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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어디서나 삶은 계속된다 .....................007
2부 빅 쇼 ...............................................069 3부 굿 파이트 .........................................153 작가의 말................................................2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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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빅마우스’의 진행자 빅이 쉴 새 없이 떠들어댔다. ‘미스터 빅마우스’는 정치인이나 연예인을 초대해 함께 얘기하는 토크쇼로 최고 시청률을 자랑한다. 재미있어서가 아니다. 파블로프가 개에게 종을 치듯 시민관리국이 ‘일요일은 미스터 빅마우스만 보면 된다’고 끊임없이 세뇌를 시키기 때문이다.
‘미스터 빅마우스’는 학교에도 있다. 학교는 학생들을 교실에 가둬놓고 쉴 새 없이 뭔가를 집어넣는다. 거위 입에 커다란 깔때기를 집어넣고 불린 옥수수를 쏟아붓는 것처럼. 사는 데 꼭 필요한 지식과 정보라고 떠들어대지만 대부분 왜 필요한지 알 수 없는 것들이다. 거위한테서 커진 간을 얻는다면 우리한테서는 무엇을 얻으려는 걸까? 우리나 거위나 ‘왜’라는 질문은 할 수 없다. --- p.15 “어리석은 사람들은 정부를 믿지 못하고 비밀을 만들지. 비밀이 생기면 그 비밀을 지키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그러니 나라의 안전을 책임질 장교가 될 사람은 아주 사소한 비밀도 가져선 안 된다. 정부는 너의 정신과 육체를 모두 필요로 해. 모든 후보생이 거치는 과정이니까 기분 상할 필요는 없다. 지금 이 시각부터 너는 군사정보학교 후보생이 아니라 예비 학생이다.” 이안의 말이 계속 이어졌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넌 현명해서 다행이다. 우리 정부는 관용이 있어. 네가 반역자의 아들이더라도 나라를 위해 희생하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언제라도 기회를 준다.” 무엇으로도 메꿀 수 없는 구멍이 가슴에 생겼다. --- p.68 나는 17호의 오른쪽 다리를 슬쩍 봤다. 17호는 여전히 오른쪽 다리를 전다. 저 다리로 인쇄물을 거리에 뿌리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엄마가? “녀석, 세상에 사람이 우리뿐인 줄 아냐? 세상에는 생각보다 어리석고 멍청한 사람들이 많아. 위험하고 자신에게 도움이 안 되는 일인 줄 알면서도 어떤 일에는 목숨까지 걸지. 하지만 그 어리석고 멍청한 사람들이 세상을 조금씩,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키기도 하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두렵지만 기대가 되는 그런 두근거림이었다. 정거장으로 향하던 나는 방향을 틀어 17호한테 돌아갔다. “줘요. 저도 할래요.” 17호는 한 손에 들고 있던 지팡이로 내 머리를 때렸다. “그 위험한 걸 내 집에 둘 것 같냐? 행여 엄마한테 물어볼 생각도 하지 마라. 엄마한테도 없을 테니. 너랑 네 엄마는 할 만큼 했어. 그걸로 충분해.” 17호가 단호하게 말을 잘랐다. --- p.180 “저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딸한테 사랑한다고 말했어요. 마음속으로요. 오늘은 방송을 볼지 모르는 내 딸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직접 하고 싶습니다. 아, 방송을 사적으로 이용해서 죄송합니다. 이 방송은 여러분의 세금으로 만드는 방송인데 말이죠. 여러분 앞부분은 잊으시고요, 지금 제가 이제껏 했던 어떤 말보다 아주 중요한 말을 합니다. 잘 들으세요. 우리 세상은, 하나의, 쇼입니다. 그 쇼를 만드는 사람 중엔 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빅이 뭔가를 누르자, 커다란 스크린에 외할아버지가 만들었다는 홀로그램 영상이 나왔다. “어, 어.” 내가 놀라서 17호를 돌아봤지만 17호는 말없이 텔레비전만 노려보았다. “많은 분들이 이 영상을 알고 계실 거예요. 13년 전 원자 폭발 사고 당시 영상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 영상은 실제 상황을 촬영한 것이 아니라 홀로그램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텔레비전 안에서 난리가 났다. 방청객들이 웅성거렸고 갑자기 나타난 사마귀들이 빅을 끌어내렸다. ‘여러분, 안녕히!’라고 외치는 빅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화면에는 먹으면 젊어진다는 약 광고가 나왔다. “우와!” 너무 놀라 제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서늘한 날씨인데도 한여름처럼 더워서 손부채질을 했다. 마음이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이제 시작이군.” 17호가 텔레비전을 껐다. --- pp.196-197 “그러다 잘리는 거 아냐” “자르라지. 높은 곳에서 일하는데 지쳤어. 뭐든 한 가지를 얻으려면 한 가지, 아니 그 이상을 포기할 수밖에. 내가 살면서 깨달은 이치야. 싸우기로 했다면 이전처럼 살 수는 없어. 돌아갈 곳을 생각하면서 싸웠기 때문에, 지금의 정부가 있는 거니까. 지금은 아니야. 우리를 위해서, 나를 거는 싸움인 셈이지. 굿 파이트라고 해야 하나.” 내게 하는 말이 아니라 엄마 자신에게 하는 말 같았다. “엄마, 우리도 가자.” “으응? 어디로” “엄마가 생각하는 그곳.” 내 말에 엄마는 어느 때보다 활짝 웃으며 팔을 펼쳤다. --- p.214-2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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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하고 자신에게 도움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세월호 이야기 한편에서 외치던 청년들에게 보내는 세레나데 2014년 4월 16일, 그날 세월호가 침몰했다. 그리고 진실이 수면 위로 방울방울 떠올랐다. 3년 넘는 긴 세월 바다 밑에 침몰해 있던 어두운 진실을, 우리의 밑낯을 수면 위로 밀어올린 것은 광장의 힘이었다. 촛불을 밝히며 '진실 규명'을 외치던 목소리였다.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고 끊임없이 싸워온 세상의 모든 '신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2017년 5월, 장미 대선을 앞두고 출간하는『굿 파이트』는 위험하고 자신에게 도움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열심히 싸워준 우리 청년들을 위한 세레나데다. 열여섯, 눈뜨는 나이 『굿 파이트』는 열여섯 살 신이가 세상을 보는 눈을 떠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소설이다. 해마다 시월이 되면 그 첫날부터 마지막날까지 술을 마시느라 아들의 밥도 챙겨주지 않지만 청소부 일을 하기 위해 꼬박꼬박 큐의 셔틀버스에 오르는 엄마. 날마다 온갖 명분으로 돈을 내라고 요구하는 자립형 사립학교에 다니면서도 공부로 성공해서 이 지옥을 벗어나길 꿈꾸는 신이. 아버지가 실종된 뒤로 가장이 된 삐딱이. 수상한 이웃 17호와 비밀에 싸인 지니, 그리고 신이에게 인생 역전의 기회가 될 군정 후보생의 카드를 내민 교지 이안, 치매에 걸려 정신이 오락가락하지만 정부의 철저한 감시를 받을 만큼 주요한 인물이었던 외할아버지, 그 외할아버지를 찾아온 시티 타임즈 기자 로이. 이들이 얼기설기 얽힌 관계 속에 신이는 이제껏 자신이 진실이라고 믿었던 모든 것들이 균열하고 바스라져 나가는 것을 본다. 마침내 맑아진 눈에 비춰진 세상은, 이제껏 알던 세상이 아니다. 믿었던 것들을 믿지 못하고 믿지 못했던 것들을 믿게 될 때, 신이는 열여섯에서 열일곱이 되었다. 결코 자라지 않을 것 같던 키가 훌쩍 자란 것처럼, 훌쩍 성장한 내면으로 망설임없이 굿 파이트를 선택한 신이. 우리는 신이의 선택을 통해, 광장을 가득 메우고 진실 규명을 외치던 청년들의 눈뜸을 본다. 알 수 없는 시공간, 그속에 늘 존재했던 그들 바벨탑을 떠오르게 하는 룩스의 고층 빌딩숲과 변두리적 삶을 대변하는 다섯 개의 큐가 발광하는 웰컴. 시대를 가늠할 수 없는 낯선 시공에서, 우리는 언제나 있었던 그들을 만난다. 정보를 통제하고 철저하게 계층을 나누고 자신들의 행복을 위해 철저하게 소모하고 버리는 자들과 진실을 볼 수 없게 눈 가리개를 당한 채 앞으로만 달리는 우리들의 모습을『굿 파이트』는 실제하지 않는 가상의 도시, 가상의 시대에서 거침없이 까발린다. 바로 우리 곁에, 그 바보들 엄청난 폭언을 각오하고 친구를 위해 앞으로 한발 나서는 삐딱이, 룩스 시민의 빅의 딸이라는 신분을 내팽개치고 199층 빌딩에 삭발을 하고 오른 지니, 비밀 경찰이라는 보장된 삶을 버리고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리기 위해 총구 앞에 목숨을 내건 17호, 중심으로 들어가 멋지게 살아볼 미래 대신 제3지대로 엄마와 함께 떠나는 신이. 이들은 무서운 그 선택의 기로 앞에서, 무섭다고 해서 평생을 아무것도 모르고 후회하며 사는 것보다 무엇이 진실인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확인하는 게 낫다며 맞서길 주저하지 않는다. ‘사람은 어쩔 수 없어. 앞으로 나아가는 게 운명이거든.’ 아빠가 엄마한테 한 말처럼 나도 지나도, 17호도, 양호 선생님도, 얼굴도 모르는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바보같은 싸움으로 남을지 몰라도 우리한테는 굿 파이트다. 이들은, 바로 우리 곁에, 바보들이다. 이 바보들이 우리의 내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