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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치원에서 꾸다
감자와 흰자위, 삔 팔, 족발 원초 같은, 갓 태어난 보드라움의 그것 부모은중, 그 두 겹의 절규 어……간……쥬……알…… 조치원에서 어린 새로 날다 에필로그 : 빗소리 와와 할 때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 작가의 말 개정판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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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선 밤 기차속, 서울에서 작은 잡지사 기자로 일하는 현직은 기형도의 시「조치원」에 관한 꿈을 꾸면서 아픈 엄마를 만나기 위해 짧은 귀향을 한다. 새벽녘에 도착한 부산 집에는 불면증에 시달리는 누이만이 그를 기다리고 있고, 병원에는 '시신경이 말라가는' 원인 모를 병을 앓고 있는 엄마가 애처로운 모습으로 누워 있다.
철도 노동자로 일하는 아버지는 엄마의 병에 대해 비전문가의 식견으로 독선적인 치료대안을 내놓고, 현직은 이런 아버지에게 반발감을 느낀다. 여느 때와 다른 귀향으로 현직은 하룻밤 새 부쩍 어른이 된 자신을 보면서 귀경길에 오른다. 엄마의 투병은 계속되고 현직은 '뇌'와 '시신경'에 관한 각종 의학정보를 모으면서 엄마의 병에 대한 원인규명을 위해 애쓴다. 한 달 후 추석 귀향길의 서울역, 현직은 그를 잡는 어린 창녀의 모습에서 어두운 방안에 앉아 그녀를 기다릴지 모를 그녀의 '엄마', 또한 어린 시절 그의 '엄마'를 떠올린다. 다시 찾은 엄마의 병실, 그러나 그는 멍한 눈으로 말을 잊은 채 그를 바라보기만하는 낯선 엄마와 마주친다. 아버지는 이를 약물중독 때문이라며 엄마에게 지폐뭉치를 세는 훈련을 강제로 시키는 등 유난을 떨고, 현직은 엄마의 병이 결국 아버지로 인한 것이라는 생각에 적개심마저 느끼게 된다. 계속해서 정확한 병명이 밝혀지지 않자 엄마의 거취를 두고 가족들의 갈등 또한 더해가고 결국 엄마의 바람대로 집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된장찌개 속에 엉뚱하게 들어간 계란노른자, 먹지 못할 정도로 크게 썰어진 감자 등은 비정상적인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는 슬픈 영상으로 현직의 마음속에 아프게 남는다. 부산에서의 진료 결과 엄마의 병명이 뇌암일지 모른다는 판정이 나옴에 따라 가족들은 좀더 정밀한 검사를 위해 엄마를 데리고 서울로 올라온다. 현직의 산동네 낡은 자취방에서 어머니와의 낯선 생활이 이어진다. 모처럼 깨끗하게 빨아진 옷들, 사각 두부처럼 개켜진 이불 등은 '아픈 몸'일지라도 엄마가 그의 옆에 있다는 증거들이다. 양성종양으로 최종 결론이 났지만 시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말에 단호히 수술을 거부하는 엄마, 그리고 가족들의 귀향. 빨랫줄에 남겨진 엄마의 팬티를 보면서 현직은 '가족'이라는 것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한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현직은 그러나 강원도 출장 중 갑작스런 엄마 생각에 집으로 내려가고 그곳에서 결혼한 누이의 뒷바라지 등 가사 노동에 또다시 방치된 엄마를 발견한다. 여기에 짚물과 해삼 삶은 물 등을 먹이는 등 민간요법으로만 엄마를 치료하려고 하는 아버지의 모습도 현직에게 엄마의 수술에 대한 조급함을 더하게 한다. 현직은 귀성을 위해 부산역에 나와 서울행 열차를 바라보며 엄마의 죽음, 그 이후 등 머릿속을 맴도는 수많은 상상에 갈등하다 결국 부산 엄마 곁에 남기로 결심한다. "이대로 죽고 말지 종양 떼서 목숨 얻는 대신 눈 잃어 가지고 무슨 희망으로 살 끼고?" 하는 엄마를 설득해 결국 병원에 입원시키고, 현직은 신문이나 책을 리뷰해주는 등 엄마와의 '추억 만들기'에 나선다. 감마 수술을 받은 지 3개월 후 더 이상 종양이 자라지는 않고 있다는 결과를 듣고, 현직은 엄마의 수술 후 첫 나들이에 동행한다. 봄비 내리는 길, 자신의 서울생활의 상징과도 같았던 '칼국수'를 엄마와 함께 먹으면서, 두 번째 뇌사진이 보다 희망적으로 나오는 6개월 후 어느 날을 상상한다. 더없이 시원하게 들릴 빗소리를 귀로 즐기며 다시 한 번 더 엄마와 마주 앉아 칼국수를 먹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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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가족들의 훈훈한 사랑.
나락의 삶에서 건져 올린 독특한 희망의 향기! “십이 년 전의 나는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어가는 것의 이치를 너무도 몰랐었다. 한겨레문학상 수상자로 결정이 되고 난 뒤, 처음 투고하였던 천팔백 매 소설을 거의 일주일 만에 천이백 매 소설을 거의 일주일 만에 천이백 매로 줄인 뒤 최종 원고랍시고 출판사로 넘겨버렸으니까 결국 책은 내 마음속의 오랜 아픔이 되고 말았다. 부끄러움이 아니라 아픔이다. 이건 치유를 해야만 했다. 소설의 줄거리는 예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 하지만 ‘아 다르고 어 다른’ 식의 조치를 무수히 취했다. 군더더기 몇 문단을 덜어내기도 했다. 말할 수 없이 통쾌했다. 첫 책 이후 십몇 년 글쓰기를 해오며 깨달은 것은, 나의 경우 초고 작업은 노동이 아니라는 것이다. 흥분하여 막 토하는 술자리의 열변이나 거침없는 애정고백과 같았다. 그런데 초고 이후의 첨삭 퇴고 작업은 지루하게 기다리며 객관적인 시간을 들여야 하는 노동이었다. 소설이라고 불리지만 실은 그 정체가 시가 아닐까. 딱 그 자리에 그 문단 그 문장 그 단어가 있어야 하는 면에서 시와 소설은 조금도 다르지 않다. 하여 나는 사실상 ‘소설시’를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개정판 작가의 말 중에서 제4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은 뇌종양 판정을 받은 어머니에 대해 아들을 중심으로 한 가족들이 느끼는 고통과 그 극복과정을 그린 독특한 향기의 소설이다. 자칫 무겁고 진부하기 쉬운 주제를 담백하고 잔잔하게 서술한 것이 큰 강점이며, 여기에 시 읽기로 다져진 특유의 밀도 있는 문체가 주목할 만한 작가의 탄생을 기대하게 한다는 평이다. 또한 삶에 대한 긍정이나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인정을 통해 따뜻한 감동을 이끌어 내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 우리 문학 작품 속에 자주 등장하는 파행적인 가족상들과도 뚜렷이 구분된다고 할 수 있다. ‘90년대의 가족 소설이 이룬 성과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는 한 심사위원의 말도 이 같은 맥락을 표현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