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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아일앤드의 해안선이 어둠 속으로 길게 사라졌다.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었다. 배에 물이 새기 시작하고 점점 가라앉게 된다면. 항로를 이탈하여 아이를 팔고 사는 인간들이 없는 곳으로, 뉴욕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게 된다면. 우리의 인생이 끝날 때까지 바람이 이끄는 대로 바다를 떠다니게 된다면……. 나는 얼굴에 묻은 안개를 손으로 문질러 닦았다. 엄마가 영혼은 바다를 건널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납치된 아프리카인들이 미국 대륙에 갇히게 된 것이다. 아빠가 기니아에서 팔려갈 때, 아빠는 조상들이 노여움에 소리치며 배를 뒤집을 만한 폭풍을 보내줄 거라고 믿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조상의 영혼들이 바다를 건널 수 없어 아빠를 도와 줄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아빠는 혼자서 낯선 곳에서 모든 걸 견뎌야했다. 때로는 목이 쇠사슬에 묶여 있기도 하였다. 엄마 쪽 가족들도 납치당했다. 처음엔 엄마가 태어난 자메이카로 갔다가 그다음에 로드아일랜드로 팔려가게 되었다. 하지만 역시 조상들의 영혼이 물을 건널 수 없어 엄마를 구해내지 못했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물 위를 건너 우리를 운반해갔다. 물과 맞닿는 곳에 서서 바다를 향해 애타게 부르짖는 조상의 영혼으로부터 그렇게 우리를 빼앗아갔다. 이제는 엄마의 영혼이 바다와 맞닿는 곳에 서서, 바람 속으로 사라져 가는 하얀 배 아래에 웅크린 두 딸을 부르며 절규하고 있을 것이다. -36~37쪽 중에서- 마담은 내 볼에 낙인을 찍었다. 내 영혼에 그녀의 글자를 새겼다. 마담은 뭐든지 할 수 있다. 나는 아무것도 못 한다……. 슬픔의 먼지와 우울함이 벌 떼처럼 내 안에서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나는 걷고 또 걷고 새 신발 때문에 발 전체에 물집이 생기고 터질 때까지 걸었다. 나는 신발을 벗고 눈 위를 걸었다 발이 얼어붙자 물집이 더 이상 아프지 않았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자 떠들썩한 노래 소리가 술집에서 들려왔다. 나는 포대 바로 위의 북쪽 강변에 서 있었다. 빈 배들이 선창가에 매어 있었다. 조수가 바다로 밀려가자 배들이 출렁거리며 서로 부딪쳤다. 강 건너 저 멀리 뉴저지에 몇 개의 불빛이 빛나고 있었다. 나는 조상들이, 팔려 간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올 날을, 물가에 서서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나의 영혼 위로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마담은 내 영혼마저 묶어놓을 수 없어. 그래, 마담은 나에게 상처 줄 수 있다.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하지만 더한 고문은 무엇인가? 채찍질인가? 나는 피를 흘릴 수도 있고 낙인이 찍힐 수도 있다. 죽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마담은 더 이상 루스를 해칠 수 없다. 또한 내가 영혼을 내어 주지 않는 한 나의 영혼을 다치게 할 수도 없다. 이것은 새로운 깨달음이었다. --- p.3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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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향한 한 소녀의 목숨을 건 여정
이 책은 230여 년 전 미국 독립전쟁 당시를 배경으로 한 흑인 소녀가 자유를 찾아 온갖 시련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내셔널 북 어워드 최종후보작이자 스콧 오델 역사소설상을 수상작이기도 하다. 전작인 《말해 봐》《열병의 계절》《윈터걸스》 등으로 문단과 독자 모두에게 인정받는 작가 로리 홀스 앤더슨은 이 책에서도 탁월한 재능으로 자유를 추구하는 한 소녀의 이야기를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감동적으로 그려 내고 있다. 이야기는 열세 살 노예 소녀 이사벨이 주인으로 모셨던 미스 메리 핀치의 장례식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자유를 주겠다는 메리 핀치의 살아생전 약속은 그녀의 죽음 이후 갑자기 나타난 탐욕스러운 조카 때문에 산산이 깨지고 이사벨은 여동생 루스와 함께 뉴욕에 사는 영국 국왕파 록튼 가에 노예로 팔리고 만다. 이때부터 자유를 향한 이사벨의 길고 험한 여정이 시작된다. 이사벨과 루스 자매는 록튼 부부를 따라 마치 짐짝처럼 배에 실려 고생스럽게 뉴욕으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고달픈 노예 생활이 이어진다. 당시 뉴욕은 영국 국왕파와 독립군이 첨예하게 대립했으며, 사람들은 상황에 따라 국왕파를 지지하기도 독립군을 지지하기도 했다. 뉴욕에 도착한 첫날, 이사벨은 독립군 장교 벨링햄의 노예인 커존이라는 소년의 도움을 받게 되고 이때부터 두 친구의 인연이 시작된다. 커존은 이사벨에게 국왕파인 주인집을 염탐해 정보를 제공하면 독립군 쪽에서 자유를 보장해 줄 것이라며 스파이 활동을 제안한다. 망설임 끝에 커존의 제안을 받아들인 이사벨은 주인인 록튼이 꾸미는 일을 독립군에게 몰래 알려 주어 록튼을 곤경에 빠뜨린다. 하지만 그 대가로 기대했던 자유는 이사벨 자매에게 주어지지 않고 고난은 사슬처럼 이사벨을 계속해서 옥죈다. 냉혹한 마담 록튼은 간질 발작을 일으킨 루스를 불길하다며 이사벨 몰래 딴 곳에 팔아 버리고 저항하는 이사벨에게 끔찍한 고통을 안긴다. 동생을 찾기 위해서라도 더더욱 자유를 갈구하는 이사벨은 이후로도 독립군과 국왕파 사이에서 목숨을 건 줄타기를 하지만, 이사벨도 커존도 오히려 그들에게 이용만 당하고 만다. 자유를 외치면서도 흑인 노예의 자유에 대해서는 눈감아 버리는 독립군들의 이중적 태도와 노예의 자유를 전쟁에 이용하는 영국군으로 인해 상처를 받지만, 그 어떤 고난도 자유를 향한 이사벨의 의지를 꺾지 못한다. 독립군과 접촉하는 모습을 마담에게 들켜 채찍질당한 뒤 창고에 갇히게 된 이사벨은 여왕 생일 축하연의 혼란을 틈타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하고, 감옥에 갇혀 목숨이 위태로운 커존의 탈옥까지 돕는다. 절망 속에서도 자유를 향한 희망을 끝내 잃지 않는 이사벨의 용기와 인간에 대한 신뢰를 실천하는 모습은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많은 감동을 안긴다. 자유라는 의미 있는 주제를 감동적으로 다루고 있으면서도 이 이야기는 재미 또한 놓치지 않아서 이사벨의 하루하루를 따라 읽다 보면 책에서 손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수백 년의 시간과 머나먼 공간의 괴리를 뛰어넘어 오늘날 우리에게까지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의 의미에 대해 곱씹어 보게 만드는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