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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크로이처 소나타
2. 출발 3. 욕조 4. 에로 리퍼블릭 5. 변신 6. 누드 7. 단발머리 8. 얼음공주 9. 솔벤트5200 10. 향기속의 상처 11. 양파 12. 환심 13. 사슴피 |
金昭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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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라도 내려온 것일까? 둔덕을 넘어선 운지는 문득 고개를 돌리다가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서버리고 말았다. 아니 서있지를 못하고 그대로 허물어지듯 주저앉고 말았다. 풀이 융단처럼 보드랍게 깔린 비스듬한 비탈 한쪽에서 두 사람이 한몸처럼 엉겨 있었다. 조심스레 머리를 든 운자는 자신의 두눈을 비볐다. 눈부신 광경이었다. 그리고 남녀였다. 두 사람의 입에서는 굵은 입김이 쏟아져나오고 있었다. 무척이나 격렬한 몸짓에 빨려든지라 운지가 이십 보 앞까지 온 것도 의식하지 못하는 듯 바닥에 깔아둔 윗옷이나 바지 등은 아무렇게도 구겨져 옆으로 밀려나 있었고 이슬인지 땀인지 모를 물기로 번들거리는 두 사람의 몸뚱어리는 사뭇 싱그러워보였다.
--- p.2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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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잖아도 매운 눈에서 눈물이 막 나더라구요. 단순히 양파의 수분 때문일까요? 그게 아니죠. 아, 저 곪아터진 여드름이, 그리고 내 눈물이 한숨이 바로 나였구나. 그게 진짜 나였구나. 내가 벗겨버린 그것이 껍데기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었구나, 알았습니다. 더 두려운건 그들조차 내 눈물과 한숨이 섞인 삶의 조각들을 허드레 양파껍질들처럼, 곧 썩어 문드러져버릴 쓰레기처럼 곁눈질 한번 안주고 지나갈게 너무너무 무서웠습니다. 그게 바로 제 죄입니다. 자신의 속살인지도 모르고 함부로 양파껍질처럼 벗겨버린채 그것도 모르고 희희낙락한게 바로 제 죄입니다.'
--- p.1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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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잖아도 매운 눈에서 눈물이 막 나더라구요. 단순히 양파의 수분 때문일까요? 그게 아니죠. 아, 저 곪아터진 여드름이, 그리고 내 눈물이 한숨이 바로 나였구나. 그게 진짜 나였구나. 내가 벗겨버린 그것이 껍데기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었구나, 알았습니다. 더 두려운건 그들조차 내 눈물과 한숨이 섞인 삶의 조각들을 허드레 양파껍질들처럼, 곧 썩어 문드러져버릴 쓰레기처럼 곁눈질 한번 안주고 지나갈게 너무너무 무서웠습니다. 그게 바로 제 죄입니다. 자신의 속살인지도 모르고 함부로 양파껍질처럼 벗겨버린채 그것도 모르고 희희낙락한게 바로 제 죄입니다.'
--- p.18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