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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의 말
형이 형인 까닭은 초록 병아리, 아리 치자꽃 누가 좀 가르쳐 주실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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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투른 감정을 받아들이는 아이들만의 방식
표제작 〈형이 형인 까닭은〉에서 주인공 동이는 엄마가 형인 남이에게만 가방과 운동화를 사주는 것에 질투심을 느낍니다. 처음 학교에 입학하는 형에게만 선물이 쏟아지자 동이는 엄마에게 “왜 나부터 안 낳고 형부터 낳았냐?”며 심통을 부립니다. 하지만 동이가 자다가 이불에 오줌을 싸는 실수를 저지른 날 밤, 형 남이는 어쩔 줄 모르는 동이를 위로하며 옷을 갈아입히고 이불을 갈아 줍니다. 동이는 자신의 실수를 따뜻하게 감싸준 형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형이 왜 형인지를 깨닫게 되지요. 〈초록 병아리, 아리〉는 주인공 고은이가 초록색 병아리 한 마리를 사 오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담았어요. 주머니의 용돈을 모두 털어 병아리를 데려온 고은이는 초록 병아리에게 ‘아리’라는 이름을 붙여 주고 동생처럼 정성껏 돌보아 줍니다. 아리도 고은이만 졸졸 쫓아다니며 둘은 늘 함께 붙어 다녔답니다. 하지만 아리가 점점 자라면서 아파트에서 키우기 힘들어지자 엄마는 아리가 흙목욕도 실컷 하고 볕도 잘 쬘 수 있는 시골집으로 보내자며 고은이를 달랬어요. 아리를 시골 할아버지 댁으로 보낸 뒤, 고은이는 침대 옆에 말라붙은 아리의 똥을 발견하고 그만 눈물을 쏟고 맙니다. 〈치자꽃〉은 다리가 불편한 유리는 곧 태어날 동생을 기다리지만, 왠지 엄마의 관심을 빼앗길 것 같아 태어날 동생에게 샘이 나요. 하지만 엄마의 사고로 일찍 태어난 동생이 얼마 못가 세상을 떠나자, 유리는 너무 슬펐어요.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고 있던 유리에게 동생의 목소리가 찾아오고, 동생은 자신을 향해 기도해 준 유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합니다. 동생의 인사는 방안 가득 퍼진 치자꽃 향기 같았어요. 〈누가 좀 가르쳐 주실래요?〉는 말썽꾸러기 주인공 차돌이가 잇과의 곤충인 ‘이’와 치아의 ‘이’를 같은 것으로 오해하며 벌어지는 소동을 다룬 이야기예요. 늘 엄마가 머리를 감겨 준다는 사실을 친구들에게 들킨 차돌이는 창피함을 벗어나려고 머리를 깨끗이 감지 않으면 머리에 이(치아)가 생기기 때문에 엄마가 가끔 감겨준다고 대충 둘러댑니다. 하지만 그 이(머릿니)가 그 이(치아)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고, 친구들에게 다시 뭐라고 해명을 해야 할지 눈앞이 깜깜해지고 맙니다. 또래와의 관계 속에서 시작되는 감정의 형성과 성장 오직 ‘나’를 중심으로 별 무리 없이, 조화롭게 돌아가는 듯해 보였던 세상은 아이가 점점 성장하고 여러 사회적 관계에 부딪히면서 다양한 감정의 조각들로 부서지게 됩니다. 내가 형이 되면 먼저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운동화와 학용품에 대한 욕심, 언제나 나와 함께 놀아줄 거라고 생각했던 조그맣고 따뜻한 털 생명체에 대한 최초의 죄책감, 엄마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동생이 밉기도 하다가 좋기도 하다가, 또 미안해지고 마는 마음들, 부끄러움을 들키기 싫어 애써 과장하고 포장했던 마음들 때문에 친구들에게 더 큰 창피를 당하고 만 상황들까지. 선안나 선생님은 이제 막 자신만의 소중한 사회적 관계를 서투르게 맺기 시작하며 경험하게 되는 어린이들의 다양한 마음의 결을 섬세하게 들여다보고, 그 과정에서 주인공들이 스스로의 마음을 어떻게 위로하고 자신의 감정을 건강하게 받아들이는지 따듯한 시선으로 그려 주셨습니다. 글쓴이의 말 함께 자라는 동무 같은 책이길 내가 어렸을 땐 책이 아주 귀했어요. 도시에는 책방도 있고 도서관도 있었지만 우리 집은 시골이어서 그림책 같은 건 구경도 못했지요. 처음 가져 본 책은 교과서였어요. 책도 생기고 공책이랑 연필이며 문구를 갖게 돼서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다 기억이 나는 건 아니지만 교과서를 받았을 때의 벅찬 기분은 어렴풋이 떠올라요. 그러다 열 살 때 학교 도서관이 생겼어요. 수업이 끝나도 집에 가지 않고 책 읽기에 푹 빠졌는데, 그때 동화책 속 세상은 꼭 진짜 같았지요. 맛과 냄새, 소리와 촉감까지 생생하게 느껴졌어요. 그 후로 어른이 될 때까지 아주 많은 책을 읽었지만, 더 이상 온몸으로 이야기를 느낄 수는 없었어요. [형이 형인 까닭은]이 교과서에 수록되자 어린 시절 생각이 많이 났어요. 요즘 어린이는 그림책부터 읽으며 자라지만, 그래도 오감으로 혼자 책 읽기의 맛을 알아 가는 유년기는 여전히 특별한 시간이지요. 가끔 초등학교에서 강의를 할 때 어린이들이 “나부터 낳지, 왜 형부터 낳았어?”라고 동생이 말하는 대목에서 늘 웃음을 터뜨리더군요. 그리고 이 책을 왜 판매하지 않느냐는 질문도 종종 나왔어요. 그래서 여전히 사랑받는 동화 몇 편을 모아 다시 책을 펴냅니다. 어린이들이 공감하며 읽고, 나중에 생각해도 함께 자란 동무처럼 흐뭇하게 떠오르는 책이 되면 참 좋겠어요. 선안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