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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시스터 (필립 말로 시리즈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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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ymond Chand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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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서서 손을 뒤로 돌려. 장난치는 줄 아나 본데. 정확히 삼 초의 여유를 줄 테니 시키는 대로 해.”
“일 분으로 하면 안 될까? 아가씨를 바라보는 게 좋아서 말야.” “돌아서. 어서!” “당신 목소리도 마음에 드는데.” “좋아, 죽고 싶다면 소원대로 해주지.” “숙녀분이 그런 말을 쓰면 쓰나.” 내가 아는 거라고는 뭔가 보이는 대로 일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과, 늙어서 녹슬긴 했어도 항상 믿을 만한 육감에 따르면, 패가 돌아가는 대로 게임했다가는 엄한 사람이 엄청 판돈을 잃게 될 거라는 것이지. 그게 내가 상관할 일인가? 아니 내가 상관할 일이라는 게 뭐지? 내가 알기는 아는 걸까? 알았던 적이라도 있었나? 그것까지는 따지지 말자고. 오늘밤 인간적이지 않으니까, 말로. 아마 한 번도 인간적인 적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일이 없을지 몰라. 어쩌면 난 사립탐정 면허증을 가진 허깨비인지도 몰라. 우리 모두가 그렇게 되는지도 모르지. 항상 잘못된 일들만 일어나고 결국 바로잡을 수도 없는 이 춥고 반쯤 불이 켜진 세상에서는. “난 경찰에 신고했소.” “그렇지만 그 자리에 붙어 있진 않았지?” “클라우센의 죽음에 대해서는 아무 정보도 없었소.” “그렇지만 그 자리에 붙어 있진 않았군.” “맞는 말이요.” “베이시티에서는 그 이유만으로도 당신을 죽여버릴 수 있었어.” “베이시티에서는 파란 넥타이를 매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날 죽일 수 있었겠지.” “그 이유만으로 당신을 영업정지시킬 수 있었어.” “영업정지시키는 걸 고려해보시지. 어쨌거나 난 이 직업을 좋아한 적이 없었거든.”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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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름날, 캔자스 출신의 시골 아가씨 오파메이 퀘스트가 말로의 사무실을 찾아와 자신의 오빠 오린을 찾아달라고 의뢰한다. 세상사에 닳고달은 자신 앞에서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거짓말을 하고 내숭을 떠는 오파메이가 귀여워서였을까, 정말 너무나 심심해서였을까, 말로는 코묻은 돈 20달러에 이 묘한 수사 의뢰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러나 말로가 단순히 실종자 행방 찾기라고 생각하고 어슬렁어슬렁 베이시티의 싸구려 하숙집을 찾아갔던 상황은, 진 향기에 은은히 섞여 떠도는 마약 냄새와 피 한 방울 안 나게 얼음 송곳을 놀리는 전문 킬러의 발자취가 개입되면서 수수께끼 같은 범죄로 변해간다.
뒤이어 정체불명의 사내가 말로에게 모종의 물건을 맡아달라는 전화를 해온다. 약속장소로 찾아간 말로는 다시 같은 방법으로 살해된 시체를 마주하고, 얼굴을 가린 미모의 여성에게 얻어맞고 쓰러진다. 누군가가 뭔가를 그 방 안에서 찾고 있었다. 시간이 부족해서 손에 넣지는 못했지만. 마침내 말로가 발견한 것은 한 쌍의 남녀가 고급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너무나 평범해 보이는 사진. 그러나 이 한 장의 사진 때문에 그는 갱단과 영화계의 검은 뒷모습과 마약상들의 커넥션에 점점 깊이 개입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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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 탐정의 전형, 필립 말로
흔히 ‘사립탐정’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두 가지일 것이다. 하나는 사냥 모자를 쓰고 파이프 담배를 입에 문 셜록 홈스. 다른 하나는 중절모를 깊이 눌러 쓰고 트렌치코트의 깃을 높이 세운 채 한 손에 권총을 든 남자. 이것이 바로 미국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느와르의 이미지이자 하드보일드 탐정의 이미지이며 바로 필립 말로의 이미지이다. 추리문학의 대표적인 두 하위 장르가 본격 추리소설과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이라고 한다면, 하드보일드 장르를 대표하는 탐정상으로 우뚝 서 있는 것이 필립 말로인 것이다. 챈들러의 필립 말로 시리즈의 첫 작품인 『빅 슬립』에서 말로에 대해 자세히 소개되고 있다. 즉 필립 말로는 캘리포니아 산타로사 출신으로 33세 미혼이며 지방 검사 와일드 밑에서 수사관 생활을 하다가 말을 안 들어서 해고당했다는 것. 183센티미터가 넘는 키에 85킬로그램 이상 되는 당당한 체격의 소유자라는 것. 호바트 암스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으며, 일당 25불과 제반 경비를 받는 조건으로 탐정 일을 한다는 것. 귀에 거슬리는 비아냥거리는 농담을 즐겨하는 그의 모습도 작품에 따라 조금씩 변화를 겪기도 하지만, 그의 매력만은 저항하기 어려운 것이어서 이후 거의 모든 미국 사립 탐정들은 ‘유사-말로’의 모습을 하게 되었다.(이를 두고 Chandleresq'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또한 챈들러의 필립 말로 시리즈는 대부분 영화화되기도 하였다. 간결하면서도 명료한 필치, 대단히 매력적인 주인공, 화려하면서도 서정적인 주인공 등이 영화의 조건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일 것으로 짐작된다. 말로의 매력이 강한 만큼 주연 배우도 로버트 미첨, 제임스 가너, 제임스 칸 등 당대의 스타들인데, 특히 유명한 것은 에서 말로를 연기했던 험프리 보가트이다. 의 각본을 노벨상 수상작가인 윌리엄 포크너가 썼고 영화 자체도 영화사에 길이 남는 명작으로서의 가치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