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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nis Gued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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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적 배경은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17년의 독일. 한스 징거는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칠십대 노인이다. 그는 아주 유명한 수학자다(작중인물 한스 징거와 실제 게오르그 칸토어의 일생이나 업적은 완전히 일치한다). 한스 징거는 신경쇠약, 우울증이 재발하여 정신병원에 들어가게 됐다. 한스 징거는 예전에도 몇 번 병원 신세를 진 적이 있었다. 동료 수학자들은 그의 수학 이론들을 비판했으며, 어떤 강연회에서는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했다. 무한집합에 관한 새로운 이론에 분노한 어떤 동료 수학자는 그에게 악의적이고 개인적인 공격을 가하기까지 했다.
한스 징거는 항상 정신병원에서 독방을 썼지만 이번에는 처음으로 다른 환자와 방을 같이 쓰게 된다. 그와 같은 방을 쓰게 된 사람은 마티아스 뒤투르라는 프랑스 청년이다. 한때 무정부주의자이자 기관사였던 그는 전쟁이 발발하자 프랑스 군인으로서 참전했다. 그리고 전선에서 퇴각하던 중에 붙잡혀서 독일의 정신병원으로 오게 되었다. 전쟁의 참상에 충격을 받아 자기 자신이 믿어왔던 가치체계를 송두리째 잃어버린 마티아스는 정신적 외상으로 총소리와 비슷한 소리가 나면 정신을 잃고 발작을 일으킨다. 두 사람이 한 방을 쓰게 된 데에는 빌라 데 좀 정신병원 원장의 꿍꿍이가 있었다. 마치 어떤 식물들은 한데 기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식물학자처럼 원장은 언뜻 보기에 전혀 달라 보이는 이 두 사람을 한 방에 집어넣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 전혀 친구가 될 수 없을 것 같았던 두 사람, 서로의 삶에 호기심을 느낀 둘은 대화를 통해 진실한 우정을 나누게 된다. 그들은 자신들이 살아온 이력과 자신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아니 강박적으로 매달리는 숱한 주제들을 하나하나 다룬다. 그 둘은 모두 “자신은 원하지 않았지만 영웅이 된 사람”, 굶주림과 비참이 떠도는 전쟁 속에서도 그 시대를 살아나가야 할 이유를 발견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수학자 한스 징거는 마티아스에게 자신이 발견한 대각선논법과 같은 수학적 공리들, 특히 ‘무한의 무한성’을 설명한다. 청년 마티아스는 어릴적 추억, 전쟁터에서의 고통스런 경험을 하나둘씩 꺼낸다. 1914년 이전의 프랑스 노동자의 삶, 파업, 에밀 졸라의 『인간야수』, 장 조레스 암살과 그를 따르던 추종자들의 배신 이야기……. 청년 마티아스의 이야기는 추상적인 수학의 세계에서만 살아가던 수학자의 마음속에 울림을 남긴다. 그렇게 징거는 마티아스에게 수학을 가르쳐주고 마티아스는 수학밖에 모르는 노인에게 세상을 가르쳐준다. 마티아스는 정신병원에서 난데없는 수학 강의를 들으며 과거의 가슴 뜨거운 자신을 재발견한다. 그는 한 집합의 원소들은 서로 별개의 것으로 구분되지만 그 원소들 사이의 우열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말에서 ‘원소들의 공화국’, 존재한다는 사태만으로도 침범할 수 없는 가치를 부여받는 사회를 꿈꾼다. 어떤 대상의 귀속 여부에 대해 뭔가 의심의 여지가 남는다면 그 묶음은 집합이라고 할 수 없다는 말에서 언제나 ‘소속’을 분명히 해야만 했던 투쟁의 현실을 떠올린다. 그리고 수학자와의 대화를 통해 마티아스는 자살 시도 등으로 고통스럽게 뒤범벅된 자신의 기억들과 비로소 마주하게 된다. 몇 주 혹은 몇 달 뒤, 두 사람은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우정을 뒤로 하고 각자의 길로 떠나게 된다. 미래에 대해 결코 말하지 않았던 두 사람은 전쟁이 끝나면 파리에서 만나자고 약속하면서 헤어진다. 징거가 마티아스에게 던진 마지막 말은 이렇다. “세상이 빙글빙글 돌게 내버려두지 마. 세상이 돌면 우리는 미친놈이 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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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7년, 독일. 두 남자가 정신병동의 같은 병실에 입원하게 된다. 그들은 모든 면에서 정반대인 듯하다. 한 사람은 노인이지만 독일의 유명한 수학자이고, 다른 한 명은 젊지만 이름 없는 프랑스 군인이다. 평생 만날 일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은 그렇게 만난다.
드니 게즈의 『수학자의 낙원』(원제 : Villa des hommes)은 집합이론의 아버지 게오르크 칸토어를 모델로 한 수학자와 또 한 명의 허구적 인물(무정부주의자이자 철도 기관사)을 주인공으로 삼은 수학소설로, 광기어린 세상에서 정신병원에 갇히게 된 두 사람의 우정을 인상적으로 그려내는 작품이다. 특히 이 소설은 수학적이면서도 철학적인 면모를 띠고 있는데, 이는 아마도 ‘무한’을 다룬 칸토어를 모델로 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무한’은 인간을 사색의 길로 이끄는 관념 가운데 하나이니까. 소설의 플롯은 전혀 복잡하지 않다. 소설을 이끌어가는 주된 요소는 수학자 한스 징거와 프랑스 군인 마티아스와의 진지하면서도 경쾌한 ‘대화’이다. 독자들은 수학자 한스 징거와 청년 마티아스와의 대화가 빚어내는 교감에 주목하면 된다. 소설은 유한한 삶을 살아가면서 무한을 향해 나아간 두 인간의 깊은 절망, 심적 고통, 철학적인 고뇌, 헛된 열망, 숭고한 우정 등을 때로는 지적이면서도 비극적으로, 때로는 감동적이면서도 희극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수학은 그 속성상 무정부주의다. 그리고 어느 면에선 수학은 비현실적이다. 이 소설이 절묘한 까닭은 수학이 지닌 무정부주의적인 속성을 끌어들이고, 두 사람 간의 대화를 통해 수학의 비현실성을 지워버린다는 데 있을 것이다. 즉, 무한과 집합을 다룬 수학자의 세계는 마치 일대일 대응처럼 ‘무한’, ‘평등’, ‘연대’를 꿈꿨던 청년 무정부주의자의 열망과 겹쳐진다. 그리고 광기에 사로잡힌 세상 속에서 두 사람은 깊은 우정을 나눈다. 소설가, 수학자, 과학사 교수인 저자 드니 게즈의 작품들은 이미 여러 나라 언어들로 번역되어 국제적인 성공을 거두었는데, 『수학자의 낙원』도 역시 프랑스에 출간되었을 때 작품성 높은 수학소설로 언론에 소개되었다. 『수학자의 낙원』의 가장 큰 장점은 속도감 넘치는 대화체로 구성되어 있는 데다, 수학자가 수학에 문외한인 기관사에게 자신의 이론을 설명함으로써 매우 쉽게 집합이론을 접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일 것이다. 더욱이 수학이론을 설명하기 위해 단순한 스토리 구조를 차용한 많은 수학소설과 달리, 이 소설은 소설적 감동을 지닌 작품성을 갖추었다는 미덕도 갖추고 있다. 마지막으로, 소설 뒷 부분에 수록된 정경훈 서울대학교 교육대학원 강의교수의 수학해설 ‘상식을 뒤집는 칸토어의 무한집합론’은 작품의 이해를 돕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정경훈 교수는 소설의 모델이 된 칸토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이론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면서, 저 유명한 칸토어의 대각선 논법, 칸토어가 풀지 못한 연속체 가설 등을 꼼꼼히 풀어서 설명해주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칸토어의 이론에 한걸음 더 나아가고자 하는 독자에게 이 수학해설은 칸토어가 지닌 천재성, 칸토어가 겪은 절망스러운 고뇌를 파악할 수 있게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