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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부와 성자 자본은 어떻게 자본이 되는가
고병권
천년의상상 2019.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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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클럽 『자본』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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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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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의 말-두뇌는 심장의 내장이다

1 나비, 날아오르다-화폐, 자본으로 변신!
· 이것은 변신 이야기 · ‘가치편’에서 ‘자본편’으로 이행 · ‘자본’의 출생신고 · 16세기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 · 지배적 생산양식이 바뀌었다는 증거 · 돈을 가진 자가 승리했다 · 돈에는 임자가 없다 · 계몽되지 않은 저능아 vs 돈만 아는 저질 · 최초의 출발점이 아니라 매일매일의 출발점에서

2 돈을 낳는 돈-그들의 돈은 돌아온다
· ‘화폐로서 화폐’와 ‘자본으로서 화폐’ · 우리는 감각적으로 알고 있다 · 돈의 영원회귀 · 잉여가치?자본을 이해하는 열쇠 · 정신 나간 자본가와 합리적 수전노 · 아버지가 아들을 낳았으되 둘은 한 몸이라 · 돈이 돈을 낳는다고? · ‘자본의 일반 정식’?우리의 경험적 감각을 정식화한 것

3 밀실살인-범인은 어디에?
· 놀라운 사건을 의뢰받다 · 진상조사①?필요한 물건을 얻었다고 가치가 늘어난 것은 아니다 · 진상조사②?물건을 더 얻었다고 가치까지 더 얻은 것은 아니다 · 진상조사③?특권을 행사한다고 가치가 느는 건 아니다 · 진상조사④?사기를 쳐도 가치를 늘릴 수 없다 · 범인이 숨어 있는 그곳으로? · 완전한 밀실살인 앞에서?여기가 로도스 섬이다

4 특별한 상품-마르크스, 수수께끼를 풀다
· 발상의 대담한 전환?사용가치로 교환가치를 늘린다
· 노동력이라는 특별한 상품 · 여물의 양과 밭을 가는 시간은 별개다 · 노동과 노동력의 구분?문제의 결정적 돌파
· 노동력을 판매하는 자유로운 노동자 · 노동력이 없으면 자본이 없다 · 노동력의 가치 계산 · 노동력의 가치에 대한 흔한 오해 · 머리는 마음이 가는 쪽으로

5 두 사람-화폐소유자와 노동력소유자
· 공정한 구매자 ·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 · 이기적 속물로서 인간의 탄생 · 폭력에 대한 예감
부록노트
· I - 자본가, 수전노, 낭비가 160
· II - 노동, 노동력, 노동능력 163
· III - 헤겔과 마르크스의 로도스 섬 170

저자 소개 1

노들장애인야학 철학 교사. 읽기의 집 집사. 생의 최소 단위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임을 잊지 않으며 아픈 사람, 싸우는 사람의 삶의 의지를 지켜보고 세상에 들리지 않는 목소리가 더 멀리 전달되도록 작은 앰프가 되기를 소망한다. 사람을 주저앉히는 글이 아니라 작은 힘, 작은 기쁨이라도 건넬 수 있는 춤과 같은 글을 쓰고자 한다. 니체에 이르는 길이자 자신의 철학적 사유를 섬세히 펼쳐낸 『언더그라운드 니체』 『다이너마이트 니체』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마르크스의 『자본』을 철저하고 깊이 있게 읽어낸 〈북클럽 『자본』〉 시리즈(전 12권), 우리
노들장애인야학 철학 교사. 읽기의 집 집사. 생의 최소 단위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임을 잊지 않으며 아픈 사람, 싸우는 사람의 삶의 의지를 지켜보고 세상에 들리지 않는 목소리가 더 멀리 전달되도록 작은 앰프가 되기를 소망한다. 사람을 주저앉히는 글이 아니라 작은 힘, 작은 기쁨이라도 건넬 수 있는 춤과 같은 글을 쓰고자 한다.

니체에 이르는 길이자 자신의 철학적 사유를 섬세히 펼쳐낸 『언더그라운드 니체』 『다이너마이트 니체』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마르크스의 『자본』을 철저하고 깊이 있게 읽어낸 〈북클럽 『자본』〉 시리즈(전 12권), 우리 사회의 현재를 그의 ‘눈’으로 바라보고 해석한 『고추장, 책으로 세상을 말하다』 『묵묵』, 현장의 운동과 사건과 사람을 담아낸 『“살아가겠다”』 『점거, 새로운 거번먼트』 『추방과 탈주』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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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2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184쪽 | 244g | 126*186*15mm
ISBN13
9791185811819

책 속으로

“자본의 근대적 생활사가 시작된다”라는 문구에서 ‘생활사’라고 옮긴 말은 독일어 ‘Lebensgeschichte’입니다. 사전적 의미를 따라 그렇게 옮기긴 했습니다만, ‘생애’라고 옮기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자본의 삶, 자본의 생명이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니까요. 그런데 여기에 쓰인 ‘생명’(Leben)이라는 말은 ‘자본’에 대해 마르크스가 갖고 있던 이미지를 말해줍니다. 그는 ‘자본’을 생물 내지 유기체로 보고 있습니다. 태어나고 성장하고 쇠퇴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존재, 무엇보다도 매일매일 자신을 재생산하면서 동시에 자식을 낳아 번식하는 존재로 말입니다. 조금 뒤에 보겠지만, 이것은 ‘화폐로서 화폐’와 ‘자본으로서 화폐’를 가르는 매우 중요한 이미지입니다. --- p.24

마르크스가 생산수단을 잃은 대규모 노동인구의 출현을 먼저 이야기한 것은 그것이 시간적으로 가장 빨랐기 때문이아닙니다. 매뉴팩처의 확장, 농업혁명과 차지농업가 발생, 아메리카 발견과 귀금속 유입 등은 모두 16세기를 전후해 일어난 일들입니다. 이들의 시간적 전후 관계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서로 맞물려 있기도 하고요. 중요한 것은 ‘원리’입니다. 조금 뒤에 보겠습니다만, 다른 모든 상품이 존재하더라도 노동력이라는 상품이 존재하지 않으면 자본주의는 원리상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노동력의 상품화를 위해서는 생산수단을 잃은 노동인구의 집단적 출현이 필요합니다. --- p.27

『자본』 제2편의 첫 문장은 자본의 출발점으로서 상품유통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마르크스는 상업을 자본 성립을 위한 역사적 조건이라고 했지요. 두 가지 측면에서 이 말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선, 자본주의 생산양식은 재화를 상품으로서 생산하는 사회입니다. 그리고 상품을 생산한다는 것은 상업과 상인이 존재한다는 뜻이지요. 다음으로, 현실적으로 자본은 일정 규모의 화폐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습니다. 나중에 보겠지만 자본은 그저 축적된 화폐[가치합]와는 다릅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자본을 투입한다는 것은 그에게 일정 규모의 돈이 ‘쌓여’ 있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자본주의가 출현도 하기 전에 누가 이처럼 돈을 쌓아둘 수 있었을까요? 자본주의 이전에도 존재했던 대상인이나 고리대금업자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 pp.31~32

자본의 등장은 그 인격적 구현인 자본가의 등장이기도 합니다. 16세기에 자본의 생활사가 시작되었다고 했지만 엄밀히 하자면 이행이 시작된 것이지요. 이때의 일들은 신호이고 조짐이며 서곡이고 새벽입니다. 일상에서 자본가가 하나의 사회적 계층으로 등장한 것은 자본주의가 본격화된 이후입니다. 빨라도 17세기 후반, 조금 여유 있게 본다면 18세기 중반은 되어야 할 겁니다. --- p.34

‘자본가’보다 먼저 일반화된 말은 ‘화폐자산가’입니다. 자본이 ‘일정 규모의 돈’에서 시작하듯이 자본가도 처음에는 ‘돈 많은 사람’에서 시작했다고 하겠습니다. 앤 여왕 시대, 그러니까 18세기 초 영국인들은 이들을 ‘머니드맨’(moneyed men)이라고 불렀습니다. 실제로 당시 영국에서는 대외교역을 기반으로 화폐 형태의 자산을 축적한 사람들이 급증했습니다. 자산 규모도 무척 컸고요. 역사학자 피에르 빌라(P. Vilar)에 따르면, 17세기 말 영국에서는 ‘머니드맨’이 ‘랜디드맨’(landed men)에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돈을 가진 자들’이 ‘땅을 가진 자들’을 눌렀다는 이야기입니다. --- p.35

그렇다면 화폐가 자산의 기본 형태가 되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돈에는 임자가 따로 없다는 말은 돈은 신분을 몰라본다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돈은 가진 사람이 임자지 임자인 사람이 미리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임자가 미리 정해져 있는 것, 지배자가 미리 정해져 있는 것, 그것이 신분제 사회죠. 돈이 기본 자산이 되었다는 것은 신분제 사회가 끝났다는 의미입니다. --- p.40

땅을 부동산이라고 하는데요. 부동산의 부동성은 신분제 사회에서 인간관계의 성격이기도 했습니다. 인간은 단단한 끈들로 신분에 예속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마르크스가 『공산주의자선언』에서 말한 것처럼, 이제 모든 단단한 것은 해체되고, 모든 신분적인 것은 증발되며, 모든 신성한 것은 모독당합니다. 그리고 신분적 예속의 끈이 끊어진 자리에 얼음물보다 차가운 ‘금전 관계’라는 것이 들어서지요. 물론 예속이 사라졌다는 건 아닙니다. 예속의 성격이 바뀐 것이지요. 인격적 예속에서 비인격적 예속으로. --- p.42

아마포 직조공이 성경책을 사지 않고 계속 금고에 넣어두었다고 합시다. 아예 수전노처럼 돈을 계속 모았다고 해보죠. 아마포를 팔기만 하고 아무것도 사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돈의 성격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돈을 쓰는 순간 그 돈은 사라집니다. 성경책을 사서 영혼을 축이든 위스키를 사서 목을 축이든 상관없습니다. 그는 돈을 지출했을 뿐입니다. 물건을 사지 않고 빚을 갚아도 사정은 같습니다. 돈은 사라집니다. 돌아오지 않습니다. 따라서 화폐를 모은다고 자본이 되는 게 아닙니다. 아무리 많이 쌓여 있어도 돈은 그냥 돈입니다. 전설의 미다스 왕은 만지는 모든 것을 금으로 바꿀 수 있었다지요. 그러나 미다스 왕이라 해도 금을 만져 자본으로 바꿀 수는 없습니다. 틈나는 대로 금을 쌓아둘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쓰는 순간 금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축장자에게는 돈 모으는 일과 돈 쓰는 일이 별개입니다. 그는 ‘쓰는 게 버는 것’임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는 돈을 모을 때는 쓰지 않으며, 써버리면 모으지 못합니다. --- p.54쪽

순환을 거쳐 가치가 늘었다는 것은 G1[G2가 되었다는 뜻인데요. 이렇게 써도 좋을 겁니다. G2=G1+ΔG 수학적 기호만 나오면 두통이 생기는 사람도 있을 텐데요. 수학적 기호는 내용을 간명하게 정리하는 데 유용합니다. 그런데 방금 부등식을 등식으로 바꿔 쓴 데는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마르크스가 정립한 새로운 개념을 따로 떼서 보여줄 수 있거든요. 엥겔스는 이 개념에 대해 “경제학 전체를 변혁시키고…… 자본주의적 생산 전체를 이해하기 위한 열쇠”라고까지 했는데, 바로 ‘잉여가치’(Mehrwert) 개념입니다. --- p.58

마르크스의 말을 들어볼까요. “그것이 자본이 되는 순간, 즉 아들이 태어남으로써 아들에 의해 아버지가 태어나게 되는 순간 둘의 구별은 다시 소멸하고 둘은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이 신비한 과정을 설명해줄 수 있는 것은 생물학이 아니라 신학입니다. 아버지가 아들을 주셨으되 성부와 성자는 하나입니다. “이는 성부로서 자신을 성자와 구별하는 것과 같은데 둘은 나이가 같으며 사실상 한 몸[위격, Person]을 이룬다.” --- pp.65~66

우리의 탐정은 최대 난제에 봉착했습니다. 완전한 밀실살인입니다. 사건은 일어났는데 범인이 들어온 흔적이 없습니다. 바깥에서 죽였나 했는데 그건 불가능한 일임이 판명되었습니다. 바깥에서는 살인이 불가능하고 안에는 범인이 없었습니다. 안을 조사하면 증거들이 바깥을 가리키고, 바깥을 조사하면 안을 가리킵니다. 경험적으로는 분명 잉여가치가 생기는데 논리적으로는 불가능한 겁니다. 눈앞에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있는데 논리적으로는 이런 거위가 생겨날 수 없습니다. “자본은 유통에서 생겨날 수도 없고 유통에서 생겨나지 않을 수도 없다. 자본은 유통에서 생겨나야 하는 동시에 유통에서 생겨나면 안 된다.” 스핑크스 앞에 선 오이디푸스처럼, 더 나아가려면 우리도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화폐가 자본으로 변신하는 것을 이해하고자 하는가. 그럼 이 문제를 풀어보라.

--- p.98

출판사 리뷰

‘잉여가치’는 도대체 어디서 생겨나는가?
- ‘자본의 일반 정식’을 제시하고 그 모순을 해결하다

마르크스는 16세기에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생산양식이 출현했으며, 이것이 곧 ‘자본’ 탄생의 조짐이라고 했다. 마르크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자본의 근대적 생활사”가 16세기에 시작되었다. 자본의 등장은 그 인격적 구현인 자본가의 등장이기도 하다. ‘자본가’보다 먼저 일반화된 말은 ‘화폐자산가’로, 자본이 ‘일정 규모의 돈’에서 시작하듯 자본가도 처음에는 ‘돈 많은 사람’에서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던 것이 결국 ‘돈을 가진 자’가 모든 것 위에 군림하게 됨으로써, 부르주아지인 자본가가 새로운 시대의 ‘지배자’ 형상으로 부상했다.

그 자본가들의 화폐는 어떻게 ‘자본’이 될 수 있었을까. 화폐는 화폐다. 하지만 그 화폐가 어떤 관계에선 자본이 된다. 화폐인 화폐도 있지만 자본인 화폐도 있다는 것이다. 마르크스와 고병권은 이 둘이 어떻게 다른지를 끈질기게 추적해나간다. 마치 밀실살인이 벌어진 사건 현장을 샅샅이 조사하는 탐정처럼.

자본은 상품과 화폐의 유통을 전제한다고 했으니 여기서 시작해볼까요. 마르크스에 따르면 ‘화폐로서 화폐’와 ‘자본으로서 화폐’는 유통형태에서 차이가 납니다. ‘화폐로서 화폐’의 형태는 이렇습니다. W-G-W[W는 상품(Ware)을, G는 화폐(Geld)를 나타냅니다]. 반면 ‘자본으로서 화폐’의 형태는 G-W-G입니다. 물론 ‘자본’ 개념을 아직 정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두 번째 형태의 ‘화폐’(G)를 지금은 ‘자본’이라고 부를 수 없습니다. 잠정적으로만 그렇게 말해두는 겁니다. - 본문 50쪽, 2장 “돈을 낳는 돈-그들의 돈은 돌아온다”

화폐가 ‘자본’으로 사용되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화폐’인 화폐와 ‘자본’으로 변신한 화폐를 어떻게 구분할까. 아마포 직조공이 아마포를 팔고 받은 2파운드를 성경책을 사는 데 썼다면 그 돈은 이제 성경책 소유자의 것으로 ‘자본’이 될 수 없다. 유통의 수단[교환수단]으로 쓴 돈은 ‘나 자신’에게로 돌아오지 않는다. 아마포 직조공이 성경책을 사지 않고 계속 금고에 넣어두었다 해도 마찬가지다. 그 돈의 성격은 달라지지 않는다. 언젠가 돈을 쓰는 순간 그 돈은 사라지기 때문에, 그 돈은 여전히 그저 ‘화폐’일 뿐 자본이 아니다.

결국 화폐가 자본이 되려면 ‘스스로 증식하는 가치’여야 하며, ‘G-W-G’라는 형태에서 앞의 G보다 뒤의 G의 가치가 더 커야만 한다. 즉 이 유통을 통해 ‘잉여가치’가 형성되어야 한다. “더 많은 돈, 즉 가치의 증식을 위한 끊임없는 갱신 운동이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이 갱신 운동 속에서 일정액의 화폐, 일정액의 가치가 ‘자본’으로 변신한다.

제4장 제1절(영어판은 제4장)의 제목을 볼까요. ‘자본의 일반 정식’(Die allgemeine Formel des Kapitals)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 제목은 제4장 마지막 문장의 한 구절이기도 합니다. “사실상 G-W-G'는 유통영역에서 직접 나타나는 모습 그대로의 자본의 일반 정식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단어는 ‘정식’(Formel)입니다. 앞에서는 이 단어를 쓰지 않았습니다. ‘형태’(Form)라는 말을 썼지요. - 본문 75쪽, 3장 “밀실살인-범인은 어디에?”

‘잉여가치’는 ‘자본’을 정의하는 핵심 개념이다. 따라서 ‘자본론’이란 개념적으로는 ‘잉여가치론’이나 마찬가지다. 저자는 ‘자본’이란 ‘잉여가치를 낳은 가치’임을 밝히고, 잉여가치(ΔG)를 낳기 위해 투하한 가치(G1)가 ‘자본’이라고 설명한다. 잉여가치 또는 ‘가치증가분’은 자본을 정의하는 핵심이며, 자본가가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인 한편, 『자본』에서 그 정체를 밝히고자 하는 중심 개념이라는 것이다.

이 책 『성부와 성자-자본은 어떻게 자본이 되는가』의 3장 “밀실살인-범인은 어디에?”에서 저자 고병권은 마르크스가 파헤친 ‘잉여가치’ 발생의 비밀을 꼼꼼히 따라간다. 자본을 자본이 되게 하고, 자본가를 자본주의 생활양식의 지배적 계급인 자본가로 만들어주는 그 ‘잉여가치’는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생겨나는 것일까? ‘등가교환’이라는 기본 등식을 유지해야 하는 유통 체계 안에서 과연 가치의 증식이 일어날 수 있는 걸까? 유통의 내부가 아니라면 ‘자본’과 ‘잉여가치’의 비밀이 숨어 있는 곳은 어디일까?

‘아주 특별한 상품’이 있다, 이 상품에 주목하라
- 마르크스의 ‘노동가치설’, 수수께끼의 열쇠를 찾아서

‘자본’은 유통에서 나왔다가 다시 유통으로 들어가며, 유통 속에서 자기를 보존하면서 증식하고, 더 많은 돈이 되어 유통 바깥으로 나온다. 그리고 이 과정을 반복한다. ‘돈이 돈을 낳는다’라는 사람들의 통념은 ‘자본’의 규정에서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그런데 우리가 추적하고 있는 ‘잉여가치의 소유자’인 자본가는 자신의 생활수단을 직접 생산하는 사람이 아니다. 더군다나 자본주의 생산양식에서 상품은 쓰고 남은 잉여물이 아니다. 오히려 생활의 필수품이다. 자본주의사회에서는 생필품도 상품 형식으로 공급된다는 의미다. 그리고 ‘잉여가치’는 바로 이런 사회에서 생겨난 것이다.

마르크스는 정말 믿음직한 탐정입니다. 현장을 샅샅이 검토하고 있잖아요. 잉여가치를 해명하는 일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일 겁니다. (……) 유통에 관해서는 이만큼 뒤졌으면 됐습니다. 판단을 내려야 할 때입니다. 이곳에는 범인이 없습니다. “유통 즉 상품교환은 어떤 가치도 창조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실망할 것 없습니다. 우리가 샅샅이 뒤진 만큼 범인이 숨을 곳은 이제 딱 한 곳뿐이니까요. 유통이 아니라면 어디겠습니까. 이제 정말 눈을 부릅뜨고 있다가 잉여가치가 생겨나는 그 순간에 현장을 덮쳐야 합니다. - 본문 91~96쪽, 3장 “밀실살인-범인은 어디에?”

마르크스가 얻어낸 해법에 도달하고자 저자 고병권은 ‘자본의 일반 정식’을 조금 변형해서 제시해본다. G-W-W'-G'. 마침내 수수께끼가 풀린다. 이제 우리는 가치증식이 어디서 일어나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등가교환을 전제하면 가치량은 G=W, W'=G'가 되어야 하는데, 자본의 일반 정식이 성립하려면 두 번째 국면에서 상품과 화폐의 가치가 첫 번째 국면의 것보다 커야 한다(G=W〈W'=G'). 따라서 가치의 증식은 자본가가 구매한 상품과 판매한 상품 사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W...W'). 마르크스의 해법에 도달한 저자는 되묻는다. 이게 대체 무슨 뜻일까. 자본가가 ‘구매’한 무언가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가치증식이 일어났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투입한 것 이상의 가치, 곧 ‘잉여가치’(가치증식분)가 생겨나야 하니까 말이다. 이것은 다시 말해, ‘구매할 수 있는 상품’ 가운데 투입한 것 이상의 가치를 낳는 ‘상품’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 상품이 대체 무엇인가. 바로 ‘노동력’이라는 아주 특별한 상품이다.

조금 전에 우리는 자본의 일반 정식의 모순을 해명해보라는 요구를 받았습니다. 등가교환으로 잉여가치를 해명하라는 것이었죠. 나는 이 문제를 밀실살인 같다고 했습니다. 범죄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일어난 범죄 같다는 의미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범죄’라는 말이 정말로 의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자본’이라는 개념은 착취 위에서만 가능하니까요. 이제 『자본』도 색깔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문제를 회피했던 정치경제학자들의 색깔도 드러났고요. 지금까지는 『자본』이 과학자의 연구 논문 같았습니다만 이제부터는 과학수사대의 수사보고서 같아졌달까요. - 본문 119쪽, 4장 “특별한 상품-마르크스, 수수께끼를 풀다”

저자에 따르면, 이제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수백 가지 상품이 있어도 노동력이라는 상품 하나가 없다면 ‘자본주의’라는 생산양식은 불가능하다고. 노동력이 없으면 잉여노동이 없고, 잉여노동이 없으면 잉여가치가 없으며, 잉여가치가 없으면 자본이 불가능하다고. 우리의 자본가는 이 상품이나 저 상품이나 돈 들어가는 건 마찬가지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중요한 것은 ‘노동력’이라는 상품이 없다면 그는 화폐소유자일 수는 있어도 자본가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결국 자본가를 자본가로 만들어주는 비밀은 ‘노동력’에 있다. 그 ‘노동력’이 시장에서 보통의 상품처럼 거래되는 덕분에 자본가는 자본가가 된다. 그러므로 ‘가치증식’의 또 다른 이름은 ‘노동력 착취’다.

마르크스와 『자본』에 덧붙인 고병권의 감칠맛 나는 ‘부록노트’
- “자본가/수전노/낭비가”, “노동/노동력/노동능력” 비교

『성부와 성자-자본은 어떻게 자본이 되는가』에서 고병권은 이렇게 마르크스가 ‘잉여가치’와 ‘노동력’의 진실, 그 비밀을 밝혀낸 전 과정을 추적해나간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마르크스는 “자본의 역사적 존재 조건은 상품유통과 화폐유통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자본은 노동력이라는 상품이 시장에 나왔을 때만 존재할 수 있다. 생산수단과 생활수단을 움켜쥐고 있는 자가 “시장에서 자유로운 노동자를 발견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마르크스는 “이 하나의 역사적 전제 조건이 하나의 세계사를 에워싼다”라고 말했으며, 이 당당한 세계사적 선언의 뒤편에는 “노동자들의 긴 줄이 침울하게 늘어서” 있다.

마르크스가 ‘자본의 일반 정식’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었던 것은 그 침울한 노동자들의 그림자에 눈이 가고 머리가 가고 마음이 갔기 때문임을 저자는 짚어준다. ‘저자의 말’에 밝혔듯 ‘두뇌보다 심장에 비밀이 있’다는 것이다. 마르크스는 잉여가치가 잉여노동이라는 점은 “사실상 스미스에 의해 이미 언급된 것이며, 리카도의 분석에 있어서 하나의 중요한 요소를 구성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미 스미스나 리카도 등이 손에 쥐고 있던 것이지만, 그들은 ‘마음’(심장)이 없어서 ‘노동력’이라는 진실에 가 닿지 못했음을 지적한 것이다.

한편, [북클럽『자본』] 시리즈에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읽을거리가 있다. 책 뒷부분에 붙어 있는 저자의 ‘부록노트’다. 본문의 논의 흐름상 구체적으로 충분히 다룰 수 없었으나 다른 각도에서 좀 더 깊이 숙고해볼 만한 주제가 있을 경우, 저자 고병권이 면밀한 부연설명을 시도하는 장이다. 지금까지 매 권 본문과 관련해 중요한 테마로 다양한 에피소드와 함께 보다 투철한 개념 설명이 이루어지곤 했는데, 이번 4권에서는 그 깊이가 더 깊게 느껴진다. [부록노트]에서 다루는 ‘수전가와 자본가와 낭비가’의 개념 차이, ‘노동과 노동능력과 노동력’의 개념 차이를 읽다 보면 비슷한 듯 보이지만 실상은 다른 것들 사이에서 우리가 정작 중요한 것은 놓치고 있지 않은가 되묻게 된다. 본문과는 다른 또 다른 감칠맛을 느끼게 해주는 고병권의 부록노트가 가진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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