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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공제 오늘의책
모던 하트
제18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정아은
한겨레출판 2013.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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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문학상

책소개

목차

1 이직의 시대
2 통하는 사람
3 윗집 여자
4 슈퍼맘과 짝퉁 용
5 미스 커뮤니케이션
6 퍼즐의 완성
7 비상용 남자
8 결혼 특별 부록
9 오뚝이 헤드헌터
10 20억짜리 꿈
11 장밋빛 인생
12 오늘도 무사히
13 진실 게임
14 공범 의식
15 세련된 인간

작가의 말
심사평

저자 소개1

1975년 전남 순천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엔 은행원과 컨설턴트, 통·번역가 등 다양한 직업을 거쳤다. 2013년, 잦은 이직 경향과 경쟁 분위기에서 생존해야 하는 현대인들의 생활상을 담아낸 장편소설 『모던하트』로 제18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작가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로는 한국 교육의 난맥상과 그에 얽혀 형성되는 공간사를 그린 『잠실동 사람들』, 외모가 화폐처럼 작동하는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삶과 사랑을 담은 『맨얼굴의 사랑』, 대중의 광기와 지식인의 위선을 형상화한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사회의 규범에서 깨어난 여
1975년 전남 순천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엔 은행원과 컨설턴트, 통·번역가 등 다양한 직업을 거쳤다. 2013년, 잦은 이직 경향과 경쟁 분위기에서 생존해야 하는 현대인들의 생활상을 담아낸 장편소설 『모던하트』로 제18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작가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로는 한국 교육의 난맥상과 그에 얽혀 형성되는 공간사를 그린 『잠실동 사람들』, 외모가 화폐처럼 작동하는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삶과 사랑을 담은 『맨얼굴의 사랑』, 대중의 광기와 지식인의 위선을 형상화한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사회의 규범에서 깨어난 여성의 초상을 그린 『어느 날 몸 밖으로 나간 여자는』을 썼다. 에세이로는 ‘좋은 엄마’라는 강박관념과 사회에 정립된 고정적인 모성상을 여러 측면에서 분석한 『엄마의 독서』, 자신의 노동을 노동이라 말하지 못하는 ‘주부’의 사회적 위치를 자본주의의 역사와 엮어 조망한 『당신이 집에서 논다는 거짓말』, 문학과 역사 속 인물들의 삶을 통해 ‘사랑’의 개념과 의미를 풀어낸 『높은 자존감의 사랑법』을 썼다.

사춘기를 맞기 전 전두환의 1980년대를 길게 통과했고, 공기 중에 비밀과 불안이 가득했던 시공간에서 인간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왔다. 그 호기심은 성인이 된 후 사회와 국가, 권력과 정치와 역사에 관한 고민과 탐구로 이어졌다. 『전두환의 마지막 33년』은 2021년 11월 23일 세상을 떠난 어느 문제적 인물의 삶과 그를 끝내 단죄하지 못했던 대한민국의 근원적 모순을 풀어가는 기나긴 여정이다. 2024년 12월 17일 향년 49세로 별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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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7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407g | 150*210*20mm
ISBN13
9788984317154

책 속으로

집에 돌아와 거실의 불을 켜는데, 거실 등 밑으로 드러난 내 집이 너무나 아늑하고 깔끔해 보였다. 전쟁터에서 돌아온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총성과 비명이 난무하는 전쟁터에 있는 세연은 언니에게도 한 번뿐인 소중한 인생과 사생활이 따로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 채 필사적으로 언니의 손을 잡으려 한다. 전쟁이 끝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기 나라로 가버릴 거면서. 남편도, 자식도, 애인도 없는 나는 잠깐의 쓸모 때문에 임시로 고용된 단기 용병. 이 어리숙한 용병은 애국심에 들끓는 다른 나라 병사들의 절절한 손길을 뿌리치지 못하고 그만 내일의 휴식을 반납하고 말았다.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 pp.66-67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푸른 등 옆의 세모꼴이 두 개에서 하나로 바뀌더니 이내 붉은 등이 들어왔다. 횡단보도 건너편으로 청회색 하늘 아래 불야성처럼 불을 밝힌 유흥가가 둥글게 몸을 웅크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사거리 세 면에 고층 아파트 단지가 빼곡히 들어차 있고, 한 면에만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이 군집해 있었다. 나는 대각선 건너편을 바라보았다. 쓰러져가는 5층짜리 주공 아파트가 있었던 자리에 L자 세 개가 새겨진 초고층 아파트가 위용을 자랑하며 서 있었다. 아파트 동과 동 사이로 회색 구름이 천천히 지나갔다. 유영하는 구름 사이로 우뚝 솟은 아파트를 보고 있으니 중세의 성이 떠올랐다.
중세의 밤. 높다란 성 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먹고, 자고, 사랑하고, 싸우며 당대의 일상을 채워갔을 것이다. 전깃불이나 자동차 따위가 없었을 뿐 사람들의 욕망과 기대는 지금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으리라. 지금, 저 아파트 안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이 시대의 희로애락을 부지런히 새기고 있을 것이다. 우리의 후손들은 아파트 옥상의 테두리 조명과 유흥가의 조명이 경쟁하듯 불을 밝히고 있는 이 밤의 풍경을 중세의 괴기스러운 밤이라고 회상할지도 모른다. 역사는 반복되는 법 아닌가. 그런 측면에서, 저 아파트는 L자 세 개가 들어간 국적 불명의 이름보다 ‘산성’이라고 이름 짓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잠실산성. 역사성을 함축하기에도, 이름만 듣고 택시 기사들이 찾아가기에도 훨씬 낫지 않은가. --- pp.109-110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 출신대학이 채용 여부의 관건이 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출신대학을 왜 그렇게 따져요? 일만 잘하면 되지. 희한한 사람들이네.”
내가 이렇게 말했을 때 최 팀장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미연 씨가 아직 대한민국을 모르는구나. 대한민국에서 출신대학은 낙인이야.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낙인. 경력 좋고 대학원 좋은 데 나와봐야 아무 소용없어. 대학을 좋은 데 나와야지. 학부를 좋은 데 안 나온 사람은 절대 A급이 못 돼. 외국계 회사도 정말 인지도 높은 회사는 사람 뽑을 때 출신대학 다 따져. Z사 봐. SKY 출신 아니면 아예 이력서도 보내지 말라고 하잖아? 서울대 대학원, 아니 하버드 대학원 나와도 대학 좋은 데 안 나오면 다 꽝이라고.”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일단 회사에 들어간 후에는 회사의 브랜드가 그 사람의 이름값이 된다고 생각했다. 순진했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그런 내 생각은 서치펌 일을 하면서 완전히 개조되었다. --- pp.98-99

내가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이럴 때이다. 나를 제외한 주변 사람들 모두가 생의 동반자와 새끼들을 데리고 와 지지고 볶을 때. 그 주변에 있다는 이유로 그들이 ‘새끼들 돌봄’과 ‘친구와의 사교’라는 멀티태스킹을 해내도록 성심으로 도와야 할 때. 정작 나는 관심도, 아는 바도 없는 화제에 대해 엄청난 인내심을 가지고 들어야 할 때. 아프거나 외로울 때가 아니라 바로 이럴 때! 정말이지 나는 결혼하고 싶다. 아무나 붙잡고 당장에라도 결혼하고 싶다.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
는 건 얼마나 큰 손해인가. 결혼한 사람들은 싱글인 사람들을 만나면 자유로워서 좋겠다고 하면서도 정작 그 자유를 존중해주지는 않는다. 자기들이 선택한 삶에 따르는 무거운 짐들을 당연한 듯 나누어 들자고 한다. 그들에게 나란 존재는 남편도 없고, 자식도 없어서 시간이 넘쳐나는 인간일 뿐이다.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이를 한 살 두 살 먹을수록 이 현상은 심화된다. 정작 나는 결혼하지도 않았고 자식도 없는데, 점점 다른 사람들의 자식을 돌보거나 그들의 결혼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늘어난다. 간혹 내 의견을 말하면, ‘네가 아직 결혼을 안 해봐서 그래’라거나 ‘그러니까 너는 절대 결혼하지 마라’ 같은 지긋지긋한 말만 돌아온다. 독신자 클럽 같은 데 가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이런 상황은 지겹게 나를 따라다닐 것이다. --- p.152

이. 십. 대. 그 단어를 나직이 음미해보는 것만으로도 내 안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오는 것 같다. 내게도 20대가 있었지. 마음은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 같은데 육신은 어느새 20대를 훌쩍 뛰어넘어 낯선 곳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서른일곱. 아무리 되새겨도 늘 낯선 나이. 3년 뒤면 나는 마흔이 되어 있을 것이다. 마흔. 그때 나는 어떤 일상을 영위하고 있을까. 서치펌 일을 계속하고 있을까. 여전히 싱글일까. 지금처럼 흐물 같은 남자나 만나면서 시간을 죽이고 있을까.
생각만 해도 무시무시하다. 사람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일지도 모른다. 무작정 나이 먹기가 두려운 것. 그래서 인류가 수천 년 동안 행해온 공고한 관습을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이는 것. 차라리 차악을 택해 무시무시한 세월을 덮고 건너가는 것. --- p.200

나는 태환을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다. 한 사람과의 만남을 단숨에 형편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린 그 밤의 과음을 후회할 뿐. 태환과 다시 만나고 싶은 건 그 밤의 거친 단면을 조금이라도 다듬고 싶어서이다. 이대로 연락이 끊긴다면 그 단면은 영원히 다듬어지지 못하고 틈날 때마다 내 영혼에 생채기를 내리라.
그를 만나고 싶다. 깔끔하게 차려입고 만나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앉아 천천히 식사를 하고 싶다. 예의를 갖추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안녕히 가시라는 인사를 하면서 정중하게 헤어지고 싶다. 그렇게 내 아픈 단면을 조금이나마 어루만지고 싶다. --- p.249

어차피 생이란 그런 것. 진행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경각심이 든다면 그것은 파국이라 할 수 없으리라. 완전한 격정과 놀라운 속도, 그리고 이전의 생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던 일탈이 혼연일체를 이룰 때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은 완성된다. 원인과 과정이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인연이 이미 모래알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다음. 그 순간에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한 가지, 받아들이는 것뿐이다. 받아들이고 다시 걸어가는 것. 생에 같은 순간이 두 번 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므로 파국으로 인한 교훈도 실은 불가능하다고 해야 하리라. 그러므로 누구를 원망하거나 스스로 돌아보며 후회하는 것은 가장 어리석은 후일담이다.

--- p.282

줄거리

아직 결혼도 안 하고 애도 안 낳았는데 나이에 따른 노화는 착착 진행되고 있는 서른일곱 김미연. 전문대 졸업 후 프랑스 화장품 회사 인사부로 8년 동안 일하면서 사이버 대학을 거쳤고 서치펌 ‘헤드 앤 코리아’에 입사한 지 3년 차다.
헤드헌터 김미연이 일하는 사회란 지극히 속물적이다. 학벌로 사람을 철저히 재단하는 사회. 능력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학벌’ 낙인으로 입사의 당락이 좌우되는 곳. 눈치껏 사람을 날라야 하는 헤드헌터에게 남는 건 오뚝이 근성뿐이다. 매일매일 날아드는 후보자의 탈락 소식 가운데서도 눈 깜짝하지 않고 벌떡 일어설 수 있는 근성.

세월처럼 착실한 것이 또 있을까. 나이트 삐끼가 건네는 말 한마디에 어깨가 으쓱하기도 하지만, 주변엔 온통 애 딸린 친구들뿐. 결혼 안 한 미연을 부러워한다고 입을 모아 말하지만, 자기들 필요할 때면 불러대기 바쁘다. 결혼은 다들 왜 하는 걸까? 평소에는 가족 테두리 밖에 두었다가 자기 필요할 때만 ‘애들 친이모’라는 이름으로 가족에 포함시키는 여동생 세연만 봐도 그렇다. 고시 공부 하겠다며 집에서 놀고 있는 남편의 수발 및 집안일, 두 아이 양육에다가 밥벌이까지. 생각만으로 숨이 막힌다.
상사인 최 팀장의 거래처를 넘겨받으며 어느 정도 입지를 구축해가고 있는 직장 생활은 그럭저럭 안정되어 가는데, 미연의 연애 스코어는 영 별로다. 여러 번 만났지만 스킨십을 전혀 하지 않는 썸남 태환과 심심할 때 전화 한 통이면 바로 달려오는 동호회 물고기남 흐물 사이에서, 미연은 외롭고 또 혼자다.

흐물은 주변 분위기를 맞추는 능력도 뛰어나고 돈도 펑펑 아낄 것 없이 써대고, 기분까지 맞춰주지만, 미연에게 아닌 건 아닌 거다. 그런 흐물과 어느 때처럼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태환에게 전화가 오고, 미연은 망설임 없이 그에게 달려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취한 상태로 태환과 하룻밤을 보낸다. 그날 이후 흐물과는 연락이 끊기고, 태환과는 먼저 연락할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 업무는 차질이 생기고 미연의 일상은 꼬여만 간다. 게다가 동호회 친구 민선이로부터 난데없는 소식까지 들려오는데…….

출판사 리뷰

익숙하면서도 쿨한 대도시, 연인과 직장의 풍속도를 생생하게 그려낸 세태소설!

“세상에는 미처 인식하기도 전에 지나가버리는 사랑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이렇게 되뇌어보았다. 그러자 굉장히 세련된 인간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본문 중에서

1996년 한국 문학의 미래를 힘차게 열어나가기 위해 제정된 한겨레문학상이 올해로 제18회를 맞았다. 2회 김연의《나도 한때는 자작나무를 탔다》, 3회 한창훈의《홍합》, 4회 김곰치의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 6회 박정애의 《물의 말》, 7회 심윤경의《나의 아름다운 정원》, 8회 박민규의《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9회 권리의《싸이코가 뜬다》, 10회 조두진의《도모유키》, 11회 조영아의《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 12회 서진의 《웰컴 투 더 언더그라운드》, 13회 윤고은의 《무중력증후군》, 14회 주원규의 《열외인종 잔혹사》, 15회 최진영의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16회 장강명의 《표백》, 17회 강태식의 《굿바이 동물원》(1회, 5회 당선작 없음)까지 기존의 당선작들은 오랜 시간 한국 문단의 주목을 받고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2013년 제18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은 정아은의 《모던 하트》로, 총 252편의 경쟁작 가운데 예심 심사위원들의 추천과 본심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현실의 이면까지 체크하는 꼼꼼한 진술과 과장이나 감상에 빠지지 않는 서사, 그에 따른 견실한 문학적 관점이 장점’, ‘가벼움과 무거움의 경계, 통속과 품위의 경계, 훈계와 반성의 경계에서 즐거이 줄타기하는 작품’, ‘눈으로 읽고 있지만 귀로 들리는 소설’ 등의 심사평과 함께 무엇보다 우리 주변의 평범한 샐러리맨의 세태를 안정된 문장력으로 생생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모던 하트》는 서른일곱, 헤드헌터로 일하고 있는 김미연의 삶을 통해 대도시 안에서 살아가는 이 시대의 연인과 직장의 풍속도를 생생하게 그려낸 세태소설이다. 헤드헌터 김미연은 학벌이라는 낙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철저한 계급사회에서 발버둥을 치며 살아간다. 출신대학에 따라 사람을 분류하고 차별하는 것이 회사 조직에서는 물론, 연애와 결혼 같은 개인의 삶과 인물들의 내면까지 확고하게 지배하는 현실을 《모던 하트》는 솔직하고도 세세하게 묘사한다. 또한 주인공을 둘러싼 가족, 친구들의 이야기를 통해 슈퍼맘의 고충과 그를 둘러싼 관습과 제도의 문제, 세대 간의 갈등 등을 폭넓게 보여준다. 특히 일, 연애, 결혼을 앞두고 드라마 속 주인공들처럼 해피엔딩으로만 끝날 수 없는 비루한 일상에 대한 탁월한 묘사로 속도감 있게 독자들을 이야기 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매력적인 소설이다.

출신대학이라는 낙인, 인생의 로또는 주식과 부동산뿐.
세속적 욕망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2013년판 실시간 대화록


《모던 하트》의 주인공 서른일곱, 싱글 김미연은 헤드헌터로 일한 지 3년 차다. 헤드헌터인 그녀 앞에는 보다 높은 연봉과 나은 삶을 꿈꾸는 사람들이 줄지어 선다. 쟁쟁한 스펙과 철저한 경력 관리를 통해 신분 상승을 노리는 그들 앞에 헤드헌터는 기꺼이 첫 심판자가 된다. 그들이 휘두를 수 있는 잣대는 학벌 세탁으로도 지워지지 않는 ‘출신대학’이다. 아무리 그 자리에 맞는 능력을 출중히 갖췄다 하더라도, 학벌이라는 선을 넘지 못한 지원자에게는 명목상 ‘훌륭한 인재이지만 우리 회사와 맞지 않는다’는 탈락 소식만 전달될 뿐이다. 사내 정치에 어둡고 눈치가 그렇게 빠르지 않은 미연에게 헤드헌터로서의 성과는 멀기만 하고, 아래로 들어오는 20대 직원들의 정보 수집력과 인맥 동원력은 그녀를 더욱 소심하게 만든다.

나름 험한 사회생활을 하면서 배운 거라고는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오뚝이 근성만 남은 미연에게, 로맨틱한 연애는 해본 지 오래다. 썸남과 물고기남, 두 남자 사이에서 그저 긴장감 없는 줄다리기 중이다. 우선 스킨십 없이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썸남 태환. 그가 있는 곳으로 미연은 늘 달려간다. 채식을 하는 그에게 맞춰 주문을 하고, 그가 좋아하는 클래식을 검색해서 듣는다. 국내 제일의 사립대학 Y대를 나온 그가 미연에게 먼저 연락하는 일은 없다. 그런 그녀 앞에, 전화 한 통만으로 대전에서부터 서울까지 달려오는 흐물은 그저 지방대 나와 공사를 다니는 하찮은 남자일 뿐이다. 서른이 넘어가면서 주변 친구들은 결혼을 하고 애를 낳고 살아가는데, 혼자 뭔가 엄청난 것을 놓친 것 같은, 대오에서 뒤처져 앞사람들을 영영 따라잡지 못하게 된 것 같은 불안감은 미연을 수시로 덮친다. 그렇다고 결혼한 사람들이 다 행복해보여서 그 길을 덥석 따라가기에는 영 시원치 않다.

미연의 동생인 세연만 봐도 그렇다. 세연은 통칭 슈퍼맘이다. 직장을 다니며 두 아이의 양육을 도맡아 하느라 일상이 전쟁이다. 그 전쟁터 아래 홀로 평온한 사람은 서울대 나온 이름 하나로 버티고 있는 사법고시생 제부. 변변한 직업 하나 없이 자존심만은 하늘을 찌를 듯 높은 그를 볼 때마다, 미연은 분노가 치솟는다. 서울대 출신 사위를 봤다고 좋아하던 엄마도 어느새 싸늘한 시선을 감추지 못하기 시작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아이들을 주렁주렁 달고 모임에 나와서는 시댁과 남편을 흉보고, 재건축될 아파트에 대한 부동산 투자로 터무니없는 꿈을 꾸는 친구들과 대화를 하기 위해서 관심도, 아는 바도 없는 화제에 인내심을 갖고 들어야만 하는 미연은 억울하기만 하다. 그리고 그 억울함은 싱글 독자들에게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킥킥 웃다가 씁쓸한 끝 맛을 느끼게 한다.

《모던 하트》는 우리와 너무나 닮은 미연이라는 인물을 통해 2013년판 풍속도를 세밀하게 그려나간다. 그간 알려지지 않은 헤드헌터라는 직업의 내밀한 세계를 파헤치면서, 학벌 따지는 사회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가득하면서도 동시에 내 애인, 배우자 또한 학벌로 재단하며 평가하는 우리의 이중적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또한 메신저를 훔쳐본 듯한 소설 속 인물들의 대화가 실시간 대화록처럼 귀로 들리며 단숨에 읽히는 신기한 소설이기도 하다.

추천평

《모던 하트》는 모처럼 읽은 건강한 세태소설로서 내 마음에 남는다. 현실의 이면까지 체크하는 꼼꼼한 진술과 과장이나 감상에 빠지지 않는 서사, 그에 따른 견실한 문학적 관점이 장점이다. 이는 오늘의 삶을 충직하게 반영하는 소설이 많지 않은 문단의 일반적인 트렌드와 배치된다는 점에서 귀하게 읽힌다. 현재 진행형의 우리네 세태를 이만큼 가감 없이 형상화하는 일은 쉬운 듯하지만 기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 박범신(소설가)

《모던 하트》는 무리한 설정이나 과잉 의식 없이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향해 착실하게 서사를 쌓아간다. 연애라는 강물이 흘러가면서 주변에 있는 회사, 가정, 사회 등의 디테일을 하나하나 정밀하고 사실적으로 살려낸다. 그 결과 우리 사회의 문제적 단면이라고 할 풍경 하나가 완성되는 것이다. 이번엔 다소 좁고 유유한 강이었지만 앞으로는 격랑을 불러오고 범람을 일삼으며 힘차게 흘러가기를 기대해본다.
- 은희경(소설가)

늘 커피 체인점을 드나들며 수시로 아이패드로 카톡을 하거나 메신저로 대화하는 현대적 일상, 결혼과 이직을 둘러싼 평범한 샐러리맨의 욕망과 비애, 학벌주의와 계급을 둘러싼 정글 자본주의의 생태학……. 이처럼 익숙하면서도 쿨한 대도시, 연인과 직장의 풍속도를 유능한 헤드헌터의 시선으로 생생하게 포착한 《모던 하트》에 의해 ‘한겨레문학상’의 스펙트럼은 한층 다채롭게 확장되었다. 이 소설을 읽으며, 문득 내가 이 거대하고 슬픈 도시에서 여전히 살아간다는 사실에 잠시 마음이 아연해졌다.
- 권성우(문학평론가)

어떤 무게를 지닐 것인가? 무거우면 침잠하고 가벼우면 휘발된다. 얼마나 진창에 발을 빠뜨릴 것인가? 비속하면 천해지고 고상하면 조롱당한다. 어떻게 말할 것인가? 가르치자면 배울 사람이 없고 자성만으론 허망하다. 현실 속의 제자리를 탐색하는 문학의 난문제에 《모던하트》는 대답한다. 가벼움과 무거움의 경계, 통속과 품위의 경계, 훈계와 반성의 경계에서 즐거이 줄타기하겠노라고. 2013년식 세태소설의 모범 답안이다.
- 김별아(소설가)

우리는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들처럼 살 수 없다(아니, 그렇게 살아지지가 않는다). 집만 해도 그렇다. 소파, 스탠드, 식탁, 침대 커버와 커튼들. 어쩜 저렇게 완벽하게 조화로운지! 내가 사는 집을 한번 둘러보기만 해도 단번에 비교가 된다. 욕실 타일 사이에 낀 곰팡이, 유행 지난 벽지, 식탁 한쪽에 쌓인 각종 영양제들. 드라마는 먹는 걸 자주 보여주지 치우는 걸 보여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매일 음식물 쓰레기를 버린다. 그걸 버리러 갈 때마다 다른 집들의 음식물 쓰레기 더미를 보아야 한다. 하물며 연애는 더더욱 드라마와 다르다(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드라마처럼 꿈꾸고 싶긴 하다). 일이고, 연애고, 결혼이고…… 늘 우리의 예상을 벗어난다. 예기치 못한 것이 간섭한다. 그것이 우리를 초라하게 만든다. 아무리 노력해봐도 근사해지지 않는다. 그 예기치 못한 놈이 바로 ‘일상’이다.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이 내 발목을 붙잡는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고 나면 지저분한 내 집을 누군가에게 들켜버린 느낌이 든다. 무심한 듯 던지는 삐딱한 말들이 가슴에 박힌다. 그건 인물들이 삐딱해서가 아니라, 대사 속에 일상이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한 번도 세련된 적이 없는 여자인데 스스로 그걸 알까? 그래서 자신이 굉장히 세련된 인간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강남역을 향해 가는 여자의 마지막 모습이 더더욱 슬프다.
- 윤성희(소설가)

《모던 하트》는 현재를 달리는 기차 안의 세상이다. 헤드헌터의 눈에 비친 풍경들은 목적지가 모두 다른 동승자, 소설의 가독성처럼 우린 너무 짧은 시간에 먼 곳까지 와버렸다.
- 백가흠(소설가)

헤드헌터의 세계를 치밀하게 그린 소설일 거야, 라고 생각했다가 얼얼한 펀치를 맞았다. 오지랖 넓은 남자 흐물, 채식주의자 시크남 태환, 슈퍼맘 여동생, 전직 군인 아버지, 위층에 이사 온 첫사랑, 동호회에서 만난 민선, 결혼했거나 애인이 있는 여고 동창생들, 그리고 회사 동료들……. 이 소설은 당당한 싱글 커리어 우먼이 그들과 나누는 대한민국 2013년판 실시간 대화록 같다. 눈으로 소설을 읽고 있지만 귀로 들리는 신기한 소설이다. 좋은 소설은 세세한 설명도, 어려운 사유도
필요 없다. 책을 덮고 나면 따뜻한 희망이 남는다. 그것만으로도 훌륭하다.
- 서진(소설가)

《모던 하트》는 막스 베버가 경고한 ‘영혼 없는 전문가, 가슴이 없는 향락주의자’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이야기이다. 누구보다 회사 일에, 그리고 연애에 열정적이지만 그들의 열정의 대상은 ‘그 일과 그 회사’가 아니어도, ‘너’가 아니어도 된다. 고유명사 대신 화려한 ‘브랜드’에 헌신하며 살아가는 현대인의 열정, 《모던 하트》는 이 현대인이 품은 차가운 플라스틱 ‘하트’에 대한 블랙코미디이다.
- 정은경(문학평론가)

헤드헌트라는 말은 멋지다. 외래어 속에 숨겨진 세세한 사정을 모르니 더 멋지게 보인다. 멋진 외래어는 우리 사회의 치부를 감추는 그럴듯한 포장지가 된다. 정아은은 이직이 생존이 되는 험난한 자본정글, 대한민국을 유쾌하면서도 날카롭게 보여준다. 직업적 은어들의 리드미컬한 배치도 신선하다. 《모던 하트》는 새롭고, 사실적이며, 뜨끔하다.
- 강유정(문학평론가)

《모던 하트》는 모든 것이 세속적 욕망 앞에서 휘발되어 날아가는 한국 사회에 대한 충실한 기록이자 그 심연에 대한 보고서이다. 헤드헌터인 미연에게 도시는 학벌로 번식하고 스펙으로 증식하는 인간들의 냉혹한 정글과 같다. 이곳에서 사랑과 가족은 안심하고 잠들 수 있는 보금자리가 되지 못한다. 현대인의 내면을 때론 유머러스하게 때론 불안하고 쓸쓸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모던 하트》는 ‘세속의 심연 또는 핵심’이라고 읽어도 될 것이다.
- 서희원(문학평론가)

소설은 시민권을 획득한 이들의 독점물인 아크로폴리스의 언어가 아닌, 이로부터 추방당한 이들의 공간인 아고라의 언어이다. 소설이 구체적인 삶의 결들을 담아야 하는 까닭은 이 때문이다. 나아가 소설은 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지금의 삶 ‘너머’에 대한 꿈을 꾸어야 한다. 《모던 하트》는 세태에 대한 천착으로부터 인간을 ‘상품’으로 전락시키는 ‘헤드헌터’의 시대, 야만의 신자유주의 시대의 풍속도를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 이로부터 우리는 비로소 이토록 비루한 현실과는 다른 삶을 꿈꿀 수 있을 것이다. 바로 그것이 소설이다.
장성규(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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