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 갱 포스트잇 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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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벨리해마 11
켈피 53 가시복 113 별바라기 159 쥐치 195 장어 227 톱상어 261 줄무늬거북복 289 볏해초고기 335 민물가재 359 은달고기 387 풀잎해룡 421 후기 437 |
Richard Flanag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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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위조는 전망이 좋은 직업이었다. 특히 유람선이 늙고 비만한 미국인을 가득 채우고 정박할 때는 더더욱 그랬다. 쑥 내민 배에 반바지와 기묘하게 가느다란 다리를 달고 더 기묘하게 큰 흰 신발을 거구 끄트머리에 점처럼 붙인 미국인들은 인간의 형태를 띤 사랑스러운 물음표였다./ 방금 사랑스럽다고 했지만, 내가 정말 하려던 말은 그들에게 돈이 있었다는 것이다. --- p.18
그것이 평범한 책이 아님을, 확실히 나 같은 낙오자가 엮여 들어갈 물건은 아님을 깨달았어야 했다. 범죄자로서 제 한계를 알기에?적어도 안다고 생각하기에?신변의 위험이 따르는 멍청한 짓에는 손대지 않는 법을 터득했다고 믿던 터였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나는?언젠가 사법절차에 회부되었을 때처럼?이미 연루되었다. 그 곱디고운 검은 먼지 밑에서 굉장히 비상한 일이 벌어지는 중이었다. --- p.24 나는 그 이야기에 매혹되었고, 책이 무슨 강한 부적이라도 되는 듯, 근본적인 무엇을 전하거나 설명할 무슨 마법이 들어 있기라도 한 듯, 어딜 가든 그 책을 품고 다니는 습관이 붙었다. 그러나 그 근본적인 것이 무엇인지, 그게 왜 그토록 중요하게 느껴지는지를 설명할라치면 말문이 막혔고?이는 지금도 그렇다. --- p.29 처음에는 나도 교수의 주장들을 일부분 납득했고, 그 책이 모종의 정교하고 미친 속임수임이 틀림없다는 데 동의했다. 그러나 사기 수법에 대해 어느 정도 아는 사람으로서, 모름지기 야바위를 치려면 거짓말을 최소화하고 상대의 선입관에 맞추어야 함을 아는 사람으로서 볼 때, 그 책이 위작이라는 건 앞뒤가 맞지 않았다. 과거가 이러했으리라는 짐작에 하나라도 부합하는 구석이 있어야지 말이다. --- p.34 훙 선생이 말한다. 한 권의 책이란 최초에는 삶을 이해하는 새로운 길?독창적인 우주?일 수도 있지만, 머잖아 아첨꾼들의 과찬과 동시대인의 경멸을 받으며 두 편 중 누구에게도 읽히지 않는, 저술사의 각주로 전락한다고. 책의 운명은 가혹하며 책의 숙명은 부조리하다. 독자들에게 무시당하면 사멸하고, 후대의 승인을 받으면 영원히 곡해될 운명에 처하는 것이다. 또 그 저자들은 처음에는 신이 되고, 그다음에는 필연적으로, 그들이 빅토르 위고가 아니라면, 악마가 된다. --- p.44 내가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한다고 여기지 말았으면 한다. 오히려 그 반대다. 때때로 그들은 멀건 죽 약간이나 산패한 염장 돼지고기 비계를 컵이나 사발에 담아 가져와서 던져준다. 나는 미소로 답례할 때도 있고, 특별히 기운이 넘칠 때면 이런 경우를 위해 특별히 아껴둔 똥덩어리를 공중으로 내던지기도 한다. 그런 유쾌한 교류가 오간 뒤에 그들은 때때로 나를 흠씬 두들겨주는데, 이는 그들이 아직 약간은 관심을 쏟는다는 뜻이기에 나는 그에 대해서도 역시 사의를 표한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나는 말한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러면 그들은 다시금 낄낄낄 웃는다. 구타와 똥을 던지고 받으며 우리는 정말 멋들어지게 잘 어울려 지낸다고 말할 수 있다. --- p.59 누구한테 돈을 받고 누구한테 안 받을지 결정하니까 무슨 권력이라도 쥔 기분이었지만, 사실 내게는 쥐뿔도 없었고 가진 거라곤 달랠 길 없는 지독히 근질근질한 갈망뿐이었다. 갈망은 심장을 작고 지저분한 흉터로 차츰차츰 뒤덮었으며, 흉터는 계속 증식하여 내 이름 모를 수치심을 뒤덮었다. --- p.74~75 왕풍뎅이는 경탄스럽고도 잔인한 기계였다. 이 기계를 타고 있으면 온몸이 살점이 아니라 고통으로 이루어진 듯한 느낌이 든다. 이는 순전한 육체적 피로 때문만도, 거친 죄수용 작업복을 입고 불과 몇 시간만 오르내려도 사타구니가 쓸려 시뻘겋게 헌 살덩이가 되는 부작용 때문만도 아니었다. 하루가 끝날 때면 이 잔혹한 노동의 목적이 오로지 저 가공할 쳇바퀴를 돌리는 것뿐이었음을 깨닫게 만드는, 천재적이리만큼 지독한 무용성 때문이었다. --- p.96 그가 말을 하면 무엇이든 가능해졌다. 우리의 역할이 그 꿈의 수혜자가 아니라 목숨을 바쳐서 그 꿈을 벽돌과 모르타르, 유리판과 철제 레이스로 바꾸는 노역자라는 걸 알면서도, 너무나 쇠미해진 우리는 이것이 우리에게 어떤 목적을, 의미를, 우리가 죄수가 아님을 뜻하는 무엇을, ‘요람’과 ‘튜브 재갈’ 이상의 무엇을 제시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으니, 그것이 바로 우리 모두가 갈구하던 바였다. 우리 자신에 대한 어떤 대안, 우리가 자신과 세계를 개조할 수 있게 해주는 어떤 증기기계 말이다. 죄수 상태에서 탈출하기 위해 우리는 지금의 모습으로부터, ‘유형 체제’가 선고한 우리의 과거와 미래로부터 탈출해야 했으니까. --- p.121 “국가를 세운다, 바로 그거요. 우리는 국가가 될 수 있고, 또 되어야 한다고.” 그는 렘프리어 선생에게 말하고 있다. “아뇨, 선생, 난 부끄럽지 않소. 아니지, 어떻게 그럴 수 있겠소, 운명이 내게 이 역할을 부여했는데? 국가와 그 창건자인 나, 저주받은 감옥섬 찌꺼기가 아닌 ‘국가’ 말이오. 나는 국부가 될 거요. 국민들은 그 국부를 기리고, 숭배하고, 서사시를 써 바치고, 폭풍우 치는 밤을 배경으로 찬란한 백마에 올라탄 초상화를 그려 바칠 거요. 듣고 있으시오, 렘프리어? 아무도 모를 거요. 이 섬을 감옥에서 국가로 격상시킨 건 바로 노동, 우리의 힘든 노동, 우리의 땀과 희생이라는 걸 말이오.”/ “소변 좀,” 술 취한 외과의사가 중얼거렸다. “봐야 해서.” --- p.231 세상이 너무나 끔찍하다는 인식, 삶이 너무 나 특별하다는 감각?이 두 가지 감정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사람이 물고기가 될 수 있을까? --- p.4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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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년대 영국의 유형지이자 식민지였던 오스트레일리아
태즈메이니아 작은 섬으로 떠밀려온 불한당들의 건국 프로젝트 소설의 배경은 19세기 초 북반구 유럽에서 배로 반년을 가야 닿는 남반구 오스트레일리아 태즈메이니아다. 영국에서 태어나 떠돌이 위조꾼으로 살아가던 윌리엄 뷜로 굴드는 영국 왕실 모독죄로 체포되어 징역 50여 년을 선고받고 오스트레일리아로 유배된다. 그는 화가이자 위조꾼, 살인자이자 무기수, 모리배이자 몽상가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이 모든 존재이면서 그 무엇도 아닌 오인된 인물이다. 탈옥을 감행했다 20여 년 만에 다시 붙잡혀온 그는 이제 태즈메이니아 인근 세라섬이라는 유형지에 갇혀 모든 희망을 잃고 죽음만을 기다리며 지낸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구원 같은 과제가 주어진다. 태즈메이니아에 서식하는 물고기들을 그림으로 묘사해 본국으로 보내라는 것이다. 정식 화가는 아니지만 그림 재주로 먹고살았던 굴드는 솜씨를 발휘해 여러 물고기들을 하나씩 그려나간다. 다만 그림 작업을 하는 동안,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 한 가지를 몰래 진행한다. 이 감옥섬에서 일어나는 일을 글로 쓰는 것이다. 밤마다 물이 머리까지 차오르는 동굴 감옥에서 그는 사람의 피와 똥, 오징어의 먹물과 성게의 가시를 짓이겨 물고기 그림을 그리면서 이야기를 써나간다. 식민지 관리들이 미화하고 날조한 기록에 맞서 진짜 일어났던 흉포한 사건, 그 기적의 시간을. 이곳에는 영국 관리의 눈을 피해 나라를 세우려고 하는 스케일 큰 사기꾼 사령관이 있고, 죄수들의 재능과 노역을 착취해 자신의 이름을 드높이고자 하는 의사가 있으며, 유형지의 실제 모습 대신 자신의 이야기 재주에 취해 역사를 날조하는 서기가 있다. 또 마지막 남은 자유를 사수하기 위해 침략자들을 공격하는 토착민들이 있으며, 훔치고 베끼고 속여서 영국에서 오스트레일리아로 끌려온 유형수들이 있다. 폭력과 고문과 공포와 지루함으로 점철된, 허황된 건국의 꿈으로 들떠 있는 이 외딴 세계에서 굴드는 자신이 관찰한 인물들과 분위기를 태즈메이니아 물고기들에 입혀 그리기 시작한다. 그의 기록이 현대의 골동품 위조꾼의 눈앞에 곧장 쏟아지면서, 후세에 알려진 역사와 전혀 다른 암흑의 세계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좇는 사람들의 세계가, 몰락을 향해 치달았던 놀랍고 잔인한 시대가 펼쳐진다. 실화와 픽션이 포개지며 마법처럼 나타나는 전혀 새로운 세계 역사와 기억에 도전하는 허풍선이 이야기꾼의 진실 게임 누구의 기억이 진짜일까? 열두 점의 물고기 그림에 이야기를 덧댄, 또는 열두 장章의 이야기에 물고기 그림을 포갠 이 작품은 전부 허구인 것이 아니라 실존했던 영국 출신 유형수 화가 윌리엄 뷜로 굴드(1801~1853)와 그가 남긴 물고기 그림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영국에서 태어난 윌리엄 뷜로 굴드는 위조를 일삼다 태즈메이니아로 유배된 화가로, 방종한 성격의 소유자였으며 알코올의존증과 가난에 시달리다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태즈메이니아에 갇혀 사는 동안 그곳에 서식하는 물고기들을 그림으로 남겼는데, 이 물고기 화첩은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다. 작가 리처드 플래너건은 사실적이면서도 인간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굴드의 물고기 그림에서 착상을 얻어와 상상력을 대담하게 발휘해 전혀 새로운 허구의 세계를 창조한다. 소설 속 굴드는 실존인물과 비슷하게 거리낌 없고 제멋대로인 성격의 소유자다. 이것이 작가가 가져온 실화의 전부이고 그 외의 모든 것은 작가가 창조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창작의 영역에 속하는 이 안티-역사-소설에서 실화와 픽션은 명료하게 구분되지 않고 묘하게 겹쳐진다. 이야기를 따라가는 독자는 눈앞에 펼쳐지는 잔인한 세계가 온전히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어느 정도는 진실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 때문에 소설 밖에서도 과거를 추측하며 마음 졸이게 된다. 진실과 거짓을 가르는 솜씨는 작품 내부에서도 발휘된다. 소설 속에서 유형수 윌리엄 뷜로 굴드는 후대에 알려지게 될 ‘사건들’의 기록을 전적으로 반박하며 실제로는 전혀 다른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독자를 진실과 거짓, 기록과 기억 사이로 몰아넣으며 ‘역사’를 놓고 진실 게임을 벌인다. 우리가 굴드의 기록을 믿는다면, 음험하고 이상하고 정신나간 태즈메이니아라는 (당시에는 밴디먼스랜드라고 불렸던) 세계에는 엄연히 존재했지만 지워진 인물들과 기획들이 있다. 식민지 주민들과 죄수들이 영국 당국의 눈을 피해 자신들만의 나라를 건설하려고 하며, 그들이 본국에 보고한 편지는 모두 거짓이다. 그러나 이 진실을 믿기 위해서는 화자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굴드는 얼마나 믿을 만한 화자일까? 굴드의 기록과 관리들의 문건 중 무엇이 진실일까? 누구의 기억을 믿을 것인가? 그리고 어쩌면 가장 중요한 질문일 텐데―진실과 거짓을 가리고 도려내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 물음이 도착하는 곳은 기록을 금지당했던 피지배자들의 이야기, 침략과 건설과 무역이라는 기획 속에서 사라진 사람들의 삶이다. 사람이 있었고 기억이 있었으되, 그것들은 전해지지 못하고 지워졌다는 것. 작가는 이들을 드러내 이야기하기 위해 남은 기록을 아스러뜨리는 일에서 시작한다. 남아 있는 기록 대부분은 지배했던 자들의 것이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은 잉크 대신 피로 쓴 환상의 언어다. 사람이 물고기가 되어 사람을 관찰하고, 물고기가 사람이 되어 물고기를 그린다는 옛 이야기. 멀리 끌려와 고문을 당해 숨이 끊어지기 직전이면 고향 물귀신을 본다는 이야기. 그리고 그 공상 속에서 온갖 속사정과 진실이 펼쳐진다. 잊고만 싶었던 어둠의 세계를 환상의 언어로 되살림으로써. 이것이 이 작품이, 작가가 과거와 관계를 맺는 방식이다. * 오래전 남쪽 섬에서 추진했던 건국 프로젝트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굴드는 사형을 모면하고 계속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이야기는 사람과 물고기, 예술과 자연을 넘나들며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밀어붙인다. 또한 허무맹랑함과 함께 내밀한 진실을 겹겹이 쌓아올리면서 독자들을 강렬하게 잡아끈다. 이렇듯 『굴드의 물고기 책』은 화려한 수상 경력으로 알려져 있던 플래너건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 더없이 매력적인 작품으로 다가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