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孔枝泳
공지영의 다른 상품
Jinsei Tsuji Hitoanri,つじ ひとなり,ツジ 仁成, ?仁成,츠지 진세이
츠지 히토나리의 다른 상품
김훈아의 다른 상품
|
공지영 편
잊는다는 건 꿈에도 생각해 본 일이 없었다. 내가 잊으려고 했던 것은 그가 아니라, 그를 사랑했던 내 자신이었다. 그토록 겁 없이 달려가던 나였다. ……그를 만나지 못해도, 영영 다시는 내 눈앞에 보지 못한다 해도, 잊을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때 그를 떠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 p.26 어떤 작가가 그랬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는 거라고. 그렇지만 그 작가가 모르는 것이 있다. 즐길 수 없을 때도 있다는 것을, 그저 한 사람을 피해 가는 것조차 안간힘을 써야만 할 때가 있다는 것을……. --- p.48 헤어짐이 슬픈 건 헤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만남의 가치를 깨닫기 때문일 것이다. 잃어버리는 것이 아쉬운 이유는 존재했던 모든 것들이 그 빈자리 속에서 비로소 빛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받지 못하는 것보다 더 슬픈 건 사랑을 줄 수 없다는 것을 너무 늦게야 알게 되기 때문에. --- p.109 사랑이 사랑 자신을 배반하는 일 같은 것을 상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랑에도 유효 기간이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이미 사랑의 속성이었다. 우리는 사랑이 영원할 거라고 믿게 하는 것 자체가 이미 사랑이 가지고 있는 속임수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사랑의 빛이 내 마음속에서 밝아질수록 외로움이라는 그림자가 그만큼 짙게 드리워진다는 건 세상천지가 다 아는 일이지만, 나만은 다를 거라고, 우리의 사랑만은 다를 거라고 믿었다. --- p.112 결국 또 내 가슴을 철렁이게 할 단 한 사람, 헤어진대도 헤어지지 않을 것을 알았기에 떠나보낸 그 사람. 내 심장의 과녁을 정확히 맞추며 내 인생 속으로 뛰어들었던 그 사람, 처음 만난 순간부터 만년을 함께했던 것 같은 신비한 느낌을 주었던 그 사람, 내 존재 깊은 곳을 떨게 했던 이 지상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사람. --- p.229 츠지 히토나리 편 그날 마음의 벽에 후회라는 상처를 새겼다. 그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바라보며 칠 년을 보냈다. 그런 내게 그 사람이 오늘을 살고 있는 한국을 방문함은 마음 편한 여행이라고 할 수 없다. ……평생이 걸려도 풀 수 없는 올가미 속에 나와 홍이가 있다. 그저 그 사람이 살고 있는 서울을 찾아, 같은 하늘 아래에서 그녀와 같은 공기를 마실 수 있다면 하는 생각으로 비행기를 탔다. --- p.6 인간은 후회하며 사는 동물이다. 사자나 기린이나 낙타가 후회를 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후회를 하기 위해 태어난 인간은 태어난 그 순간부터 얼마나 괴롭고 덧없는 존재인가. --- p.48 고독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쓸쓸함은 사랑을 약하게 만든다. 슬픔은 미래를 어둡게 만든다. 거기에 젊음이 더해지면 모든 것이 위태로워진다. 밝은 색을 잃어버린 화가가 그린 그림과 같았다. --- p.89 그렇게 우리는 만나게 되었다. 평온한 시작이었으나, 그 작은 만남 뒤에 두 나라를 걸친 운명적인 사랑과 이별이 기다리고 있었다. 몇 번의 기적이 둘을 만나게 한 것처럼 또 몇 번의 기적이 더해져 이렇게 우리 두 사람은 다시 만났다. --- p.235 --- 본문 중에서 |
|
출판사를 경영하고 있는 집안의 맏딸 최홍(베니)은 어학 연수를 위해 일본 도쿄로 간다. 일본어를 겨우 떠듬거리게 된 그녀는 4월의 어느 날, 도쿄의 한 공원 안 호숫가에서 준고(윤오)를 만난다. 준고는 부모님은 이혼했고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아버지와 살고 있었기에 아르바이트로 생활비와 학비를 충당해야 하는 처지다. 두 사람은 벚꽃잎이 흩날리던 봄날 공원 호숫가에서 만나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사랑에 빠져 든다. 준고보다 사랑에 적극적이던 홍이가 마침내 준고의 집으로 가방을 싸들고 들어가지만, 아르바이트로 시간에 쫓기는 준고에게는 홍이와 사랑을 나눌 만한 시간적 여유도 마음의 여유도 부족하다. 기꺼이 받아들이고 기쁘게 맞은 사랑이었으나 사랑에 대한 서로 다른 생각과 현실에 차츰 지쳐 가던 두 사람은 기어이 감정을 폭발한다. 그로부터 7년 후 김포 공항. 이곳에서 두 사람은 기적이 될지 우연이 될지 모를 뜻밖의 만남과 맞닥뜨린다.
|
|
왜 한일 작가의 공동 집필 소설을 시도했는가?
2005년은 한국과 일본 두 나라에 있어 역사의 한 매듭을 짓는 해였다. 우리 편에서 보자면 광복 60주년을 맞는 해였으며, 일본 편에서 보자면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이 된 지 60년을 맞는 해였던 것이다. 사람으로 치자면 환갑을 넘기는 셈이다. 그리고 2005년은 '한일 우호의 해'로 정해졌고 벽두부터 서로 상반된 얼굴을 지닌 60년을 돌이켜보고 그 의미를 짚어 보는 다양한 움직임과 행사들이 있었으며, 한쪽에서는 '한일 우호의 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두 나라 사이에 여느 해와 다름없이 여러 문제들이 불거져 나왔다. 그러나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한국의 젊은이들은 일본을 문학, 음악, 애니메이션, 영화 등을 통해 가까운 나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일본의 젊은이들은 한국을 더더욱 역사적인 시각으로 의식하지 않고 최근에는 음악, 드라마, 영화 등에 힘입은 한류 붐에 빠져 있다. 이에 소담출판사에서는 두 나라 사이가 과거의 시간을 뛰어넘어 말 그대로 우호의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문화적 접근으로서 한일 작가의 공동 집필을 계획했다. 그리하여 이 기획은 2년 전에 잉태되었고 서울과 파리에 있는 두 작가가 서로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집필하여 올해 5월 16일부터 12월 1일까지 『한겨레신문』에 '먼 하늘 가까운 바다'로 연재되었으며, 이 책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연재 원고를 모아 재작업을 거쳐 단행본으로 선보이게 되었다. 왜 공지영과 츠지 히토나리인가? 이유는 간단명료하다. 공지영은 발표작마다 베스트셀러가 된다는 유명세에서가 아니라 섬세한 문장으로 어떤 작가보다도 젊은이의 감성에 동요를 일으키고 공감을 얻는 탁월한 작가이기 때문이다(츠지 히토나리는 파리에 있는 단골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한국 유학생이 공지영의 팬이어서 이 제의에 응하게 되었다고 밝히기도 했었다). 츠지 히토나리는 『냉정과 열정사이』로 한국 독자들에게 널리 사랑받고 있다는 점 역시 이유지만, 일본에서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하여 작가로서 확고한 위치를 다졌으며 그 자신이 뮤지션, 영화감독, 배우로 활동하고 있어 젊은이들의 취향과 감성을 읽어 내는 데 탁월하다는 평을 받고 있어 더없이 적합한 작가이기 때문이다. 왜 사랑 이야기인가? 이 소설의 기획 자체가 두 나라 사이의 과거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미래 지향적이고 말 그대로 우호의 관계를 위한 작은 걸음이 되고자 한 것에서 출발했기에 작품에서 정치적? 역사적 배경은 배제하기로 했다. 물론 과거의 잘못은 분명하게 규명해야 하는 문제이나 이는 정치권과 학자들에게 맡겨야 할 것이다. 따라서 소설에서는 현재를 살아가는 두 나라의 젊은이를 주인공으로 하여 정치적? 역사적 문제가 얽힌 내용보다는 문화와 언어의 차이에서 오는 오해, 남자이고 여자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오해 등으로 풀어 가는 순수한 사랑의 이야기를 택했다. 다만 결말에서는 앞으로 두 나라가 나아가야 할 지향점으로서의 화해와 용서와 포용을 암시하기 위해 해피엔딩으로 끝맺은 것이다. 사랑 후에 당신에겐 무엇이 찾아왔나요? 홍이와 준고는 순수하게 사랑했지만, 그 사랑에는 가혹한 여름과 찬바람이 부는 가을이 찾아왔으며 이윽고 차가운 겨울에 갇히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기나긴 겨울을 견뎌 낸 두 사람에게는 새봄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사랑 후에 오는 멋진 기적을 그린 것입니다. 사랑 후에 당신에게는 무엇이 찾아왔나요? 우정입니까, 슬픔입니까, 아니면 사랑입니까? 이 두 권의 소설을 읽고 당신의 사랑이, 그 가슴이 다시 한 번 뜨거워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 츠지 히토나리 츠지 히토나리의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그를 만나고 있는 것과 신기하게도 같다. 그는 늘 장난꾸러기 같고, 그는 늘 조용하나 그는 늘 설레이고 있고, 그는 늘 출발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는 이 모든 것을 진실과 진심으로 해냄으로써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가까운 나라에서 태어나 다른 언어로 작업하고 있는 내 오뉘 같은 그와 이런 작업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이 내게는 축복이었다. 그의 경쾌와 그의 진심이 우리 독자들에게도 나와 같은 감동을 일으키리라고 믿는다. 그의 말처럼 한국과 일본, 그 백 년 후의 흐름에 이 소설을 맡기고 싶다. - 작가 공지영 때로는 힘차게, 때로는 섬세하게 그려내는 감성 그 순간을 담은 2018 ‘momento' 다이어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