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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_ 난 그림 그리는 사람인데 기예를 맡을 줄은 몰랐다
중국 CHINA 누가 기내지에다 낙서를? 우루무치에서의 첫날 밤, 섬뜩한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시작하다 아름다운 목장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인생 면 요리, 궈유러우 반몐 3천 년 전의 클럽 파티로 초대합니다 도쿄국립박물관에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한국어→중국어→위구르어, 다시 위구르어→중국어→한국어 우리도 그들처럼 톈산산맥을 넘어서 언 수박을 먹으며 악기 장인을 만나다 폐허에 오니 그림은 더 아름답게 보이고 키질 석굴, 훼손도 역사로 남는가 립싱크 가무단 웃자고 시작해서 죽자며 달려드는 동네 상남자들 따뜻한 남쪽 나라 츠저우 아마추어의 덕목에 대하여 살아 춤추는 도용을 만나다 결코 울지 않는 아이 이란 IRAN 이란 무식자, 테헤란에 도착하다 느닷없는 환대에 당황하다 우린 심장이 마시는 피로 음악을 만듭니다 아! 이런, 이란. 폴로 아프가니스탄 국경 마을에서 또 환대를 받다 버려진 카라반사라이에서 마슈하드 공항에서 쇼핑에 눈을 뜨다 페르시안 카펫을 사다 오! 하피즈여, 그 많던 와인은 다 어디로 갔습니까 힙하다! 시라즈 페르세폴리스의 서글픈 사자들 이스파한, 10년 전엔 더 아름다웠구나 이맘광장, 광장은 있지만 광장 문화는 없다 이란 남자들의 로망, 주르하네 수피와 함께한 티타임 파르티안 샷 추가합니다 인도 INDIA 인도라… 음 델리스럽다는 것은 막힌 코를 시원하게 뚫어주는 향신료 시장 까딱을 알면 발리우드가 보인다? 힌두 사원에서 열린 작은 연주회 Rhythm is Universal 인도 전통 음악의 큰 스승을 만나다 집시의 원조, 칼벨리아 부족을 만나다 뱀 피리와 코브라 춤 한밤의 루프탑 파티 동트는 사막에서 허세 쩌는 인증샷을 하드코어 바라나시 화장터에서 뭐? 씹쎄 바아리? 에필로그 _ 실크로드가 길이 아니듯이 |어떻게 쓰고 그렸을까| |
장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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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예를 맡긴다면 나보다 운동을 잘하는 사람이 더 낫지 않았겠냐고 물었다. 그는 “활도 쏘고 말도 타고 체조도 하고 그림도 그릴 줄 아는 사람은 없어요. 아.무.나. 해.도. 괜찮아요. 편하게 하시면 됩니다”라고 친절하게 대답해주었다. 그제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난 깍두기였구나!
--- 「프롤로그 _ 난 그림 그리는 사람인데 기예를 맡을 줄은 몰랐다」중에서 인천 공항에서 베이징까지는 한 시간 반. 베이징 공항에서 네 시간을 기다린 뒤 우루무치로 가는 국내선으로 갈아탔다. 또 네 시간 넘게 걸렸다. 8세기 승려나 상인이었다면 일 년 넘게 걸렸을 텐데 21세기 평범한 일러스트레이터는 그나마 반나절 만에 왔다. --- 「중국 CHINA _ 누가 기내지에다 낙서를?」중에서 크게 다른 점이 있다면 눈에 보이지 않아도 경찰과 군인들은 어디에나 깔려 있다는 것이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골목 안에는 군인과 경찰들이 잔뜩 웅크리고 있다고 한다. “사는 사람들은 그냥 살아요. 밖에서 온 우리한테나 낯설죠.” 조선족 출신 코디네이터는 심드렁하게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말한다. --- 「중국 CHINA _ 아름다운 목장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중에서 그들에게 톈산산맥은 결코 넘을 수 없는 세상의 끝이 아니었다. 낯설지만 아름다운 노래, 관능적인 춤, 처음 맡아보는 향기, 달콤한 과일, 금과 돈이 강처럼 흐르는 기회의 땅을 가려놓은 담장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마치 우리가 아이맥스관의 거대한 스크린 앞에서 팝콘을 먹으며 달콤한 백일몽에 빠지듯 말이다. --- 「중국 CHINA _ 우리도 그들처럼 톈산산맥을 넘어서」중에서 찢기고 뜯겨나간 벽에 파란색만 반짝거렸다. 금보다 비싸다는 푸른색 안료인 청금석으로 우즈베키스탄에서 캐낸 것이다. 뜬금없지만 세상이 날 배신하더라도 물감만은 가장 좋은 걸 써야겠다고 결심했다. 어떤 색깔이든 저렴하게 마음껏 쓸 수 있는 시대에 태어난 것에 감사했다. --- 「중국 CHINA _ 키질 석굴, 훼손도 역사로 남는가」중에서 꼭 잘해야 멋지고 귀한 게 아니었다. 언제부터 최고로 잘해야 먹고살며 프로페셔널만 대접받는 세상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중국 시골 마을의 어르신은 잊고 있었던 아마추어의 덕목을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 「중국 CHINA _ 아마추어의 덕목에 대하여」중에서 군무를 연습하는데 한 아이가 접시를 돌리며 다른 동료 어깨 위에 오르다 떨어졌다. 무척 심하게 떨어졌는데도 이를 악물며 참아냈다. 지켜보던 선생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았다. 함께 지켜보던 차 감독이 되레 '어떡해, 어떡해’ 하며 안절부절못했다. 고통스럽게 몸으로 배워본 사람만이 느끼는 아픔이었다. 그 와중에 장난기 가득한 아이들은 우리들이 신기한지 힐끗거리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 「중국 CHINA _ 결코 울지 않는 아이」중에서 깨끗한 거리, 암내 대신 장미수 향기를 풍기는 남자들, 추운 날씨, 입에 맞는 한식까지. 예상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이란에서 20년을 산 코디네이터는 이란을 세 단어로 묘사했다. '느림, 과일, 착함.’ --- 「이란 IRAN _ 이란 무식자, 테헤란에 도착하다」중에서 인도에서 명상이 발달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수련이 부족해서일까. 소똥이 보이면 애써 외면하며 괜찮다, 괜찮다며 혼잣말을 했는데 경적 소리에는 전혀 적응이 되지 않았다. 골목 안 라씨 가게에 들러 전 세계 사람들이 흔적을 남긴 벽을 천천히 보았다. 한글로 쓴 메모가 눈에 확 들어왔다. '살려주세요!’ --- 「인도 INDIA _ 화장터에서」중에서 일은 줄었고 있는 돈을 다 털어서 살롱 공사를 시작했는데 또 여행을 떠난다고? 그렇다. 그냥 그래야 될 것 같다. --- 「에필로그 _ 실크로드가 길이 아니듯이」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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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의 시간이 빚어낸 예술을 담은 여행 아트북
밥장, 실크로드에 매혹되다! 실크로드 위 춤과 음악, 기예와 같은 무형의 예술을 다룬 KBS 다큐멘터리 〈매혹의 실크로드〉에 출연하게 된 밥장은 기예 파트를 맡았다. “활도 쏘고 말도 타고 체조도 하고 그림도 그릴 줄 아는 사람은 없어요. 아.무.나. 해.도. 괜찮아요. 편하게 하시면 됩니다.” 왠지 설득력 있는 피디의 말에 밥장은 마음을 편하게 먹고 자신을 깍두기라 자처하며 여행지에서 만난 순간들을 열심히 그렸다. 매 순간 그의 시선은 사람을 향했고, 소박한 연주와 화려한 공연, 길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이 밥장의 손끝에서 새로운 예술 작품으로 탄생했다. 최초의 동서양 문화 교류의 길 실크로드, 그 위에서 2,000년을 이어온 문화예술의 과거와 현재를 《여행, 작품이 되다》에서 들여다볼 수 있다. 이 책은 중국, 이란, 인도 편까지 총 3장으로 구성되었다. 밥장은 현장에서 순간의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해냈다. 여의치 않을 땐 사진을 찍어 와 보고 그리기도 했다. 그날그날의 감상을 적은 손글씨와 사진, 그림들이 전부 이 책에 담겼다. 밥장처럼 여행의 기록을 쓰고 그리고 싶은 독자들을 위해 그가 사용한 몰스킨 종류와 사용한 펜의 자세한 정보도 부록으로 담았다. 또한 몰스킨 그림과 사진을 최대한 그대로 구현하기 위해 스캔과 출력에 공을 들이고 꼼꼼하게 색 보정을 했다. 밥장의 글씨와 그림과 사진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한 권은 그렇게 탄생했다. “경험과 기억의 덩어리가 삶인 것이다.” 실크로드 위 삶과 사람을 만나다 실크로드의 역사는 온전히 보존되어 있지만은 않았다. 2,000년 동안 무엇이 보존되고 무엇이 바뀌었는지, 밥장은 현실적인 눈으로 관찰하고 또 그렸다. ‘아름다운 목장’이란 뜻의 우루무치에서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이 사라져버린 목장에 대해 궁금해하고, 수바시 유적의 사리함이 도쿄까지 가게 된 과정을 알아보고, 현장玄?과 혜초와 고선지 장군이 넘었을 톈산산맥을 거대한 스크린에 비유하고, 훼손된 키질 석굴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그의 마음은 전부 그런 시선에서 나왔다. 실크로드 위에 사는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여행 내내 기록하던 밥장은 그들에게서 인간적인 정과 매력을 느끼고 그 감정을 그림에 그대로 녹여냈다. 그는 실크로드가 출발지에서 도착지까지 가는 길이 아닌 것처럼, 인생도 탄생에서 출발해 죽음에 이르는 길이 아니고 우리가 사는 인생도 사소한 만남의 순간들의 연결일 뿐이라고 말한다. 밥장이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며 재미난 삶을 사는 것도 그런 그의 가치관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실크로드 위 만남의 순간들을 모아 자신만의 길을 만들었다. 여행이 주는 즐거움은 남의 눈으로 본 세상이 얼마나 다른지 눈과 발로 견주어보는 일이라고 말하는 그에게는 앞으로도 계획된 여행이 많다. 이 책은 단순히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매혹의 실크로드’ 위 예술이 궁금한 사람들, 가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를 엿보고 싶은 사람들은 밥장의 책 속에서 그곳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