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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혀버린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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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fcadio Hea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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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노의 장례를 마친 날 밤, 어린 아들이 말했다. “엄마가 돌아와서 이 층 방에 있어.” 엄마가 자기를 보고 빙긋이 웃으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무서워 도망쳐 나왔다는 것이다. 이에 집안사람 몇몇이 오소노의 방에 올라가 보았다. 그러자 놀랍게도, 죽은 게 분명한 그녀의 모습이 불단에 둔 작은 등불 빛을 받아 똑똑히 보이는 게 아닌가.
---「묻혀버린 비밀」중에서 점점 더 신이 난 호이치는 전보다 더 솜씨 좋게 노래하고 연기했다. 주위에서는 감탄의 침묵이 깊어갔다. 하지만 마침내 아름답고도 무력한 이의 운명을 노래하는 대목에 이르렀을 때-여자들의 애처로운 최후와 팔에 어린 천황을 안은 채 바다에 뛰어든 니이노아마의 투신을 노래하는 대목에 이르렀을 때, 듣던 이들은 모두 일제히 비통한 탄식을 길게 내질렀다. 그리고 미친 듯이 커다란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눈이 보이지 않는 호이치는 자신의 소리가 이끌어낸 비애의 격렬함에 저도 모르게 겁을 먹고 말았다. ---「귀 없는 호이치」중에서 이 말을 전해 듣는 주인의 머리는 달빛 아래에서도 확실히 보였는데 오싹한 모습이었다. 두 눈을 무시무시하게 부릅뜨고 머리털은 거꾸로 섰으며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이어서 입에서 비통한 통곡 소리가 새어나오더니 머리는 분노의 눈물을 흘리며 부르짖었다. “몸뚱이가 딴 데로 옮겨진 이상 이제 합체할 수는 없다. 죽을 수밖에 없어. 이는 분명 그 행각승의 소행이다. 죽기 전에 그 중에게 달려들어 갈기갈기 찢어 잡아먹을 테다.” ---「로쿠로쿠비」중에서 하지만 밤이 깊어 주위가 쥐 죽은 듯 고요해질 즈음, 어렴풋이 커다란 그림자 하나가 소리 없이 그 방으로 들어왔다. 이와 동시에 무소선사는 소리 지를 힘은 물론, 몸을 움직일 힘도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눈길을 돌리니 그림자는 양손으로 고인을 안아 들어올려, 시체를 우걱우걱 게걸스럽게 먹어댔다. 고양이가 쥐를 잡아먹는 것보다도 빨랐다. 머리부터 시작하여 머리카락과 뼈는 물론이고 수의까지도 먹어치웠다. ---「식인귀」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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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일본인의 가슴속에 살아 있는 괴기 문화의 원천!
단순한 괴기 소설의 경지를 뛰어넘어 인간과 자연의 본성에 관한 고찰로 가득한 그의 이야기는 지금도 끊임없이 다양한 매체로 재생산되고 있다. 1965년, 고바야시 마사키 감독이 「설녀」와 「귀 없는 호이치」를 원작으로 영화화한 [괴담]은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다. 특히 주지승이 귀신을 쫓기 위해 호이치의 온몸에 불경을 써넣는 장면은 영국의 세계적인 영화감독 ‘피터 그리너웨이’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겨 훗날 [필로우 북]을 제작하는 데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헌의 기념관과 저택을 사적으로 보전하고 있는 마쓰에는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 중 하나이며, 도쿄대에서는 아직까지도 라프카디오 헌의 문학을 주제로 한 수업을 개설하고 있다. 그만큼 라프카디오 헌이 일본 예술가들에게 끼친 영향은 적지 않다. 신파 소설의 대가 이즈미 교카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다니자키 준이치로 등은 이미 그의 영향을 받았음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헌의 영향력은 일본에서 그치지 않고 전 세계 괴기 문화의 형성에 크나큰 기초가 되어주었다. 그러므로 그의 이야기는 여전히 작품들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라프카디오 헌의 글은 여타 서양의 장르소설처럼 공포를 위한 공포 문학과는 차별된다. 한과 설움, 그리고 동양의 형이상학적인 사상이 기승전결 어디에든 잘 스며들어 있다. 말라버린 벚나무와 꽃이 핀 지붕의 잡초에서는 애처로운 아름다움이 느껴지고 흰 옷을 입은 여인네에게는 이승의 한이 묻어난다. 또, 사별 뒤 절절한 그리움이 환생으로 이어지는 「오테이 이야기」나 죽어서도 사랑하는 이에게 나비로 찾아온 「호라이」, 말로 전하기 어려운 애처로운 감정이 시로 표현된 「푸른 버들 이야기」는 초자연적 존재를 믿지 않는 21세기 독자들에게도 아릿한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무엇보다 일본 특유의 온갖 요괴와 원귀들의 모습이 흥미롭다. 일본의 국민적인 귀신 ‘설녀’는 열도를 뒤덮는 폭설에 대한 초자연적 공포와 인간의 무력함을 대변한다. 자신들의 넋을 달래준 맹인 비파법사의 귀를 가차 없이 뜯어가는 헤이케 무장의 혼(「귀 없는 호이치」)은 전화에 휘말린 중세 일본의 치열한 전투에서 희생된 이들의 원한을 떠올리게 한다. 긴 목을 자유자재로 늘리며, 죽어서도 인간의 팔을 물고 늘어지는 요괴(「로쿠로쿠비」), 얼굴을 쓰다듬으면 눈코입이 사라지는 귀신(「오소리」), 시체를 우둑우둑 씹어 배를 채우는 식인귀(「식인귀」) 등은 ‘800만 신의 나라’라 불리는 일본을 실감케 한다. 수컷의 죽음에 슬퍼하며 제 부리를 배로 찢어 죽는 원앙, 죽어가는 벚나무 앞에서 꽃을 피우기 위해 할복을 마다하지 않는 사무라이의 모습 역시 일본 특유의 것이라 할 수 있다. 섬나라 특유의 상상력을 모체로 한 이러한 요괴와 원령들은 오늘날까지도 구천을 떠돌며 새로이 진화하여 현대 일본인들의 간담을 여전히 서늘하게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