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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그레이트 빅 화이트 월드
제2부 코마 화이트 작가의 말 추천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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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세상이 아주 흰색이라고 생각해. 너무너무 완벽해서 내가 더 보탤 것이 없는 흰색. 어떤 아이디어를 내더라도 이미 그보다 더 위대한 사상이 전에 나온 적이 있고, 어떤 문제점을 지적해도 그에 대한 답이 이미 있는, 그런 끝없이 흰 그림이야. 그런 세상에서 큰 틀의 획기적인 진보는 더 이상 없어. 그러니 우리도 세상의 획기적인 발전에 보탤 수 있는 게 없지. 누군가 밑그림을 그린 설계도를 따라 개선될 일은 많겠지만 그런 건 행동 대장들이 할 일이지. 참 완벽하고 시시한 세상이지 않니? 나는 그런 세상을 '그레이트 빅 화이트 월드'라고 불러. 그레이트 빅 화이트 월드에서 야심 있는 젊은이들은 위대한 좌절에 휩싸이게 되지. 여기서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우리 자신이 품고 있던 질문들을 재빨리 정답으로 대체하는 거야. 누가 빨리 책에서 정답을 읽어서 체화하느냐의 싸움이지. 나는 그 과정을 '표백'이라고 불러. ---pp.77∼78
마르크스는 공산 혁명을 주장했지만, 공산 혁명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닌 것은 아니다. 우리 세대가 처한 상황과 이 세대의 운명에 대한 우리의 분석에 동의한다면, 당신은 넓은 의미의 선언자다. 누군가가 와이두유리브닷컴을 '부모 덕택에 고생 모르고 자란 배부른 녀석들의 복에 겨운 헛소리'라고 매도하려 들 때 '그 방식은 과격하지만 그들의 주장에는 일리가 있다'라고 맞서며 우리의 논리를 그 자리에 소개한다면 당신은 선언자다. 우리 세대가 하루하루 좌절에 빠지는 이유가 우리 개개인의 잘못이 아님을 알고, 그 좌절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면 당신은 우리와 같은 편이다. ---p.182 산업화 시대의 노동자들은 사회주의 사회라는 '다음 단계'를 꿈꾸며, 프롤레타리아 운동의 주체로서 뚜렷한 이념과 이상을 갖고 정치권력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표백 세대는 지배 이념에 맞서 그들을 묶어주거나 그들의 이익을 대변할 이념이 없으며, 그렇기에 원자화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낙원'에서 태어난 이들에게 이상향은 있을 수 없기에, 표백 세대는 혁명과 변혁에 관한 한 아무런 희망을 품을 수 없다. 이들은 사회를 비난할 권리조차 박탈당한다. 완성된 사회에서 표백 세대의 실패는 그들 개개인의 무능력 탓으로 귀결된다. ---p.199 자살을 꿈꿔본 적이 없냐고? 왜 없겠어. 그런 건 누구나 밤마다 생각하는 것 아닌가? 나는 밤마다 술에 취해 흐느적거리며 창문을 깨고 원룸에서 뛰어내리는 공상을 한다고. 때로는 분노에 차서, 때로는 사는 게 허무해서. 세연이 쓴 선언문에 동의하지도 않았고, 사람을 외길로 몰아간다는 생각에 거부감이 일었지만, 어떤 면에서는 그 선언문 덕에 위안을 받는 듯한 기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pp.왜지?). 그러나 내가 그 선언문으로 구원받을 수는 없었다. 설사 선언문의 내용에 내가 찬성한다 해도, 그 선언문과 실행 지침은 생활이 곤궁하거나 좌절했을 때 자살하면 안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실행 지침에선 자살을 하려거든 삶의 중요한 성취를 이뤘을 때 하라고 했는데, 나는 적어도 업무에서 다른 사람이 인정할 만한 성취는 앞으로 영영 이루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p.241 우리 사회에 모순이 쌓이지 않는다는 세연의 주장에 나는 찬성하지 않는다. 세상을 완전히 바꿔버리는 힘은 이제 없을 수도 있지만 우리 시대에 태풍은 곧 몇 번 들이치리라 생각한다. 그때 그 에너지를 이용하면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주 많은 일을. 그건 그 에너지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p.3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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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A대학교 경영학과 취업 선배들과의 대화’ 뒷풀이 후 세연, 휘영, 병권, 추 등과 어울리게 된다. 능력이 뛰어난 세연은 모든 시스템이 완벽하게 짜인 세상에서 자신이 어떤 것도 바꿀 수 없는 현실에 갑갑해한다. 선구적인 어떤 일도 할 수 없다고 판단한 지금 현실에서 주변 친구들에게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 어떻게 뭘 하면서 살아야 할까를 고민하게 만들고, 공무원과 기자, 회계사와 유학생 등 은근슬쩍 자기가 생각한 방안들을 그들에게 알려준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세연은 유서도 없이 학교 연못에서 빠져 죽고, 경찰은 실족사로 결론짓는다.
5년 후 공무원이 된 나와 기자가 된 휘영은 죽은 세연에게 온 메일을 통해 한 사이트에 접속하게 된다. ‘와이두유리브닷컴whydoyoulive’이라는 사이트를 통해 몇 년 전 그 친구들이 연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식을 선택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옛 여자친구였던 추가 24시간 후에 자살한다고 글을 올리고, 자살을 막으려는 나와 휘영은 온라인사이트를 통해 추의 연락처를 알아내려고 백방으로 수소문하고, 그러면서 그 사이트를 홍보하게 된다. 재벌 아들이었던 선우의 죽음도 이 사이트와 연관된 것을 알게 되고, 며칠 지나 후배 병권도 회계사 시험에 합격했다며 지금이야말로 자살 선언을 이을 때라며 마포대교에서 자살하겠다는 글을 24시간 전에 올리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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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흰색이라고 생각해. 너무 완벽해서 내가 더 보탤 것이 없는 흰색. 어떤 문제점을 지적해도 그에 대한 답이 이미 있는, 그런 끝없는 흰 그림! 그러니 우리도 세상의 획기적인 발전에 보탤 수 있는 게 없지. 참 완벽하고 시시한 세상이지 않니.” -본문 중에서
이 소설은 파격인가, 도발인가, 아니면 고발인가 1996년 한국 문학의 미래를 힘차게 열어나가기 위해 제정된 한겨레문학상이 올해로 제16회를 맞았다. 2회 김연의《나도 한때는 자작나무를 탔다》, 3회 한창훈의《홍합》, 4회 김곰치의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 6회 박정애의 《물의 말》, 7회 심윤경의《나의 아름다운 정원》, 8회 박민규의《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9회 권리의《싸이코가 뜬다》, 10회 조두진의《도모유키》, 11회 조영아의《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 12회 서진의 《웰컴 투 언더그라운드》, 13회 윤고은의 《무중력증후군》, 14회 주원규의 《열외인종 잔혹사》, 15회 최진영의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1회, 5회 당선작 없음)까지 10년이 넘는 기존의 당선작들은 한국 문단의 주목을 받고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2011년 제1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표백》은 240여 편의 경쟁작을 물리치고, 예심 심사위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본심 심사위원들의 추천을 통해 당선되었다. ‘한국 문학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될 뛰어난 작품’ ‘몇 년 사이 읽은 소설 중 가장 문제적인 작품’ ‘이 시대 텅 빈 청춘의 초상, 섬찟하면서 슬프다’라는 평을 받으며 문학상 심사 내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표백》에서 작가는 모든 틀이 다 짜여 있는 세상에서 옴짝달싹 할 수밖에 없게 된 젊은 세대를 ‘표백 세대’라고 칭한다. 소설의 주인공들은 어떤 것을 보탤 수도 보탤 것도 없는 흰 그림인 ‘완전한 사회’에서 청년 세대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그 사회에 표백되어 가는 일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자기의 위치에서 가장 성공했을 때 사회에 자신을 표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자살밖에 없다며, 와이두유리브닷컴 사이트에 자살 선언을 올리고 24시간 후에 자살한다. 현실세계에서 자신이 원하는 꿈이나 노력해서 무엇인가를 얻을 수 없다는 생각에 좌절하면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청년 세대들의 고달픈 일상과 정해진 채 다가올 미래와 표백되는 사회에 대한 진지한 고민들을 보여주면서 면밀하고 명확하게 우리 사회를 그려낸다. 절망의 기록, 그러나 동시에 절박한 희망의 구조 요청 싸늘히 표백된 우리 시대 청춘들의 잔인한 자화상 주인공은 7급 공무원의 아들로 태어나서 상위 10개 대학의 뒤쪽에 위치한 A대학에 입학해서 군대를 갔다 온 복학생이다. 그는 대학입시를 다시 준비하든 편입시험을 보든 더 상위권으로 진입해야 하는데, 어떤 것을 시작해도 이미 늦어버린 나이라고 생각하며, 미래의 암울한 현실을 깨닫지만 딱히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다. ‘취업 선배들과의 대화’ 행사 뒤풀이 후에 전교적으로 유명한 ‘21세기 지도자 장학생’인 세연, 경영학과 동기인 휘영, 후배 병권, 세연의 친구 추윤영 등과 어울리게 된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자살을 준비해온 세연은 친구들을 설득하며 5년 후에 자살할 것을 강요하며, 자신이 가장 주목받는 선구자가 되기 위해서 죽는다. 5년 후 각자의 자리에서 일하며 표백되고 있던 주인공과 친구들은 우연찮게 한 사이트(와이두유리브닷컴whydoyoulive)를 통해 서로의 소식을 알게 된다. 그러나 친구들은 5년 전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24시간 후에 자살을 한다고 선언하는데……. 젊은 세대들이 자살하는 세태를 정확하게 그려내며 현실을 담고 있는 이 소설은 우리 사회 청년들의 삶과 일상을 가감 없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표백》은, IMF 이후 변화된 사회의 문제들을 혼자의 몸으로 뚫고 온 혹은 뚫고 가고 있는 청년 세대에 바치는 소설이다. 성공한 삶이라고 주변에 얘기할 수 있는 그때, 그리고 그 성공을 위해 노력했던 스스로에게 자살이라는 방법으로 자유의지를 보여주는 청년들은 부조리한 세계에서 부조리한 방식으로 그들의 삶에 대해 최선의 길을 추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들은 어떻게 이 세계를 헤쳐 나갈 것인가. 희망이 보이지 않는 젊은 세대들이 그리는 슬픈 비망록이 펼쳐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