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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 탕수구미 시거리 상향
박형권
모악 2017.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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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낚시의 유래
군수에 대하여
가덕도 탕수구미 시거리 상향
둘밑 짱뚱이
풀무대가리국
얼룩감씨이를 그리워함
독은 노래가 된다
학연
쑤기미의 영토
누룽영 망씨이
겨울 메거지
음악의 주인
낭태대가리
장자도 수조기
술배이를 불러본다

2부 마산바다
아구찜은 허기였다
은비늘의 시대
봉암 꼬시락
보리문주리
꺽두구
달빛을 다투다
떡전어
빼드랑치 상향
학꽁치와 탱고를
쥐도리섬 꼬랑치
원전 떡갈치
담과 깡내이
뒤포리 국수
시간표대로

3부 더 이상 가지마라
미역치
나무섬 쏨뱅이
덕석도다리
뽈라구 똥
동백섬 자리돔
쥐고기를 배웅했다
염소똥 자리
주꾸미가 부러웠다
좆노래미
나목의 생선
긴꼬리벵에돔
꼼장어가 타오르실 때
폐가

4부 모든 것이 배웅이었다
고등어의 속도
숭어
눈높이 1
눈높이 2
날치를 보았다
개우럭처럼
마산항 돌돔
일곱톤바리
돛돔
꽃게처럼
창원군 천가면 성북리 326번지 상향

해설 생명의 바다를 물들이는 망향의 시 | 김경복

저자 소개

저자 : 박형권
1961년 부산에서 태어나 가덕도에서 유년을 보냈다. 경남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지방직 농업주사보로 1년 근무하다 그만두었다. 이후 미술학원을 운영하다가 성공하지 못하고 라디에이터공장 애자공장 바지락양식장을 다녔다. 2006년 『현대시학』에 시 ?봄, 봄?이, 2013년 「한국안데르센상」에 장편동화 『메타세쿼이아 숲으로』가 당선되면서 글쓰기에만 전념하고 있다. 시집 『우두커니』(실천문학) 『전당포는 항구다』(창비) 『도축사 수첩』(시산맥), 장편동화 『돼지 오월이』(낮은산) 『웃음공장』(현북스) 『메타세쿼이아 숲으로』(현북스) 『나무삼촌을 위하여』(현북스), 청소년소설 『아버지의 알통』(푸른책들)을 펴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48쪽 | 192g | 130*210*20mm
ISBN13
9791195749898

출판사 리뷰

삶의 본질은, 저절로 빛나는 것

달도 뜨지 않은 칠흑 같은 밤에도 바다는 결코 캄캄하지 않다. 어둠이 내릴수록 바다는 저절로 빛난다. 가덕도 사람들에게 바다의 빛은 ‘시거리’로 반짝인다. 스스로 광원(光源)이 되어 저절로 빛나는 것, 그것은 생명 있는 것들의 본질이다. 우리는 모두 자신을 밝히는 존재들이다. 시편마다 가덕도 어류를 등장시켜 그것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짚어내고 있는 박형권 시인은 가덕도의 삶을 심해의 바닥까지 통찰한다. “죽을 때까지 난 곳을 떠나지 않는”(「꺽두구」) 것은 ‘꺽두구’만이 아니라는 것. 가덕도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한 번도 가덕도를 떠난 적 없다. 그들은 이미 가덕도의 일부가 되어 있다.

시인의 외로움과 가덕도의 고독은 다르지 않다. 박형권의 시편들은 가덕도의 노래와 다르지 않다. 시집에 등장하는 50여 종의 어류는 유소년기를 형성했던 시인의 모습과 겹쳐 읽힌다. 가덕도는 모든 생명이 나고 자라 궁극에는 그곳에 깃들어 있다. 때문에 시인은 “가덕도는 섬이어서 늘 혼자였다/ 하늘과 사람과 땅과 바다가/ 서로에게 풍덩 빠져 몸을 씻어서/ 사실은 혼자라도 혼자가 아니었다”(「둘밑 짱뚱어」)고 말한다. 바다에서 존재의 근원을 좇고 있는 시인은 인류사적 생명의 시원을 찾아가는 상상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달이 뜨지 않는 그믐밤이면 바다는 스스로 밝다
파도에 뛰어든 뿌연 인광이 항구의 앙가슴처럼 스스스 무너진다
아직 누구도 허락하지 않은 순결한 밤일수록 더욱 빛난다
빛도 바다의 일부분인 것을 어부들은 안다
가덕도 사람들은 어두운 밤바다의 인광을 ‘시거리’라고 부른다
인도에서 흑조(黑潮)를 타고 온 말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바다의 인광은 바다의 말일 것이다
사실은 야광충이 내는 빛이지만 나는 여전히
말이 빛을 내는 거라고 믿는다
누구나 한번은 어휘가 많은 인생을 살고 싶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말의 고향인 인도로 한번 놀러가고 싶었다
그 그믐밤 아버지는
나를 저어 탕수구미로 낚시를 갔다
칠흑 같은 바다가 노의 궤적을 그렸다
몰고씨이를 꿰고 바다에 넣자 바다가 몰고씨이의 궤적을 그렸다
그런 밤은 붕장어의 밤이다
섬광 같은 신호가 왔다 바다 밑이 외등을 켰다
꿈틀거리는 빛의 반란!
바다는 살아있는 빛을 모국어로 썼다
모두 몸으로 뒤채는 언어였다
그 사이 이 행성의 밤에 무슨 일이 있었던가
가덕도의 밤은 육지에서 꺼졌고 이제 시거리로 말하지 않는다
밥 묵었나? 하고 이웃을 빛나게 하지도 않는다
아름다운 말의 시대는 내가 시거리를 처음 본 순간부터 떠나가고 있었다
가덕도 탕수구미의 황홀한 말씀이시여······ 상향!
-「가덕도 탕수구미 시거리 상향」 전문

표제작인 이 시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시거리’라는 가덕도 사람들의 말이다. “야광충이 내는” “바다의 인광”을 뱃사람들이 부르는 말이지만, 시인은 ‘시거리’를 “바다의 말”로 읽어낸다. ‘빛’을 ‘말’로 전치해내는 상상력은 시 ? 공의 한계를 넘어 신화적으로 읽힌다. 태초에 빛이 있어 천지만물을 창조하게 되었고, 태초에 말이 있어 천지 운행의 질서가 만들어졌다는 인간의 오랜 믿음을 시인은 헤르메스적 직관으로 드러내고 있다. 박형권 시인은 가장 인간적인 언어로 가덕도 바다가 보여주는 다채로운 자연 현상들을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은 가덕도의 삶이 조금씩 잊혀져가는 것처럼 “아름다운 말의 시대”가 저물어가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달이 뜨지 않는 그믐밤”, “아직 누구도 허락하지 않은 순결한 밤”에 그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스스로 빛을 내며 “이웃을 빛나게” 했던 시대는 “시거리로 말하지 않”게 되면서 사라지게 되었다. 시인은 말이 사라짐으로써 삶이 피폐해졌다고 믿는다. 삶의 내밀한 고백을 더는 들을 수 없게 된 시대에 시인은 “황홀한 말씀”을 전해주던 “가덕도 탕수구미”의 죽음을 기억한다. 그 말들이 회복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시인은 아름다웠던 시절을 캄캄한 어둠 저편으로 떠나보낸다.

‘시거리’는 시집 『가덕도 탕수구미 시거리 상향』을 시종하면서 미역치, 쏨뱅이, 도다리, 떡전어, 꼬랑치 등으로 모습을 바꾸어 드러난다. 시인은 평생을 두고 스스로 빛나는 생애를 낚는데 열중한다. 그것을 우리는 ‘그리움’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것들은 함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어머니의 언어로 그려낸 바다

시집 『가덕도 탕수구미 시거리 상향』에는 ‘시거리’의 또 다른 변형인 아름다운 ‘모국어’가 등장한다. 시인에게 가덕도는 모국어와 다르지 않다. 시인의 모국어는 ‘큰어머니’로부터 나왔다. 시인은 “큰어머니의 둥근 등짝 같은 가덕도 큰영에서/ 큰어머니가 싸릿대에 묵어준 낚시를 담그고/ 먼 미래에나 있을 태공망의 어신을 받”(「풀무대가리국」)으며 자랐다. 큰어머니를 어머니처럼 따랐던 가덕도의 유년 체험은 세월이 흘러도 시인의 말 속에 살아 있다. “큰어머니는 미운 년의 새끼인 나에게/ 바다보다 넓은 사랑을 퍼부어”(「낭태대가리」) 주었다.

그러나 큰어머니처럼 “자기보다 남에게 먹일 건더기가 많은 족속” “꼬랑치”(「쥐도리선 꼬랑치」)는 어류도감에도 보이지 않는 어종이다. ‘좆노래미’, ‘풀무대가리’, ‘꺽두구’는 가덕도만의 언어이자 가덕도만의 삶이다. 박형권 시인이 가덕도의 어류에 천착하는 것은 그것이 가덕도에 기대어 살아온 사람들의 오랜 유전이자 운명이기 때문이다. 가덕도를 떠나 도시생활을 하던 시인이 다시 가덕도로 돌아오게 된 것은 그가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가덕도를 이제 아들에게 전해주기 위함이다. 가덕도 사람들은 “애초에 바다의 자식”(「달빛을 다투다」)이므로 자식들에게 바다의 삶과 언어를 물려주어야 하는 것이다.

장승포에서 잠깐 차를 세워 낚시점에 들러서
홍갯지렁이를 사고 아들은 옆 구멍가게에서 과자를 샀다
장승포에서 구조라까지 가는 해안도로는
긴꼬리벵에돔의 꼬리처럼
날렵하게 나를 구조라까지 안내했다
?다왔다, 내리자
아들이 뭔가 꾸몄는지 뒷좌석이 비었다
아들은 곧잘 장난 뒤에 숨었다
쿵!
무너지는 가슴
내가 낚시에 미쳐 장승포에 두고 왔구나!
다시 온 길을 되짚어갔다
불길한 생각이 해무처럼 뿌연 도로를 덮었다
눈물까지 찔끔거리며 장승포항이 출렁거렸다
낚시점 앞에 아들이 오뚝하게 앉아있었다
- 「긴꼬리벵에돔」 부분

이 시에서 시인이 “다시 온 길을 되짚어” 찾아야 하는 것은 “오뚝하게 앉아있”는 “아들”이지만, “쿵!/ 무너지는 가슴”을 안고 찾아가야 할 곳은 아름다운 ‘모국어’가 살아 있는 가덕도의 바다다. “주르르 쏟아놓는 새끼들을 보고/ 그 지독한 모성에 고개를 숙이고” 있는 “분홍빛 모성”(「누룽영 망씨이」)이다.

시집 『가덕도 탕수구미 시거리 상향』은 이처럼 밤바다에서 만나는 ‘시거리’처럼 빛나는 모성으로 가득하다. 그리하여 이 시집은 “인생의 대부분을 바닷가를 쏘다니며 보낸 내가/ 어쩌다 대한민국의 시인이 된 후로”(「개우럭처럼」) “당대의 현실과 동시대인들에게 다시 찾아 돌아가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깨우쳐주는 전언”(시집 해설)처럼 읽히는 것이다.

이 시집에 대해 말한다

“바다에 바위를 빠뜨려 해도에 없는 섬 하나를 인양해 올리는 불가능한 꿈이 있다. 바위를 품은 채 백지 속에 수장시킨 말들이 심연을 딛고 수면 위로 막 솟구쳐 오르는 장관을 보라. 박형권을 만나 해발은 다시 시작한다. 지구(地球)가 아닌 해구(海球)의 역사를.”
- 손택수(시인)

“이번 시집 원고를 읽으며 나는 이 시집을 ‘박형권 어보(漁補)’로 정의한다. 시집에 등장하는 50여 마리의 물고기가 그렇다. 시인의 생은 부산, 가덕도, 진해, 마산 등의 바다를 떠돌며 살았다. 그 물고기들이 이 시집에서 시인의 맑고 푸른 청춘의 남쪽 바다에서 싱싱하게 튀어오른다.”
- 정일근(시인)

“그의 시는 첫 시집에서 보여주었던 민중적이고도 농경적 상상력을 거쳐, 두세 번째 시집에 보였던 소외와 가난의 현실주의적 상상력을 통과한 뒤, 바다와 유년으로 출렁대는 원초적 그리움의 세계로 치닫고 있다. 그가 이 세계에 도달할 수밖에 없는 사연에 대해서는 그의 시적 도정을 따라가 본 독자라면 자연스레 납득할 터이지만, 이번 네 번째 시집만을 따로 두고 본다 하더라도 그 그리움의 깊이와 정도가 매우 독특하고 아름다워 한 권의 시집으로서 가지는 가치는 남달라 보인다. 박형권의 과거와 현재의 간극을 이번 시집의 시들이 모두 해명하고 있는 데다 동시대의 현대인이 갖는 결핍의 문제성을 본질적 차원에서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 김경복(문학평론가, 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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