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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제1부 조선의 기이한 동물 01 조선시대에 등장한 트랜스젠더 닭 02 흰 까마귀와 알비노 03 두 번이나 귀양을 간 조선의 코끼리 04 창덕궁에 새끼를 친 어미 호랑이 05 두모포 어부의 그물에 걸려든 괴생명체 06 탁란을 바라본 세종의 시각 07 개의 머리를 달고 태어난 쌍둥이 제2부 조선을 뒤흔든 자연현상 08 조선 천지를 놀라게 한 지진 09 숙종의 죽음을 암시한 흑점 10 조선 최악의 발칙한 사건-아내가 장가를? 11 광해군 때 목격된 조선의 UFO 12 사육신을 궁지로 몰아넣은 핼리혜성 13 중종, 타락죽을 먹고 비소에 중독되다 14 아인슈타인과 세종대왕 그리고 일식 제3부 조선의 진기한 기술 그리고 발명 15 사진 속 조선군의 솜옷 미스터리 16 세계 최초 측우기 속에 담겨 있는 태종의 눈물 17 중국 사신도 깜짝 놀란 조선의 화약 기술 18 한글 창제에 숨겨진 비밀 19 한여름의 얼음 사치와 빙고청상 20 안경에 얽힌 정조의 고민 21 백범 김구를 살린 덕진풍 22 쓸모없고 아름답지 못한 천리경 23 짙은 염색으로 사치를 누린 백의민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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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5년(중종 10) 3월 18일의 기록에 의하면 암탉이 수탉으로 변한 상황이 다음과 같이 묘사되어 있다.
“강릉 사람 김문석의 집에, 반쯤 검은 암탉이 2월 초부터 변화하여 수컷으로 되었다. 머리 위의 붉은 볏이 수탉과 매우 같고 목털이 연하고 길며 발이 크고 며느리발톱이 나기 시작하였다. 온 몸이 붉은 수탉이 되어 길게 우는데 우는 소리가 반은 쉬었다.” 외형은 완전히 다른 성으로 바뀌었지만 목소리는 여전히 예전 성의 특징을 지니고 있는 트랜스젠더처럼 수탉으로 변한 암탉이 쉰 소리로 울었다니 매우 흥미롭다. 과연 암탉이 저절로 수탉으로 변신하는 게 가능한 일일까. (중략) 1559년(명종 14) 10월 24일 경상도 의성의 민가에서 암탉이 수탉으로 변한 사건에 대해 실록은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천지 사이에 생명이 있는 물건은 태어날 때부터 암컷과 수컷이 정해져 결코 서로 뒤바뀌지 않는 것이니 이는 음과 양의 바꿀 수 없는 정해진 이치이다.” 그럼에도 왜 암탉이 수탉으로 변하는 해괴한 이변이 자주 일어났던 것일까. 그 이유는 다음에 이어지는 문구에 잘 드러나 있다. 『서경』에 ‘암탉은 새벽에 울지 않는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고 하였다. 암탉이 새벽에 우는 것도 오히려 집안이 망한다고 하였는데 더구나 수탉으로 변해 볏과 며느리발톱이 나고 울기까지 하였음에랴.”바로 그것이다. 조선시대 민가에서 가장 많이 기르던 가축인 닭의 변고는 괜히 일어난 게 아니었다. 최고 권력이 집중된 궁궐에서 여성들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높았던 때 어김없이 트랜스젠더 닭이 출현하고 있다. 그중 1~2년 사이에 암탉이 수탉으로 변한 기록이 집중된 중종과 명종 때가 그 같은 정황이 잘 드러나는 좋은 사례에 해당된다. 『중종실록』에는 암탉이 수탉으로 변한 기록이 모두 다섯 차례 나타난다. 그중 4회가 1514년(중종 9) 11월 30일부터 1515년(중종 10) 3월 18일까지 약 4개월 동안에 집중되어 있다.---pp.15~18 세계적인 기록문화 유산인 『조선왕조실록』에서도 UFO로 여겨지는 괴물체의 출현을 자세히 묘사한 부분이 있다. 때는 1609년(광해군 1) 8월 25일, 하늘이 청명하여 사방에 구름 한 점 없던 날이었다. 강원 감사 이형욱이 보고한 바에 의하면 그날 강원도 간성, 원주, 강릉, 춘천, 양양에서 동시에 이상한 물체를 보았다는 목격담이 이어졌다고 한다. 그 내용은 한 달 후인 1609년 9월 25일자 『광해군일기』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간성군에서 8월 25일 사시 푸른 하늘에 쨍쨍하게 태양이 비치었고 사방에는 한 점의 구름도 없었는데 우레 소리가 나면서 북쪽에서 남쪽으로 향해 갈 즈음에 사람들이 모두 우러러 보니, 푸른 하늘에서 연기처럼 생긴 것이 두 곳에서 조금씩 나왔습니다. 형체는 햇무리와 같았고 움직이다가 한참 만에 멈추었으며 우레 소리가 마치 북소리처럼 났습니다.” 사시면 오전 10시경인데, 원주와 강릉에서도 역시 똑같은 시간에 이상한 물체가 목격됐다. “원주목에서는 8월 25일 사시 대낮에 붉은 색으로 베처럼 생긴 것이 길게 흘러 남쪽에서 쪽으로 갔는데 천둥소리가 크게 나다가 잠시 뒤에 그쳤습니다.” (중략) 8월 16일 충청도 보은에서는 우레 같은 소리와 함께 지진이 일어나 집이 흔들렸다는 기록도 보인다. 당시는 16세기 중반부터 시작된 소빙하기의 영향으로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온과 자연재해가 급증하던 시기였다. 그럼 광해군 때 강원도 하늘에 나타난 괴비행체는 기상이변의 속출과 더불어 나타난 유성에 불과했던 것일까.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아 그럴 가능성은 충분하다. 유성이 빠른 속도로 떨어질 때 대기와 충돌하면서 유성 표면에서 떨어져 나온 물질들이 하전 입자로 변한다. 이 이온화된 원자들은 들뜨게 되어 가시광선을 복사, 빛을 만들어 낸다. 유성 중에서도 특히 크고 밝은 것을 불덩어리 유성(fireball: 화구)이라고 하는데, 특히 이 경우 비적이라고 하는 밝은 잔상이 운석의 머리 뒤로 남게 된다. 레이더조차 실제 물체와 비적의 흔적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UFO로 오인하기에 딱 알맞다. ---pp.138~1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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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경악시킨 미스터리한 사건들, 그 뒤에는 무엇이 숨어있는 것일까?
과학과 역사의 눈으로 들춰낸 조선왕조실록의 해괴한 비사들! 세계 최초의 로켓무기 신기전, 당대 최고의 활자 기술인 갑인자, 가장 정교한 관측을 수행한 천문대인 간의대, 과학적 수사의 원칙을 세웠던 최고의 법의학 서적 신주무원록……. 모두 조선 초기인 세종 당대에만 이루어진 조선 과학의 절정들이다. 그런데 이토록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던 조선은 어찌하여 상식적으로 믿기지 않는 다음과 같은 일들을 떡하니 조선왕조실록에 남기고 있을까? “강릉 사람 김문석의 집에, 반쯤 검은 암탉이 2월 초부터 변화하여 수컷으로 되었다.” -『중종실록』 “종친 서성정의 집에서 한 여종이 한꺼번에 아들 세쌍둥이를 낳았는데 사람 몸뚱이에 개의 머리여서 사람들이 모두 해괴하게 여겼다.” -『중종실록』 “길주 사람 임성구지는 음양이 모두 갖추어져 지아비에게 시집도 가고 아내에게 장가도 들었으니 매우 해괴합니다.” -『명종실록』 이런 기록들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 것일까? 한편으로는 조선의 놀라운 과학정신을 칭송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아직 비과학적이고 무지한 미신이 지배하던 시대였다고 말하는 것은 모순이 아닐까? UFO가 날고 트랜스젠더 닭이 울었사옵니다는 조선왕조실록 곳곳에서 나타나는 해괴한 비사들을 당대의 역사적 시각과 과학의 통찰력이 마주치는 지점에서 다시 읽어 내려고 시도하는 흥미로운 교양서이다. 과학과 역사의 현미경을 들이대니 정통 과학의 그림자에 감춰진 비사들에서 무궁무진한 새로운 이야기들이 튀어나온다. 역사는 새롭게 읽어 내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과학의 눈으로 보면 숨겨진 새로운 역사가 보인다! 1565년(명종20년)의 기록을 보자. 이날 두모포(지금의 옥수동 한강변)에서는 “흰 빛깔에 비늘이 없고 턱 밑에 지느러미 3개가 있으며…… 머리 위에 구멍이 있어 물을 빗물처럼 내뿜는, 크기가 배 한 척만 한 기괴한 생물”이 그물에 잡힌다. 생김새가 물고기처럼 생기지 않아 어부도 무슨 고기인지 알지 못한다고 사관은 그 정황을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얼마나 해괴한 고기였으면 왕조의 공식 역사에까지 그 흔적을 남겼을까. 이 기괴한 거대 물고기가 영화 괴물에 나오는 것처럼 환경오염의 산물은 아니었을 것이다. 저자는 이 물고기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정조 때의 난호어목지나 세종 때의 운부군옥 등 과거의 사료들을 참조하며 역사적인 관련 기록들을 추적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소장의 견해를 언급하며 이 거대 물고기의 정체를 추측하고 있다. 이러한 추적이 단지 여기에서 그친다면 단순한 과학 오타쿠의 역사 읽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당시 사관이 이 해괴한 물고기에 관한 내용을 기록한 사유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생명체의 출현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정황에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한강의 어구로 발전한 두모포의 역사를 되짚으며 이 물고기가 주목을 끌게 된 것이 당시 두모포에서 물고기들을 위해 공양을 드리던 당대의 요부 정난정의 몰락과 관련이 있음을 알려 준다. 당시 사람들은 이 물고기의 출현을 명종의 어머니였던 문정왕후의 동생 윤원형과 그의 애첩 정난정의 횡포에 대해 하늘이 경고하는 것으로 받아들였고, 공교롭게도 3일 후 문정왕후가 세상을 떠나면서 이 세도가의 몰락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암탉이 수탉으로 변했다는 해괴한 사건도 이처럼 정치적인 맥락에서 새롭게 읽힌다. 생물의 성전환에 대한 과학적 지식과 함께 역사에서 종종 등장하는 이러한 ‘비과학적인’ 성전환 동물에 대한 보고가 실은 외척 세력이나 왕후비빈이 나서서 득세할 때 상소의 의미로 등장하곤 했기 때문이다. 무궁무진한 이야기의 원천인 조선왕조실록 과학의 눈을 통해 일상을 발견하고 상상력을 얻는다! 이렇게 새로운 눈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의 비사 뒤에서 우리는 과학과 정치의 조우를 목격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예상치 못한 인간적인 면모를 만나게 되기도 한다. 조선의 왕들이 우유로 만든 죽인 타락죽을 먹었다는 역사적 사실도 흥미롭지만 물속에 용해되어 있던 독소인 비소가 우유에 농축되어 왕의 생명을 위협했을지도 모른다는 과학적 가설을 마주치면 더더욱 흥미롭다. 하지만 자식을 뒤주에 넣어 죽인 비정한 왕 영조가 ‘자식을 어미에게서 떼어 내는 짓’을 못할 짓이라 하여 타락죽을 올리지 말라고 명을 내리는 장면을 보면 가슴이 아련해지기도 한다. 『조선왕조실록』은 1대 태종에서 25대 철종에 이르기까지 472년간의 역사를 기록한 것으로 1997년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왕과 왕실을 중심으로 하여 왕의 모든 행위가 기록대상이 된 『조선왕조실록』은 정치, 외교, 경제, 군사, 법률, 산업뿐만이 아니라 당시의 생활상 및 풍속, 사상, 과학 등까지 다방면의 역사적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저자는 실록을 살펴보며 ‘어떻게 이런 것까지 적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세세함과 일상성에 감탄했다고 한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집 처마에 딱새가 집을 지었는데 거기에서 태어난 새끼의 크기가 산비둘기만 하다는 내용도 임금에게 일일이 보고되고, 부엉이가 궁중 안에서 운 것까지도 기록되어 있다. 또 조그만 시골 마을에서 발이 더 많이 달린 송아지나 강아지가 태어나도 그 생김새가 어떠하다는 사실까지 상세히 보고되었다. 그 세세함과 일상성 덕분에 저자는 트랜스젠더 닭, 조선의 UFO, 한강의 괴생명체 등의 자료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UFO가 날고 트랜스젠더 닭이 울었사옵니다』는 국내에서 출간된 『조선왕조실록』 관련 저서 중 최초로 과학적 시각으로 접근을 시도한 책이다. 과학이라는 씨실과 날실로 촘촘히 엮인 이 책에서 『조선왕조실록』을 읽는 새로운 재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