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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부 나와 너 사이로 바람 분다면 고아 우슬 먼 데 병 망초와 쑥부쟁이와 폭설 바람 지날 만한 별 떠나다 패랭이꽃 인간의 품격 반 넘게는 마음으로도 집을 짓다 오리정 그루터기 春日 2부 나뭇잎 사이라도 물속이라도 세월 여울 노래라면 노래일 착근 허물어지지 않을 상징 적막 새틴바우어 문하 꽃씨 엄마의 저녁 일기 이녁 풀 없는 무덤의 풀을 베다 네 이름을 모른다 막걸리 한 잔 뒷모습사진 똥꽃 삶다 3부 꽃피는 꽃들의 마음 그늘을 재어보다 윗길 여백 소리별 입 한기 뒤섞여서 눈부신 오동도에 여수 들다 꽃의 온도 물속까지 벚꽃이 피어 시목 복수초 물빛이 푸른 이유 틈 휴휴당 일박 미인 4부 머리에 잿빛 내리고 난 뒤에 제기 열아흐레 달 서쪽 크리스마스 캐럴 긁다 지름길 우두커니 성탄절 꽃, 진다 덜컹거리는 창문 촛불 봄감기 우환 중환자실 슬픔은 어처구니없게도 옛 이야기와도 같이 빛이 내리다 해설 부재와 존재의 교감과정 │ 이경호 |
오창렬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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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무늬와 시의 색감, 그 파노라마
시집 『꽃은 자길 봐주는 사람의 눈 속에서만 핀다』에서 발견할 수 있는 또 다른 특징은 시가 거느리고 있는 품의 지평이다. 오창렬의 시가 지닌 품은 깊지 않고 짙다. 그의 시는 입체를 넘어 다층적이면서도 밀도와 농도를 함께 갖추고 있다. 여러 겹의 무늬가 겹쳐 있는 것을 발견하거나 색채의 파노라마를 경험하게 된다. 한 편 한 편 읽어갈수록 시의 무늬와 시의 색감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걸 알 수 있다. 시집 『꽃은 자길 봐주는 사람의 눈 속에서만 핀다』에 수록된 시편들은 그렇게 읽는 이의 가슴속으로 고여 들면서 짙어진다. 가지런함도 오창렬의 시가 지닌 품이다. 그의 시는 모나지 않고 어긋나지 않으며 질곡으로 남아 있지도 않다. 오래 연마된 시어들이 단단하게 아귀를 물고 있다. 때문에 오창렬의 시를 읽는 것은 견고한 시어의 틈을 조절하여 마침내 무결한 상태에 도달하는 일이다. 물 흐름처럼 유연하게 전개되는 이미지의 연쇄를 좇는 행위이다. 시어와 시구와 시행이 서로 맞물려 있는 시편들은 궁극에는 이미지의 변증법을 실현해낸다. 이미지에도 논리가 있음을 비로소 오창렬의 시를 통해 깨닫는 순간이다. 가지에 앉은 새보다 허공을 헤매는 새가 더 새답거니 호흡 거친 선, 꿈틀꿈틀 피가 돌아 뜨거운 선이 되거니 뜨거울수록 가까워지는 너와 나 사이의 거리 -「지름길」 부분 단풍나무 그늘을 부산하게 건너가는 무당벌레 그 혼비백산에도 검은 반점 하나 떨구지 않는 걸 보고 말없는 말이 말의 윗길이듯 자국 없는 자국이 자국의 윗길이라는 걸 배웠어요 -「윗길」 부분 「지름길」을 읽으면 “새”의 새다움이 어디에 있는지를 문득 생각하게 된다. 그동안은 날아다니는 새보다 어딘가에 앉아 있는 새의 이미지가 친숙했다. 그런데 오창렬은 단순히 날아다니는 새가 아니라 “허공을 헤매는 새”를 발견한다. 새의 날갯짓이 공중을 헤매는 몸부림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말없는 말이 말의 윗길”이고 “자국 없는 자국이 자국의 윗길”이라는, 조금은 말장난 같은 이 구절 또한 ‘말’과 ‘자국’의 본질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이처럼 시인 오창렬은 새로 발견된 지점과 이미 알고 있던 지점 ‘사이’를 끌어안으면서 자신의 시적 품을 짙게 한다. 이 농밀하게 입체적인 ‘사이’의 구조를 오창렬 시의 품격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가 “세상이 아름다워지는 데 한 사람이면 충분하다”(「미인」)고 했을 때, 그 한 사람을 애써 찾을 필요는 없다. 그 한 사람은 “자주 멈춰 걸음이 느린 동행을 기다”(「물빛이 푸른 이유」)릴 줄 안다. 시인이 시를 쓰는 이유는 단 한 가지이다. “내가 건네는 안부의 말이 오목 오목 당신 안에 자국을 남”(「인간의 품격」)기기 때문이다. 오창렬 시집 『꽃은 자길 봐주는 사람의 눈 속에서만 핀다』는 누군가의 가슴 속에 ‘오목 오목’ 따뜻한 자국을 만들어 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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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렬의 시편에는 그리움의 정서가 촘촘히 배어 있다. 그의 그리움은 그것이 세계를 향하든 자신을 향하든, 아니면 언어를 향하든 하염없고 아스라한 어떤 빛깔로 선염(渲染)되어 있다.” - 오태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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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렬의 이번 시집은 일차적으로 자연에 바치는 헌사이다. 그 헌사의 가장 높은 수위에 바람과의 교감 작용이 자리잡고 있다. 자연과의 세밀하고 절실한 교감이 인간의 삶을 바르고 풍요롭게 만드는 비책이라는 사실을 오창렬은 확고하게 믿는다.” - 이경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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