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Graham Salisbury
|
서른 살인 빌 아저씨는 마이키의 양아버지가 되기에는 너무 젊었다. 하지만 그런 건 상관없다. 빌 아저씨는 최고다. 친아버지와는 딴판이다. 마이키는 자기도 모르게 콧방귀를 뀌었다. 친아버지는 아버지라고 할 수도 없다. 마이키가 태어나기도 전에 마이키와 엄마를 버리고 집을 나간 사람이다. 아들을 원하지 않았던 게 분명하다. 아니라면 집을 나갈 이유가 없다. 마이키는 생각을 멈추고 손으로 바람을 느꼈다. 시원하고 좋았다. 맨발 아래 느껴지는 금속 바닥의 따뜻함도 좋았다.
--- p.18 “세 배로 준다니까.” 어니가 또다시 말했다. “부끄러워할 것 없어.” 빌 아저씨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입을 감쳐물고 고개를 돌렸다. “우리가 손님들도 많이 소개해 줄게. 그러면 당신 평판도 좋아질 거 아냐.” 빌 아저씨는 한 손으로 팔에 묶은 붕대를 감싼 채 앉은 자리에서 몸을 돌려 창밖의 바다를 바라보았다. 한동안 긴 침묵이 이어졌다. “알았어요.” 빌 아저씨가 소리 죽여 대답했다. 마이키의 입이 쩍 벌어졌다. 뱃속에서 무엇인가가 꿈틀했다. --- p.146-147 “애송이 선장이라고 하면서 허튼 소리나 지껄이고 바다에 맥주병이나 버리는 놈들이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아요? 개도 아니고, 어떻게 구르라면 구르고 하라는 대로 해요? 잘못된 일인 줄 알면서? 어떻게 거짓말까지 하면서 그놈들 좋은 일만 시켜요? 화도 안 나요? 아니, 사람이….” “그만해!” 빌 아저씨가 고함을 질렀다. “다시는 나한테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알았어? 아버지한테 그렇게 말하는 거 아니다. 내 말 알아들어?” 마이키의 온몸 구석구석 부들부들 떨리지 않는 곳이 없었다. 아무것도 말을 듣지 않았다. 분노가 마이키를 불태우고 빨아들였다. --- p.178 빌 아저씨. 아저씨는 너무나 외로워 보였다. 마이키는 요 며칠 아저씨가 계속 그렇게 외로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캘과 어니와 함께 있어도 진정으로 함께 있지는 않았던 것이다. 단 한 번도.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수많은 감정이 차오르면서, 마이키는 갑자기 슬퍼졌다. 그리고 빌 아저씨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아저씨가 엄마를 아껴 주어 정말 고맙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저씨가 있는 한 평생 아무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터였다. --- p.194 |
|
섬에 사는 열다섯 소년 마이키. 마이키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친아버지를 본 적이 없다. 더 솔직히 말하면, 소년의 친아버지는 소년의 엄마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고 가족을 버리고 도망쳤다. 나쁜 사람, 마이키에게 ‘아버지’의 존재는 늘 ‘나쁜 사람’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아저씨가 나타났다. 그는 마이키에게 많은 이야기를 건넸고, 바다에 데려갔고, 너무도 멋진 배를 태워 주었다. 빌 아저씨는 엄마와 소년과 함께 살게 되었고, 3년 전에는 남동생도 생겼다. 태어날 적부터 눈이 먼 가냘프고 연약한 아이이긴 하지만 누구보다 사랑스러운 동생이다.
마이키는 빌 아저씨와 함께 거의 매일 바다에 나간다. 아저씨가 하는 일은 심해 낚시 사업이다. 마이키의 눈에 빌 아저씨는 누구보다도 훌륭하고 멋진 사람이다. 흠 하나 없는 고결한 영혼의 완벽한 사람이다. 이번에 함께 낚시를 나가게 된 손님들은 꽤나 괴팍하다. 심술도 많고 비꼬기도 잘하고, 자꾸 아저씨를 무시하고 조롱한다. 낚시도 생각만큼 잘되지 않아 속이 상해 죽겠다. 그러던 중, 아주 기가 막힌 물고기를 잡았다. 이 녀석 정도면 신문에 빵빵하게 기사가 날 수 있고, 기록도 세울 수 있고, 엄마와 남동생과 빌 아저씨와 마이키는 더 많이 행복해질지도 모른다. 그런데 손님들이 아저씨에게 협상을 제안한다. 돈을 더 많이 줄 테니 조용히 입 다물고 ‘자신들의 공’으로 돌리라는 것이다. 그러는 게 인생에 좋을 거라고 협박까지 한다. 마이키에게는 도통 이해되지 않는 어이없는 상황인데, 아저씨가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렇게 하겠다고 고개를 끄덕이고, 사람들 앞에서 증인까지 서겠단다. 마이키는 아저씨가 이해되지 않았다. 수치스럽고 비겁하고 증오스러웠다. 하지만 아저씨의 거짓말과 선택 사이에는 뼈아픈 진심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
|
소년이 자라서 아빠가 된다. 아이들아, 아빠도 좀 부탁해!
2008년 10월, 소설 『엄마를 부탁해』(신경숙 지음/창비)를 필두로 ‘엄마 열풍’은 대한민국 문화계의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책, 영화, 연극, 뮤지컬 등 장르를 불문하고 세상 모든 엄마와 딸의 보편적 감성과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 넘쳐 났다. 소재와 형식은 제각각일지라도 그 모든 자화상은 나의 것이었고 우리 엄마의 것이었으며, 모든 여자들의 것이었다.
쉽게 사라지지 않는 ‘엄마 열풍’은 아빠의 그림자로서만 존재했던, 나이 든 여자에 대한 뒤늦은 사회적 성찰이며 존경의 헌사이다. 우리는 ‘엄마’의 모든 역할을 당연시하며 때로는 엄마를 멸시하고 때로는 엄마를 조롱하며 자랐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겹겹의 성장통을 겪은 후에야 비로소 깨닫게 된다. 엄마도 나와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사람의 하나였음을 말이다. 그렇다면 지금 여기 우리들의 ‘아빠’는 어떠한가. 엄마가 그간 사회와 가족 안에 쌓여 왔던 ‘빚’을 반짝반짝하는 ‘빛’으로 보상받는 동안, 대한민국 아빠들은 점점 제자리를 잃어가는 추세다. 집에서 쫓겨나는 아빠, 직장에서 쫓겨나는 아빠, 기러기가 되어 혼자 사는 아빠…. 아빠의 그늘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가장의 위치는 한 가족을 책임지는 가장 큰 권력이면서도 그 권력이 짐이 되고 부담이 되는 슬픈 현실을 홀로 감싸 안는다. 가족을 위해서라면 정직함도 포기해야 할 우리 시대의 애잔한 초상, 아버지에 대한 성찰 하지만 엄마와 딸처럼 살갑지 못한 아빠와 아들이라는 관계의 특성 탓일까. 아빠를 따뜻하게 보듬는 작품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아빠가 가족 위해 고생하는 거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라며,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을 굳이 말해서 뭐하나 싶은 분위기도 무시하지 못한다. ‘새삼스레 아빠라니’ 싶어 왠지 모르게 낯간지럽기도 하다. 그러나 이토록 바쁜 세상에,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서로의 마음을 확신하며 살아간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표현을 했을 때, 낯간지러움을 참고 용기를 내었을 때, 말을 건넸을 때, 비로소 ‘꽃’이 되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지금 우리들에게는 ‘아빠’가 그러하다. 가족을 위해서라면 자기 자신의 소신을 버리고 정직함 대신 수치심을 선택하기도 하는 사람. 가족의 안정과 미래를 위해 두 눈 질끈 감고 모든 화살을 제 가슴에 꽂으며 고통을 감내하는 사람. 바로 우리 시대의 애잔한 초상, ‘아버지’다. 여기 한 남자가 있다. 빌 몽크스, 나이 서른. 아내와 두 아이를 책임지는 ‘가장’이 되어가는 중이다. 여기 한 소년이 있다. 마이키, 나이 열다섯. 양아버지 빌 몽크스가 인생 최고의 멘토이자 롤모델이다. 빌 몽크스처럼 살고 싶었던 마이키는 빌의 비열한 모습을 본 후 충격에 휩싸인다. 하지만 그 모든 선택과 행동이 ‘자기 자신’이 아닌 ‘가족’을 위한 것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마이키.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었을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하며, 당신은 언제나 나의 캡틴이라고, 아버지에게 세상 가장 아름다운 ‘꽃’을 전하는 마이키의 따뜻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자. 열다섯 소년의 가슴 시린 성장통, 발 딛고 살아가는 ‘진짜 세상’에 한 발짝 더 다가가다 모든 사람은 ‘열다섯’이라는 나이를 통과한다. 열다섯에는 옳음과 그름 사이에 존재하는 수많은 선택의 기로와, 사실과 거짓말 사이에 놓인 진심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세상 모든 한정된 관계에 갇혀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러한 이유로 자신이 보고 느끼는 세상이 ‘전부’라고 생각하게 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열다섯’이라는 나이는, 머리로 이해할 수 없는 삶의 미로를 힘겹게 통과하게 된다.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인생 공부’와 ‘사람 공부’를 서서히 시작하는 시기인 것이다. 이 책은 인생에 대한 배움이 움트지 않은 열다섯 소년이, 사람을 향한 미움과 배신의 소용돌이를 지나 ‘그럴 수도 있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는 과정을 그려 나간다. ‘왜 그래야만 했나요’라는 물음은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그 해답을 영원히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 쉼 없는 파도처럼 크고 작은 사건의 연속이자 정답 없는 삶의 성장통을 앓으며, 소년은 성숙한 변화와 발전으로 진짜 세상에 한 발짝 가까이 나아가게 된다. 뉴베리상, 칼데콧상과 함께 미국의 3대 아동ㆍ청소년문학상으로 꼽히는 보스턴 글로브ㆍ혼북(Boston Globe-Horn Book) 수상작! 보스턴 글로브-혼북상은 1967년 처음 제정된 상으로 ‘뉴베리상’, ‘칼데콧상’과 더불어 미국 3대 아동ㆍ청소년문학상으로 불리며, 상당한 권위를 차지하고 있다. 보스턴 글로브-혼북상을 수상한 작품 중 국내에 소개된 책으로는『하늘을 달리는 아쳀』(제리 스피넬리 지음/다른), 『그리운 메이 아줌마』(신시아 라일런트 지음/사계절), 『프란시스코의 나비』(프란시스코 지메네즈 지음/다른) 등이 있다. 이 책을 통해 그레이엄 샐리즈버리는 2002년 보스턴 글로브-혼북 픽션 부분을 수상하였다. 작가는 굴곡 많았던 성장기를 바탕으로 청소년들에게 변치 않는 사랑과 이해를 글로 전하는 작업에 힘쓰고 있다. 사회적 주제의식을 담아내는 세계 테마 문학 《비바비보》시리즈의 열한 번째 책 비바비보는 뜨인돌출판사의 청소년 문학 브랜드로, ‘깨어 있는 삶’이라는 뜻의 에스페란토어다. 탄탄한 이야기에 사회적 주제의식을 담아냄으로써, 청소년들이 ‘더불어 사는 삶’에 촉수를 대고 늘 깨어 살아가기를 바라는 뜻에서 기획되었다. 1권 『티모시의 유산』은 백인 소년이 흑인에 대한 편견을 벗고 친구가 되는 과정을, 2권 『내일은 도시를 하나 세울까 해』는 아이들만 남은 세상에서의 생존과 권력 구조를, 3권 『황허에 떨어진 꽃잎』은 독일로 입양된 중국 소녀의 정체성과 용서의 문제를 다루었다. 그 뒤를 이어, 미래 환경 문제를 다룬 『태양이 없는 땅』, 어린이 인권의 아픈 현실을 밝힌 『사막으로 사라진 아이들』, 12살 소년의 세상을 바꾼 아이디어 『트레버』, 말로 전할 수 없는 가치의 소중함을 일깨운 『기관차 선생님』, 불의로 가득한 세상을 살아가는 두 소년의 삶을 조명한 『굿바이, 찰리』, 홀로코스트 당시 버려진 9살 소녀의 생존기를 다룬 『바람에게 부탁했어』,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모습을 풍자한 이야기『우리 옆집에 요정이 산다』가 독자들의 호평을 받으며 테마 문학으로 자리를 잡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