들은 그들은 깜짝 놀라서, 무슨 말이 이어질지 숨죽이며 기다렸다. 예쁜 소녀와 청년은 더 이상 웃지 않았다. 마티스 자신은 깨닫지 못했지만, 그의 얼굴과 목소리에 나타난 주체 못할 부러움 때문에 그들은 아무 대꾸도 못하고 있었다. 농부도 하던 일을 멈췄다. 모두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중략) “이게 전부야.” 그는 당황하여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게 전부라고.” --- p.66 농부의 부인은 마티스를 잠시 혼자 두기 위해서 옆방으로 갈 구실을 찾았다. 다시 부엌으로 돌아왔을 때 마티스는 꼼짝 않고 자리에 앉아 있었다. 마티스는 여러 가지 골치 아픈 문제를 생각하면서 아주 중요한 질문을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이내 그가 말했다. “뭐 하나 물어봐도 되죠?”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으나 그다지 반가운 눈치는 아니었다. “왜 세상은 이런 식이죠?” 마티스가 물었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것뿐이었다. --- p.77 “헤게와 당신 생각만 하는군요!” 마티스가 예르겐을 향해 엄격한 투로 말했다. “그럼 이해 못하겠지. 바위 밑에 뭐가 묻혀 있든 다를 것도 없겠죠.” “맞아.” 예르겐이 말했다. “무슨 소리죠?” 예르겐이 혼란스러워하며 대답했다. “아니야.” 예르겐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마티스가 물었다. “예전부터 궁금했던 건데, 하나 물어봐도 될까요?” 예르겐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와 멧도요새! 그게 전부예요. 전혀 이해가 안 돼요?” 예르겐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마티스는 알 수 없는 길을 향해 나가고 있었다. 뭔가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그게 뭘까? 아냐, 그냥 다가오는 거야. 그게 전부야. --- pp.256~257 “헤게, 시간 됐어.” 그가 고요한 수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더 큰 소리로 단호하게 말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반면에 그는 계획한 일을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행동에 옮길 수 있게 된 데는 성공했다. 마티스는 무감각해진 손가락으로 배 바닥의 썩은 부분을 감싸고 있던 덮개를 열었다. 발에도 감각이 없었지만, 있는 힘껏 썩은 판자 부분을 쿵 하고 구르자 판자가 한 번에 떨어져 나갔다. 큰 구멍을 통해 미친 듯이 물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는 커다란 노 두 개를 움켜쥐고 두려움에 떨면서 바닥에 앉았다. 내 몸은 어디 있지? 그가 생각했다. 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하는 거야? 내가 아닐 거?. 이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지켜보기만 하면 돼. (중략) “헤게!” 그가 갑자기 소리 질렀다. 마티스는 바람이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바람이 불잖아! 부드러운 공기는 갑자기 차갑고 매서운 바람으로 바뀌었다. 저 멀리서 검푸른 선이 고요한 수면 위로 뻗쳐 오는 것을 보자 그는 파랗게 질렸다. 점점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서슬이 퍼런 강풍이 구름 뒤에서 몰려오고 있었다. 곧 호수는 난장판이 될 것이다. --- pp.294~29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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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문학의 새로운 이정표라는 찬사를 받으며
수차례 노벨 문학상 후보로 꼽혀 온, 타리에이 베소스의 대표작! 2007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도리스 레싱(Doris Lessing)은 타리에이 베소스에게 다음의 헌사를 바쳤다. “최고라는 표현은 너무 자주 써서 흔한 말이 되었지만, 정말 최고라는 말밖에 어울리지 않을 때는 달리 대신할 표현이 없다. 타리에이 베소스야말로 진정 최고의 작가이다.” 『마티스』는 노르웨이의 국민 작가, 북유럽의 거장, 현대 문학의 새로운 이정표라는 찬사를 한 몸에 받고 있는 타리에이 베소스의 대표작으로, 작가의 작품 중 국내에서 처음 소개되는 책이다. 국내에는 잘 소개되지 않았지만, 타리에이 베소스는 스칸디나비아의 작가 중 단연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 20세기의 대표적인 소설가이다. 어린 시절을 지독한 고립감 속에서 보낸 베소스는 평생 숲과 호수와 같은 자연에서 위로와 위안을 찾았다. 또한 궁핍하고 소외된 이들이 자존감을 회복하는 문제와, 절망과 분노에도 불구하고 세상과의 소통과 화해를 추구하는 것을 주제로 삼아 작품 세계를 펼쳐 왔다. 베소스는 작품을 통해 산다는 것의 공포, 세상에서의 고립, 압도적인 자연의 힘과 같은 무거운 주제를 고민하였지만 늘 간결하고 맑고 산뜻하게 그 주제를 표현했다. 『마티스』는 군더더기 없는 문장과 평범한 대화로써 핵심을 건드리는 베소스 문학의 특징이 가장 잘 구현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어느 날 갑자기 마티스를 찾아온 멧도요새, 벼락에 쓰러진 포플러 나무, 그리고 마티스와 헤게 사이에 나타난 한 남자 예르겐…… 몸은 성인이지만 지적장애로 생각은 어린아이인 마티스. 그리고 그를 거둬 먹이느라 온종일 뜨개질을 해야 하는 누나 헤게. 숲 속 작은 집에서 고되고 무료하게 지내던 그들의 집에 어느 날 놀라운 손님이 찾아온다. 좀처럼 이동 경로를 바꾸는 법이 없는 철새인 멧도요새가 서식지에서 한참 먼 마티스네 지붕 위로 날아온 것이다. 멧도요새가 집 앞의 늪지에 발자국을 찍고 다니자 마티스는 그것이 새들의 인사말이라며 자신도 작은 구멍들을 바닥에 찍어 새들과 대화하려 한다. 한편 마티스를 부양하느라 자신의 삶을 온통 소진해 버린 헤게는 삶에 회의를 느낀다. 마을의 추수 기간이 되자, 누나에게 보탬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낀 마티스는 일거리를 찾아 나서지만, 그가 어수룩한 걸 아는 마을 사람들은 아무도 일을 주지 않는다. 멍하니 시간만 보내는 마티스를 지켜보는 게 괴로웠던 헤게는 호수에 나가 배를 저어 보라며 마티스를 내보내고, 뜻밖에 할 일을 갖게 된 마티스는 자신이 뱃사공이라도 된 양 기쁨을 느낀다. 그때 우연히 벌목 일을 찾던 예르겐이라는 남자가 마티스의 배 덕분에 호수를 건너 마을에 오게 되고, 마티스의 작은 집에 머물게 되면서 헤게와 연인의 감정을 싹틔운다. 마티스는 헤게와 예르겐이 가까워질수록, 헤게가 번거로운 자신을 버리고 곧 떠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인다. 새 사냥꾼이 멧도요새를 총으로 쏴 죽이고,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풍우가 내리치고, 포플러 나무가 번개에 맞아 쓰러져 죽는 일이 생기자 마티스의 두려움은 더욱 커진다. 마티스는 누나의 마음을 자신에게로 돌리기 위해 단순하지만 치명적인 방법을 떠올린다. “누가 내 슬픈 마음을 알까?” 미묘하고 잔잔한 감동에 휩싸여 가슴이 먹먹해지고 마는 걸작! 『마티스』는 몸은 성인이나 지적장애로 생각은 어린아이인 마티스라는 주인공을 통해, 알 수 없는 사람의 마음과 예측할 수 없는 자연의 힘 사이에서 갈등하고 방황하는 인간의 내면을 그리고 있다. 역시 지극히 섬세하면서도 간결하고 청신한 문장으로 우리에게 감동을 전달하고 있다. 한편 어수룩한 주인공 마티스가 곳곳에서 보여 주는 예기치 못한 위트와 통찰력은 긴 여운을 남기며, 때로는 그의 순수함이 맑은 거울이 되어, 정상의 범주에서 문제없이 살고 있다고 믿는 우리의 삶을 비춰 돌아보게 만든다. 『마티스』가 노르웨이에서 출간되었을 때, 북유럽의 문학 비평가들은 ‘풍부한 상징으로 가득한 작품’, ‘통찰력과 호소력이 넘치는 작품’ 등의 찬사를 쏟아 냈다. 특히 우연한 멧도요새의 방문에 온통 사로잡히는 마티스의 모습을 통해, 통념과 고정관념으로는 알지 못하는 삶의 복잡한 신호와 감정들을 이른바 ‘성숙’하다는 우리들의 경우 어떻게 무시하고 마는지를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늘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고 사소한 일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마티스를 내세워, 외롭고 곤란한 처지에 있는 타인을 비롯해 멧도요새나 시든 포플러 나무와 같은 작고 초라한 자연에게도 섬세한 관심과 사랑을 보여 주길 촉구하는 작가의 메시지가 독자와 평단의 뜨거운 반응을 불러온 것이다. 스칸디나비아가 낳은 20세기 최고의 작가라는 평을 받으며 특히 그가 탄생한 노르웨이에서는 국가의 문학적 자부심을 대표하는 국민 작가로 칭송받는 타리에이 베소스의 대표작 『마티스』는 국내 독자들에게 북유럽 문학의 절정을 접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