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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과 모더니즘
러시아의 시와 미학 개정판
이장욱
시간의흐름 2019.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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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창작/이론 top100 2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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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개정판 서문
초판 서문

제1장 시인과 혁명
집시의 시집 · 블로크와 상징주의강철로 만든 책 · 마야콥스키와 미래주의사랑의 환유 · 아흐마토바와 아크메이즘러시안 랩소디 · 예세닌영원의 인상주의 · 파스테르나크생각하는 사물들 · 브로드스키제

2장 시학과 미학
‘낯설게 하기’의 미학과 정치학 · 러시아 형식주의커뮤니케이션 모형과 비유론 · 야콥슨‘조건성’과 언어 우주 · 로트만시적 대화주의 · 바흐친미학의 혁명과 혁명의 미학 · 사회주의 리얼리즘제3의 비유 · 엡슈테인탈신화, 혹은 맥락의 예술 · 모스크바 개념주의

후주

저자 소개 1

Lee, Jang-wook,李章旭

2005년 문학수첩작가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고백의 제왕』 『기린이 아닌 모든 것』 『에이프릴 마치의 사랑』, 장편소설 『칼로의 유쾌한 악마들』 『천국보다 낯선』 『캐럴』 등이 있다. 문지문학상, 김유정문학상, 젊은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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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7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490g | 140*210*30mm
ISBN13
9791196517113

책 속으로

시의 리듬, 언어의 음악화는 궁극적으로 시적 반복에 의해 얻어진다. 그것은 음운의 반복, 음절의 반복, 어휘의 반복을 넘어 통사적 문장의 반복까지 포함하지만, 이 모든 반복을 지배하는 것은 정의할 수 없는 음악적 직관이다. 이 음악적 지향에 의해, 음악은 상징주의의 시작이자 끝이 된다. 상징주의의 언어는 그러므로 필연적으로 모호할 수밖에 없다.
--- p.28

결국 음악은 그의 무기였다. 혹은, 음악만이, 그의 무기였다. 그것은 더 이상 언어적 반복에 의해 얻어지는 기술적 리듬을 뜻하지 않는다. 상징주의 시기에 그의 음악은 현실과 실재와 구체적 시니피에를 삭제하거나 초월하기 위한 도구였으나, 후기에 그것은 현실과 실재를 지배하는 세계의 에너지, 그 거대한 힘의 리듬이 된다. 이제 음악은 보이는 것을 빌려 보이지 않는 힘을 표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눈앞에 펼쳐지는 현실과 실재 자체에 내재한 리듬을 표현하기 위해 도입된다. 이 리듬은 개별성과 개별성을 잇닿아 보편적 운동의 일부를 이루지만, 이 보편적 운동 안에서 개별성과 개별성은 더 이상 삭제되지 않는다. 그것은 보편성과 관념의 블랙홀로 빨려들어가 구체성과 생명력을 상실하지 않는다.
--- p.46

알렉산드르 블로크의 화려하면서도 우울한 눈빛은 상징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이미지이다. 상징주의자들은 지시적 리얼리즘으로 앙상하던 19세기 중후반의 러시아 시사를 풍요롭게 만들면서 시 장르의 부활을 이끌었다. 그러나 상징주의 시대를 규정하는 신비주의적 형이상학과 음악의 언어는 1910년 안팎을 통과하면서 서서히 쇠락의 기미를 보인다. 당연한 말이지만, 시적 화음은 결국 진짜 음악을 따라갈 수 없었으며, 종교적 메시아니즘은 솔로비요프의 죽음과 더불어 깊이를 잃고 몰락한다.
--- p.50

마야콥스키가 자살하던 1930년, 그는 자기가 가야 할 길이 마야콥스키와는 다르다는 것을 확연하게 그는 격정으로 가득한 마야콥스키의 삶과 죽음을 ‘로맨틱한 영웅주의’라고 적는다. 마야콥스키와 예세닌은 당대에 이미 하나의 전설이었다. 그네들의 자살은 이 전설의 완성이다. 하지만 파스테르나크는 자신이 좀 더 온건한 길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영웅주의와 피의 냄새’를 요구하지 않는 온유함을 택했다. 애초에 그의 성정 자체가 미래파적인 역동성이나 정치적 불온함과는 거리가 멀었는지도 모른다.
--- p.114

형식주의자들의 ‘낯설게 하기’ 개념에 대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도대체 ‘왜’ 칫솔 따위의 사소한 사물을 ‘발견’해야 하는 것인가? 이 질문은 우리의 핵심적인 관심사이기도 하다. 시클롭스키에 따르면, 삶을 구성하는 수많은 사물들을 ‘발견’하지 못할 때, 다음과 같은 끔찍한 상황이 발생한다. 삶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주지 못하고 사라진다. 자동화는 사물들을, 옷을, 가구를, 아내를, 그리고 전쟁의 공포를 집어삼킨다.
--- p.161

시인의 단일한 말이 지배하는 서정시의 세계가 이와 가깝다. 단일한 시선과 단일한 가치만이 존재할 때, 혹은 하나의 통일된 시선과 가치만이 유일하게 존재할 때, ‘미학’은 위기에 처한다. 시인의 단일한 언어가 구성하는 이 ‘창조’된 세계가 시인의 일원론적 반영에 불과해지는 순간, 바흐친적 ‘미학’은 무성생식에 의해 스스로 사멸한다. 그것은 창조된 세계로서의 ‘한정성’을 상실하고 ‘나의 언어’만으로 단일하고 무한한 세계를 이루는 것이다.

--- p.227

출판사 리뷰

집시의 시집, 러시안 랩소디, 그리고 강철로 만든 책

책에 실린 글들은 모두 2002년 여름에서 2005년 봄 사이에 쓰였고, 이 글들은 다시 2019년 봄에서 2019년 여름 사이에 몇몇 오류와 오식을 교정하고 일부 문장을 손보며 고쳐 쓰였다. 여러 봄과 여름 사이에서 러시아의 눈 내리는 겨울은 시적이면서도 명징하고, 일상적이면서도 차분한 문장으로 책 속에 쌓였다.

“책에 눈을 두고 있다가 문득 주위를 둘러보면, 그 시기로부터 벌써 100여 년이 흐른 뒤의 세계가 내 눈앞에 펼쳐져 있다. 아주 많은 것들이 달라졌지만, 또 아주 많은 것들이 달라지지 않았다. 같은 것들과 다른 것들의 소용돌이 속에서 또 새로운 계절이 오고 있다.”_개정판 서문 중에서

책에서 다루고 있는 논점과 주제들은 여전히 작금의 미적 전위와 정치의 관계, 미학적 진리의 관계 등과 연결하여 읽어야 할 내용들이다. 20세기 이래 끊임없이 변주되어온 유구한 주제인 지난 세기 초의 형식주의, 아방가르드, 사회주의 리얼리즘 등을 둘러싸고 일어난 이론적 반향들, 1930년대 루카치, 브레히트, 블로흐 등을 중심으로 한 소위 표현주의 논쟁, 1950-1960년대 상황주의 및 68혁명과 관련된 논의 등은 어떤 방식으로든 오늘날 한국문학의 주제와도 이어져 있다. 하이데거 이래 랑시에르, 바디우 등의 현대 철학자들이 미학과 진리의 관계를 둘러싸고 전개한 논전 역시 마찬가지다.
흐려진 태양과 바래진 풀과 날리는 눈발과 얼어붙은 운하의 물속에서 건져 올린 러시아의 시와 미학은 혁명이란 보편성의 옷을 걸치고 모더니즘이란 모종의 길을 따라 걸으며 조용한 우리의 일상을 눈 뜨게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책을 어떤 마음으로 읽어야 할까? 혁명이나 모더니즘의 마음으로 읽어야 할까? 외로움조차 사라진 마음으로 읽어야 할까? 혼자 동물원을 거니는 오후처럼 읽어야 할까? 어떤 사실 속에서 태어난 의욕처럼 읽어야 할까? 어떻게 읽든 그건 읽는 저마다의 마음이겠지만, 고단한 삶을 살아내듯이, 살아 있는 풍경들을 머릿속에 그리듯이 읽으면 더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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