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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단발령
2. 내 뼈를 덥혀준 석전 스님 3. 해인사 4. 조선일보 폐간기념시 5. 만주 광양에서 6. 부랑하는 뒷골목 예술가들 속에서 7. 흑석동 시대 8. 붕궤 9. 창피한 이야기들 10. 해방 11. 급조 대학교수 12. 이승만 박사의 곁 13. 동아일보사와 나 14. 짝사랑의 여정 15. 신생 대한민국 문교부 초대 예술과장 16. 6.25 사변 1 17. 6.25 사변 11 18. 6.25 사변 111 19. 9.28수복 20. 개울로 끌고 가 쏘아버려라 21. 전주 풍류 22. 무등산 밑에서 23. 광주에서 24. 명천옥 시대 |
SUH,JHUNG-JOO,徐廷柱,미당(未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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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 아이, 댁엔 함도 하나 없이 어쩌나" 하면서 여러 함 중에서 제일 조그맣고 예쁜 것 하나를 그분 손녀에게 억지로 들려 우리 방에다 갖다 놓았다. 열어 보니 그 속에는 근조의 선비들이 좋은 글 쓸 때 쓰던 다듬이질 한 오색종이가 한 축 들어 있었다.
며칠 뒤엔 내가 내 어린 것을 데리고 언덕에 올라 들꽃을 꺾어온 걸 보곤 " 아이, 가엾어라. 꽃이 있는데 꽃병이 없군. " 하곤 귀가 좀 떨어진 대로 구석구석이 무명꽃 같은 이조의 작은 자기 항아리 하나를 꽃 옆에 갖다 놓아 주었다. 이튿날은 또 무엇을,...... 또 다음날은 또 다음 무엇을,,,,,, 할머니는 연달어 무엇인가를 가져와서 우리 생활의 빈틈을 찾아 메우기에 골몰하시어, 나는 여기 어울리게 대접해 드릴 것을 챙겨 내기는 새로, 마침내는 이런 일들을 그냥 땅에 흙 있는 일만큼 보는 데 길들고 말았고, 미친 며느리가 밤중에 나타나 담뱃불을 달라는 일도 역시 그냥 그렇게 보는 데 길들어 갔다. 옛날 일, 옛 어른들의 일 --- 그것은 어느 허주레한 황토 속에서 무심결에 나오건 거의 우리한텐 이렇게 오지 않느냐. --- p.107~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