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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서론 왜 중국의 세계관을 토론해야 하는가 상편 천하체계 : 제국과 세계 제도 하편 '천하' 개념과 세계 제도의 철학적 분석 옮긴이의 말 천하로 세계를 사유하다 찾아보기 |
趙汀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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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권 중심의 서양 '제국' 관념을 넘어, 하늘의 지지를 얻는 고대중국의 '천하' 관념을 새롭게 조명!
21세기 국제질서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사건은 '중국'의 부상이다. 미국을 제치고 21세기 제1의 강대국으로 '중국'을 꼽는 사람들도 많다. 과연 그럴까. 중국은 대국(大國)으로서의 자격을 갖추고 있을까. 이 책은 이런 '중국'의 21세기적 요청에 대한 '사상적' 탐구를 펼치고 있는 야심작이자 논쟁적 저작이다. “하나밖에 없는 현대 중국의 진정한 철학자”, “문제에 대한 열린 사고와 창조 정신으로 중국 철학의 분야에서 독자적으로 하나의 유파를 세운 철학자”, “사유가 정밀하면서도 매우 창조적인 철학자”로 평가 받고 있는 저자 자오팅양(趙汀陽, 1961~ )은 리쩌허우(李澤厚)로부터 철학을 배웠으며,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철학으로부터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이 둘의 영향, 즉 중국 고전을 통한 문제의식과 비트겐슈타인을 탐독하여 얻은 방법론적 가르침을 종합하여 저자 자신만의 독특한 철학 방법론을 세웠으니, 그것이 바로 '관점이 없는 견해'를 제시하는 것이다. 자신이 편애하는 사유 방식에 반대하고 그것을 저 멀리 떨어뜨려놓아 증명의 근거로 삼지 않은 이후에 다른 사람을 보고 듣고 생각하고 이렇게 해서 타자(他者)를 이해하는 것이 바로 '무입장'(無立場) ― 관점이 없는 견해 ― 이다. 그렇다면 이 책의 문제의식은 무엇일까. 저자가 보기에 지금껏 서구에 의해 주도되어온 전 지구적 상황은 민족과 국가를 단위로 하는 체제였으며, 그것을 극복하려는 궁극적 해결책 역시 '제국'(帝國)이라는 힘의 논리에 바탕을 두었다는 것이다. 즉 인류가 지금과 같이 난세(亂世)에 처한 것은 '세계'(世界)는 있지만 '천하'(天下)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천하'란 바로 고대중국의 철인(哲人)들이 갖고 있던 관념으로 천하를 얻는 일은 백성들의 마음(民心)을 얻는 것으로, 서양적 의미에서의 제국[패권] 개념과는 대립되는 중국 전통의 관념이다. 어떻게 보면 낡았다고 생각되는 고대중국의 관념을 갖고 21세기 국제정치의 복잡다단한 문제를 단숨에 재단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재의 주목할 만한 중국철학자가 전통의 문제와 21세기 중국이 처한 세계사적 중차대한 문제에 대해 어떤 사상적 편린을 펼쳐 보이고 있는지를 명쾌하게 제시했다는 데 이 책의 중요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그것은 민족과 국가의 패권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제국주의적인 '세계 체제'(월러스틴)의 한계를 극복하여 세계적인 정치 제도를 세우려는 저자의 사상적 야심이 고대중국의 '천하' 관념을 새롭게 조명함으로써 드러난 것이다. 세계 경제 문제 역시 '천하'의 눈으로 보면 달라진다, 그렇다면 진정 '천하'란 무엇인가 더불어 저자가 보기에 현재 전 세계적인 경제 문제의 경우, 급속도로 경제의 전 지구화가 진행되고 있어 변방의 경제 문제조차도 같은 시간과 공간 속에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음에도, 그것을 해결한 정치 차원에서의 해결책은 없다는 것이다. 저자가 중국철학자이니만큼 중국 경제에 대한 생각도 이에 준한다. 즉 비록 중국이 경제 대국이 된다고 할지라도 진정한 의미에서의 '지식 생산 대국'이 되지 못한다면 경제 대국은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곧 전 지구적 경제 문제조차도 '천하'의 눈으로 볼 때에만 해결될 수 있는, 즉 지금껏 서양의 논리로 경제 문제를 풀려고 하면 그것이 갖고 있는 원초적 한계인 민족과 국가라는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렇게 본다면 '천하' 관념이 갖고 있는 어떤 핵심적인, 서양의 논리와는 어떤 근본적인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바로 '천하'에는 경계가 없다는 것이다. 흔히 서양철학을 타자의 철학이라고 한다면, 고대중국의 천하 관념에는 '나'와 '남'의 구별이 있을 수 없다. 서양 전통의 타자 관념이 끊임없는 정복과 배제를 통한 하나로의 통일을 추구했다면, 고대중국의 천하 관념에서 하늘 아래 모든 존재는 동반자인 셈인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21세기형 중국 패권론은 아닌가 -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 책의 서론에서 분명히 밝히고 있다. 즉 “오로지 중국의 세계관만이 등급에서 '국가'보다 높고/큰 분석의 각도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세계 정치에 관한 문제에서 중국의 세계관, 즉 천하 이론만이 유일하게 합법적인 세계 질서와 세계 제도의 이론을 고려했다. 따라서 중국이 세계를 책임지고 세계를 위한 이념을 어떻게 창조하려고 하는지가 우리의 진정한 문제여야만 한다”고. 하지만 우리의 눈으로 보기에 이 역시 또 하나의 중국 패권주의가 아닐까 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같은 동아시아권에 속해 있는 우리로서는. 중국 역시 서양에 의해 문호를 열기 전까지는 동양 문명권에서는 사실상 유일 패권국이었다. 마테오리치의 「산해여지도」(山海輿地圖)에 의해 중국 전통의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天圓地方)라는 전통적 관념이 무너지고 아편전쟁으로 서양의 '힘'을 절감하고 나서야 중국은 세계에서 유일 강대국이 아니었음을 깨달았을 뿐이다. 다시금 중국은 강대국이 되어가고 있다. 아니 21세기에 미국을 제치고 유일 강대국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저자가 '천하' 관념을 통해 새롭게 세계 정치 제도를 평화롭게 이끌고 갈 구상을 하고 있지만 그것은 결국 '중국' 입장에서 그러한 것이며, 우리로서는 또 다른 제국의 논리가 아닌지 면밀히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 학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동아시아 담론'의 차원을 풍부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그렇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