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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서울말도 방언이라고? 방언은 “한 언어에서 사용 지역 또는 사회 계층에 따라 분화된 말의 체계”이다. 따라서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도 언어학적으로는 방언에 속한다. ‘서울 방언’을 승격시켜 표준어로 삼은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사투리 홀대로 비치기도 하는 표준어 중심 정책에 대한 비판의 주요 근거가 되기도 한다.--- p.30
이와 같은 경우가 “속상한 일이 있거나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그것을 들쑤시거나 부추기는 것”을 뜻하는 염장을 지르다입니다. 염장에는 다양한 뜻이 있는데, 염장1(炎?, 더운 지방의 개펄에서 나는 독한 기운)과 염장2(鹽醬, ①소금과 간장을 아울러 이르는 말. ②음식의 간을 맞추는 양념의 총칭)이 대표적이지요. 염장을 지르다에 쓰인 염장은 염장2의 “소금과 간장을 아울러 이르는 말”로, 그렇잖아도 상처/생채기 때문에 쓰라려 죽겠는데 거기에 소금과 간장을 지르니(뿌리니), 오죽하겠느냐는 것입니다. --- p.64 우선 답부터 말씀드리면 묘령(妙齡)이란 방년(芳年)과 마찬가지로 “스무 살 안팎의 여자 나이”를 뜻하는 말입니다. 그러니 “묘령의 중년 여성”이란 표현은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지요. 방년(芳年)에는 스무 살이라는 나이 외에도 한창 꽃답다는 뜻이 더해져 “이십 세 전후의 한창 젊은 꽃다운 나이”를 뜻한답니다. [해설] 묘령 운운한 사람은 어쩌면 질문자가 추측하신 대로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운 여인에게 알맞은 말일 듯해서 그런 추정만으로 썼을지도 모르지만, 묘령은 엄연히 스무 살 안팎의 나이를 뜻하는 말이랍니다. 이처럼 잘못된 뜻으로 묘령을 써야 할 경우에는 “나이를 짐작하기(가늠하기) 어려운” 등으로 쉽게 풀어 쓰면 도리어 의미가 명확해지죠. --- p.148 ‘스펙’이란 용어는 물건/공사와 같은 사물에나 쓰는 말이지, 사람에게 쓰일 수 있는 말은 결단코 아닙니다. 심하게 말해서 ‘스펙’은 공사판이나 제품 출하 부서로 돌려세운 뒤 “고향 앞으로 갓!” 해야 할 말이죠. 참고 로, 사람의 자질/자격/능력 등을 포괄해서 이력서에 쓸 수 있는 적절한 영어 표기는 Qualification(s)입니다. 자격[증]/자질/능력 등을 포괄하 는 오지랖 넓은 말입니다.--- p.193 꽤 오래 전에 ‘여자들의 히프의 종류’라는 제목으로 유머가 떠돈 적이 있는데, 그 내용은 이렇다. 과부의 그것은 궁기가 들어서 궁뎅이, 아줌마의 그것은 응해 주니까 응뎅이, 처녀의 그것은 꽃다우니까 방뎅이.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건 음담패설용으로 지어낸 엉터리 말들이다. 모 소설에서 부분적으로 사용된 것인데, 그걸 확대시켜 유포한 것이다. 이 말들의 올바른 뜻부터 보이면 아래와 같다. 궁둥이: 볼기의 아랫부분. 앉으면 바닥에 닿는, 근육이 많은 부분. 엉덩이: ≒둔부/히프. 볼기의 윗부분. 방둥이: ①길짐승의 엉덩이. ¶말 방둥이. 방둥이 부러진 소. ②(속) 사람의 엉덩이. 주로 여자의 것을 이를 때 쓴다. 볼기: 뒤쪽 허리 아래, 허벅다리 위의 양쪽으로 살이 불룩한 부분. --- p.288 ‘만 나이’에 보이는 만(滿)은 명사와 관형사로 쓰이는 말인데요. 각각 “시기/햇수를 꽉 차게 헤아림”을 이를 때와 “날/주/달/해 따위의 일정하 게 정해진 기간이 꽉 참”을 이르고자 할 때 씁니다. 예를 들어 ‘만 나이’ 에서의 ‘만’은 관형사로 쓰인 경우이고, ‘만으로 치면 올해 13세이다’에 서의 ‘만’은 명사로 쓰였습니다. 만 나이에서 만(滿)은 꽉 찬 것을 뜻하므 로 만 나이는 ‘꽉 찬 나이’ 또는 ‘온 나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만 나이의 상대어로 흔히 쓰이는 ‘우리 나이/한국 나이/집엣나이/집에 나이’는 모두 사전에 없는 말들로, 올바른 표현으로는 세는나이(태어난 해를 1년으로 쳐서 함께 세는 나이)라고 하는 것이 좋습니다.--- p.401 지금은 없어진 예전 장사치 중에 황아장수(荒-)라 하는 이도 있었습니다. “집집을 찾아다니며 끈목, 담배쌈지, 바늘, 실 따위의 자질구레한 일용 잡화를 파는 사람”이었죠. 그처럼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는 사람이다 보니, 한 곳에 오래 머물지 않고 떠돌아다니거나 자주 이사를 다니 거나 직업을 자주 바꾸는 경우를 빗대어 “황아장수 잠자리 옮기듯”이라 는 속담이 나왔습니다. “황아장수 망신은 고불통이 시킨다.”는 속담도 있는데, 한 사람이나 부분의 결함이 전체에 나쁜 영향을 줌을 이르는 말 이죠. 고불통은 “흙을 구워서 만든 담배통”입니다. --- p.423 여기서 주의할 것은, 고등어 한 손을 무조건 두 마리로 생각하기 쉬운 데 손이라는 단위는 무조건 두 마리가 아니라 본래 ‘한 손에 잡을 만한 분량을 세는 단위’이므로 조기/고등어/배추 같은 것은 큰 것 하나와 작 은 것 하나를 합한 것을 이릅니다. 그래서 두 마리/개가 맞지만, 미나 리/파 따위에서의 한 손은 ‘한 줌 분량’을 뜻한답니다. 즉, 한 손이라고 해서 무조건 두 개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아두시면 좋겠네요. --- p.571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말은 무엇일까? ‘없다’란다. 하기야 이 ‘-없다’가 접사로 쓰여 만들어진 말을 보면 어림잡아도 140여 개나 된다. 반면에 ‘없다’의 상대어인 ‘있다’가 접사로 쓰인 말은 몇 개나 될까? 열두어 개밖에 되지 않는다. 흔히 쓰는 말로는 재미있다/맛있다/멋있다/뜻있다/관계있다[關係-]/상관있다/값있다/가만있다가 있고, 드물게 쓰이는 것으로는 빛있다(곱거나 아름답다)/지멸있다(꾸준하고 성실하다. 또는 직심스럽고 참을성이 있다)/다기있다[多氣-]=다기지다(마음이 굳고 야무지다) 정도이다. 이건 무엇을 뜻할까. 우리가 부정적인 쪽에 훨씬 더 많이 치우쳐 살 아내고 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긍정적으로 살기. 그 출발은 어쩌면 쉬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있다’가 들어 간 말을 될수록 자주 사용하는 거다. 그 출발로 우선 멋있다/맛있다/뜻있다/재미있다 네 가지 말만이라도 자주 써보면 어떨까. --- p.5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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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실력도 어휘력이 좌우한다
‘모국어의 바다’로 찬사 받는 『혼불』의 고 최명희 작가(1947~1998)가 1998년 호암상을 수상하면서 “언어는 정신의 지문이고 모국어는 모국의 혼”이라는 소감을 남겼다. 우리말은 정신의 지문이지만 일상에서 바르게, 나아가 더욱 풍부하게 쓰려는 노력은 태부족하다. 이 땅에 태어나면 저절로 익히는 게 우리말인데 일부러 찾아서 공부할 필요가 있을까? 만일 공부를 해야 한다면, 국어도 외국어처럼 실력을 집중적으로 향상시킬 방법이 있기는 한 걸까? 이런 의문을 갖는 사람에게 권할 만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이 바로 『열공 우리말』이다. 『열공 우리말』이라는 도서명은 ‘국어 실력 열 배로 늘려주는 우리말 공부’에서 나온 제목이자 우리말을 ‘열심히 공부하자’는 중의적 의미도 담고 있다. 언어 실력을 늘리기 위해서는 풍부한 어휘력이 필수라는 것은 상식이다. 국어도 언어의 하나인 이상, 예외일 수 없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를 배우기 위해서는 『Vocabulary 22000』 등의 어휘집이 필수라고 생각하면서 유독 국어에 대해서만큼은 어휘력의 중요성을 못 느끼는 것 또한 선입견일 뿐이다. 『표준 국어대사전』에는 50만 여 어휘를 수록하고 있지만 실제로 우리가 일상어휘로 쓰는 단어는 3천 단어 수준에 불과하다. 영어는 1만 단어, 프랑스어는 3만 단어가 일상어휘로 쓰이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의 빈약한 어휘력이 국어의 풍요로움을 얼마나 제한하고 있는지 짐작 가능하다. 『열공 우리말』은 우리말에 대한 130가지 질문과 답을 통해 1천여 표제어의 뜻을 정확히 파악하고 다시 그 표제어와 분류별, 유형별, 실생활 사용례별로 연관된 1만2천여 단어를 쉽게 익힐 수 있도록 설명한 우리말 어휘 공부의 보고이다. 제시어 하나에서 출발해 수십 가지 관련 어휘 익히는 구성 『열공 우리말』은 하나의 제시어에서 시작해 그에 대한 궁금증과 지식을 풀어가면서 관련되는 수십 가지 우리말 어휘를 익힐 수 있게 구성했다. 예를 들어 302쪽을 보자. ‘담배가 기호 식품이라는데, 정말 식품이긴 한 건가요?’ 라는 질문에 이 책은 먼저 ‘기호품’의 정의를 자세히 알려준 뒤, 찾아온 손님에게 담배 한 대를 권하며 인사를 나누는 옛 풍습에서 나온 ‘대객초인사(對客初人事)’라는 말을 설명한다. 피우면 걱정 근심을 잊는다는 뜻으로 ‘망우초(忘憂草)’, 심심풀이로 피우는 풀이라서 ‘심심초’ 등 담배 자체를 일컫는 어휘를 익힐 때쯤이면 어느덧 ‘담뱃대’, ‘물부리’, ‘고불통’ 등 흡연 기구에 대한 낱말을 지나 ‘골초’, ‘철록어미(담배를 쉬지 않고 늘 피우는 사람을 놀리는 말)’, ‘담배씨네 외손자(성질이 매우 잘거나 마음이 좁은 사람의 비유)’ 등 흡연자를 지칭하는 낱말과 ‘담배씨로 뒤웅박을 판다’ 같은 흡연에서 비롯된 속담과 관용어까지 익힐 수 있다. 결국 담배라는 제시어에서 시작한 설명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담배와 관련한 낱말, 속담 등 45가지 우리말 어휘를 상세히 이해하는 구성이다. 우리나라에는 독특한 흡연 예절이 있어 “술상을 앞에 놓고 노소가 같이 즐기는 일은 있어도 담배만큼은 맞담배질하지 않는 것이 예의로 되어” 있습니다. 나이 차이가 나는 사람 앞에서 맞담배질(서로 마주 대하여 담배를 피우는 짓을 낮잡는 말)을 하다가는 버릇없는 놈이라고 혼쭐나기 마련입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예의 규범이죠. ‘맞담배’와 발음이 유사한 막담배는 “품질이 좋지 아니한 담배”인데, 예전에 시골 아낙네나 머슴들이 많이 피우던 살담배(칼 따위로 썬 담배)로 유명했던 상표명 풍년초가 그런 막담배라 할 수 있습니다.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을 놀림조로 ‘골초’라고 하는데, 실은 골초의 으뜸 의미는 “품질이 낮은, 쓰고 독한 담배”라는 뜻이랍니다. 막담배보다도 못한 담배이니 골초는 막담배의 사촌쯤 되려나요. (304쪽) 우리말, 순우리말, 한자어, 외래어의 차이를 아십니까? 이 책은 무엇보다 우리말의 개념을 바로잡아 밝히는 데 특히 공을 들였다. 풍부한 어휘가 국어 실력의 세포들이라면, 정확한 개념은 우리말의 뼈대를 이루기 때문이다. 책의 첫 질문과 답은 ‘비행기를 우리말로 하면 날틀이 됩니다’라는 문장에 담긴 오류를 풀어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사실 많은 한국인들이 국어, 우리말, 순우리말, 한자어, 외래어, 표준어 각각의 개념 차이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우리말과 순우리말(토박이말)을 같은 말로 착각하기 쉬운데, 두 말은 서로 다른 뜻을 지닌 말들이랍니다. 비행기나 철수를 飛行機나 哲秀로 적으면 우리말이 아니지만(외국어이지만) 비행기나 철수로 적으면 우리말입니다. 한자어와 외래어는 한글로 적으면 우리말이 됩니다. 이를테면, 알파벳으로 적은 bus는 외국어이지만 한글로 적은 버스는 외래어로서 우리말에 듭니다. ...(중략)... 다만, 외국어를 한글로 표기한다고 해서 모두 외래어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국어심의회에서 심의를 거쳐 외래어로 인정을 받으면 국립국어원이 발간·관리하는 《표준국어대사전》에 표제어로 오릅니다. 이런 식으로 책의 1장은 표준어와 비표준어를 2장은 옛말, 북한어, 사전에 오르지 못한 토박이말 등 공인받지 못한 우리말의 내력을 3장은 우리말의 중요한 원천인 한자어를 4장은 우리말에서 점차 비중이 높아지는 외래어를 집중적으로 설명한다. 1장부터 4장까지를 읽으면 국어라는 넓은 바다가 어떻게 구성된 세계인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5장부터 8장까지는 먹을거리, 식생활, 생활 용어, 동물과 관련된 말, 단위 등 일상에 켜켜이 쌓인 우리말의 깊은 자취를 더듬는다. 자주 접하면서도 그 뜻이나 유래를 제대로 알지 못했던 말들을 비롯해 몇 가지 단어만 사용하던 언어 생활을 풍성하게 해줄 수많은 어휘와 국어 지식을 다룬다. 5장~8장의 이 후반부는 대륙붕처럼 얕은 바다에서 깊은 심해까지 국어의 바다에 얼마나 다양한 층위가 있는지 알려준다. 넓고 깊은 우리말의 바다를 헤엄치는 기쁨 ‘열공’이라 해서 학교 졸업한 지 언젠데 다시 공부냐며 부담부터 느낄 필요는 없다. 『열공 우리말』은 수록된 130개의 문답 하나하나가 우리말 산책을 나서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는 칼럼이기도 하다. 최명희의 소설 《혼불》을 보면 주인공 이강모와 허효원의 첫날밤 장면이 나옵니다. 거기서 신부 효원은 다리속곳, 속속곳, 단속곳, 고쟁이를 입고 그 위에 또 너른바지와 대슘치마, 무지기를 입고서 마지막으로 다홍치마를 입은 것으로 되어 있지요. 모두 해서 여덟 가지인데, 겉치마인 다홍치마를 빼도 속옷만 자그마치 일곱 가지가 됩니다. 소설 속에서 표현된 대로 “몇몇 겹으로 싸고 감”은 탓에 신부는 마치 옷을 “갑옷처럼 입고 앉은” 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나중에 대슘치마, 무지기가 어떤 것인지를 알고 나면, 무지기를 입고서 그처럼 앉아 있는 일이 실제로 가능할지는 여러분들의 판단에 맡겨야 하겠지만요. (412쪽) 이 책에는 또한 마디마디에 60여 항목의 ‘덤’을 두어 우리말에 관한 뜻밖의 재미와 정보를 선사한다. ‘역사로 보는 우리말 팔자’(24쪽), ‘성서에 북한어 표기가 상당수 들어간 까닭’(99쪽), ‘한자어의 경제적 조어 능력’(124쪽), ‘한국인 열의 아홉이 실수하는 외래어’(267쪽), ‘엉덩이/궁둥이/방둥이는 어떻게 다를까?’(288쪽), ‘마블링과 소고기 등급 이야기’(495쪽), ‘탕과 국은 어떻게 다른가?’(540쪽), ‘낱말 안에서 글자의 순서’(589쪽), ‘한국인이 가장 많이 쓰는 말’(591쪽), ‘옥스퍼드 콤마’(602쪽) 등 평소에 궁금하거나 알쏭달쏭했던 문제들, 한국어의 현황과 역사에 대한 다양한 지식이 흥미진진한 외전(外傳)처럼 펼쳐진다. 『열공 우리말』은 영어 환경에서 도리어 국어의 필요성을 느끼고 모국어를 천착해온 저자의 30년간 우리말 농사의 알곡을 담았다. 1장부터 체계적으로 읽으면 우리말 개념이 바로잡히고, 어느 페이지나 내키는 대로 펼쳐 읽어도 꼬리를 무는 국어 지식과 어휘 실력을 가외로 얻을 수 있다. 초심자부터 국어 공부를 제대로 깊게 해보고자 하는 독자 모두에게 넓고 깊은 우리말의 바다를 자유로이 헤엄치는 기쁨을 알려줄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