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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지리산 둘레길을 걷기 전에 마음을 여행하는 길》 주천-운봉 구간 주천-운봉 구간 미리보기 거꾸로 걸으면 편해지는 길 - 운봉에서 주천으로 지리산 둘레길과 아마존, 행정마을과 조에족 땅이 필요해 - 가장마을 가는 길 서울의 지하철보다 질매재의 소나무숲 회덕마을의 보물을 아시나요 누구에게나 공평한 둘레길 - 사무락다무락/구룡치/내송마을 지금 걷는 한걸음이 행복한 이유 - 외평마을 나눔이 감사한 길》 운봉-인월 구간 운봉-인월 구간 미리보기 나를 만나러 갑니다 - 인월에서 운봉으로 중군마을에서 운봉 예습하기 길 위의 다짐, 묵묵히 일하는 농부처럼 월평마을 뒷산 숲의 라이브 콘서트 사람 살리는 지리산 - 옥계저수지/군화마을 이성계 '데뷔'를 기념하는 비전마을 지리산 둘레길의 애프터서비스 나를 들려주는 길》 인월-금계 구간 인월-금계 구간 미리보기 지리산길 안내센터에서 만나요 주인 없는 집의 민박 사용설명서 배너미재에서 지리산을 추억하다 마음이 길을 잃지 않도록 - 장항마을/매동마을 혼자가 아니야 : 혼자여도 괜찮아 상황쉼터에서 처음 만나 등구재를 넘었죠 금계행 초저속걷기열차 운행을 마침 삶을 배우는 길》 금계-동강 구간 금계-동강 구간 미리보기 쓸쓸하지 않게 된 날 더 많은 사람이 눈에 담아야 할 엄천강 둘레길 곱하기 봄여름가을겨울 - 용유담/모전마을 다시 만난 가을의 다랭이논 해 지는 송문교에서 많은 것을 살리는 변화가 되길 - 동강마을 평온을 담는 길》 동강-수철 구간 동강-수철 구간 미리보기 사람을 기다리고 사람을 만나기 산청함양사건 추모공원에서 오르막 다음엔 반드시 내리막이 상사폭포 전설보다 연애가 더 어려워 지구 최상이거나 바이러스거나 예습 없는 여행에서 생긴 고향 - 수철마을 둘레길은 둘레길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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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선 나의 두 발이 아니라면 이곳에서 저곳으로 갈 수 없다. 내 몸이 한 번에 얼마나 걸을 수 있는지 잘 들여다보면 어떤 속도로 가야 하는지 알게 된다. 조금 천천히 그리고 잠깐 쉬어갈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지리산 둘레길은 두려워할 길이 아니다. (……) 다음 표지목은 언제 나올지, 발을 헛디디지 않으려면 다음 걸음은 어느 곳을 디뎌야 할지, 난 지금 목이 마른지, 배낭의 무게에 내 어깨는 아프지 않은지. 둘레길의 고요함은 심심함이 아니다. 내 마음의 빈 곳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게 해주고 내 속에서 울리는 소리를 듣게 해준다.
--- p.142~143 몇 년 전부터 지리산에 댐을 만들겠다는 계획이 있어 마을 주민과 환경 단체들이 반대해 왔다. 게다가 지리산의 댐과 함께 주능선에 설치하려는 케이블카 건설 계획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리산 댐이 만들어질 곳은 다름 아닌 지리산 둘레길이 있는 곳이다. 엄천, 용유담이 있는 금계-동강 지역에 댐이 생긴다면 지금의 지리산 둘레길을 영영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세상의 일에 시각 차이가 생길 땐 협의와 합의와 대안이 있지만, 생명에는 대안이라는 것이 없다. 내가 죽고 나면 나를 대신해 살아 주는 사람은 없다. 자연이 자원이기만 할 때는 그것이 영원하리라 생각했지만, 인간의 오만과 무지 덕분에 이제 자연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됐다. 한쪽에서는 강을 살리겠다며 강을 죽이고 있다. 사람이 강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강이 사람을 먹여 살린다. 강은 사람이 있기 전부터 있었고 그곳에서 문명이 태어났다. 그런데 죽지도 않은 강을 살리겠다고 강의 심장에 삽질을 하고 있다. 우리가 있기 전에 지리산이 있었고 지리산은 사람을 먹여 살렸다. 그래서 마을이 생기고 길이 생겼다. 지금 내가 그 길을 걸으며 삶의 쉼표를 찍고 버려둔 나와도 만날 수 있다. --- p.83~85 송홍록 생가 앞에서 앉을 곳을 찾고 있으니 오후의 태양을 피해 느티나무 정자 아래서 한가로움을 누리던 아주머니들께서 나를 쳐다본다. "안녕하세요?" "둘레길 가시오?" "네." "힘들 것인데 어이 이리 와서 쉬고 가시오. 여그가 천국인게……." "하하하! 예, 알겠습니다." 짐을 내려놓고 그늘에 앉아 잠시 쉬어간다. 아주머니들의 수다를 들으며 스케치를 한다. 넓은 아파트, 고급 승용차에 고액 연봉이면 사는 게 만족스러울까? 그것들을 갖고도 더 좋은 것을 원한다면 그곳은 천국이 아닐 게다. 더위를 식혀줄 바람과 그늘이 즐겁다면 '여그가 천국'이다. 이곳에서 그 단순한 진리를 깨닫는다. --- p.90~91 정성을 다해 먹었다. 이곳에 오면 메뉴 결정권이 나에게 없다. 늘 드시는 저녁상에 내 숟가락 하나 더 올리는 게 전부다. 하지만, 잠시 가족이 된 듯한 그 기분이 정겹다. 시골 친척 집에 가본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숙박비를 낸 그 이상의 과분한 즐거움이기도 하다. 식사하면서 주인아저씨께서 말씀을 잇는다. "뭐 하시는 분이쇼?" "그림 그리는 일 합니다. 만화 그립니다." "아, 어디 가면 볼 수 있습니까?" "책이 한 권 나오기는 했는데 유명하지 않아서 찾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쑥스러운 웃음이 나온다. 저녁상을 물리고 나니 아저씨께서 혹시 그림 그린 것 있으면 보여줄 수 있겠냐고 하신다. 잠시 망설이다가 둘레길을 다니면서 그렸던 스케치를 보여 드렸다. 아주 조심스럽게 들고 한 장 한 장 신중하게 넘기신다. 그리고 아는 곳이 나올 때마다 즐거워하시며 이야기를 건네신다. 그러다 벗어 놓은 신발을 그린 그림을 보더니 그러신다. "아, 이 신발 한번 신어보고 싶네." 내겐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극찬이다. 그리고 스케치북을 덮으시면서 떠나기 전 꼭 방명록에 그림 하나 남기고 가라 하신다. (……) 길은 그동안 내가 보지 못한 내 자리를 보게 한다. 전진하지만 잠시 멈추게 해준다. 소박한 길의 가난한 나의 걸음은 더 많은 것을 버려야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다고 말해준다. 생각지 못한 내 능력을 알게 하고 처음 먹는 귀한 음식을 기꺼이 내어주고 부족한 그림쟁이에게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내가 이 길을 다시 찾는 이유이자 그동안 발견하지 못한 희망이기도 하다. --- p.100~101 여행자의 마음으로 살면 좋겠다. 일찍 일어나 하루를 계획하고 부지런히 걸으며 정신을 집중한다. 소박하게 먹고 가진 것을 줄인다. 여행 중 받은 친절에 감사하고 이방인으로서 겸손해야 한다. 무엇보다 모든 것을 새롭게 본다. --- p.253~2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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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둘레길은 10년 동안 만화를 그리면서도 상상력을 잃었던 나에게 특별한 감동을 경험하게 해 주었다. 좁은 작업실 책상에서 벗어나 둘레길을 걸으며 그림을 그리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가끔 마주치는 둘레꾼들이 인사를 건넨다. 그리고 내가 그리는 그림을 보면서 즐거워한다.
지리산 둘레길에 오고서야 그림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어떤 건지 알게 되었다. 별 볼일 없는 그림 한 장이 사람들을 잠시나마 즐겁게 하고 그들을 통해 내가 감동하게 된다. 둘레길에서 얻은 감동은 힘들게 작업하고 몇 푼 손에 쥐는 그 어떤 원고료보다 값진 것이었다. 지리산 둘레길은 나에게 값으로 환산되지 않는 많은 선물을 줬다. --- ‘작가의 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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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둘레길은 관광지다?
지난 2008년부터 조금씩 열리고 있는 지리산 둘레길은 이제 많은 사람에게 익숙하다. 전라북도, 전라남도, 경상남도 3개의 도와 남원, 구례, 하동, 산청, 함양의 5개 시군을 둥글게 이어 가는 지리산 둘레길의 총 길이는 3백여 킬로미터. 지나는 읍면이 16곳이고 마을은 무려 80여 곳이다.
제주 올레길과 지리산 둘레길의 단장은 걷기와 도보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소중한 체험을 제공했다. 승용차를 몰고 교외로 나가 먹고 마시거나 경치 좋은 곳의 펜션을 임대해 즐기는, 소비 일색이던 국내 여행의 문화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 홀로 조용히 사색하기 위해 걷기도 하고, 순례자의 마음으로 발걸음 하기도 한다. 지리산 둘레길은 길 위의 자연과 생명을 먼저 생각하고, 마을 주민에게 감사하며 정을 나누는 아름다운 길의 대명사가 되었다. 그러나 최근 적지 않은 여행객이 앞다퉈 지리산 둘레길을 방문하며, 숲과 마을이 소란해지기도 했다. 산길에 쓰레기가 쌓이거나 농작물이 훼손되기도 한다. '밭에 들어가지 말라'는 표지판을 지리산 둘레길에서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걷기 좋은 봄날과 단풍철에 밀려드는 여행객에게 몸살을 앓던 마을 주민이 마을 밖으로 둘레길을 우회해 내 달라고 호소하는 일도 없지 않았다. 다시 사람과 생명을 생각하는 여행기 『지리산 둘레길 그리고 그리다』는 지리산 둘레길 시범구간이 열릴 때부터 짬짬이 방문했던 만화가 고영일의 스케치 여행 기록이다. 저자는 지리산 둘레길이 한없이 조용했던 순간부터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근래까지를 모두 경험하며, 둘레길 걷기여행자의 '초심'을 담담히 전한다. 앞서 개통된 지리산 둘레길 5대 구간을 천천히 걸으며 소개하는 길 이야기와 그림은 읽는 이가 함께 걷고 있는 듯한 설렘을 준다. 숲 속의 새, 들꽃 하나에도 말을 걸며 사람과 자연의 공존을 대한 물음을 새긴다. 옥계저수지와 용유담에서는 지리산 댐이나 케이블카를 걱정하고, 황산대첩비나 산청함양사건 추모공원, 빨치산 루트 안내도 앞에서는 고단한 역사를 간직한 지리산에 숙연해지기도 한다. 휘감아 도는 흙길 위에서 도시 재개발을 비꼬거나 강을 바라보며 '삽질'을 경계하는 특유의 화법도 엿보인다. 민박집에서의 일화나 둘레꾼들과의 만남도 따뜻한 재미를 선사한다. 마을 주민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오가는 정겨운 대화나 민박집에서의 식사는 둘레길 위의 자연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갖고 있는 저자의 동경을 느낄 수 있다. 길 위에 낚시 의자를 펴고 앉아 스케치하고 있을 때 말을 걸어오는 둘레꾼들은 때로 동행이 되기도 한다. 지리산 둘레길 5대 구간 구석구석의 스케치와 그림지도 수록 자전만화인 전작 『푸른 끝에 서다』로 평단의 주목을 받았던 저자는 지리산 둘레길 걷기여행을 통해 만화가로서의 자신을 돌아보고 손과 마음이 흐르는 대로 지리산 둘레길의 풍경을 스케치북에 담았다. 백여 점의 스케치에는 초가집, 소나무, 오솔길, 민박집뿐만 아니라 둘레길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도 만화 컷으로 담겼다. 지리산 둘레길 5대 구간은 마음을 여행하는 길(주천-운봉 구간), 나눔이 감사한 길(운봉-인월 구간), 나를 들려주는 길(인월-금계 구간), 삶을 배우는 길(금계-동강 구간), 평온을 담는 길(동강-수철 구간)로 구분해 실렸다. 각 구간의 경유지와 특징 및 정보, 꼼꼼한 손그림 지도가 수록돼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