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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란 풀들을 걱정 없이 뜯어 먹고 살던 고라니 두 마리에게 어느 날 성가신 일이 생겼어요. 모자를 쓴 어떤 아저씨가 고라니들이 뛰놀던 펑퍼짐 언덕에다 집을 짓더니 그곳에서 살기 시작한 거예요.
그러던 어느 날 고라니 중 한 마리인 투덜이가 올무에 걸려 다리를 다치고, 사냥꾼이 몰려와 투덜이를 잡아가려 했어요. 모자아저씨는 사냥꾼들을 쫓아내고 동물보호협회에 전화를 걸어 투덜이를 치료받게 했어요. 하지만 또 한 마리의 고라니인 ‘나’는 모자아저씨가 고맙기는커녕 오히려 밉기만 했어요. ‘나’는 모자아저씨가 마음대로 펑퍼짐 언덕을 파헤치고 집을 짓는 바람에 사람들이 몰려와서 투덜이가 다쳤다고 생각했으니까요. 다친 투덜이는 얼마 뒤부터 모자아저씨의 집에서 살았어요. 하지만 투덜이는 옛날의 투덜이가 아니었어요. 투덜이는 마음껏 숲 속을 내달리는 대신 모자아저씨가 만든 철망 우리 안에서만 지냈지요. ‘나’는 투덜이 없이 지내는 것이 너무 외롭고 슬펐어요. 그래서 모자아저씨가 잠들면 몰래 펑퍼짐 언덕으로 내려가 투덜이 옆에서 잠들곤 했어요. 그렇게 얼마가 지났을까, ‘나’의 배가 점점 불러왔어요. 하지만 투덜이는 점점 여위더니 마침내 죽고 말았어요. 진달래꽃이 지고 산벚나무 꽃이 한창 필 때 투덜이랑 함께 지내던 큰 소나무 아래에서 ‘나’는 아기 둘을 낳았어요. 이제 아빠, 투덜이 대신 아기 고라기 두 마리가 힘차게 숲 속을 뛰어다닐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