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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게 Prelude 1장 2장 3장 Interlude 4장 5장 6장 7장 8장 9장 10장 11장 12장 13장 14장 Denouement 15장 후기 해제 어휘 설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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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엘 이게리노스 씨죠? 안토니우 경관입니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불편을 끼쳐서 죄송합니다만, 도움이 좀 필요해서요. 혹시 스테파노스 칸다르트지스라는 분과 알고 지내던 사이였나요?”
가슴이 두방망이질 치기 시작했고, 얼굴에서 피가 모두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나는 경관이 과거 시제로 물은 것을 되물었다. “알고 ‘지내던’ 사이였느냐고요? 왜 ‘지내던’ 이라는 과거형으로 묻죠? 스테파노스는 내 절친한 친구예요. 어제 오후에도 함께 있었어요.” “죄송합니다, 이게리노스 씨.” 그가 말을 이었다. “오늘 새벽에 스테파노스 씨가 자택에서 시체로 발견됐습니다. 혹시 그분의 아파트로 저와 동행해 주실 수 있는지 여쭤 보려고 찾아왔습니다.” 스테파노스를 생각하니 침도 삼키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어떻게 된 거죠? 내 말은…… 어제까지만 해도 무사했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요?” “아직은 우리도 자세한 상황을 모릅니다. 집주인이 처음 발견했답니다. 그리고 그 여자 분이 선생님께서 어제 오후에 사망자와 함께 있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사망자는 친척이 없어서 선생님을 찾아온 겁니다.”---pp.16~17 “우리 중 어느 누가 가려진 미래의 장막을 걷어내는 일을 기뻐하지 않겠습니까? 다가오는 세기에 과학이 이룩하는 발전에 눈길을 주고, 그 발전의 비밀을 벗기는 것을 어느 누가 마다하겠습니까?” 그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차세대 수학계를 이끌어 갈 주도적인 인물들이 이룩하고자 애써야 할 목표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넓고 풍성한 수학적 사고의 영역에서 어떤 새로운 방식과 사실이 새로운 세기를 열어 나갈까요?” 연설은 죽은 듯이 고요한 침묵 속에 이어졌다. 그는 모든 과학 분야의 발전에서 문제의 결정적인 역할을 강조했다. 심지어 풀지 못한 난제들이 과학의 살아 있는 증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더 이상 풀어야 할 문제가 없다는 것은 독립적인 발전 가능성의 결여나 멸종을 보여 주는 전조입니다.” …… 힐베르트는 우리가 연구를 할 때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수학 문제에는 반드시 해답이 있다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논문을 써내느라 애쓰는 동안 우리는 끊임없이 들려오는 내면의 소리를 듣습니다. ‘여기 문제가 있다. 해답을 찾아라. 수학의 영역에는 이그노라비무스(ignorabimus: 무지, 알 수 없는 것)란 없으니 순수한 이성만으로 그것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p.42,44 “아직까지 풀리지 않은 문제인데, 앞의 문제와 같은 상황을 3차원 공간으로 전환하기만 하면 되는 거야. 동일한 크기의 구체를 가능한 최소한의 공간만을 남기면서 쌓아 올리려면 어떤 방법이 가장 좋을까?” “맙소사, 도대체 누가 그런 걸 알고 싶어 해요?” 앙투아네트가 투덜거렸다. “청과물 상인. 사과와 오렌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쌓아 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늘 고민할 테니까.” 파야레스가 대답했다. “본인이 얼마나 정확한 답을 말했는지 알면 깜짝 놀랄걸.” 내가 말했다. “정말로 수학자들도 이 문제를 ‘청과물 상인 문제’라고 불러. 물론 청과물 상인들은 그 문제를 오래전에 해결했지. 그들은 우선 등변삼각형의 기본 틀을 마련하고자 바닥에 사과 한 층을 깔아 놓는데, 이전 문제에서 우리가 동전으로 했던 방식과 똑같이 한다고 생각하면 돼. 그렇게 하면 사과 세 개마다 하나의 삼각형이 형성되고 그 중심에는 사과 하나가 더 들어갈 수 있지. 그 위에 두 번째 층이 놓이는 거고, 그다음부터는 계속 같은 방식을 유지하면 되는 거야.”---p.107 “에바리스트 갈루아는 나폴레옹 전쟁 시기에 태어났어. 그의 가족은 황제와 혁명에 헌신했지. 하지만 부르 라 렌(Bourg-la-Reine)의 시장으로 있던 그의 아버지는 불운하게도 교회의 권위자들과 심하게 충돌했어. 결국은 1829년 교구 목사가 꾸민 음모의 희생자가 되어 절망한 나머지 자살하게 돼. 아버지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어린 갈루아는 말 그대로 질풍노도의 학창 시절을 보내게 되나 봐. 수학 선생님만 제외하고는 모든 선생님이 그의 피를 보고 싶어 안달했을 정도라니 말 다했지. 고등학교를 마친 후에는 에콜 폴리테크니크(ecole Poly technique, 국립이과학교)에 입학하려고 두 번이나 원서를 냈는데, 두 번 다 떨어지고 결국 에콜 노르말(ecole Normale, 파리고등사범학교)에 입학하게 돼. 당시 에콜 노르말은 그다지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았어. 당시 갈루아는 5차방정식 문제뿐 아니라 전체 다항 방정식의 일반적인 문제도 다 해결한 상태였어. 사칙연산과 제곱근을 이용해 풀 수 있는 다항식과 그렇지 않은 다항식을 구분해 내는 기준을 발견했지. 그리고 그 연구 결과를 적어 코시에게 보냈어. 그런데 코시가 그걸…….” “잃어버렸다는 거야?” 내가 끼어들었다. “정확해, 미카엘. 잃어버렸어. 그러니 내가 그에게 분노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 미래의 수학계를 구원할 수도 있었던 당대의 가장 뛰어난 수학자 두 명의 연구 결과를 몇 년 사이에 두 개나 잃어버린 거라고.” “왠지 네 분노가 정당하다는 생각이 들려고 하는걸. 그래서 갈루아는 어떻게 됐어?” ---pp.127~1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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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이 흥청대고 수학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던 1900년의 파리,
위대한 수학 프로젝트인 힐베르트의 문제와 함께 시작된 우정 성공한 그리스의 사업가인 미카엘의 집에 어느 날 경찰이 찾아온다. 오랜 친우이자 중학교 수학 교사인 스테파노스가 지난 밤 살해당했다는 것이다. 바로 전날까지 그를 만나 대화를 나누었던 미카엘은 친우의 급작스런 죽음 앞에서 처음 그를 만났던 때를 떠올린다. 그것은 만국 박람회가 열리던 1900년의 파리였다. 발명가들과 투자자, 예술가들과 온갖 구경꾼들이 활보하는 파리에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는 수학자들도 모여들었다. 제2회 국제 수학자 대회가 파리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수준이었던 괴팅겐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던 미카엘은 이 학파의 수장인 힐베르트의 기조연설을 듣기 위해 일부러 파리를 찾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평생의 지기가 될 스테파노스를 만난다. 그들은 독일과 프랑스, 서로 다른 나라에서 거주했지만, 수학을 전공하는 같은 그리스인이라는 반가움에 곧 의기투합하고 어울리기 시작했다. 스테파노스와 미카엘은 세계에서 몰려든 저명한 수학자들의 면면을 엿보고 그들의 강연을 듣는 한편, 술집에서 어울린 예술가들에게 수학을 설명해 주며 유쾌한 청춘의 한때를 보낸다. 이것이 평생으로 이어질 우정의 시작이었다. 그때만 해도 둘 다 이 우정이 스테파노스의 비극적인 죽음으로 종말을 맞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도대체 누가, 왜, 가난한 수학 교사를 죽였을까. 결코 발견되어서는 안 될 비밀의 수학 공식 2500년 만에 재현된 피타고라스 살인 사건! 주인공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되기는 하지만 이 소설은 결코 살인범을 찾는 미스터리 소설은 아니다. 그 실마리는 일찌감치 주어져 있었다. 회상 사이사이 끼어드는 액자 소설의 형태로 최초의 피타고라스 살인 사건, 즉 히파소스의 이야기가 서술되기 때문이다. 만물은 수라고 믿었던 피타고라스학파에게 ‘수’란 정수와 정수의 비(유리수)만을 의미하는 것이었고, 따라서 정수의 비로 표현될 수 없는 수가 존재한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지만 히파소스가 변의 길이가 1인 정사각형의 대각선의 길이가 √2이며 이것은 정수의 비로 표현될 수 없는 수라는 걸 알아내고 그 사실을 발표하려 했다. 그리고 그는 금기를 어겼다는 이유로 추방당하고 배에서 바다로 던져졌다고 한다.이 이야기를 통해서 스테파노스를 죽인 범인이 암시되고, 이제 독자는 그 이유를 궁금해 하게 된다. 스테파노스는 도대체 무엇을 발견했던 것일까? 범인은 무엇을 지키기 위해 그를 죽여야만 했을까? 살인의 동기를 알기 위해서 독자들은 미카엘의 회상을 따라가며 19세기부터 20세기까지의 수학사를 함께 이해하게 된다. 그것은 수학사 전체를 뒤흔든 지적 혁명과 깊은 관련이 있다. 2000년 넘는 기간 동안 ‘단 하나의 수학’이었던 유클리드의 기하학은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발견으로 인해 그 지위를 상실하고, 수학은 이제 더 논리적으로 확실한 근거를 요구하게 되었다. 페아노, 러셀, 프레게, 칸토어 등 주인공들의 첫 만남에서 언급되는 이들이 바로 그 주역들이다. 힐베르트는 이렇게 새로 제안된 공리계가 무모순이며 완전한 것을 입증할 방법이 있는가 하고 그의 두 번째 문제에서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스테파노스는 바로 그 자리에서 자신이 그것을 풀겠노라고 마음먹는다. 하지만 이것은 누군가에게는 막연한 불안감을 가져오는 것이었다. 어떤 공리계라도 그것의 무모순성과 완전함을 입증하는 공식이나 절차가 만들어진다면, 그 공식에 따라 새로운 공리계들을 마구 만들어내는 일이 생겨나지 않을까? 그렇다면 수학은 창조적인 지적 작업이 아니라 단순한 기계적 절차로 전락하는 게 아닐까? 스테파노스는 새로운 수학의 창조라고 생각하지만 미카엘은 창조적 수학의 종말이라고 믿었던 바로 그 공식, 그 공식이 결국 살인을 부른 것이다. 마치 오래 전에 피타고라스학파가 히파소스를 물에 빠뜨려 죽였던 것처럼 말이다. 역사와 상상이 절묘하게 결합된 팩션 여태껏 접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유형의 수학 소설 이 소설의 재미는 역사와 허구가 적절하게 뒤섞여 있다는 것이다(작가는 실제의 역사와 자신이 꾸며낸 부분을 후기에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로트레크와 피카소, 물랭루주의 도시 파리는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수학적 프로젝트인 힐베르트의 문제들이 발표된 역사적인 장소였으며, 이곳에 위대한 수학자들이 모여 이 기념비적인 발표를 듣고 열띤 토론을 벌였던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소설의 두 주인공들의 운명을 엇갈리게 만든 전쟁과 혁명 등 역사의 소용돌이도 모두 실제 벌어졌던 일들이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이 이 소설을 독특한 수학 소설로 만들? 있다. 리만과 보여이, 로바체프스키 등에 의한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혁명, 칸토어에 의한 무한의 혁명 이후 페아노와 프레게, 러셀, 힐베르트에 의한 수학 기초론 논쟁, 그리고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에 의한 결정적인 해결에 이르기까지 19세기부터 20세기 지성사의 가장 찬란한 페이지 중 하나라고 부를 수 있는 역사가 두 친구 사이의 비극적인 운명과 살인 사건의 이야기 속에 온전하게 녹아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들이 피카소 무리와 함께 나누는 대화나 미카엘이 부인과 나누는 대화 속에서 타일 덮기, 케플러의 추측, 오일러의 한붓 그리기 등 많은 수학적인 아이디어들이 쉽고 재미있게 서술되는 것도 흥미로운 읽을거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