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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두 하종오 씨의 순례/하종오 씨/동갑내기 하종오 씨들/하종오 씨들/이산가족 하종오 씨의 인상 깊은 이야기/이남 출신 하종오 씨의 귀향/실업자 하종오 씨의 시절들/광고기획자 하종오 씨의 구상/전쟁고아 하종오 씨의 자문(自問)/전후 출생 하종오 씨의 생각/상상력 없는 하종오 씨의 상상/이상한 나라의 주민 하종오 씨/늙은 직장인 하종오 씨/하종오 씨도 덕 보거나 피 본다/종단 열차 승객 하종오 씨들/전후(戰後) 하종오 씨네 가계 제2부 옥수수밭/몰이꾼/요행수/그곳 지명/보따리상/그 이유/바이어/푸념/요구/ 경우/한 끼쯤/아이들/신상품/ 제3부 시민과 시인/저항시의 시효가 끝나고, 서정시의 시효가 끝나고,/방북의 방식/어느 월북 시인을 생각함/비상금/문예 공무원/남북상징어사전/밥의 시간/ 제4부 트레킹/도라꾸 운전수/세계지도와 지구의/드라이브 코스/정전(停戰)/주가(株價)/우문(愚問)/여행 예정자들/자동차전용도로/아무개 씨의 퇴근/생태보호지역/쇼핑/한국산(韓國産)/ 제5부 첫술/자동입출금기/남한 내비게이션/비 오는 날의 라면/도마 소리/햇일/탈북 남녀/킬힐/떼돈/춘하추동/여인 천하/도보 귀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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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만에 실천문학에서 만나는 하종오 시인의 새 시집『남북상징어사전』
『벼는 벼끼리 피는 피끼리』(창비, 1981), 『분단동이 아비들하고 통일동이 아들들하고』(실천문학, 1986) 등의 시집으로 한국 문학사에 하나의 정전(canon)으로 자리한 하종오 시인의 새 시집이 실천문학사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에서 하종오 시인은 일국적인 관심사를 훌쩍 뛰어넘어 전지구적 자본주의 체제에서 소외되고 타자화된 온갖 존재들을 끌어안는다. 따라서 시인의 포커스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운동 메커니즘과, 이로부터 억압된 주변부 존재들의 현실에 맞춰져 있다. 이번 시집이 특히 주목되는 것은 그의 시적 사유가 과거 저항적 민족주의적 감수성을 넘어서, 우리 내부의 타자들, 즉 이주 노동자 등으로 대표되는 제삼세계 존재들에 대한 교감으로까지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그는 과거 분단극복의 의지를 담은 일련의 시들이 갖는 민족주의적 감수성의 한계를 극복하고, 전지구적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주변부 존재들간의 연대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성과를 낳고 있다. 문학평론가 염무웅은 이번 “하종오의 『남북상징어사전』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간군상은 역사의 아이러니 그 자체이다. 아마 그것은 전망을 상실한 이 시대의 잿빛 풍경화일 것이다.” 라고 평하며 이번 시집에 대한 의의를 발견해낸다. 국경과 인종을 초월해 기록한 하종오식 만인보 북한에서 탈출한 최귀림 씨와/베트남에서 시집 온 메이 씨와/필리핀에서 취업 온 글로리아 씨와/연변에서 친척 방문했다 주저앉은 김화자 씨가/지방 소도시에서 만난 지 일 년이 지났다//네 여자가 각기 다른 나라에서 한국으로 건너와/한동네 지하 봉재공장에서 봉재공이 되었으니/겉으로는 보통 인연이 아니라고들 하면서도/속으로는 팔자 사나운 여자들로 여겼다//말이 공장이지, 네 여자가 전 직원인 봉재공장에서/야근도 같이하는 여주인도 빚 때문에/앞날이 보이지 않기는 피차 마찬가지,/남한과 북한이 사이좋지 못하면 경기 더 나빠져/주문량이 줄어들곤 해서 봉급 제때 주지도 못했다//최귀림 씨가 향수병에 시달리는 날이면/메이 씨가 입덧하는 날이면/글로리아 씨가 생리통 앓는 날이면/김화자 씨가 갱년기 장애로 힘겨워하는 날이면/여주인이 스트레스 받는 날이면/그런 날엔 그런 여자 혼자 쉬게 하고/다섯 사람 작업량을 네 여자가 나누어 처리하고도/정시에 퇴근하였다 -「여인 천하」 전문 하종오의 작업은 우리 사회의 반(半)주변부적 성격에 대한 역사적인 탐구로부터 진행된다. 과거 제국의 신식민지로서 일방적인 착취와 수탈의 대상이던 한국은, 이제 전지구적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반주변부의 위상을 점하며, 주변부 국가에 대한 중심부 제국의 착취와 수탈을 대행하는 기묘한 하위 제국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다. 동시에 중심부 제국에 의해서는 여전히 착취와 수탈의 대상으로 존재하는 낀 존재(in between)로서의 위상이 자리 잡고 있다. 시인은 이러한 상황에 대한 정직한 응시만이 과거 민족주의적 감수성의 한계를 근본적인 극복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해서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전지구적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주변부 존재의 삶에 천착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분단체제의 경화 속에서 남북한 주민 간의 연대를 통한 탈분단의 가능성에 골몰한다. 이는 탈북 주민과 이주노동자와 하층 여성과 제삼세계 국가 등 주변부 존재 간의 연대의 어법으로 나타난다. 기실 어느 누구도 탈분단시의 지향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는 시대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현실과의 마주침을 두려워하지 않는 시적 사유가 소중하다면, 아래로부터의 연대를 통한 새로운 어법의 모색은 우리 시의 핵심적인 과제라는 것은 여전히 자명한 사실이다. 새로운 시적 실험들은 난무하지만, 정작 이러한 실험들이 아래로부터의 연대의 언어를 창출하려는 자의식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시의 현재에게 하종오는 다시금 묻는다. 전지구적 자본주의 시대 탈분단시의 어법은 어떠해야 하는가? 답은 문학과 현실간의 새로운 관계맺음을 고민하는 우리의 치열한 논의 속에서만 도출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하종오의 시들은 이러한 논의를 추동하는 문학사적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다. 여전히 우리 문학의 자리는 주변부 존재들의 삶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