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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설렘을 찾아 무게중심을 옮기다
CHAPTER 1. 서울 바깥은 서울에 없는 것들로 가득하다 서울내기, 통영을 고향으로 물려받다 첫 번째 통영살이: 조용하고 외로운 바닷가 원룸 두 번째 통영살이: 길 찾기 어플로는 찾을 수 없는 집 뭐든 그냥 지나가는 법이 없다 친구를 사귀는 주문 단골들은 커피만 마시는 걸로 끝나지 않는다 버려야 할 것과 버리지 말아야 할 것 우리만 알고 싶은 가게 통영 스타일 서비스 통영 며느리가 숨겨 둔 레시피 설렁설렁 통영 산책 당동 뒷산: 소복녀의 핫플레이스 통영국제음악당: 섹시한 통영 봉수골 벚꽃길 가는 길: 천천히 걸어 보길 여객선: 따끈한 마룻바닥에 눕다 CHAPTER 2. 살수록 그리워지는 비릿한 통영의 맛 일, 여행, 나눔 그리고 통영 바다를 돌려줄 의무 유명하다고 대단한 건 아니다 섬은 바다 속에 잠긴 산 탈것 없어도 다시 찾는 도시 구석구석 통영 산책 대매물도: 장군봉에서 바라본 소매물도 장사도: 사계절 꽃이 지키는 섬 이순신 장군님 투어: 산책 뒤에는 영화 [하하하]를 항남1번가부터 구도심: 이중섭과 예술가들을 찾아 CHAPTER 3. 통영살이는 사람이었다 그들이 노래하는 ‘통영 이야기’ 나를 반기는 두 번째 집 벽화 없는 벽화 축제 바보 무당을 만나다 차를 버리고 탄 버스 가격과 삶의 질은 비례하는 걸까 우리 동네 홍반장 청국이 아빠 프랑스엔 테루아르, 통영엔 메루아르 통영 바다를 홀짝이는 밤 후반전을 위한 준비 에필로그 마지막까지 가만 있지는 않을 테야 |
장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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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시작할 때 두렵지 않았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처음에는 뭐든 두렵다. 두발 자전거를 탈 때도 무섭고 운전하는 것도 무섭다. 데이트도 무섭다. 결혼도 무섭(고 이혼은 열 배 더 무섭)다. 하지만 그래도 페달을 밟고 기어이 학원에 다니고 끊임없이 문자를 날리며 부지런히 돈을 모은다. 두렵다는 건 아직까지 해 보지 못했다는 말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통영으로 떠날 때도 마찬가지였다. 서울에서 일이 다 끊길 수도 있고 통영에서 한 푼도 못 벌 수도 있다. 하지만 안정되면 권태롭다. 설레면 두렵다. 안정과 권태, 설렘과 두려움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안정과 설렘만 떼어 내 한 바구니에 담을 순 없다.
--- p.8 2016년 10월 통영을 다시 찾았다. 6년 만이었다. 미수동 동사무소를 고친 아동센터에 친구인 김 대표와 함께 빨간 로봇 조형물을 세웠다. 직접 현장에 가서 벽화를 그리는 일을 하며 전국을 돌아다녔다. 맛있는 음식과 친절한 사람들, 숨과 쉼이 살아 있는 자연까지, 서울 바깥은 서울에 없는 것들로 가득했다. 서울에서 살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때부터 서울에 중심을 두지 말자, 바깥에서 살아 보자고 마음먹었다. --- p.18 “해저터널 앞에 가면 찾을 수 있을 거에요. 자개 다루는 데가 아직 남아 있거든요.” 도천동 해저터널이나 명정동 주민센터 근처에 가면 자개농이나 찬장, 밥상을 주울 수 있다. 버린 거라 먼저 줍는 사람이 임자다. 김 셰프 집에는 겉은 까만데 속은 붉고 모서리가 둥근 자개 찬장이 놓여 있다. 덴마크산 1960년대 가구에 칠기를 입힌 느낌이었다. 어디서 샀는지 궁금해 물으니 그냥 길에서 주웠다고 했다. 뭐 덴마크 스타일 자개 찬장을 공짜로 주웠다고? 일본 블로거가 통영에서 버린 자개상을 찍은 뒤 뭔가 엄청난 걸 버린 것 같다고 남겼다고 했던가. 전설 같은 이야기가 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월요일이면 폐기물을 버리니까 아침 일찍 차 끌고 동네 한 바퀴 돌아보라며 꿀팁 같지 않은 꿀팁을 건넸다. 손님 오면 다리 펴는 자개상이 필요한데 해저터널이라면 코앞이다. 짐 칸 넉넉한 트럭으로 차를 바꿔야 하나. --- p.42 셰프는 어렵게 터득했다며 통영에서 장 보는 요령을 알려 주었다. 첫째, 상인이나 상품을 정면으로 보지 말 것. ‘정면으로 본다 = 산다’는 뜻이다. 둘째, 가격이 궁금하다면 지나가듯 물어볼 것. ‘대놓고 물어본다 = 산다’는 뜻이니까. 셋째, 더 달라고 하지 말 것. 어차피 챙겨 주려고 했는데 더 달라고 하면 더 이상 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이란다. 마지막으로 어찌 되었든 생선 대가리 내려치면 흥정은 끝났다. 만약 안 사고 돌아가면 뒷통수로 날아오는 욕은 알아서 감수해야 한다. 어째 서비스나 친절이 여태 알던 거랑 많이 달랐다. --- p.58 어머니가 끓여 준 붕장어탕은 소울푸드다. 서호시장에 가면 손질한 붕장어를 토막 내어 작은 그릇에 담아 판다. 가격도 저렴하다. 어머니가 가르쳐 준 대로 혼자서도 자주 만들어 먹는다. 찬밥을 말아 먹어도 좋고 가볍게 소주나 청주를 곁들여도 그만이다. 술을 부르는 해장국이랄까. “통영에 가면 붕장어 탕탕 내리쳐서 작은 다라이에 담아 팔거든. 통영에선 무척 싸. 서울에도 시장에 가끔 올라와. 그때마다 사서 자주 끓여 주었지. 너도 많이 먹었어. 만드는 법은 아주 간단해. 멸치와 다시마로 우려낸 육수에다 무 넣고 장어 넣고 마늘 넣고 고춧가루 넣고 간장 조금 넣고 파 넣고 팔팔 끓이면 돼.” --- p.61 여행하는 일러스트레이터로 먹고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해외를 자주 다닌다. 두 가지를 크게 느끼는데 대한민국이 참 잘사는 나라라는 것과 우리나라 물가 경쟁력이 대단하다는 사실이다. 며칠 전 다큐멘터리 촬영 때문에 이란에 다녀왔다. 밥값과 교통비가 대략 5분의 1 정도였다. 석류와 과일, 양갈비는 매우 훌륭하고 맛있었다. 이웃나라인 투르크메니스탄을 여행하는 친구는 물 한 병에 70원이라며 한술 더 떴다. 잘사는 만큼 비싼 거고 비싼 만큼 잘산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란에서의 삶이 정확히 우리나라의 5분의 1 수준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어쨌든 대한민국 특히 서울에서 버티려면 세계적인 비용을 내야 한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 p.1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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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무게중심을 옮기기 위해
서울을 떠나 통영으로 향하다 최근 들어 짧은 여행이 아니라 제주도 한달살이, 치앙마이 한달살이 등 한 지역에 긴 기간 머무르며 그곳의 삶과 문화를 보다 깊숙이 경험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한달살이’는 여행 방식의 변화만이 아니라, 수도권을 벗어나 지역에서의 삶에 시선을 돌리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귀농귀촌이 아니라 서울 바깥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자 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요즈음, 일러스트레이터 밥장은 한발 앞서 서울 바깥으로 시선을 돌린다.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한 지 십 년을 넘기면서 앞으로의 삶에 대해 고민하던 밥장은 2016년의 어느 날, 전국에 벽화를 그리는 일을 계기로 서울을 벗어난 삶을 상상하게 된다. 여유 있는 삶의 풍경과 그 지역의 싱싱한 제철 음식, 사람의 정에 매력을 느낀 그는 마침내 호적상의 고향 통영에 새로운 거처를 마련한다. 이 책에는 시선을 돌리면 이웃집이 바로 들여다보이는 주택가로 이사한 밥장이 이웃들과 어색한 눈인사를 시작으로 통영 친구들을 사귀고, 도시와는 다른 정서에 적응해 가는 3년여의 과정을 담고 있다. 서울과 통영을 오가며 천천히 삶의 무게중심을 옮기던 그가 마침내 통영에서 인생 후반전을 준비하는 모습은 지역에서의 삶을 꿈꾸는 이들, 그리고 앞으로 내가 일하며 살아갈 곳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에게 두려울 테지만 설렘을 좇아 새로운 삶에 도전해 보라며 용기를 전한다. 밥장의 그림일기로 엿보는 통영 구석구석 아름다운 풍경과 날것 그대로의 이야기 우리나라 대표 관광지 중 한 곳인 통영. 동피랑 마을의 벽화를 관람하고 케이블카, 루지를 타기 위해 매년 수많은 사람들이 통영을 방문하고 중앙시장의 싱싱한 활어회와 충무김밥, 꿀빵을 통영의 대표 먹거리로 손꼽으며 찾아 다닌다. 사실 이러한 것들은 통영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밥장은 통영 친구들과 어울리며 몰랐던 통영의 진짜 모습을 발견하기 시작한다. 생소한 물고기의 이름과 그것을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을 통해 통영의 다채로운 맛을 알기 시작하고, 무심코 스쳐가던 통영 골목골목 남아 있는 문화예술인들의 흔적을, 소문난 관광지 이면에 숨은 통영의 아름다움을 배운다. 밥장은 3년간 통영에서 만난 사람들의 노력과 고민, 새로이 발견한 통영의 모습을 그림일기에 담았다. 섬세한 선으로 묘사한 통영의 생생한 풍경과 이야기들은, 진짜 통영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보여 준다. 통영의 삶 속으로 깊이 스며들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매력적인 통영을 밥장의 그림일기와 글로 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