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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발레리나 ------------- 7
뽑기의 달인 ------------ 25 화해하기 일 분 전 ---------- 45 빵빵 터지는 봉만이 ---------- 63 비밀 편지 ---------- 81 나중에 할게 ---------- 101 작가의 말 ---------- 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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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 문구점에 뽑기 판이 등장한 건 한 달 전이야. 커다란 판에 손가락만 한 종이들이 따닥따닥 붙어 있는데, 종이를 쭉 뽑으면 숨겨진 쪽에 등수가 써 있어. 한 번 뽑는 데 오백 원이야.
영찬이도 두 번이나 해 봤지만 삼 등은 고사하고 모두 꽝이었어. 사실 꽝보다도 삼 등이 자주 나오는데도 말이야. 삼 등이 나오면 뭘 주냐고? 대단한 건 아니야. 오백 원짜리 사탕, 뽑기 한 번 하는 거랑 같은 값이지. 꽝만 나오지 않는다면 손해 보는 건 아니야. 남자아이들한테는 인기가 없지만 여자아이들은 꽤 좋아해. 적어도 처음에는 그랬어. 남자아이들은 반지 사탕이 나오면 사탕은 먹어 버리고 남아 있는 반지를 여자아이들한테 주곤 했어. 누가 누구한테 반지를 받았다고 처음에는 난리도 아니었지. 하지만 요즘은 반지 사탕을 줬다가는 욕을 한 바가지 들어. 사탕이 그대로 있는 반지를 줘도 마찬가지야. 이 등은 뭐냐고? 삼 등보다 안 좋은 이 등이 있다는 소리를 들어 본 적은 없는데, 이 경우가 딱 그래. 왜냐하면 이 등은 반지 사탕을 다섯 개나 주거든. 다섯 개의 반지 사탕은 무진장 곤란해. 버리자니 아깝고 먹자니 질려 버렸거든. 나중에는 많은 아이들이 몰래몰래 사탕을 버리곤 했어. 이쯤 되면 일등이 궁금해 죽겠지? 꽝이 나와도, 삼 등이 나와도, 무시무시한 이 등이 나와도 또 뽑기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거야. 퍼펙트 건담을 주거든. 투명한 상자 안에 든 퍼펙트 건담이 위풍당당하게 뽑기 판에 바로 위에 서 있어. 일등을 뽑으면 누구나 건담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거지. - 본문 26~29쪽 중에서 - “오빠, 소라 언니 좋아해?” 내 말에 진구 오빠 얼굴이 빨개졌다. 아무래도 좋아하는 게 틀림없다. “어디가 좋아?” 아이스크림이 녹기 시작했다. 조르륵 흘러내리는 아이스크림을 혓바닥으로 핥았다. “그, 그게 아니고 물어볼 게 있어서 그래…….” “치! 거짓말.” “진짜야!” 진구 오빠 눈이 왕사탕만큼 커졌다. 안경 속 눈알도 마구 흔들렸다. “소라 언니는 휴대폰 없어. 아줌마가 중학교 들어가면 사 준다고 했거든. 이 년만 기다려. 그때는 전화번호 알려 줄 수 있어.” 아이스크림 사 준 걸 도로 내놓으라고 할까 봐 살짝 걱정이 되었다. 진구 오빠가 많이 실망했는지 고개를 푹 숙였다. “우리 아빠가 그러는데 여자들은 편지에 약하다고 했어. 편지 쓸 줄 알아?” “편지?” 진구 오빠 얼굴이 확 다가와 깜짝 놀랐다. “응. 우리 엄마도 그렇게 꼬셨대. 우리 엄마가 소라 언니보다 백배는 더 예뻐.” “한 번도 써 본 적 없는데……” “인터넷으로 찾아봐. 거기 보면 나올 거야.” “그런 것도 나와?” “그런 것도 몰라?” 진구 오빠는 공부랑 태권도 빼고 다른 건 잘 모른다. 역시 소라 언니랑은 어울리지 않는다. - 본문 81~84쪽 중에서-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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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현실감각과 이를 감싸 안는 따스함이 공존하는 이야기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가족, 사랑하는 사람과 나눠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처럼 여섯 편의 원고를 읽으면서 “아, 이건 출간해야 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얼른 독자들과 이 느낌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가장 평범하면서도 가장 돋보이는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으니까요. 나보다 잘나 보이는 친구를 샘내고, 힘센 친구 앞에서는 하고 싶은 말을 숨기기도 하고, 이성을 향한 설렘 때문에 당돌한 용기를 내 보기도 합니다. 또 억울하고 속상해서 어깃장을 놓기도 하고, 때론 가장 친한 친구와 싸운 뒤 화해하기까지 용기가 필요한 아이들의 모습도 나옵니다. 윤해연 작가는 이런 아이들의 마음 구석구석을 들여다보고, 밖으로 끌고 나와 이야기에 담았습니다. 그러고는 ‘괜찮아. 그렇게 하나씩 배우면서 잘 자라나는 거야.’라고 살포시 말을 걸지요. 그렸다 지웠다를 반복하면서 완성해 가는 그림처럼, 폼 나게 완성되지 않아도 그리는 동안 행복했으면 멋진 그림이 되는 것처럼, 우리 삶의 모습도 충분히 멋지다고 속삭이는 여섯 편의 이야기와 만나 보세요. 행간을 읽는 즐거움 이 책은 문장이 쉽고 간결하게 쓰였습니다. 그래서 편안하고 얼핏 만만하게 다가옵니다. 한데 이 책에는 행간을 읽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한 문장, 한 문장 읽고 휙 지나가는 순간에 자칫하면 흘려보내기 쉬운 여러 가지 생각들이 담겨 있습니다. 다시 먹는 이야기를 꺼내자면, 마치 햄버거를 먹을 때 고기 맛은 고기 맛대로, 채소 맛은 채소 맛대로 느끼면서도 고기의 육즙이 흘러내리고 채소의 향긋함이 치고 올라가 고기 층과 채소 층 사이를 채우는 새로운 맛을 느끼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책 이야기를 하면서 맛있는 음식 이야기가 떠오르는 까닭은 그만큼 이 책이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독서야말로 가장 좋은 습관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굳이 독서가 습관이어야 할까요? 이렇게 재미있는 책이 있다면 억지로 습관을 들이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됩니다. 자연스럽게 읽게 되니까요. 독서는 즐거움 자체여야 합니다.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바로 그림 읽기입니다. 행간을 파고드는 그림이 ‘읽는 즐거움’을 한층 더해 주거든요. 글을 읽으면서 마음에 그려진 지도 같은 것이 눈앞에 탁 펼쳐지기도 하고, 생각지 못했던 감정이 그림을 보면서 새롭게 떠오르기도 합니다. 이야기와 글체에 따라 달라지는 그림체도 또 다른 즐거움이 되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