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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품팔이
꽃 점 같은 거, 순 엉터리야! 집 안에 울려 퍼지는 곡소리 운명을 바꿀 만한 중요한 순간이 오면 바람이 태어나는 골짜기 복을 짓는 일 집주인에게 걸맞는 집 멍청한 도둑놈 대들보가 썩는 줄도 모르고 좋아서 하는 일 근심을 풀고 걱정이 사라지는 곳 그림자 연꽃으로 만든 연화문 꿈결처럼 혼자라고 해서 꺾이지 말고 부처님의 나라 바람을 품은 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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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자마자 엄마를 잃은 소화는 매품팔이를 하는 아버지와 정겹게 살아갑니다. 아버지는 혼자 소화를 키우기 위해 그토록 좋아하던 목수 일을 접고 남의 매를 대신 맞는 일을 하고 있지요. 그러던 어느 날, 독하게 매를 치기로 소문난 점백이 나장에게 매품을 팔던 아버지가 기어이 숨을 거두고, 뱀골 영감은 받을 빚이 있다며 소화네 집을 빼앗아 버립니다. 한순간에 아버지를 잃고, 집까지 빼앗긴 소화는 곱게 댕기를 드린 머리를 싹둑 자르고서 아버지의 절친한 친구인 대목장 아저씨를 따라나서지요. 그리고 깊은 산속에 자리한 절, 해인사에서 장경판전 짓는 일을 거들게 되는데……. 과연 장경판전은 무사히 지어질 수 있을까요? 소화는 마음의 상처를 딛고 새로운 꿈을 꿀 수 있을까요?
장경판전은 팔만대장경을 보관하는 판각입니다. 말하자면 팔만대장경의 집인 셈이지요. 오랜 세월 동안 팔만 개가 넘는 판목을 단 하나도 썩히지 않고 보존해 온 기술이 너무도 우수하고 과학적이어서 세계 문화유산에까지 등재되었습니다. 해당 작품으로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상한 조경희 작가는 이런 장경판전의 매력에 이끌렸습니다. 이토록 훌륭한 건물을 만든 이들이 누굴까 궁금해졌지요. 작가는 세월의 손때가 가득 묻은 나무 기둥, 창살, 기와 등을 보며 그 안에 녹아 있는 삶과 노고 그리고 사람들에 대해 그려 보았습니다. 집을 지었을 목수, 돌을 다듬었을 석수, 하나하나 공들여 기와를 올렸을 제와장이 그리고 묵묵히 그들을 뒷바라지했을 사람들까지, 작가의 머릿속에 떠오른 이들은 지극히 평범하고 순박한 사람들이었지요. 조경희 작가는 그들의 삶을 하나하나 상상으로 빚어내어 다양한 인물들을 탄생시켰습니다. 그 중심에 주인공 소화가 있습니다. 소화는 역경과 고난을 딛고 굳건하게 자라는 당찬 아이입니다. 운명을 바꿀 만한 중요한 순간에 곱게 기른 머리를 싹둑 자르고 성큼 길을 나설 만큼 용기 있는 모습을 보여 주지요. 작가는 아버지의 품 안에서 해맑게만 자라던 소화가 갑자기 들이닥친 어려움 앞에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삶을 추스르는 과정을 장경판전에 빗대어 상징적으로 보여 줍니다. 아무것도 없던 빈터에 장경판전이 차츰차츰 제 모습을 갖춰 가듯, 어리고 철없던 소화도 점점 강인하고 단단하게 성장해 갑니다. 장경판전이 지어지는 두 번의 계절은 소화가 자라며 꿈을 키운 시간이기도 하지요. 이 작품에서는 소화 말고도 다양한 인물들의 진솔한 삶을 진정성 있게 그리고 있습니다. 소화 아버지의 친구이자 평생을 우직하게 목수로 살아온 대목장 아저씨, 사람들의 아픈 마음을 매만져 주는 곡소리꾼이면서 엄마처럼 소화를 살갑게 챙기는 함양댁 아줌마, 대목장 아저씨에게 인정받고 싶은 야망이 큰 다혈질의 춘섭이 아저씨, 소화와 동갑내기 친구이자 개구쟁이지만 그림 그리는 재주가 뛰어난 동이, 동이를 자식처럼 품어 주고 일꾼들을 살피는 공양주 보살 아주머니 등, 지극히 소박하고 보잘것없는 이들의 삶을 여러 관계 속에 촘촘하게 엮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평범한 바람과 정성이 모여 장경판전이라는 위대한 유산을 만들어냈음에 주목합니다. 어쩌면 역사의 위대한 장면들은 수많은 이름 없는 사람들의 노력과 바람에 의해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화두를 던지면서 말이지요. ‘바람을 품은 집’의 바람은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장경판전을 온전히 보존하기 위한 자연의 바람이면서 동시에 사람들의 소망을 뜻합니다. 우리의 귀중한 보물이자, 세계인의 문화유산이기도 한 장경판전에 담긴 뜻을 되새겨 보고 작은 것 하나에도 정성과 노력을 다했던 조상들의 뜻을 기억하길 바랍니다. 작가의 말 ‘바람을 품은 집’은 장경판전을 가리킵니다. 팔만대장경을 보관하는 집이지요. ‘바람’은 자연의 바람을 뜻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우리 선조들이 꿈꾸었던 크고 작은 소망을 뜻하기도 합니다. 장경판전을 지으면서 저마다 꿈꾸었을 바람, 고단한 삶을 견딜 수 있게 해 준 희망의 ‘바람’을 말이지요. 장경판전이 그토록 오랜 세월을 꿋꿋하게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소박하고 순수한 바람들이 있었기 때문일 거예요. 제가 지금 여러분들에게 들려줄 이야기는 바로 이런 바람들을 품은 이야기입니다. 여러분도 마음속에 품고 있는 바람이 있나요? 이 이야기를 읽고 여러분의 바람을 확인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