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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본다면
의외일 수 있지만 물고기의 입장도 인간의 그것과 비슷하다. ‘노는 물’이 달라 공감이 어려울 뿐, 그들도 환경에 적응하고 변화하며 살아간다. 저자는 구체적 자료와 유쾌한 설명을 통해 물고기도 한 생명으로 존중 받아야 한다는, 놀랍게도 당연한 사실을 새삼 떠올리게 한다.
2017.03.10.
자연과학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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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부. 물고기에 대한 오해 1장 물고기를 함부로 판단하지 말라 2부. 물고기의 감각 2장 물고기의 시각 3장 청각, 후각, 미각 4장 그 밖의 감각들―내비게이션, 전기수용, EOD, 촉각 3부. 물고기의 느낌 5장 뇌, 의식, 인식 6장 공포, 스트레스, 쾌감, 놀이, 호기심 4부. 물고기의 생각 7장 지능과 학습 8장 도구 사용, 계획 수립 5부. 물고기의 사회생활 9장 뭉쳐야 산다 10장 사회계약 11장 협동, 민주주의, 평화 유지 6부. 물고기의 번식 12장 성생활 13장 양육 스타일 7부. 물 밖으로 나온 물고기 14장 물 밖의 물고기 에필로그 미주 찾아보기 |
Jonathan Balcom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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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직 모른다
박형욱 (kaeti@yes24.com)
2017.03.21.
무엇을 모르는 걸까. 뭘 놓치고 있나. 분명 알지 못하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바탕에 둔 이 말을 곱씹다 보면 점점 집중하게 된다. 처음에는 '무엇'에. '내가 뭘 잊었지. 도무지 기억이 안 나는데. 괜찮은 걸까.' 그러다 에잇 저만치 떨어져 '누가'를 생각한다. 안으로 안으로 파고들어 자연스럽게 내 문제가 되었던 것이 우리의 고민으로 확장되고 너의 무관심, 그들의 무신경으로 전환되는 순간이 온다. 모두는 무엇을 모르는 걸까.
모르는 것은 많다. 사실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앎이라야 최소한의 양일 것이다. 무한의 지식이 머리에 콕 박힌다면? 아 상상만으로도 피곤하다. 편리하게도 아마 취사선택한 몇 가지가 내 평생을 지배할 것이고, 아쉬운 점도 있지만 그건 꽤 합리적이다. 목이 마르면 그때 다시 우물을 파면 된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에 취사선택의 기준에 영향을 줄만한 물음표와 느낌표들이 나타난다. 갈증을 유발하는 요소들이다. 『물고기는 알고 있다』는 그 중 하나다. 무엇을 아는 걸까. 우리는 물고기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나. 저자 조너선 밸컴에 따르면 그것은 인간이 흔히 가지고 있는 물고기에 대한 몇몇 고정관념의 대치 점에 있다. 3초 기억력을 가졌다는 그들은 정말 자꾸 잊어서 같은 미끼를 반복해서 무는 걸까? 아니다. 프릴핀고비frillfin goby라 불리는 물고기는 살고 있는 조간대潮間帶의 지형을 모조리 암기해 위험한 상황에 대비하고, 금붕어는 1년 전의 실험 내용을 기억했다가 같은 환경이 다시 주어지면 정확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에 더해 저자의 해석으로는 무섭도록 급변하는 물 속 상황에 적응하고 살아가는 물고기들에게 먹이는 있을 때 최대한 확보해두어야만 하는 영순위다. 이런저런 이유 따지기에 앞서 생존의 문제다. 고통을 느끼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그들은 정말 '냉혈동물'일까? 변온동물인 물고기는 수온에 따라 피의 온도도 다를 것이다. 물 속에 사니 눈물을 흘릴 필요가 없어 인간처럼 울지 않고, 바닷속 소리 전달에 최적화된 그들의 '음성'은 우리에게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으니 없다고 여기는 건 공평하지 않다. 조너선 밸컴은 명쾌하고 유머러스한 설명으로 아주 간단한 오해와 편견을 해소하는 것에서 시작해 관심 밖에 있던 물고기에 관한 놀라운 진실들을 하나 둘 꺼내놓는다. 물고기에게 사상 유례가 없었던 발언권을 부여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고 밝힌 그는 물고기를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상품'으로 전락시킬 것이 아니라 그들 개체의 삶이 내재적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도덕적 판단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책에 실린 흥미로운 실험과 연구들은 물고기가 사물이 아니라 존재임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그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가지며 관계를 형성한다. 공포와 스트레스, 즐거움과 호기심 등 다양한 감각을 가지고 있고, 경험에 의한 체득과 의사결정을 요구하는 어떤 실험에서는 영장류에 크게 우세한 결과를 보이며 계획을 수립하거나 학습할 수 있음을 스스로 증명했다. 인간과 물고기가 보기보다 닮아있다는 말은 결코 틀리지 않았다. 인간이 지구에서 살아온 시간이 1초라면 물고기의 시간은 4분이 넘고, 우리가 지금까지 탐사한 바다는 전 세계 바다의 5%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많이 관찰하고 연구해온 일부의 물고기에 대한 기록이 이 책에 있다.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아주 작디 작은 한 걸음을 딛는 셈이다. 하지만 이건 확실한 계기다. 필요한 '앎'을 확장할 기회이자 오늘 너머 내일을 바꿀 힌트다. 우선 기억하자. 당연하게도, 물고기는 알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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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에게 ‘원시적’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은 지독한 편견의 소산이다. 이러한 편견은 ‘물속에 살던 생물들은 그들 중 일부가 육지로 기어 올라간 이후 진화를 멈췄다’는 가정에 근거하고 있다. 이러한 가정은 ‘진화는 쉬지 않고 계속된다’는 개념과 완전히 모순된다. 자연 선택은 시간만 주어지면 작동을 계속한다. 지금으로부터 4억3,000만 년 전 물고기 중 일부가 육지로 올라와 네발동물로 진화한 후에도 자연선택은 남아 있는 물고기들을 대상으로 솎아내기를 계속 진행해 점진적으로 세련화시켰다. 분명히 말해두지만, 현존하는 모든 척추동물들의 뇌와 신체는 ‘원시적인 형질’과 ‘진보된 형질’의 모자이크다.” --- p.31
“청소부 물고기와 고객 물고기 간의 공생관계는 자연계에서 가장 잘 연구된 복잡한 사회시스템 중 하나다. 물고기 공생 분야의 권위자인 레두안 비샤리에 따르면 한 마리의 청소놀래기가 100마리 이상의 다양한 고객들을 구별하며, 이들과 마지막으로 상호작용한 날짜도 기억한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청소부와 고객의 공생시스템은 신뢰에 기반한 장기적 관계, 범죄와 처벌, 까다로움, 관중 의식, 평판, 아첨을 포함하는 복잡한 시스템이다. 이러한 사회적 역동성은 물고기 사회가 우리의 생각을 훨씬 뛰어넘는 의식 수준과 정교함을 지니고 있음을 시사한다.” --- p.220 “‘물고기는 … 조용하고 무표정하고 다리가 없으며, 그저 멀뚱멀뚱하게 바라보기만 한다.’ 낚싯바늘에 꿰여 물 밖으로 끌려나올 때 비명을 지르지도 않고 눈물도 흘리지 않는다. 항상 휘둥그렇게 뜨고 있는 눈은 물고기들이 아무것도 느끼지 않을 거라는 오해를 부풀린다. 하지만 물고기들은 물속에 잠겨 있기 때문에 눈꺼풀이 필요 없다는 점을 명심하라. 우리가 물고기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결정적 이유는 ‘노는 물’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낚싯바늘에 꿰여 물 밖으로 끌려나온 물고기가 울지 않는 이유는 우리가 물속에 빠졌을 때 울지 않는 이유와 마찬가지다.” --- p.3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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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초에 불과한 기억력에 고통도 눈물도 없는 원시적인 동물인가?
포유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의 종수를 합친 것보다 많은 종수를 자랑하고, 척추동물의 60퍼센트를 차지하는 동물이며, 인류보다 훨씬 전인 5억3,000만 년 전 지구에 등장해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온 존재. 바로 지구상 최대의 서식지인 물속에 사는 물고기이다. 하지만 물고기는 ‘오해’의 동물이다. 물론 새도 ‘새대가리’라는 경멸적인 단어가 붙는 오해의 동물이기는 하지만, 물고기에 비하면 약과다. 왜일까? 유명한 작가 D. H. 로렌스는 〈물고기〉라는 시에서 이런 말을 했다. 물고기는 “소리도 없고, 서로 접촉하지도 않는다. 말도 없고, 몸을 떨지도 않고, 심지어 화내지도 않는다.” 이 시는 물고기에 대한 우리의 오해를 아주 잘 대변한다. 물고기는 멍청함이라는 지각력의 부재뿐만 아니라 고통도 눈물도 모르는 냉혈동물이라는 딱지까지 붙는다. 물고기는 인간에게 전혀 공감을 자아내지 않는 동물이었던 것이다. 지은이는 이런 인간의 편견을 산산이 깬다. 상상을 초월하는 물고기들의 시각, 후각, 촉각, 미각 등 감각세계와 여느 영장류를 능가하는 물고기들의 지각력, 인간사회를 방불케 하는 물고기 사회의 역학, 그리고 인간중심주의에 일격을 가하는 처절한 물고기들의 삶을 아주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물고기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똑똑한 동물이고, 오래전에 진화를 멈춘 원시적 동물이 아니라 고도로 진화한 생물이며, 우리 인간과 너무도 닮은 우리의 ‘사촌’이라는 것이다. 물고기는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는가? 물고기는 어떻게 세상을 바라볼까? 물고기는 생각이라는 것을 할까? 통증은 느낄까? 물고기들 간에도 사회라고 할 만한 것이 있을까?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이런 질문들에 대해 이 책은 최신 과학 연구 결과들을 토대로 답하고 있다. 시각, 후각, 청각, 미각, 지자기감각 등의 감각세계를 알 수 있는 다양한 실험들은 물고기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는지 잘 보여줄 뿐만 아니라 물고기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약 100년 정도의 기간 동안 수많은 과학자들이 발견한 깜짝 놀랄 만한 물고기의 행동을 통해 물고기가 학습과 기억에서부터 개체 인식, 놀이, 도구 사용, 협동 능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기도 한다. 스트레스나 공포감, 통증, 쾌감, 놀이, 호기심, 재미, 성생활과 양육 등 물고기의 감정과 관련된 연구에서 보여주는 바는 물고기 또한 감정이라고 할 만한 것이 있으며, 인간이 생각하듯 ‘감정’이라는 것이 진화의 역사에서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 물론 책에는 과학적 검증을 거치지 않은 다양한 사람들의 일화적 관찰도 과학적 사실들 사이사이에 곁들여져 있다. 이런 일화적 관찰은 학문적 신빙성은 없지만, 아직도 수많은 물고기들이 연구되지 않고 미지의 베일에 가려져 있는 상황에서 생물학자들의 연구에 동기부여를 할 수 있다는 게 지은이의 생각이다. 물고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인간과 아주 많이 닮아 있다! 육상동물이 대기에 둘러싸여 있듯 물고기는 물에 둘러싸여 산다. 물의 밀도는 공기보다 800배나 높고 압축되지 않는 성질이 있다. 이런 환경 탓에 물고기들만의 고유한 진화 메커니즘이 가능했다. 물고기의 뇌가 작은 것도, 손이나 발 대신 납작한 지느러미를 갖게 된 것도, 유선형의 몸체를 갖게 된 것도 이들이 생활하는 환경이 물속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물고기의 뇌가 상대적으로 작다거나 손이 없다거나 하는 것으로 물고기를 판단하면 안 된다. 지은이는 이런 뇌중심적 관점,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한다. 우리가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날 때 물고기는 전에 없이 새롭게 다가온다. 지은이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물고기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결정적 이유는 ‘노는 물’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낚싯바늘에 꿰여 물 밖으로 끌려나온 물고기가 울지 않는 이유는 우리가 물속에 빠졌을 때 울지 않는 이유와 마찬가지다.” 우리 인간이 지구에서 살아온 시간을 1초라고 했을 때, 물고기는 4분이 넘게 지구에서 살아왔던 동물이다. 아울러 우리 인간에게 아직도 미지의 동물로 남아 있는 물고기가 살고 있는 전 세계 바다 중 현재까지 탐사된 부분은 겨우 5%에 불과하다. 따라서 아직도 미지의 생명체로 남아 있는 물고기에 대해 시선을 돌리고, 우리의 인식을 바꾸고, 물고기의 도덕적 권리에 대해 다시 주장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