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검색을 사용해 보세요
검색창 이전화면 이전화면
최근 검색어
인기 검색어

소득공제
동양방랑
베스트
여행 에세이 top20 7주
가격
28,000
10 25,200
YES포인트?
1,400원 (5%)
5만원 이상 구매 시 2천원 추가 적립
결제혜택
카드/간편결제 혜택을 확인하세요

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해외배송 가능?
  •  문화비소득공제 가능

이 분야의 이벤트

상세 이미지

책소개

목차

01

1장 겨울 해협 / 이스탄불
2장 양 창자 수프 / 앙카라
3장 장미의 나날 / 지중해?앙카라
4장 몽해 항로 / 흑해
5장 이슬람 사색 기행 / 시리아?이란?파키스탄
6장 동양의 재즈가 들린다 / 콜카타

02

7장 심산 / 티베트
8장 황금빛 최면술 / 버마
9장 풀의 창루 / 치앙마이
10장 신이 없는 대성당 / 상하이
11장 보름달 밤, 바다의 둥근 돼지 / 홍콩
12장 붉은 꽃, 검은 눈 / 한반도
종장 여행, 결국 사상이다 / 고야산?도쿄

작품 해설 / 장정일(소설가)

저자 소개 2

후지와라 신야

관심작가 알림신청
 

Shinya Fujiwara,ふじわら しんや,藤原 新也

날것의 풍경을 건져 올리는 사진가, 무라카미 하루키, 시오노 나나미보다 더 사랑받는 작가, 시부야 한복판에서 먹물 묻힌 거대한 붓을 거침없이 휘두르는 예술가, 일본 정부가 미워하는 독설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생수와 야채를 가득 싣고 방사능 피폭 현장으로 달려간 사람, 시부야 밤거리를 떠도는 10대들을 만나고 그들의 울분을 알리는 작업을 이어가는 사람, 명상과 요가를 파쇼만큼이나 혐오하지만 붉은색 페라리를 사랑하는 이 유별난 인물. 세계를 여행했고, 사람을 여행했으며, 이제야 비로소 삶을 여행한다고 말하는 행동하는 어른, 후지와라 신야. 1944년 일본 후쿠오카
날것의 풍경을 건져 올리는 사진가, 무라카미 하루키, 시오노 나나미보다 더 사랑받는 작가, 시부야 한복판에서 먹물 묻힌 거대한 붓을 거침없이 휘두르는 예술가, 일본 정부가 미워하는 독설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생수와 야채를 가득 싣고 방사능 피폭 현장으로 달려간 사람, 시부야 밤거리를 떠도는 10대들을 만나고 그들의 울분을 알리는 작업을 이어가는 사람, 명상과 요가를 파쇼만큼이나 혐오하지만 붉은색 페라리를 사랑하는 이 유별난 인물. 세계를 여행했고, 사람을 여행했으며, 이제야 비로소 삶을 여행한다고 말하는 행동하는 어른, 후지와라 신야.

1944년 일본 후쿠오카 현 모지 시(현재 기타큐슈 시 모지 구)의 여관을 운영하는 부모에게서 태어났다. 여관이 파산하자 고교 졸업 후 상경해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명문인 도쿄예술대학 미술학부 회화과에 입학하지만 학교에서 배우는 예술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중퇴, 1969년 스물다섯 살 되던 해에 인도로 떠난다. 이후 서른아홉 살 때까지 인도, 티베트, 중근동, 유럽과 미국 등을 방랑한다.

1972년에 펴낸 처녀작 『인도방랑』은 당시 청년층에게 커다란 호응을 불러일으켰고, 8년의 인도방랑 후 떠난 티베트에서의 여정을 기록한 『티베트방랑』은 라마교 사회의 삼라만상을 예리한 시선으로 포착하여 독자를 투명한 감상공간으로 이끌어주었으며 『인도방랑』과 더불어 저자의 원점이 되는 대표작으로 사랑받고 있다.

1977년 『소요유기』로 제3회 기무라 이헤에 사진상, 1982년 『동양기행』으로 제23회 마이니치예술상을 받는다. 그 밖의 주요 저서로 『아메리카 기행』『도쿄 표류』 『메멘토 모리』 『침사방황』 『시부야』 『바람의 플루트』 『황천의 개』, 소설 『딩글의 후미』, 자전소설 『기차바퀴』 등이 있고, 사진집으로는 『남명』, 『일본풍경 이세』, 『천년소녀』, 『속계 후지산』, 『발리의 물방울』 등이 있다. 어디에도 소속되길 거부하며 사진과 문장을 무기 삼아 기성세대에 덤벼들었고, 지금까지 40년 동안 청춘의 구루로 자리 잡고 있다.

후지와라 신야의 다른 상품

부산대학교 일어일문학과 석사 과정과 도쿄외국어대학교 대학원 일본어과 연구생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일본어 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번역서로는 『인도방랑』, 『티베트방랑』, 『동양방랑』, 『마리카의 장갑』, 『고독한 늑대의 피』,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 『하게타카』, 『국수와 빵의 문화사』, 『비타민 C가 암을 죽인다』, 『사랑하고 있다고, 하루키가 고백했다』, 『당신이 솔로일 수밖에 없는 생물학적 이유』 등이 있다.

이윤정의 다른 상품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5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528쪽 | 888g | 150*210*35mm
ISBN13
9791160260281

책 속으로

여기 이스탄불이나 캘리포니아, 싱가포르, 홍콩, 도쿄, 로스앤젤레스에서도 오렌지 껍질과 돼지머리는 등질(等質)로 그리고 확실하게 썩어갈 것이다. 단지 그것이 도시 뒤편으로 밀려나 포장되고 격리되어 있느냐, 아니면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 앞에 방자하게 내던져져 있느냐, 그 차이에 지나지 않는다.
동양에서는 여전히 사람들의 생활이 포장되지 않고 큰길에 내던져져 있다. 사람들은 대문을 활짝 열어놓고, 지극히 개인적인 일들을 공공의 면전에 훤히 드러내놓고 산다. 나는 8년 전 콜카타의 어느 집 앞에서 아이스캔디를 먹으며 출산 광경을 지켜보던 내 모습을 떠올렸다. 기이한 느낌이 치밀어 올랐다. 나는 그런 동양을 사랑한다. 나와 마찬가지로 혈액이 요동치는 동양의 전체 모습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똑똑히 보고 싶다는 열망을 몇 년 전부터 품어왔다. 좋은 것도 싫은 것도 있는 그대로 볼 것. 선악과 미추가 뒤섞인 곳에 세계가 있다. 나는 그 모든 것을 똑똑히 지켜볼 작정이다.
--- p.46~48

위장의 천재다. 집요하게 먹는다. 애무하듯 먹어치운다. 웃으면서 술병을 비우고, 음식을 씹고, 핥고, 위를 채우고, 장으로 흘려 보내고, 또다시 먹는 일에 도전한다. 손님 테이블의 접시 수를 늘린 만큼 식당 주인에게 리베이트를 받는다. 그것이 이 여자의 직업이고, 튼튼한 위장과 영양분의 배출구인 거대한 젖가슴과 배와 엉덩이가 자본이다.
여자는 결코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많이 먹어도 웃는다. 거대한 배와 젖가슴을 출렁거리며 즐겁게 테이블 사이를 돌아다닌다. 여자의 뒷모습이 탐욕스러운 가축처럼 보일 때도 있다. 가끔은 식의 업에 도전하는 고독한 고행승처럼 보일 때도 있다.
--- p.58~59

새의 숫자를 헤아렸다.
공중을 나는 새의 무리를 헤아리는 것은 살고 죽는 인간의 수를 헤아리는 것만큼 지난하다. 새들은 날갯짓도 하지 않고 바람을 타고 전후좌우 상하원근을 환영처럼 이동하고 있다.
새들은 불시에 나타났다가 불시에 사라진다. 둘은 하나가 되고, 셋은 다섯이 되고, 다섯은 무(無)가 되고, 그 무에서 하나가 나타나고, 그 하나가 다시 둘로 나뉜다.
내 눈은 그것을 스물네 마리라고 헤아리고, 다시 서른두 마리라고 헤아리고, 때로는 열여덟 마리라고 헤아리고, 한순간 그것을 단순한 환영이라고 생각하고, 또 다른 순간 그것을 무한히 날갯짓하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 p.161

동양은 인도 아대륙을 경계로 그 원질이 동과 서로 나뉜다.
서아시아의 광물적 세계-이슬람 세계.
동아시아의 식물적 세계-힌두, 불교 세계.
광물은 사람을 죽이고, 식물은 사람을 기른다.
광물은 사람을 경직되게 만들고, 식물은 사람을 유화하게 만든다.
광물은 신비를 내쫓고, 식물은 신비를 자라게 한다.
광물은 혼돈을 허용하지 않고, 식물은 혼돈을 허용한다.
적대의 정신과 관용의 정신.
일신교와 다신교.
우상 배척과 우상 숭배.
태음력과 태양력.
얼마나 많은 것이 서로 대립하고 있는가?
그리고 이 광물적 세계와 식물적 세계의 대립 양상은 그대로 이슬람교적 성격과 힌두교적 성격, 불교적 성격의 대립 양상이기도 하다.
대립하면서 동일한 종교 행사를 가진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동일한 만큼 한층 더 대극에 있다.
--- p.178

산, 강, 숲, 도시, 여자, 승려, 동물, 음식, 송장.
극락, 지옥, 꽃, 도둑, 경찰, 그리마,
지렁이, 곤봉딱정벌레.
그 모든 것을 만났지만 ……,
그래도 인간이 가장 재미있다.
--- p.243

시장 출구 쪽에 아이를 포함해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고, 그 가운데서 한 덩치 큰 남자가 기이한 연기를 펼치고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덩치 큰 남자가 양손으로 간신히 안아 올릴 만큼 큰 돌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돌을 몇 번이고 패대기쳤다. 나는 땅바닥을 보고 기겁했다.
‘게’다.
상하이 게의 참극이다.
50~60마리쯤 되는 상하이 게가 보기에도 무참하게 등딱지가 깨지고, 내장이 튀어나오고, 다리가 뜯겨나간 채 땅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그 광경을 목격하고 처음에는 깜짝 놀랐지만, 어쩌면 특이한 중국 요리를 만들기 위한 재료 손질 중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남자의 행동이 점점 더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더러운 장화를 신은 발로 상하이 게들을 밟아 뭉개는 것이다. 남자는 혼잣말처럼 뭐라고 웅얼거리고 있었다. 갑자기 이상한 느낌이 들어 주위 사람들의 얼굴을 둘러보았다.
--- p.382~383

이 긴 여행에서 나는 인간을 만나는 것을 과제로 삼았다.
멍청한 인간이든 고귀한 인간이든
눈앞에 나타나는 모든 인간을
일생일대의 인연으로 여기고 소중히 대하기로 했다.
변두리 유곽의 창녀에서 심산에 틀어박힌 스님까지
그 어떤 인간이든 철저히 사귀기로 했다.
여행의 중반, 콜카타에 도착했을 무렵
갑자기 나는 회생했다.
또다시 인간이 한없이 재미있어졌다.
얼어붙은 여행이 녹기 시작했다. 나 자신을 되찾았다.
누구에게나 ‘빙점’은 있다.
반드시 찾아온다.
인간의 빙점을 녹이는 것은
인간이다. 인간의 체온이다.

--- p.515

출판사 리뷰

“누구에게나 ‘빙점’은 있다. 반드시 찾아온다.
인간의 빙점을 녹이는 것은 인간이다.
인간의 체온이다.”


후지와라 신야는 1969년 여름 스물다섯 살 때에 떠난 인도 여행을 시작으로 ?이후 10여 년간 인도, 티베트, 중근동, 유럽과 미국 등을 방랑했다. 모국인 일본이 2차 대전 원폭 이후 서구 물질문명으로 인해 민족적 자의식을 완전히 상실했다 판단하고 이에 대한 타개책을 궁구하던 끝에 오른 방랑길이었지만, 그는 이내 끝 모를 무력감과 회의에 빠지고 만다. ????눈이 흐려지고, 혀가, 귀가, 코가 무감각해지는 상태, ?그는 그것을 여행과 삶의 임계점에 도달하여 마침내는 얼어붙는 단계, 즉 ‘빙점’이라 이름 한다. 그리하여 살아 있는 모든 것, 그 가운데 특히 인간이 귀찮았고, 당연히 글이나 사진에서도 인간은 보이지 않게 된다. 인간이 인간에게 흥미를 잃어버린 ?정신과 육체의 쇠약 상태에 시달린 저자가 인간성의 회복과 존재의 의미를 찾기 위해 선택한 것이 바로, 아시아의 서쪽 끝 터키에서 동쪽 끝 일본에 이르는 ‘동양방랑’이다.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창밖을 보면서 동양에 대해 생각했다.
온갖 냄새가 코끝에 들러붙어 있다.”


“그리스 아테네에서 에게해와 마르마라해를 따라 기차로 40시간, 동양이 시작되는 이스탄불로 향하는 동안 시시각각 다가온 것은 냄새였다.”(45쪽) 썩은 오렌지 껍질, 돼지머리, 송장, 광인, 전염병 환자, 만취한 사람. 에게해 서쪽, 서양의 땅에서는 눈가림되거나 포장되어 말살되고 마는, 모든 무르익고 썩어가는 것들의 냄새가 바로 동양 그 자체였던 것이다.

그가 기사회생하기 위해 동양을 택한 이유는, ?애초에 방랑을 시작한 곳도, 에세이스트가 된 곳도, 사진작가가 된 곳도 모두 동양이었기 때문이다. ?후지와라 신야는 그런 동양에 대해 “혈액이 요동치는, 선악과 미추가 뒤섞인 세계”(48쪽) 라고 일컫는다. 아시아의 여러 도시에서 벌어지는, 우스꽝스럽고 ?어리석고 못난 보통 사람들의 생활 의식(儀式) 속으로 섞여들어 간 저자가 목도한 것은 이들이 저마다의 모습으로 흔적을 새겨나가는 삶의 한복판, 다름 아닌 ‘일상’이었다.

식당의 낯선 손님에게 접근해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어치운 후 사례금을 받는 거식녀, 지중해에 수장된 트랜스젠더 하산 타스데미르, ??한밤에 처절하게 불경을 외기 시작하더니 새벽이 되어 속세로 떠난 마흔네 살의 파계승, 목을 매는 게 특기라는 치망마이의 실성한 매춘녀, 돼지 방광을 부낭처럼 매달고 바다를 헤엄쳐 홍콩으로 밀입국한 셰이 형제…….

창녀부터 승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군상들의 남루한 일상이 자리 한 공간 속에서 그가 발견한 것은 인간의 온기 그 이상의 ‘살아 있다’는 뜨거운 열망의 목소리였고, 자신의 정신과 육체를 관통해 흐르는 ‘피’의 역사였다. 생동하는 삶의 활기로 요동치는 내면을, 후지와라 신야는 스스로 “그저 ‘길을 걷는 자’였고 보고 느낀 것들을 ‘보고하는 자’”(477쪽) 라고 고백한 것처럼, 빼거나 보탬 없이 날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기록한다.

그렇게 방랑 10년 만에 찾아온 ‘빙점’에서 시작된 여행은, 동양 곳곳의 기저 깊숙이 침투하는 발걸음이 더해질수록 인간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으로 뒤바뀐다. 희로애락의 감정으로 가득 찬 육체를 가진 존재들은 인간의 본성과 욕망을 더 절실하게 자각하도록 이끌었고, 그것을 순시(瞬視)에 간파하는 찰나의 과정 안에서 그는 자신의 빙점이 서서히 녹아내리는 것을 느낀다. 정체 모를 냄새가 감도는 양 창자 수프의 시큼한 맛을 혀가 반기기 시작하고, ??인간적인 슬픔과 분노가 담긴 판소리 가락과 비 오는 날 처마 밑에서 부르던 치앙마이 창부의 벼 베기 노래가 울려 퍼진다. 먼 도시의 불빛 하나하나는 누군가의 영혼처럼 ??반짝이고, 고요한 산사에 내리는 눈송이들은 관음처럼 빛난다. 마침내 온몸의 감각이 깨어나기 시작한 그는 이? ‘동양극장’이라는 이름의 길 위에서 “비할 데 없이 인간적인 곡예”를 펼쳐 보인 사람들을 향해, ‘인간 천재들’이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인간의 표정 너머에서
역사성과 사회성을 포착해내는 생생함


후지와라 신야의 글과 사진은 그의 장년기에 지나쳐온 객지들을 담아낸 기록임에도 여전히 분방하고 거침없는 청춘을 닮았다. 그는 여정을 옮길 때마다 벼린 칼날처럼 날카로운 언어와 사유를 통해 현지의 삶을 그려낸다. 터키 사람들의 심각하고 검소한 표정에서 가난을 견뎌야 하는 사회 상황을 읽어내고, 시리아에서 파키스탄에 이르는 이슬람 국가 사람들에게서 분노의 표정을 발견한다. 후지와라 신야는 이것을 사막이라는 토양을 기조로 하는 추상적 풍토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사막과 같은 황량하고 삭막한 자연 환경에서 코란이라는 강력한 종교적 법률이 출현했다는 것이다. 반면 구상적인 자연 환경에 속하는 인도 사람들의 표정은 삶의 표준만을 강요하는 풍토의 이슬람과는 대비된다. 사소하고 경박한 물질조차도 ‘신’의 색깔로 물들여버리는 인도인들에게는 시대착오적이다 싶을 만큼 유구한 자족의 표정이 어려 있다.

동양의 서쪽 끝과 동쪽 끝을 오가며 인간의 표정들을 속속들이 파헤친 후지와라 신야가 매료된 것은 바로 이 표정에 담겨 있는 역사성과 사회성이다. 불교국인 미얀마, 태국 사람들에게서는 공통적으로 조용한 미소를 발견한다. 중국 사람들은 포커페이스다. 중국인만큼 어떤 장면에서도 민족적 정체성을 잃지 않는 인종도 드물다. 필리핀 사람들에게서는 일본 다음가는 백치의 표정을 읽어낸다. 그리고 한반도는 불교적 염화미소라기보다는 유교적 박애에서 오는 미소를 가지고 있다.

후지와라 신야는 인간성의 발견에 대한 고백에서 나아가, 기후나 지형 같은 환경적 영향을 통해 문명의 특징을 통찰해내는 대목에 이른다. 그는 인도를 경계로 나뉘는 동양의 상반된 두 가지 풍토에 대해 성찰하기도 하고, 미얀마 국경을 경계로 태국에서부터 인간적 정서가 결여된 환경을 마주하고는 대량 생산과 이윤 추구에 몰두하는 ‘일본주의’가 유입되어 있음을 읽어내기도 한다. 한 발 더 나아가 작가는 동양의 서쪽에서 동쪽까지 정신과 물질의 채도가 다름을 간파한다. 가령, ‘노인 혐오’라는 사회적 현상은 일본에서 두드러지지만, 동양의 동쪽 전반에서 공통된 현상이다. 근대화를 맹목적으로 추구해온 중국, 한국, 일본 등은 ‘새것’을 향한 강박에 휩싸여 있다는 것이다. 새롭고, 미래적이고, 급진적인 것에 절대적 가치 기준을 두는 테크놀로지 사회에서 노인 혐오는 어쩌면 자연스럽고 숙명적인 현상이다. 후지와라 신야는 이러한 성찰 속에서, 인간은 누구나 늙어가는 존재라는 사실을 직시하고 미래형 도시 사회가 유포하는 물질적 에테르를 경계할 때, 괴롭고 불안한 현실에서 벗어나 역동적이고 풍요한 삶이 가능해진다고 진단한다.

“나는 그 ‘동양극장’의 무대 위 천재적인 인생 연기자들 속에서
언제나 단역이었다.”
동양의 보통 사람들이 연기하는 비할 데 없이 인간적인 곡예


30여 년 전 그의 성찰대로, 동양의 서쪽과 동쪽은 여전히 서로 다른 채도를 보여주고 있다. 동양의 서쪽은 ‘아랍의 봄’ 이후 종교적·정치적 분쟁에 휩싸여 있고, 동양의 동쪽은 더욱 강고해진 물질의 갑각류로 무장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예견이라도 한 듯 작가의 목소리에는, “동양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두 눈으로 똑똑히”(48쪽) 보겠다는 각오처럼, 미래까지의 여정을 계획하려는 웅숭깊은 의지가 담겨 있다. 동양의 방방곡곡에서 ‘피’와 ‘표정’과 ‘정신’까지 독해한 끝에, 작가는 모국 일본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유한다. 개인 차원의 이념(도덕)과 집단 차원의 이념(종교) 가운데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일본인을 통해 후지와라 신야는 불균형과 모순을 발견하고, 우리는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자화상을 발견한다. 동양의 전역에 감춰진 생의 이면들을 아우르며 자기반성에 도달하는 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가꿀 힘을 수확할 수 있을 것이다. 동양을 관통하는 사유의 동공들로 빼곡히 수놓인 이 책은, 후지와라 신야를 그 자신에게로 이끌었듯, 우리를 우리 자신에게로 이끄는 하나의 방대한 지도이자 청명한 거울이다.

추천평

후지와라 신야가 구루인지 아닌지는 독자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수많은 세상 사람 가운데 어느 한 명이 그를 구루로 불렀다는 것이다. 이 사실이 왜 중요한지를 따로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저 사실은 후지와라 신야를 ‘나의 구루’라고 과감하게 고백하지 못한 수줍은 열 명, 백 명, 천 명의 숨어 있는 추종자가 있다고 암시해준다.
(……) 이 여행기에서 독자가 맡아보지 못할 냄새는 하나도 없다. 냄새는 국경이라는 이름의 분별이 얼마나 의미 없는 것인지 웅변해준다. 대변이 혹은 음식이 그런 것처럼, 인간의 생물학적 원초성과 직결되어 있는 냄새는 이질적인 신과 낯선 인종과 무수한 국경을 하나로 묶어준다. 이제 아무런 과장 없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후지와라 신야는 냄새를 맡기 위해 방랑한 것이다. 지은이는 스스로를 “그저 ‘길을 걷는 자’”, “보고 느낀 것들을 ‘보고하는 자’”라고 말하지만, 그에게 독특한 개성과 후광을 부여하는 것은 여행기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문명 감식안이다.
- 장정일 (소설가)

리뷰/한줄평25

리뷰

9.4 리뷰 총점

한줄평

10.0 한줄평 총점

클린봇이 부적절한 글을 감지 중입니다.

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