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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양말 한 짝 모래의 역사 세밑을 보다 선사의 바다 서울행 순간과 속도 달은 매일 다른 길을 걷는다 중심을 딛다 부드러운 힘 흑백사진 저녁바람 12월의 사과나무 바람에 나부끼는 모래알처럼 대둔사 개구리 나비 맥놀이 물달팽이 거울 책 결혼 따뜻한 섬모 오래된 금은방 달에게 말하다 능소화 불인지 그래서 아름다웠네 6호선 계수나무 숲에서 길을 잃었네 모눈의 여름 아내를 프리지아로 착각한 남자 고양이, 너에게 줄게 거대한 밤 시간의 무덤 빈센트를 위하여 버지니아 버지니아 사는 동안만은 꼭, 귀가 울다 당신도 혹시 오징어 꽁치 은화의 매생이 거미 아이소핑크 실비식당 굿모닝 정오의 시간이 천천하다 예의바른 가을 발 가죽 위나 더 네가티브 오만의 집 전통 시장전 완력과 완장 귀를 씻으며 진수 해설 - 선한 씨앗과 부드러운 힘_도종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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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태어나는 순간, 그녀는 이미 죽었다 머리말도 없이 시작된 그녀의, 얼룩이 번져 밑줄조차 희미해진 그녀의, 누렇게 상한 등을 가볍게 쥐고 옷섶을 펼치는 이, 누구신가 한때 반짝이던 빨간 느티의 추억을 노란 은행의 가을 저녁을 열어보시는가98페이지에서 울던 여자를 132페이지에서 나타난 여자가 끌어안는다 희미하게 웃는다 사라지던 흰빛이 옷섶 밖으로 쏟아져 퍼진다 고개를 드는 몇 번의 발단과 전개와 위기 속, 얼룩이 심한 216페이지와 217페이지 사이에서 그녀의 아이가 태어났다 짧아지는 문장과 늙어가는 오후, 깊이 눌린 압화(押花) 각별하지 못했던 대단원 이후 맺음말은 없었다 날개에 두어 줄의 약력과 고향을 묻은 채 그녀는 떠났다 --- p.4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