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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의 말 - 한국 독자 여러분에게
1. 뚱뚱한 소년 2. 규칙은 있어야 한다 3. 굿 포 유어 헬스 4. 대머리에게 스키를 5. 필요한 이야기들 6. 밀주 스키 7. 동행 8. 품앗이 9. 노래하는 화장실 10. 아이스링크 11. 페르비틴 12. 새로운 남자들 13. 엄마 선수들 14. 김치와 소주 15. 옌스 바이스플로크 16. 추출물 17. 아름다운 허영 18. 고독한 숲 19. 인생은 긴 여행이다 20. 살짝 절은 할 수 있다 21. 좋은 왕들 22. 우리는 한 번만 산다 23. 시대는 변한다 24. 비둘기 25. 기억 26. 털모자 외교 옮긴이의 말 - 유머와 공감의 힘 괴짜 노인의 한국 탐방 |
Toumas Ky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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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생활환경이 좁아지고 허약해지는 나이 많은 남자가 있습니다. 부인은 보건소 입원실에 누워 있고 자신의 건강에도 자꾸만 문제가 생기는 남자. 그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존재는 자식과 손자들이지만 그들을 볼 수 있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새로운 기술과 관습과 음식들을 이해하기란 점점 더 힘들어집니다. 사회는 그 남자를 노인, 그리고 일종의 애물단지로 여깁니다. 그는 자신을 여전히 자기 손으로 집을 짓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던 42세 젊은이로 생각하지만 말입니다. 그는 우리의 아버지와 어머니, 할아버지와 할머니입니다. 그럼프의 깊이는 바로 거기서 나옵니다. 그것이 없었다면 그럼프의 이야기는 짧게 끝났을 것입니다. 까칠한 겉모습 뒤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부드러운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다른 이에게 자신의 기술과 지식을 전달해주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는 인생은 헛된 것이기 때문이지요. ---「지은이의 말」중에서 저녁때 서울발 뉴스를 통해 커다란 엉덩이에 오렌지색 얼굴과 대걸레 머리를 한 양키 대통령이 뚱뚱한 소년과 하는 말다툼을 전해 들었다. 나는 화면에 대고 말다툼을 멈추라고 경고했다. 허풍쟁이들은 당장 사우나 뒤로 데리고 가서 주먹으로 정수리를 비벼주고 팔을 살짝 비틀어주고 일주일 동안 물과 맨밥만 먹여야 한다. 허풍이 좀 가라앉으면 다시 끼워주어야 한다. 내버려두면 화만 키우게 되고 허풍쟁이의 주먹은 야구방망이가 되었다가 수소폭탄이 될 것이다. 다른 방법은 독재자가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도록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것이다. 그에게 찰리 채플린이나 짐 캐리 같은 유머가 넘치는 사람을 보내는 것도 방법이다. 배꼽을 잡고 웃는 미치광이는 전쟁을 일으키지 않기 때문이다. 양키 미치광이는 화염과 분노에 대해 지껄였고 핵폭탄 버튼을 누르고 싶은 격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들에게 그건 장난감이다. 진짜 장난감은 솔방울로 만든 소, 오리나무 창, 줄넘기 줄인데 말이다. 김 씨와 도널드 씨는 줄넘기 대회에서나 승부를 겨뤄야 한다. 그게 훨씬 안전하다. ---「뚱뚱한 소년」중에서 승무원이 비상시 산소마스크 쓰는 방법과 사막에 불시착한 비행기에서 탈출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나는 10킬로미터 상공을 날아가는 이 쇳덩이 속에서 조그마한 안전벨트가 정말로 우리를 보호해줄 수 있는지 물었다. 그리고 이 장난감 같은 안전벨트 하나면 정말로 충분한지 물었다. 땅에서는 무엇을 하든 헬멧이 있어야 하지 않는가! 자전거를 탈 때도, 걸을 때도, 잠을 잘 때도. ---「굿 포 유어 헬스」중에서 화장실을 왜 전문 센터, 안마 시술소, 무도장으로 만들어야 했는지 모르겠다. 구멍만 있으면 충분하고, 일을 마치면 인분은 비료로 사용하면 된다. 요즘 사람들은 훌륭한 거름을 가까운 강으로 흘려보내 버리고,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면서 엉덩이가 깨끗하고 부드러워지는 것에만 집중한다. 우리가 아기들인가? 곧 공중화장실에는 간호사들이 엉덩이에 분을 발라주고 나이 든 남자들을 포대기로 감싸주는 기저귀교환대가 생길 것이다. 그냥 싸버리는 편이 훨씬 편하다는 이유로 건강한 성인들을 위한 기저귀도 생기는 건가? ---「노래하는 화장실」중에서 인생의 어려움을 위하여 잔을 들었다. 그리고 인생의 일부인 죽음을 위하여. 우리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기사가 사진 앨범을 가져와서 그들의 어머니가 찍힌 사진 여덟 장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첫 번째 사진에서 어머니는 갓난아기였고, 마지막 사진에서는 아주 화려한 옷을 입고 관에 누워 있었다. 사진에 있는 어머니의 형제들은 지금 어디 있는지 물었다. 기사는 침묵했고, 이 씨는 1953년에 자를 댄 듯 국경선이 그어졌다고 말했다. 그 선은 집 한가운데, 산 한가운데, 텃밭 한가운데, 가족 한가운데를 지나갔다. 국경 저편에는 삼촌, 외삼촌, 고모, 이모들이 남았다. 모두가 조용했다. 나는 국경 저편에 남은 친척들을 위하여 잔을 들었다. ---「김치와 소주」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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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
이방인의 시선으로 한국을 느끼다 칠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한국의 서울은 너무나 먼 거리였지만, 헬싱키 공항을 떠나는 것 자체가 그럼프에겐 도전이었고 작은 사건사고들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비행기에 입석이 없는 것도 불만인데, 수하물 검색대의 직원과 감자와 모자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고, 무인 여권심사대의 기계를 통과하느라 곤욕을 치른다. 비행기 좌석에 도착하니 그럼프의 자리엔 ‘고장’이라고 적혀 있다. 이런! 비행기에서 우연히 만난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관계자인 ‘이 씨’에게서, 올림픽에 관한 조언을 해달라며 평창으로 초대받는 그럼프. 그렇게 그럼프와 이 씨, 그리고 서울에서 만난 손녀와의 평창으로의 동행이 시작된다. 그럼프가 보기에, 서울의 교차로 한 곳엔 핀란드 전체보다 더 많은 신호등과 차량이 섞여 있고, 핀란드의 모든 휴게소들을 합한 것보다 큰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의 변기엔 미사일 발사버튼을 방불케 하는 제어판이 달려 있다. 언제 폭탄이 떨어질지 모르는 나라, 편의점 문을 24시간 여는 나라, 개미집처럼 복잡한 지하철에서 아무도 길을 잃지 않는 나라 등, 이 모든 것이 그럼프의 눈에 비친 한국의 모습이다. 평창경기장에 방문한 그럼프는 아이스링크를 방문하고, 한국의 스타 피겨스케이팅 선수인 김연아의 놀라운 연기를 감상하며 아내와의 추억을 떠올리고, 스키점프대를 점검한다. ‘이 씨’의 운전기사의 집을 방문해서는 복잡한 한국의 문화와 음식을 맛보고, 아직도 분단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들의 아픔을 목격한다. 다시 서울로 돌아온 그에게 남은 마지막 임무는 북한의 배불뚝이 독재자에게 평화의 메시지를 전해서 동서 간의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는 막중한 일이다. 과연 그는 뜻한 바를 이룰 수 있을까? 서울과 평창을 오가며, 나누고 느끼고 공감하다! ‘겨울 스포츠의 나라’인 핀란드의 국민 작가가 쓴 글답게 이 책에선 동계올림픽에 관련된 여러 역사적 인물들과 사건이 수시로 등장한다. 그뿐만 아니라 유사한 역사적 경험을 한 핀란드와 한국의 역사가 교차되고, 그럼프가 살아온 과거와 한국에서의 현재 이야기가 씨실과 날실처럼 치밀하게 얽히면서 글의 재미를 더한다. 작가는 말한다. 핀란드와 한국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비슷한 면을 많이 가지고 있는 나라라고. 전쟁의 아픔을 경험했고, 가난한 시절을 보냈으며, 농업 국가에서 첨단 기술의 나라로 재건했다. 그만큼 세대와 계층 간의 소통은 어려워지고 갈등은 더욱 커진 것이 ‘발전’이란 이름의 이면에 가려진 그늘이라고. 이 소설은 그런 점에서 스포츠 정신에 대한 독자의 관심을 자연스럽게 촉구하는 한편, 두 문명 간의 만남과 이해 그리고 세대와 계층 간의 소통과 화해를 꾀하고자 하는 작가의 바람으로도 읽힌다. 이 점에서 그럼프라는 캐릭터는 소통과 화해의 가능성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과거의 소중한 추억을 간직하면서도, 유머러스한 해학과 풍자로 문명에 대해서 그리고 가족의 사랑에 대해서 뼈 있는 이야기들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기술문명의 시대에 자칫 우리가 잃어버릴 수 있는 가치들의 소중함을 떠올리게 하고 이질적인 문화와 세대의 공감과 화해를 꾀한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보편적인 이야기가 지니는 진정한 힘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