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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쉬운 오페라
오페라는 흔히 서구문화가 낳은 무대예술의 결정판이라 합니다. 그러나 예술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긴 시간 동안 서양언어로 된 복잡한 이야기를 극과 음악으로 풀어가는 오페라 공연을 초심자들이 제대로 이해하고 충분히 즐기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금난새의 만화 오페라 하우스 시리즈'는 어린이들이 오페라에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친절하고 믿음직한 안내자의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금난새의 만화 오페라하우스 9번째 작품 투란도트 푸치니가 만든 원작 ‘투란도트’의 배경이 되는 시대와 장소는 고대의 중국 북경입니다. 이것은 이탈리아 인이었던 푸치니에게는 이국적이고 신비로운 소재였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 원작의 배경을 미래(2052년)의 중국으로 바꾸었으며 시대가 미래로 바뀜에 따라서 이 작품의 분위기는 공상과학(SF) 만화에 가까워졌습니다. 미래세계는 생명체들의 유전자 변화가 다양하게 진행되어서 새로운 인종들이 나타나기도 하고, 심지어 인간과 다른 종류의 생명체들이 함께 동등한 생활을 하기도 하는 것으로 설정했습니다. 또한 국가나 국경이라는 개념이 희박해지고 교통수단이 더욱더 발달해 감에 따라 다양한 인종과 생명체들이 자유롭게 북경이라는 도시에 모여들고 서로 교류하는 상황의 설정은 원작이 가지고 있는 지나치게 이국적인, 일종의 오리엔탈리즘을 약화시켜 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작품에서 투란도트 공주는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인물로 그려져 있고, 절대다수의 군중이 투란도트의 영향을 받아 울고 웃습니다. 군인들과 관료들에 의해서 투란도트의 권위가 철저하게 유지되는 상황은 마치 20세기 서구의 전체주의 국가를 닮았는데, 푸치니가 이 오페라를 쓰고 있던 1920년대 초반은 이탈리아에 무솔리니의 파시즘이 자리 잡아가던 시기와 일치합니다. 어쩌면 푸치니는 자신이 속한 사회의 변화를 무의식적으로 작품에 반영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 부분은 원작의 설정을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래서 미래의 북경은 자유롭게 교류와 왕래를 하는 일반인들과 전체주의적인 정치 체제가 공존하고 있는 도시가 되었습니다. 이것이 이 작품의 기본적인 배경이라고 할 수 있고, 여기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원작 투란도트에서 또 한 가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공주가 가지고 있는 남성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입니다. 투란도트 공주는 남자에 대한 강력한 거부감과 혐오감을 가진 인물로 묘사되는데, 그와 같은 태도가 남성들의 폭력성과 잔혹함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는 점이 강조되어 있습니다. 이런 관점은 페미니즘과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고, 투란도트를 매우 현대적인 작품으로 읽히게 하여 주었습니다. 이런 부분 역시 그대로 보존하기로 했습니다. 푸치니는 이 오페라를 끝까지 완성하지 못하고 죽었고, 오페라의 결말 부분은 프랑코 알파노라는 작곡가가 이어받아서 마무리 지었습니다. 어쨌든 원작의 결말은 두 주인공이 갈등을 해결하고 행복하게 결합하는 엔딩이었는데, 본 작품에서는 결말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를 놓고 몇 번의 수정을 해야 했습니다. 위와 같은 고민에도 불구하고 원작이 워낙 방대하므로 필요에 따라서 어떤 부분은 과감하게 생략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대사들은 될 수 있으면 원작의 대사를 크게 변형시키지 않고 충실하게 옮기려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