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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여행이라기보다는 유목에 가까운 사막에서 내가 조난되기를 바랐어 살아 있는 모든 것엔 리듬이 있다 한낮의 청량한 나태 사막의 밤 태양은 날마다 선으로 떨어져 그녀는 사막을 뒤로하면 호수가 나타난다고 했다 풍경의 자오선 밤하늘에 펼쳐진 생일 축하 수천 방울의 따뜻함 파도 없는 바다 호수에도 신기루는 핀다 은하수와 세상의 끝 몽골, 안단테 Epilogue _ 당신이 여행에서 완벽한 동행을 만날 확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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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여행을 하는 동안 늘 어린 왕자가 곁에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당장이라도 푸른 망토를 걸친 금발의 소년과 함께 말없이 석양을 바라보고 있어도 어색하지 않은 곳이었죠.
이제는 어린 왕자가 말하던 그저 그런 어른이 되어 버렸는지도 모르겠지만, 몽골에 다녀온 뒤로 소중한 것은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는 소설 속의 말만큼은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소중한 것들은 늘 눈앞에 보이지 않더군요. --- 「작가의 말」중에서 몽골 여행은 여행이라기보단 차라리 유목에 가까웠다. 우리는 게르와 게르 사이를 마치 그래프의 점을 잇듯이 움직였다. 하루의 주된 일과는 무언가를 보고 경험하는 것보다는 차를 타고 이동하는 일이었다. 그건 한 도시에 거점을 잡은 채 숙소를 중심으로 움직이던 기존의 여행과는 길을 달리 했다. 끊임없는 이동, 한 곳에 정착하지 않은 여행, 흡사 유목민의 그것을 닮아 있었다. 이 땅의 오래된 생존 법칙은 외지인이라고 해서 옆으로 비켜 주지 않았다. --- p. 31 한낮의 게르에 누워 흘러가는 구름을 멍하니 바라보는 일에는 어쩐지 나태한 구석이 있었다. 이곳에선 나태조차도 정당화되었다. 할 일은 정해져 있었고, 우리는 그걸 기다리기만 하면 됐다. 이유 있는 나태였고 정당한 게으름이었다. 이 여행에선 부지런히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 입에서는 바람에 실려 온 모래가 찝찔하게 서걱거렸지만, 그날 한낮의 나태는 청량하고도 감미로웠다. 한국에 돌아간다면 다시 무언가에 쫓겨 사느라 절대 즐길 수 없을 종류의 나태였다. 나는 그 청량한 감정을 마음껏 들이켰다. --- p. 96 몽골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처음 느꼈던 어색함과 불편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아쉬움이 그 빈자리를 빠르게 차지했다. 나는 매초 흘러가는 시간을 아쉬움으로 붙잡으려 했다. 빨간 우산이 바람에 뒤집히는 별것 아닌 상황에도 자지러지게 웃고, 지구상에 오직 우리만 남아있는 것 같은 거대한 황야의 한가운데에서 먹는 파스타의 맛에 진심으로 감동했다. 이곳에서 보고 듣고 느낀 모든 풍경과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가고 싶었다. 평소 감정의 그래프가 x축과 거의 평행을 이루는 내 감정은 이곳에서 자주 요동쳤다. --- p. 158 한참 동안 웃고 떠들며 사진을 찍던 우리는 산 너머로 해가 저무는 모습을 멍하니 쳐다봤다. 처음엔 붉은빛을 띠던 해는 이내 주황색과 분홍색의 흐릿한 빛을 내며 푸르스름하게 저물었다. 나는 살면서 이렇게 질리도록 노을을 바라볼 일이 또 얼마나 있을까 생각했다. 노을을 바라보는 일은 언젠가부터 몽골의 하루 일과를 무사히 마친 뒤에 행하는 일종의 의식이 되어 있었다. --- p. 185 그 순간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 몽골의 밤과 우리들을 떠올리면 속수무책으로 슬퍼질 것을 예감했다. 밤마다 의식처럼 행해지던 우리의 별구경과, 별이 가득한 하늘 아래 침낭을 깔고 누운 아이들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던 그 밤을 어떻게 쉽게 잊을 수 있을까. 그건 생일을 맞은 그녀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잊지 못할 생의 한 장면이었다. --- p. 190 몽골 여행이라는 목적 하나로 모인, 생전 처음 보는 여섯 명이 온종일 함께 하면서도우리 사이에서 어색함과 서먹함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사소한 다툼조차 없었다. 몽골에서의 이주일은 내게 기적과 같은 시간이었다. 시간이 흘러 몽골 여행을 돌이켜보니 가장 기적 같았던 건 밤하늘의 은하수도, 사막을 배경으로 낮게 깔리던 석양도 아니었다. 그건 낯선 이들이 만나 함께 이뤄낸 시간과 마음들이었다. --- 「에필로그」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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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의 밤하늘이 알려준
세상 모든 것을 바라보는 시선 몽골 여행은 숨 가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삶에서 쉽게 누리기 어려운 것들을 경험할 수 있게 한다. 지친 도시의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 된다. 더불어 몽골 여행은 복잡한 일과 관계에서 여행과 그 여행의 일행들에게만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모든 편리한 수단에서 단절되는 여행이지만, 그만큼 또 다른 무언가에 새롭게 집중할 수 있는 여행이기도 한 것이다. 나중에는 그 단절이 오히려 기꺼워진다. 내가 발견하지 못했던 나 자신의 모습, 주변 사람의 모습, 그리고 자연의 모습까지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몽골 여행은 그처럼 세상 모든 것들을 세심히, 가만히, 오랫동안 바라보아야 한다고 가르쳐준다. 마치 저자가 몽골에서 마주한 밤하늘처럼 말이다. 저자는 ‘몽골의 모든 것들은 빈틈없는 눈빛으로 섬세하게 어루만질 때라야 비로소 제 모습을 드러내곤 했다.’고 말했다. 이는 몽골뿐 아니라 우리네 인생에도 모두 적용할 수 있는 말이 아닐까? 이것이 저자가 몽골에서 생각하고 나누고 싶었던 삶의 태도였다. 낯선 이들이 만나 함께 이뤄낸 기적 같은 시간들 아무리 같은 장소를 찾아가더라도 결코 전과 같은 여행은 있을 수 없다. 장소와 사람이 그대로라도 과거의 사건과 나 자신의 모습은 달라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저자는 여행을 다녀오면 늘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태도인지를 깨닫는다고 말했다. 혼자만의 여행을 항상 편하게 생각했던 저자도 몽골 여행으로 누군가와 함께 떠나는 여행의 즐거움을 배웠다. 생전 처음 보는 여섯 명과 온종일 함께하면서도 어색함, 서먹함, 다툼이 없었다는 그 몽골 여행을 상상해보자. 그렇다면 무엇보다도 가장 기적 같은 일은 너무나 아름답던 몽골 밤하늘의 은하수도, 사막을 배경으로 낮게 깔리던 석양도 아니었다는 그 말이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낯선 이들이 만나 함께 이뤄낸 시간이 바로 가장 기적 같은 일이라 말했다. 이와 같은 기적 같은 시간도 끝이 있다. 끝나지 않는 여행이란 없기 때문이다. 끝이 있어야 여행이 아쉬운 법이고, 아쉬움이 남아야 지난 여행을 떠올리며 행복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아쉬움이 우리를 다시 여행이라는 길 위로 올려놓을 수 있다는 것 역시 모두가 알고 있다. 그렇기에 몽골 여행을 떠올리며 새로운 여행을 준비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저자가 전하고자 했던 몽골 여행의 속도에 발맞추어 떠나보자. 몽골의 적막한 아름다움과 마주하며, 그 일행들을 향한 사랑스러운 시선에 함께하다 보면 저자가 걷는 듯이 마주한 여행의 기쁨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