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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베티
이선주신진호 그림
책읽는곰 2019.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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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나는 혼자 걸어간다
2. 나는 착하지 않다
3. 베티가 왔다
4. 아무것도 모르면서
5. 가슴이 뛴다
6. 우정의 맛
7. 우리는 괜찮지 않다
8. 같이 가 줄 거지?
9. 나도 내가 싫다
10. 그냥 베티라서 좋다
11. 그 남자는 똥이다
12. 가끔 내 마음도 봐 주세요
13. 후회하지 마
14. 그냥 베티 그냥 서연
15. 엄마도 기억하고 있었다
16. 기다려, 베티!
17. 우리는 진짜 어른이 될 거야
18. 네가 좋아
19. 베티는 떠났지만
20. 같이 걸을까?

저자 소개 2

청소년 소설 《창밖의 아이들》로 제5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맹탐정 고민 상담소〉 시리즈, 《심판자들》 《열여섯의 타이밍》 등의 청소년 소설을 썼고 《마구 눌러 새로고침》 《열다섯, 그럴 나이》 등의 청소년 앤솔러지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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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신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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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과 대학원에서 조형 예술을 공부하고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한다. 일상의 소중함과 인생의 아름다움을 담은 그림을 그리고 있다. 에세이 『모든 영감의 순간』을 출간했고, 그림을 그린 책으로 『들개들의 숲』, 『어린이를 위한 역사의 쓸모 1, 2, 3』, 『밤의 끝을 알리는』, 『우리는 벚꽃이야』, 『여름맛』, 『퓨마의 오랜 밤』, 『그냥 베티』, 『선감학원의 비밀』, 『매화꽃 편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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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4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220쪽 | 392g | 153*210*20mm
ISBN13
9791158361419
KC인증
kc마크 인증유형 : 적합성확인

책 속으로

민정이는 주영이랑 지현이는 우진이랑, 지아는 경희랑 걸어간다. 초희, 지영이, 정연이는 셋이서 걸어가고, 용희, 태영이, 작은 영지, 큰 영지는 넷이서 걸어간다. 나만, 아니 나는 혼자 걸어간다.
--- p.6

학교에서도 나는 착한 아이, 착한 학생으로 통한다. 애들은 나에게 숙제를 보여 달라고 하면서 ‘너는 착하니까’라는 말을 덧붙인다. 선생님은 교실 뒷정리를 부탁하면서 ‘서연이는 착하니까’라고 한다. 그런데 왜 다들 나한테 뭘 해 달라고만 하고 같이 하자고는 하지 않는 걸까? 착하다는 건 미안하다는 말 대신 쓰는 말일까?
--- p.13

베티는 아빠가 그리워서 우는 게 아니다. 엄마와 미정이 아줌마가 자길 동정하는 게 너무 싫어서 우는 것이다. 그런 확신이 드는 순간, 처음으로 베티에게 동질감이 느껴졌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멋대로 남의 마음을 판단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자기가 남한테 얼마나 큰 상처
를 주고 있는지 모른다. 이를테면 우리 엄마 같은 사람들 말이다.
--- p.42

그때 베티가 내 옆에 앉더니 똑같이 팔로 엑스자를 만들어 제 몸을 감쌌다. 꼭 나처럼. 베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괜찮다고 말했으면 네가 뭘 아느냐고 화를 냈을 것이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아서 화도 낼 수 없었다. 화를 낼 수 없으니 화가 가라앉고 대신 슬픔이 찾아왔다. 그러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슬픔보다 배고픔이 더 힘이 세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했다. 하지만 배고픈 건 어쩔 수가 없었다.
--- p. 82

베티는 집에 가는 내내 아무 말도 없었다. 돌멩이에 걸려 넘어져서 발목을 다치듯, 공에 맞아 머리를 다치듯, 베티는 사람들의 무례한 말과 행동에 마음을 다쳤다. 몸의 상처엔 연고를 바르면 되는데, 마음에 상처에는 뭘 발라야 할까?
나는 슬며시 베티의 손을 잡았다. 아까 엄마가 베티를 안아 줬듯이 손을 잡아 주고 싶었다. 고개를 숙이고 걷던 베티가 나를 보고 씩 웃었다. 얼굴에서 슬픔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지만, 입꼬리에 웃음이 걸렸다. 그거면 됐다
--- p. 103

베티를 모르는 척한 순간, 내 마음도 상처를 입었다. 이번엔 다른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낸 상처다. 그 어떤 상처보다 더 아팠다.
--- p.112

나는 네 덕분에 처음으로 우정을 맛봤어. 조금 전에 너를 보자마자 어두운 방에 형광등을 켠 것처럼 마음이 환해졌어. 친구는 그런 건가 봐. 보기만 해도 마음이 환해지는 거.
--- p.183-184

“널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마치 뱃속에서부터 함께 지낸 것 같았어. 그러니까…… 그게…… 난……자? 그래, 난자! 우린 난자 동지야!”
“뭐라고?”
나는 허리를 반으로 접어 가며 크큭 웃었다. 난자 동지라니!
--- p.200

나와 베티는 엄마 아빠의 유전자를 물려받았지만, 스스로를 고쳐 나가며 성장해 간다. 그런 게 진짜 어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이 세상에 진짜 어른이 되지 못한 가짜 어른이 얼마나 많은 것일까? 나는 진짜 어른이 될 것이다. 베티의 손을 잡고, 베티와 함께

--- p. 201

출판사 리뷰

혼자 걷던 내 곁으로 베티가 다가왔다

아이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걸어가는 하굣길, 혼자 걸어가는 아이가 있습니다. 누구에게도 좀처럼 아니라고 싫다고 말하지 못하는, 그러면서 혼자 상처받는 아이 서연입니다. 그런 서연에게도 먼저 다가와 준 친구가 있었지요. 그러나 친구의 비밀을 엄마에게 털어놓은 뒤, 엄마가 그 비밀을 온 동네에 퍼트린 뒤, 다시 혼자가 되었습니다. 그 일이 있은 뒤로 서연은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가는 것도, 누군가 다가오는 것도 그저 두렵기만 합니다.

그런데 필리핀에서 날아온 한 아이가 서연의 마음에 조용히 스며듭니다. 엄마가 필리핀에서 어학연수를 하면서 마음을 나눴던 친구 앤절라 아줌마의 딸 베티가 바로 그 아이입니다. 베티는 한국인 유학생이었던 아빠와 빵가게 점원이었던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이른바 ‘코피노’입니다. 앤절라 아줌마는 베티에게 아빠를 찾아 주겠다며 서연 엄마와 지원 단체의 도움을 얻어 소송을 걸고 시위도 벌입니다. 그러나 베티는 자신을 버린 아빠를 찾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습니다. 아직도 아빠를 잊지 못하는 엄마가 가엾어 그 모든 일들을 잠자코 견딜 뿐입니다. 아니라거나 싫다거나 하는 말을 서연만큼이나 못 하는 아이인 셈이지요.

그래서인지 베티는 엄마의 무신경한 말과 행동에 자주 상처받는 서연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예민하게 알아차리고 공감해 줍니다. 반장인 우진의 생일 파티에 초대받지 못한 사실을 엄마에게 들켰을 때, 엄마가 기어이 우진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초대를 받아 냈을 때, 너덜너덜해진 서연의 마음을 말없이 보듬어 준 것도 베티였지요.

그러나 서연은 반 아이들 앞에서 베티를 외면하는 잘못을 저지르고 맙니다. 코피노와 친구라는 사실을 반 아이들에게 들키는 것도, 자신이 친구도 없이 혼자 다니는 아이라는 사실을 베티에게 들키는 것도 싫었던 까닭입니다. 베티는 이번에도 그런 서연에게 먼저 다가와 손을 내밀어 줍니다. “네가 좋은 아이든 나쁜 아이든 상관없어. 그냥 너랑 있는 게 좋아.” 하고 말입니다.

서연은 베티와 마음을 나누며 조금씩 자신감을 찾아 갑니다. 자신조차 몰랐던 씩씩한 서연, 재미있는 서연, 똑똑한 서연을 베티가 불러내 준 덕분이지요. 그러나 정작 베티는 잘못 옮겨 심은 묘목처럼 하루하루 시들어 갑니다. 자신의 슬픔에 사로잡혀 딸의 마음을 돌아보지 못하는 엄마, 자신의 잘못을 책임질 마음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없는 생물학적 아빠, 앤절라 모녀를 동정하거나 멸시하는 사람들에게 거듭 마음을 다친 탓입니다.
서연은 그런 베티를 위해 처음으로 용기를 냅니다. 생물학적 아빠와 억지로 하룻밤을 같이 보내게 된 베티를 데리고 무작정 달아나 버린 것이지요. 그리고 두 아이를 찾아온 어른들에게 말합니다. 베티에게 엄마의 슬픔을 나눠 지게 해서는 안 된다고, 어른이 아이에게 그러면 안 된다고 말입니다. 베티도 서연의 용기에 힘입어 엄마에게 꼭꼭 숨겨 두었던 속마음을 꺼내 보입니다. “I wan’t him. 나는 그 남자 원하지 않아요.” “I hate him. 나는 그 남자 싫어요.” 그리고 선언합니다. “I am who I am. I’m Betty. I’m not Betty Ang. I’m not Betty Kang. I am who I am. I’m Betty. 나는 나예요. 나는 베티예요. 베티 앙이 아니에요. 베티 강이 아니에요. 나는 나예요. 나는 베티예요.”

베티가 필리핀으로 돌아간 뒤, 서연은 다시 혼자 걸어갑니다. 하지만 베티가 불러내 준 진짜 서연이 함께 있으니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혼자라도 당당히 걸어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냥 우리로 살아가겠다!

《그냥 베티》는 우리 어린이 문학에서 다루어진 적 없는 코피노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입니다. 이선주 작가는 4만에 이른다는 코피노 가운데 한 아이를 불러내 베티라는 이름을 붙여 우리 아이들 앞에 데려다 놓습니다.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서연과 베티는 닮은 점이 참 많습니다. 숫기라고는 없는 점도, 아니라거나 싫다거나 하는 말을 좀처럼 하지 못하는 점도, K-POP 그룹 중에서도 인사이드원이 아니라 아웃사이드원을 좋아하는 점도 똑같이 닮았습니다. 친구의 마음은 헤아려도 딸의 마음은 영 헤아리지 못하는 엄마들 때문에 속앓이를 하는 것까지도 말입니다.

그러나 서연은 자신도 모르게 학습된 편견에 매여 베티에게 다가가기를 주저합니다. ‘미국, 영국, 프랑스 같은 나라는 좋은 나라이고 필리핀, 베트남, 미얀마 같은 나라는 나쁜 나라’라는 말을 거리낌 없이 입에 올리는 아빠를 부끄러워하면서도 말이지요.

베티는 그런 서연에게 먼저 다가가 아무도 제대로 봐 주지 않던 마음을 봐 줍니다. 그리고 그 마음에 난 생채기를 가만히 어루만져 주지요. 심지어 서연이 자신을 외면했을 때조차 말입니다. 베티가 자신의 마음을 밑바닥까지 봐 준 그 날, 서연은 비로소 베티에게 이끌리는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누군가에겐 코피노로 불릴지라도, 서연에게 베티는 이제 그냥 베티일 뿐입니다. 베티 앙도 베티 강도 아닌 그냥 친구 베티…….

서연과 베티는 서로의 마음을 제대로 바라보면서 세상이 심어 준 편견을 사뿐히 넘어섭니다. 그리고 어른들과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고쳐 가며 ‘진짜 어른’이 되기로 합니다. 작가가 이 이야기를 통해 보여 주고자 한 것은 코피노 아이들의 고단한 현실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코피노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서는 안 되는 그 아이들의 존재 자체지요. 그 존재를, 그 마음을 똑바로 바라보는 일이야말로 편견과 혐오를 넘어 공감과 연대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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