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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풍경 화첩
지금, 여기, 서울의 진경을 그린다
사문난적 2009.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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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여는 글

풍경 1 슬픈 경사―북촌
풍경 2 끝나지 않는 미로―예지동 골목
풍경 3 물 위를 걷는다
풍경 4 추억 그 쓸쓸함에 대하여―청진동
풍경 5 술 한잔을 권하며―피맛길
풍경 6 하늘에 걸린 액자―화신과 종로타워
풍경 7 변해가네―종로
풍경 8 사라진 고향―을지로
풍경 9 길 위의 섬―숭례문
풍경 10 강박
풍경 11 지하철
풍경 12 길 위에 서다―세종로
풍경 13 시간을 바라본다―경복궁
풍경 14 화려한 그늘―칠궁
풍경 15 구름 위의 집―운현궁
풍경 16 서울의 밤
풍경 17 문자로 남은 존재들―명동
풍경 18 꿈꾸는 산―남산
풍경 19 문화의 거리
풍경 20 포화
풍경 21 당신을 생각하면 슬퍼요―홍대 앞
풍경 22 지나간다
풍경 23 풍요
풍경 24 흐르는 땅―여의도
풍경 25 지워진 동네―뉴타운
풍경 26 도시
풍경 27 궁전의 장엄―조계사
풍경 28 그림자 마을―통의동
풍경 29 너, 혼자 있구나―효자동
풍경 30 보이지 않는 시간의 순례―서촌

닫는 글

저자 소개 2

건축은 땅이 꾸는 꿈이고, 사람들의 삶에서 길어 올리는 이야기다. 임형남&노은주 부부는 땅과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둘 사이를 중재해 건축으로 빚어내는 것이 건축가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이들은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동문으로, 1999년부터 함께 가온건축을 운영하고 있다. ‘가온’이란 순우리말로 가운데·중심이라는 뜻과 ‘집의 평온함(家穩)’이라는 의미를 함께 갖고 있다. 가장 편안하고, 인간답고, 자연과 어우러진 집을 궁리하기 위해 이들은 틈만 나면 옛집을 찾아가고, 골목을 거닐고, 도시를 산책한다. 그 여정에서 집이 지어지고, 글과 그림이 모여 책으로 엮인다.
건축은 땅이 꾸는 꿈이고, 사람들의 삶에서 길어 올리는 이야기다. 임형남&노은주 부부는 땅과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둘 사이를 중재해 건축으로 빚어내는 것이 건축가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이들은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동문으로, 1999년부터 함께 가온건축을 운영하고 있다.

‘가온’이란 순우리말로 가운데·중심이라는 뜻과 ‘집의 평온함(家穩)’이라는 의미를 함께 갖고 있다. 가장 편안하고, 인간답고, 자연과 어우러진 집을 궁리하기 위해 이들은 틈만 나면 옛집을 찾아가고, 골목을 거닐고, 도시를 산책한다. 그 여정에서 집이 지어지고, 글과 그림이 모여 책으로 엮인다.

2011년 ‘금산주택’으로 한국공간디자인대상을, 2014년 ‘루치아의 뜰’로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우리사랑상을, 2020년 ‘제따와나 선원’으로 아시아건축사협의회 건축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공간을 탐하다』, 『건축탐구 집』, 『도시 인문학』, 『집을 위한 인문학』, 『골목 인문학』, 『내가 살고 싶은 작은 집』, 『생각을 담은 집 한옥』, 『그들은 그 집에서 무슨 꿈을 꾸었을까』, 『집, 도시를 만들고 사람을 이어주다』, 『사람을 살리는 집』, 『작은 집 큰 생각』, 『나무처럼 자라는 집』, 『이야기로 집을 짓다』, 『서울 풍경 화첩』 등이 있다. EBS <건축탐구-집>에 출연해 집의 존재 이유와 중요성을 전하고 있고, 최근 ‘이야기로 집을 짓다(이집)’라는 유튜브 채널을 시작했다.
홍익대, 중앙대 등에서 강의를 했고, ‘금산주택’으로 2011년 공간디자인대상, 2012년 한국건축가협회 아천상을, ‘제따와나 선원’으로 2020년 아시아건축가협회 건축상을 수상했다. 『건축탐구 집』, 『집을 위한 인문학』, 『골목 인문학』, 『도시 인문학』 『서울풍경화첩』 『이야기로 집을 짓다』 『나무처럼 자라는 집』 『작은 집, 큰 생각』, 『사람을 살리는 집』, 『생각을 담은 집 한옥』 등 15권의 저서가 있고, 동아일보와 한겨레신문에 건축칼럼을 집필 중이다. 또한 EBS 〈건축탐구-집〉에 프리젠터로 출연해 집의 존재 이유와 중요성을 전하고 있다. 대표작으로 〈금산주택(House in Geumsan)〉 〈루치아의 뜰(Lucia's earth)〉, 〈까사 가이아(CASA GAIA〉, 〈제따와나 선원(Buddhist temple ‘Jetavana’〉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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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땅이 꾸는 꿈이고, 사람들의 삶에서 길어 올리는 이야기다. 임형남&노은주 부부는 땅과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둘 사이를 중재해 건축으로 빚어내는 것이 건축가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이들은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동문으로, 1999년부터 함께 가온건축을 운영하고 있다. ‘가온’이란 순우리말로 가운데·중심이라는 뜻과 ‘집의 평온함(家穩)’이라는 의미를 함께 갖고 있다. 가장 편안하고, 인간답고, 자연과 어우러진 집을 궁리하기 위해 이들은 틈만 나면 옛집을 찾아가고, 골목을 거닐고, 도시를 산책한다. 그 여정에서 집이 지어지고, 글과 그림이 모여 책으로 엮인다.
건축은 땅이 꾸는 꿈이고, 사람들의 삶에서 길어 올리는 이야기다. 임형남&노은주 부부는 땅과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둘 사이를 중재해 건축으로 빚어내는 것이 건축가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이들은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동문으로, 1999년부터 함께 가온건축을 운영하고 있다.

‘가온’이란 순우리말로 가운데·중심이라는 뜻과 ‘집의 평온함(家穩)’이라는 의미를 함께 갖고 있다. 가장 편안하고, 인간답고, 자연과 어우러진 집을 궁리하기 위해 이들은 틈만 나면 옛집을 찾아가고, 골목을 거닐고, 도시를 산책한다. 그 여정에서 집이 지어지고, 글과 그림이 모여 책으로 엮인다.

2011년 ‘금산주택’으로 한국공간디자인대상을, 2014년 ‘루치아의 뜰’로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우리사랑상을, 2020년 ‘제따와나 선원’으로 아시아건축사협의회 건축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공간을 탐하다』, 『건축탐구 집』, 『도시 인문학』, 『집을 위한 인문학』, 『골목 인문학』, 『내가 살고 싶은 작은 집』, 『생각을 담은 집 한옥』, 『그들은 그 집에서 무슨 꿈을 꾸었을까』, 『집, 도시를 만들고 사람을 이어주다』, 『사람을 살리는 집』, 『작은 집 큰 생각』, 『나무처럼 자라는 집』, 『이야기로 집을 짓다』, 『서울 풍경 화첩』 등이 있다. EBS <건축탐구-집>에 출연해 집의 존재 이유와 중요성을 전하고 있고, 최근 ‘이야기로 집을 짓다(이집)’라는 유튜브 채널을 시작했다.
홍익대, 중앙대 등에서 강의를 했고, ‘금산주택’으로 2011년 공간디자인대상, 2012년 한국건축가협회 아천상을, ‘제따와나 선원’으로 2020년 아시아건축가협회 건축상을 수상했다. 『건축탐구 집』, 『집을 위한 인문학』, 『골목 인문학』, 『도시 인문학』 『서울풍경화첩』 『이야기로 집을 짓다』 『나무처럼 자라는 집』 『작은 집, 큰 생각』, 『사람을 살리는 집』, 『생각을 담은 집 한옥』 등 15권의 저서가 있고, 동아일보와 한겨레신문에 건축칼럼을 집필 중이다. 또한 EBS 〈건축탐구-집〉에 프리젠터로 출연해 집의 존재 이유와 중요성을 전하고 있다. 대표작으로 〈금산주택(House in Geumsan)〉 〈루치아의 뜰(Lucia's earth)〉, 〈까사 가이아(CASA GAIA〉, 〈제따와나 선원(Buddhist temple ‘Jetavana’〉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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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10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242쪽 | 422g | 153*224*20mm
ISBN13
9788996131199

책 속으로

언젠가 친구와 은퇴 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남쪽, 너른 들이 있는 마을에서 태어난 그 친구는 넓고 푸른 곳으로 가서 집을 짓고 살고 싶다고 했고, 나는 서울의 한복판, 종로나 을지로에 바늘 하나 세울 만한 공간이라도 찾아내 그곳에 집을 짓고 살고 싶다고 했다. 나는 무척 상식적인 사람이므로 나의 친구를 이해할 수 있었지만, 나의 친구도 무척 상식적인 사람이었기에 나를 이해할 수 없어했다. 이해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일종의 객기로 치부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진심이었다. --- p.14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할 때 한양에 세운 숭례문이 서울의 정신이라면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피맛길은 서울의 마음이다. 작년 어느날 ‘정신’은 하룻저녁의 불꽃에 사그라졌고 사람들은 흰 천을 두르고 통곡을 하며 정성을 다해 복원하고 있다. 그러나 바로 지척에 있는 ‘마음’은 비슷한 시기에 보상이 마무리되며 사람들을 몰아내고 있다. 길을 둘러싸고 있던 건물들은 중장비로 간단히 허물어졌고 조만간 그 길은 사라지게 된다.
비록 그 길이 600년 동안 역사의 뒤편에 자리해서 찬란한 햇살이나 영광을 누리지 못해 남루하지만 그 안에는 사람의 온기가 남아 있어 위안을 주었고, 역사 도시로서의 서울의 위상을 튼튼히 해주었다. --- p.55

서울… 점점 존재가 희미하게 지워지고 있는 특이한 도시.
거의 천년 동안의 시간이 퇴적된 역사도시라고는 하지만 그 시간이 만들어놓은 내용은 아무나 대충대충 그어대는 지우개질에 보기 흉하게 지워지며 떨어지는 지우개 부스러기마냥 주변에 여기저기 널려 있다.
그런데 그 시간, 말라비틀어진 치약 튜브처럼 꼬깃꼬깃해진 서울이 갑자기 시린 가을 하늘마냥 내게 느닷없이 본연의 의미로 밀고 들어오고 있었다. 그때 나는 지우개질이 다 끝나기 전에 무언가 내가 본 것이나 기억하고 있는 것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미 생산이 멈춘 땅, 더 이상 나올 것이 없는 땅을 위해… --- p.106

칠궁은 ‘지리적인 특성’ 때문에 오랫동안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았다. 그래서 가까운 동네에 살 때도 청와대 옆 무궁화 동산에 놀러 가 먼 발치에서 쳐다보기만 했었다. 오래 전부터 갖고 있었던 임응식 선생이 찍은 흑백사진집 속의 칠궁은 신비롭고, 무척 아름다웠다.
가보지 않았지만 나는 그곳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고 있었다. --- p.116

살면서 받아본 유혹 중에 가장 강력한 것이 땅의 유혹인지라, 땅의 유혹을 받게 되면 내 몸은 내 의지와는 상관 없이 제멋대로 춤을 춘다. 마음이 한 번 춤을 추면 걷잡을 수가 없다. 누구나 그렇듯이…
나는 경주 황룡사 한복판에서 그런 춤을 추어봤고, 정동 은행나무 길에서 그런 춤을 춰봤으며 통의동에서도 그랬다. 모두 우리가 보지 못하는 어떤 ‘영(靈)’들이 떠돌다가 덜컥 잡아채는 모양이다. 나는 그런 생각을 종종한다. 그 영들은 도통 나서지 않으며, 그래서 드러나지 않은 채 원격 조정을 해대고 나는 그 장단에 열심히 춤을 춘다. 무슨 ‘원(願)’이 있어서 그러는지 알 수 없다. --- p.209

서촌은 그런 식이다. 영조가 나오다가 뜬금없이 정철이 나오기도 하고 세종대왕이 나오고, 영조가 나오다가, 이항복이 나오기도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래서 서촌을 보는 것은 마치 폐사지를 헤매는 것과 비슷할 수도 있다.
길이나 동네의 이름으로만, 몇 조각의 돌덩어리로만, 잘려나간 신작로 위에 아로새겨진 시간들은 일부이지만 전부이기도 하다. 지금 보는 곳, 내가 서 있는 곳은 하나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니다. 여러 겹 지층 속에 잠겨 있는 그 시간의 켜들은 그렇게 하나씩 불끈거리며 벌떡벌떡 일어나 인사를 건네온다. 때로는 위풍당당하게 승자의 검기를 뿜어내기도 하고, 은둔자의 아픈 상처처럼 움츠러들기도 하지만, 살아 있는 것들처럼 나이 먹고 주름잡힌 얼굴로 우리를 바라본다. 우리는 그 얼굴을 보러 간다.

--- p.236

출판사 리뷰

서울을 거닐며, 서울을 그리며, 서울을 탐구하는
건축가 부부의 속 깊은 서울 이야기
켜켜이 쌓인 시간의 지층을 들추면 오래된 친구처럼 서울이 말을 걸어온다.
더 지워지기 전에, 제대로 알기 위해, 오래 기억하기 위해 서울을 그린다.

1. 서울, 지금 여기 우리 삶의 풍경

서울에서 나고 자란 건축가 부부가 있다. 『나무처럼 자라는 집』(임형남)과 『집주인과 건축가의 행복한 만남』(임형남·노은주)이라는 책을 통해 좋은 집에 대한 생각과 건축 철학을 담백하고 진중하게 들려줬던 이들이 이번에는 서울에 대한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풀어놓는다. 지난 10년 동안 이들은 틈날 때마다 서울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그곳에 대한 글을 쓰고 그림을 남겼다. 그 글과 그림들이 제법 묵직하게 쌓였다. ‘서울풍경화첩’이라는 제목답게 책장 가득 펼쳐진 서울의 풍경이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다. 21세기 초현대식 건물에서부터 궁궐과 옛집까지, 도심의 복잡한 대로에서 정적이 흐르는 오래된 골목길까지, 꼼꼼하고 세밀하게 묘사하고 색을 입힌 그림에서 빠르게 흘려 그린 크로키까지, 물감과 연필과 목탄을 섞어가며 그린 그림들은 서울의 겉모습뿐 아니라 속살을 만지는 듯하다. 그림에 눈을 준 다음 이야기의 차례가 온다. 이야기를 통해 이들이 서울의 무엇을 사랑하는지, 무엇을 안타까워하는지, 무엇을 걱정하고 무엇에 또다시 희망을 새기는지 들을 수 있다. 그러니 이 책은 서울 그림첩(畵帖)이며 서울 이야기첩(話帖)이다.
북촌, 예지동 골목, 서울의 물길, 청진동, 피맛길, 화신과 종로타워, 종로, 을지로, 숭례문, 지하철, 세종로, 경복궁, 칠궁, 운현궁, 서울의 밤, 명동, 남산, 문화의 거리, 홍대 앞, 여의도, 뉴타운, 조계사, 통의동, 효자동, 서촌으로 이어지는 풍경과 풍경에 얽힌 이야기는 지금 여기 우리 삶의 생생한 현장의 기록이며, 우리 곁에 있지만 눈여겨보지 않았던 것들에 대한 말걸기이며, 급속한 변화의 한가운데서 어쩌면 영영 사라져버릴지도 모를 것들과 이미 지워져버린 것들을 기억하는 일이다. 가끔씩 그림 옆에는 똑같은 곳에서 몇 년의 시차를 두고 찍은 사진이 딸려 있어, 둘을 비교해서 보면 서울의 변화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짐작할 수 있다.

*태어나 줄곧 보아온 서울이 나에겐 물과 같고 공기와 같다. 모두들 서울의 복잡함이 지긋지긋하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지만 그 복잡함과 시끄러움은 내겐 푸른 들과 맑은 물처럼 나를 키워온 ‘8할의 바람’인 것이다. 과연 나의 애정은 정당한 것인가? 그래서 나는 틈나는 대로 샅샅이 서울을 그려보기로 했다. 서울을 진지하게 바라보기 위하여. --- p.14

2. 변하고 사라지는 것들 앞에서 서울의 정체성을 되새기다
속도와 개발, 효율성은 오래전부터 서울을 설명하는 키워드가 되었다. ‘변했네’ ‘없어졌군’ 하는 말도 이제 조금 지겨울 정도다. 이 책에도 사라지고 새로 생기고 허물고 복원하는 변화무쌍한 서울의 모습이 담겨 있다. 재개발로 인해 사라질 시간을 받아놓고 있는 세운상가와 예지동, 재개발 직전의 청진동, 600년간 이어져온 가난한 서민의 길로 길을 둘러싼 건물들이 허물어진 데 이어 곧 길도 사라지게 될 피맛길 등이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를 모습으로 담겼다. 저자들은 특히 피맛길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한다. “건물은 없어져도 복원이 가능하지만 길은 없어지면 복원이 쉽지 않다. 아니 불가능에 가까워진다. 그리고 길이 없어지면 도시의 정체성은 점점 옅어진다. 그런데도 민관이 합심하여 열심히 부수고 있다. 엊그제 숭례문 없어진 뒤 울고불고 하던 사람들은 모두 어디에 있는지, 600년 만에 없어지는 저 길을 위해 술 한 잔 권하는 사람 없다.”며 애통해 한다.
태어나 자란 을지로에 대한 기억은 각별해서 전차가 지나던 길과 아이들과 뛰놀던 골목길도 기억하건만 사라진 고향은 “관계의 몰수”와 같은 상실감을 안긴다. 젊은이의 거리 종로는 예전의 활기와 재미를 잃었고, 세종로엔 광장이 들어섰지만 광장이라고 하기엔 영 부족해 보인다. 명동엔 “드글드글 끓어오르는 복잡함”과 “너울거리는 간판”들만 있고 문화와 낭만은 옛날얘기로만 남았다.
그렇다고 저자들이 향수에 젖어 ‘아 옛날이여!’를 되뇌며 비탄에 잠겨 있는 것은 아니다. 분명한 것은 이들이 이분법의 함정에 빠져 자연과 도시, 옛것과 새것, 보존과 개발을 대립항으로 놓고 한쪽을 선이라 예찬하고 한쪽을 악이라 몰아내는 태도를 경계한다는 점이다. 다만 40년 가까이 복잡함과 개발가능성이란 이름으로 존재와 정체성이 점점 사라져 가는 도시 서울이 안타까운 것이다. 수백 년 시간이 퇴적된 역사도시에서 그 시간이 만들어놓은 내용물이 간단하게 지워지는 것을 목도하며 뭐든 새롭게 꾹꾹 채우고 덧칠하기에만 급급한 세태와 문화행정과 도시 계획에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내는 것이다.

3. 공간의 내력, 서울이 쌓아올린 시간의 지층을 들추다
살다 보면 자석이 끌어당기듯 마음이 이끌리는 동네가 있다. 이들에게는 통의동이 그랬다. 어린 시절 우연히 지나다 어린 마음에도 언젠가는 살아보고 싶었던 동네였는데, 동네의 영(靈)들이 사람을 끌어들이는지 결국 그곳의 오래된 집에 살게 되었다. 인왕산과 백악산 사이의 그 동네는 사람보다 영혼과 그림자들이 훨씬 더 많은 것 같다고 한다. 효자동 역시 오래되고 조용한 동네로 도시형 한옥, 양옥, 적산가옥 등 다양한 양식의 집들이 지난 시간을 말해주는데, 그중 유독 눈길을 끌었던 적산가옥 하나를 또 무슨 인연인지 그들의 손으로 고치게 되었다. 자신들을 유혹하는 집을 탐험하듯 살피고, 방과 창과 마당을 음미하듯 관찰하며 집의 내력을 짐작하고, 들어가 살기도 하고 인연이 닿아 고쳐 짓는 모습에서 그들이 천생 건축가라는 걸 알 수 있으며, 건축가의 작업도 슬쩍 엿볼 수 있다.
서울의 역사문화에 대해 배우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재미일 것이다. 오백년 조선의 도읍에서 식민지 시대를 거쳐 해방 후 현재까지 겹겹이 쌓인 시간과 역사는 많은 이야깃거리를 가질 수밖에 없다. 서울을 그리면서 현재 속의 과거와 만나는 일은 언제나 놀랍고 감동적이다. 경복궁 서쪽 동네 서촌 역시 그들이 탐구해보고 싶은 동네였다. 순정효황후 윤비가 순종에게 시집가기 전에 살았던 집, 영조가 사랑하는 딸 화순옹주를 김한신에게 시집보내며 심어주었다는 이제는 밑동만 남은 백송, 겸재가 「인곡유거」를 그린 자리, 이항복의 글씨가 바위에 새겨진 필운대 등을 찾아 거니는 일은 ‘보이지 않는 시간의 순례’다. 겉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조금씩 관심을 기울이며 옛 시간의 자취를 더듬어가면 한 시대의 일부가 불쑥불쑥 고개를 내민다. 길이나 동네이름, 돌덩어리로만 남아 있는 시간들이 그렇게 하나씩 우리에게 인사를 건네온다.
이뿐 아니라 우리나라 돌로 만든 조각품 중에 최고의 걸작으로 치는 광화문의 해치, 지금은 불타 내려앉았지만 우아하고 단호한 자태로 서울 한복판을 지켰던 숭례문도 좋아한다. 청와대 옆에 있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장막 속에 가려져 있던 칠궁과 풍운아 대원군이 섭정을 했던 운현궁에서는 한옥의 그늘이 가진 깊고 서늘한 매혹에 이끌린다. 남산에 가면 만화의 집에 갔다 옛집과 정원을 보러 한옥마을에도 들른다.

4. 지금 여기서 우리의 아름다움을 가꾸자
서울은 지금도 개발과 보존을 왕복운동하며 계속 변화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물길을 되살리고 한옥을 복원하고 서울의 고유한 역사성을 되살리려는 움직임이 일어나는가 하면, 한편에선 오래된 역사문화적 가치를 보유하고 있는 길과 건물과 동네들이 사라져간다. 저자들은 서울의 이런 변화상에서 우리의 지나친 자기 부정과 끊임없는 존재의 불안을 읽는다. 늘 남들이 보는 우리의 모습에 관심이 많고 발전해야 한다는 강박에 초조해하는 것이라고. 그들은 책의 말미에 다산 정약용을 인용하면서 지금 여기서 자신을 인정하고 자신을 바로 보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이라는 걸 강조한다. ‘존재의 불안’을 벗고 자신을 인정하고 바로 보기 위해 그들은 ‘지금’이라는 시간과 ‘여기’라는 공간을 그리며 살아간다.

*내가 지니지 않은 사물을 바라보고 가리키며 ‘저것’이라고 한다. 내가 지니고 있는 것을 의식해 자세히 보고는 ‘이것’이라고 한다.
‘이것’이라는 것은 이미 얻어서 내 몸에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내가 손에 넣은 것이 내 바람을 채우기에 부족하다면 만족시켜줄 만한 것을 바라지 않을 수 없게 되어, 그것을 바라보고 ‘저것’이라고 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천하의 공통된 근심거리다.
(…) 땀을 흘리고 숨을 헐떡이며 평생 동안 미혹되어 오직 ‘저것’만을 바라보고 ‘이것’을 누릴 줄 모르는 지가 오래다. --- pp.240-241, 「정약용 _지금 여기에서」 중에서

*서울은 우리에겐 그냥 삶의 배경이고 살아온 장소이며 우리의 기억이 보관되어 있는 곳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들이 그악하게 생각하는 서울의 속도와 혼탁함에 익숙하고 아직도 모르는 서울의 구석구석이 많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며 돌아다니길 좋아한다.
우리는 ‘지금’이라는 시간과 ‘여기’라는 공간을 그리며 살고 있다. --- pp.24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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