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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연애의 모든 것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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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모든 여성들로부터 공히 느끼하다는 시청 소감을 불러일으키는 문봉식 의원은 꽃다운 스물다섯 살 이여진 양의 치마 속 다리를 매만지기 시작했다. 이여진은 죽지 못해 안절부절못하고 있지만 뭐가 겁나서인지 별다른 저항을 하지는 않았다. 두 눈을 질끈 감고 찡그린 그녀에게 문봉식은 마치 시아버지가 사랑을 속삭이듯 이런 대사를 쳤다.
“너 아나운서 되려면 다 줘야 된다. 내가, 공중파 간부들 꽉 잡고 있어요.”---p.48~49 장도준이 유일무이하게 믿는 철학. 코끼리를 냉장고 안에 넣는 법. 냉장고 문을 연다. 코끼리를 냉장고 안에 넣는다. 냉장고 문을 닫는다. ……냉장고 문을 연다. 내 인생을 냉장고 안에 넣는다. 냉장고 문을 닫는다. 그래, 나도 곧 죽어서 병원 시체실 냉장고 안으로 들어가겠지. 그때만큼은 모범생마냥 똑바로 누워서. 장도준은 두려운 마음으로 냉장고 문을 열었다. ……에이, 씨발. 대체 코끼리 그 개새끼는 어디 있는 거야?---p.113 “인간들은 저마다 예외 없이 거대한 벽과 마주 서 있어요. 그걸 부숴야 해요. 그래야 앞으로 나갈 수 있어요.” “돌아가면 되잖아요.” “그럴 수 없어요.” “왜죠?” “남이 아니라 자신이 만든 벽이니까. 어디로 도망치든 그 벽과 여전히 마주 서 있게 되죠. 다른 방법은 없어요. 용기가 필요해요.” “용기…….”---p.134 “뒤끝이 작렬해야 할 쪽은 당신이 아니라 나지. 소화기에 마빡 맞고 개망신의 표상이 된 건 당신이 아닐 텐데? 이제 우리 그만 접죠? 네?” “당신, 당신, 하지 마. 재수 없어. 그리고 내가 왜 당신 우리야, 엉?” “알았어. 알았어. 나 재수 없어. 그리고 당신이랑 나는 우리가 아니야. 원수야. 철천지원수. 됐지? 원수끼리 그만 덮자고. 원수를 사랑하라, 몰라?” “…….” “이미 꼬인 말을 뭘 계산하고 계시나? 미련 갖지 마.” “뭐?” “미련이 많으면 그 인생 고달파. 미련이 왜 미련인 줄 알아요? 미련을 떠니까 미련인 거야.”---p.161 그래. 오늘 고민 오늘 족하니라. 웃을 수 있을 때 실컷 웃자. 니체는 이런 말도 했다. 사랑에 관한 여러 가지 문제들로 고민한다면 단 하나 확실한 치료법이 있다. 그것은 자기 스스로 더 많이 더 넓게 더 따뜻하게 그리고 한층 더 강하게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에는 사랑이 가장 효험이 있다, 라고. 그래 뭐 어떤가. 말에게 키스하고 매독에 걸리고 제 똥을 먹고 오줌을 마시게 된다 한들 어차피 미쳐서 하는 사랑, 일단 비극은 잊자.---p.208 김수영은 얼이 나가 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의 고통보다 더 큰 고통이 뭔 줄 아는가? 내 귀가 당나귀 귀인 거? 아니다. 내가 당나귀인 거? 아니다. 당나귀들이 모여서 저놈 귀가 당나귀 귀라고 뒷담화를 까는 것이다.---p.216 스피노자는 내일 당장 지구의 종말이 닥친다 해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노라 대범한 척했고 이상(李箱)은 능금 한 알이 떨어지자 지구는 부서질 듯이 아팠다고 읊조렸으며 무엇보다 사탄은 사과로 아담과 이브를 유혹해 에덴동산에서 쫓겨나 속세를 건설하게끔 했으니 가히 문명이란 한 그루의 사과나무로부터 비롯된 것이며 그날 그 소년의 영혼에 뿌리내렸던 저 신비한 사과나무 또한 어느 날 홀연 음악이 가득 찬 전기기타로 변하여 자신 곁에 온 것임을. 그날 그 사과나무는 신이었고 여인이었고 청춘이었고 음악이었고 슬픔이었고 나 자신이었고 결핍이었지만 결핍이 없는 자들은 이런 질문 자체가 없겠지. 그래서 그들은 사과를 보면서도 보지 못하고 맛보면서도 맛보지 못할 것이다. 장도준은 어두운 방 한가득 은하수가 되어 떠오르는 음악에게, 빛나는 사과나무에게 말한다. 말할 수 있다. 나는 안다고. 이제 다 안다고.---p.273 “더럽고 치사하기가 싫었어요. 단 한 번은 그러기가 싫었어요. 아무리 엄청난 대가를 치르더라도 딱 한 번만큼은.” “송 보좌관.” “…….” “우리 각자가 일생에 단 한 번씩만 그런 결정을 내려 준다면 세상은 바뀐다.” “……이긴단 말입니까?” “계속 싸울 수가 있지. 그건 살아 있다는 뜻이야.”---p.290~291쪽 “서로가 완전히 다른 진짜일 때 그 남녀는 서로를 사랑할 수 있습니까?” “어렵군요.” “사랑할 수 없습니까?” “의원님.” “네, 총리.” “적어도 가짜 동지들끼리 사랑하는 것보다는 멋있을 것 같습니다. 그건 분명합니다.” “그럼 진짜 새한국당 의원과 진짜 진보노동당 의원이 진짜 적수가 되어 사랑하는 것도 가능하겠군요.” “……결혼하면 부부싸움은 다소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부부싸움을 다소간 할지도 모르는 부부가 되면 되겠군요.”---p.304 어쩌면 사랑이란 애초부터 똑같은 답을 가지는 게 아니라 먼 길을 돌아 결국엔 같은 물음을 가지는 일인지도 모른다. 나는 당신을 위한 희생이 두렵지 않다. 그것이 내 오묘한 비밀이다. 사랑은 어쩌면 이런 고백인지도 모른다. 언제나 그렇듯 우주에는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어느 작은 별 두 개가 서로를 마주 보며 반짝이고 있다. 사랑은 없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그와 그녀의 이야기가 다시 시작되었다. ---p.3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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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응준의 나이스한 연애소설
사랑과 인생에 대한 희극적 교본 사랑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작가 이응준의 발칙한 상상에 대한민국이 또 한 번 발칵 뒤집힌다. 이번엔 로맨틱 코미디다. 『내 연애의 모든 것』은 작가 이응준이 단단히 작정하고 써낸 본격 로맨틱 코미디다. 그러나 바람 한 번 불면 머릿속에서 날아가 버릴 가볍기만 한 소설이 결코 아니다. 『내 연애의 모든 것』은 조금 특이한 로맨스다. 작가는 대한민국 역사상 희대의 스캔들, 이념의 철조망을 넘어선 여야 국회의원의 사랑을 그렸다. 이 작품은 2011년 7월부터 6개월간 인터넷 카페 연재 당시부터 큰 주목을 받아 왔다. 남자 주인공 김수영은 새한국당 소속 국회의원이고 여자 주인공 오소영은 진보노동당 소속 국회의원이자 당 대표이다. 얼추 새누리당과 통합진보당을 연상시키는 당명부터 두 사람은 출신 배경이나 언행으로 보아 실제 인물과 비교될 수 있는 인물들이다. 정적 중의 정적인 두 인물로 대변되는 이분법적인 기호를 작가는 과감히 부순다. 방식은 ‘사랑’이다. 대한민국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흡수통일 이후 5년, 그 ‘어두운 신세계’를 그려 낸 소설 『국가의 사생활』을 통해 이미 놀라운 변신을 선보인 그이지만, 이번 작품에서 그는 더욱더 새로운 세계를 펼쳐 보인다. 『국가의 사생활』로 우리 시대 통일 문학을 새로 개척했다는 찬사를 받았던 그가 이번에는 로맨틱 코미디 문학도 갈아엎을 태세다. 도대체 그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시인이자 소설가, 영화 각본가와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응준은 이 작품에서 시적 언어와 소설적 구성, 영화적 감각으로 한국 문학에 전혀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 냈다. 그의 특장인 정교한 구성과 긴장감 넘치는 빠른 전개는 이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기존의 한국 문학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흡인력이 독자로 하여금 작품 속으로 거침없이 빠져들게 만든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사랑에 대한 진지한 질문들을 깔끔하고 경쾌한 터치로 그려 낸다. 지금 대한민국이 ‘진짜’들의 ‘진짜’ 사랑 이야기에 빠져든다. 2012년판 로미오와 줄리엣, 정적(政敵) 사이에 연애 전선이 발생했다! 국회에 유이(唯二)한 미혼이 있으니 ‘진보노동당’ 당 대표 ‘오소영’ 의원과 법조인 출신 ‘새한국당’ 국회의원 ‘김수영’ 의원. 결혼 적령기를 조금 지났다는 점만 살짝 눈감아 주면 인물 좋고 능력 있는 선남선녀다. 둘 사이에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고…… 바람 잘 날 없는 정치판 속에서 정치적 신념으로 양극단을 달리는 그들의 비밀 연애는 성공할 수 있을까? 여야로 나뉜 두 사람은 ‘언론법’ 날치기 통과 과정에서 정면으로 충돌하여 오소영 의원이 김수영 의원의 머리를 소화기로 폭행하기에 이른다. 정치부 기자 선정 우수 국회의원 1위와 2위로 평가받아 온 두 사람은 폭행 사건 때문에 고소 고발 직전까지 간다. 국가관과 세계관이 서로 다른 소속 정당 때문에 사사건건 대립하는 두 사람은 국회의원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에 회의를 느껴 의원직을 사퇴하고 싶은 유혹을 받지만 끝없이 밀려오는 새로운 국면에 휩쓸려 자신을 돌볼 겨를이 없다. 작가는 김수영과 오소영이 만나는 순간들을 끊임없이 해석함으로써 오늘의 대한민국 정치가 당면한 문제를 예리하게 지적한다. 또한 정치의 허상을 통해 사랑의 진실을 보여 준다. 왜 작가는 두 주인공을 정적으로 대변되는 양극단의 인물로 그렸을까? 바로 “사랑이란 자신과는 완전히 정반대의 삶을 사는 사람을 그 상태 그대로, 두 사람 모두 있는 그대로 기뻐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시각장애인 가수 스티비 원더의 말을 빌려 이렇게 말한다. “나는 단 한 번도 사과를 본 적이 없어. 그저 만져 보고 맛보았을 뿐이지. 하지만 말이야, 나는 사과가 뭔지 알 것 같아.” 그것이 진리이다. 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저 만져 보고 맛볼 수 있을 뿐이다. 그것이 바로 사랑인 것이다. 그동안 이응준의 소설을 읽어 왔던 독자라면, 추억 속으로 침잠해 들어가는 존재의 쓸쓸함과 고독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그가 이렇게 경쾌할 수 있다는 데 놀랄 것이다. 그러나 그 웃음은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채플린의 말처럼, 비극의 한가운데에서 한 발짝 벗어난 자의 관조와 짙은 페이소스가 느껴져 더욱 감동적이다. 작가는 『삼국지』, 『이방인』, 『로미오와 줄리엣』을 비롯한 셰익스피어의 희곡들, 성경 등등 수없이 많은 작품들을 인용하면서 정치와 사랑과 인생을 패러디한다. 그러나 그 경쾌한 문체 때문에 결코 무겁지 않고 읽는 이에게 가볍게 흡수된다. 소크라테스, 공자, 스피노자 등 자칫 고리타분한 고릿적 얘기로 치부될 수 있는 주제의식들이 누구보다 젊은 감각으로 ?장된 그의 문체 앞에서 독자들은 여지없이 무릎을 치고 공감하며 감동하고 만다. 한 편의 잠언집이라 해도 손색없을 만큼 이 소설 속에는 인생과 사랑에 대한 사유와 온갖 아포리즘으로 가득하다. 한 문장, 두 문장 밑줄을 긋다 보면 어느새 교과서처럼 새빨갛게 밑줄을 긋고 있는 자신과 만나게 된다. 비로소 ‘사랑과 인생에 대한 희극적 교본’이라는 카피가 실감나게 된다. 하지만 결국 작가는 “사랑이 뭔지 모르고 죽음이 뭔지 모르지만 사랑은 사랑이고 죽음은 죽음이다. 복잡한 건 다 거짓말이다.”라고 하며, 종국에는 ‘사랑은 없다’라고 말한다. “너는 누구냐. 그게 중요해. 다른 건 아무것도 중요하지가 않아.” 정답은 바로 그것이다. 사랑은 우연인가? 운명인가? 작가는 우연도, 운명도 아닌 ‘인간’이라고 말한다. 여이건 야이건, 우연이건 운명이건, 사랑의 주체는 바로 나 자신이며, 내가 누구냐는 사실 외에 다른 것은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작가는 “사랑은 없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그와 그녀의 이야기가 다시 시작되었다.”라며 작품을 마친다. 그렇다. 사랑은 없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자, 이제, 당신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