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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컬처의 판에서
2. 제국 3.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4. 졸이라고 무시했더니 옮긴이의 말 - 게임의 목적 |
Iain Ban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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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회색으로 느껴져, 카믈리스. 가끔은 내가 했던 걸 반복하고 또 반복한다는 생각이 들어. 새로운 게임들조차 그냥 옛날 게임들이 겉모습만 바꾸고 있는 것 같고, 아무것도 해볼 만한 게 없어.」
「구게.」 카믈리스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한 뒤 평소엔 거의 하지 않는 일을 했다. 실제로 소파에 가서 완전히 내려앉은 것이다. 「일단 하나 분명히 짚고 넘어가자. 지금 이 얘기가 게임에 대한 거야, 아니면 인생에 대한 거야?」---p.38 마비였다. 구게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구게는 숨을 못 쉬게 될까 봐, 심장이 멈추고 혀가 목구멍을 막을까 봐, 장에 힘이 빠질까 봐 겁이 났다. 모린-스켈이 구게에게 보이는 곳으로 날아왔다. 「제 말 잘 들어요, 제나우 구게.」 차가운 빗방울이 풀밭과 얼굴에 후드득 떨어지기 시작했다. 「잘 들어요…. 당신은 절 도와야 해요. 전 우리가 나눈 대화를 전부 기록했어요. 오늘 아침 당신이 한 말과 몸짓을 모두 기록해 뒀다고요. 당신이 절 돕지 않으면, 그 기록을 세상에 공표하겠어요. 올즈 합과의 게임에서 당신이 속임수를 썼다는 걸 다들 알게 되겠죠.」 기계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무슨 말인지 알겠죠, 제나우 구게? 더 확실하게 말 안 해도 되죠? 제 말 이해했죠? 지금 제가 하는 행동을 부르는 말이 있죠. 오래된 단어예요. 혹시 당신이 아직도 기억 못할까 봐 알려 주자면, 전 협박이란 걸 하고 있어요.」---p.95 구게 앞 방 안에 이제 거대한 행성이 나타났다. 청백색 행성은 찬란하게 빛났고, 깜깜한 우주에서 천천히, 천천히 돌고 있었다. 「에아입니다. 자, 게임은 제국 권력 체제의 절대적인 필수 요소로 쓰입니다. 최대한 노골적으로 표현하자면, 누구든 게임에 이기는 자가 황제가 됩니다.」 드론이 말했다. 구게는 천천히 드론을 돌아보았고, 드론도 구게를 보았다. 「전 당신과 농담하지 않습니다.」 드론이 감정 없는 목소리로 건조하게 말했다. 「진심으로 하는 말인가요?」 드론의 대답에도 불구하고 구게가 말했다. 「1백 퍼센트 진심입니다. 황제가 되다니 다소 특이한… 상품이긴 하지요.」---pp.125~126 확실히 이 아자드란 게임은, 정말로 존재한다면 말이지만, 실로 매혹적이긴 했다. 하지만 왜 이제까지 한 번도 이 게임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없는 걸까? 어떻게 콘택트가 이런 걸 비밀로 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왜? 구게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말없는 외계인들을 계속 지켜보았다. 외계인들은 커다란 게임 판을 성큼성큼 걸어가며 게임 말들을 옮기거나 남들을 시켜 게임 말을 옮기게 했다. 이들은 외계인들이었다. 그러나 사람이었다. 인간형이었다. 그리고 이 이상야릇하고 터무니없는 게임에 숙달해 있었다. 「이자들이 초고도로 지적인 건 아니겠지요?」 구게가 드론에게 물었다. 「전혀요. 게임이 있든 없든, 초고도로 지적이면서 겨우 이 정도 수준의 기술 진보를 이루고 이런 식의 사회 체제에 만족하고 살 수는 없지요. 평균적으로, 매개 성, 즉 최고성은 평균적인 컬처 인간보다 살짝 덜 똑똑할 가능성이 큽니다.」 ---pp.128~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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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 최고의 게임 플레이어 제나우 구게는 변화도, 모험도, 어려움도 없는 컬처에서 지루함을 느끼고 새로운 경험을 갈망한다. 그는 컬처 최초로 위대한 기록이 될 풀웹을 달성하고 싶은 마음에 드론 모린-스켈의 유혹에 넘어가 속임수를 쓴다. 그러나 풀웹을 이루기는커녕 도리어 모린-스켈에게 약점만 잡히고 만다. 콘택트에 영향력을 행사해 자신을 콘택트 드론으로 복귀하게 해달라는 모린-스켈의 협박에 떠밀려 구게는 머나먼 외계 세계인 아자드로 떠나게 된다.
컬처의 입장에서 보면 아직 원시적인 정치 체제, 제국의 형태를 이루고 있는 아자드에는 「아자드」라는 게임이 존재하는데, 이 게임의 우승자는 아자드 제국의 황제가 된다. 구게는 외계인 초청인사 자격으로 게임에 참가하는데, 모두의 예상과 달리 아자드 최고의 플레이어들을 계속해서 이겨 나간다. 당황한 아자드 정부는 비밀리에 구게를 암살하려 하기도 하고 회유하려 하기도 하지만 구게는 결국 아자드 황제와 마지막 대결을 하게 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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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문예지 『그란타』에서 「영국 최고의 젊은 작가」로 선정된 바 있는 작가 이언 뱅크스의 스페이스 오페라 『게임의 명수』가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쉽게 규정되지 않는 독창적인 작품들로 지난 26년간 독자들과 평단의 주목을 동시에 받으며 현대 영국 문학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이 작가에게는 이름이 두 개 있다. 하나는 이언 뱅크스Iain Banks란 이름으로 이른바 순문학 소설을 쓸 때 사용하고, 다른 하나는 Menzies라는 미들네임의 약자를 넣은 이언 M. 뱅크스Iain M. Banks라는 이름으로 SF 소설을 쓸 때 사용한다. 작가 자신의 애정은 둘 가운데 어느 한편으로 치우치는 일 없이 두 이름으로 각각 10편이 넘는 작품을 고르게 발표했으며, 발표하는 작품마다 높은 평가와 열렬한 반응을 받아 왔다.
『게임의 명수』는 작가의 가장 유명한 시리즈, SF 독자들 사이에서 컬트적 팬덤까지 만들어 낸 시리즈인 「컬처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다. 「컬처」란 『플레바스를 생각하라』에서 처음 소개된, 과학 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미래 문명으로, 뱅크스는 기아나 빈곤, 질병, 자연 재해 등의 공포에서 해방된 인간의 이상향이라 할 수 있는 컬처의 세계를 완벽하게 그려 낸 바 있다. 뱅크스는 이 문명의 특성을 상세히 묘사하는 것은 물론, 생물학적 욕구와 물질적 욕구가 완전히 충족되는 세상에서 발생하는 문제까지 제기함으로써 자신이 창조한 유토피아의 모순을 스스로 드러내는 치밀함을 보인다. 시민 구게의 시각으로 바라본 컬처 문명의 양면성 이 책의 주인공인 게임 플레이어 구게는 바로 「완벽한」 사회 컬처가 지닌 문제를 가장 심각하게 겪는 인물이다. 대적할 적수가 거의 없을 정도로 뛰어난 플레이어인 그는 일종의 무력감에 시달린다. 게임에 이길 때면 커다란 희열을 느끼면서도, 게임이며 인생이 모두 무한히 반복되는 무의미한 것이 아닌지 자문한다. 플레이어로서 그는 게임을 할 때 「내기」의 중요성을 인식한다. 어떤 게임들은 내기를 거는 행위로 인해 중요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누구나 풍요로운 컬처에서는 그러한 내기가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고, 따라서 게임 또한 원래의 의미를 잃게 된다. 구게가 게임을 할 때 느끼는 권태에서 벗어나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고 싶어 하는 욕구, 이것은 기술력으로 풍요를 이룩한 컬처가 해결하지 못한 거의 유일한 욕구이다. 애써 노동을 할 필요가 없는 세계에서 자신의 존재 의의를 찾는 것은 구게를 비롯한 많은 컬처 시민이 느끼는 문제이며, 이는 곧 컬처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컬처는 「미개한」 외계 문명들을 찾아 그들을 「문명화」하는 데서 스스로를 정당화한다. 그러나 이러한 개입은 실은 당사자의 처지에서 보자면 부당한 간섭이 아닐 수 없다. 뱅크스는 이미 그 부당함에 대해 컬처 시리즈의 첫 작품인 『플레바스를 생각하라』를 통해 상세히 묘사한 바가 있다. 『플레바스를 생각하라』의 주인공을 비컬처 종족 인물로 내세움으로써 컬처의 이중성과 오만함을 전면 비판했던 것이다. 그러나 두 번째 작품인 『게임의 명수』의 주인공 구게는 그 누구보다도 컬처적 삶을 살아가던 컬처 시민이다. 그러하기에 그는 다른 문명에 간섭하는 컬처의 노선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 한 번은 외부의 시선으로, 또 한 번은 내부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컬처. 『게임의 명수』는 내부 인물의 선택과 모험을 그림으로써 한 사회의 구조가 개인과 그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