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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의 말하기
희망으로 도약한 낮고 강한 말
강상구
이음 2019.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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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들어가며_ 어느 날 문득, 많은 사람들이 시장에서, 맥줏집에서, 거리에서 노회찬처럼 말하고 있었다

1부 삶으로부터 온 말, 사람 되게 한 말

1.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른다는 것
깊이 읽기① 노회찬과 나
2. 대변한다는, 그 무거운 일
3. 마음을 얻는다는, 그 절박한 일
4. 할 말을 하는, 그 꼿꼿한 일
깊이 읽기② 노회찬이 신뢰받는 정치인이 되기까지

2부 이런 말들은 그 무엇보다도 세다_말하기의 기초

1. 혀가 아닌 미간에 힘을 주고 곰곰이_경청
2. 진짜 말할 때 쓰는 말로_구어체와 생활 용어
깊이 읽기③ 노회찬이 애용한 생활 용어
3. 고루 평등하게 말하기의 기본은_짧게 말하기
4. 한 마디 한 마디 스타카토를 찍듯_비유①
5. 한 단어 한 단어 폭탄을 다루듯_비유②
6. 고수는 70퍼센트의 긴장감으로 무장한다_자세
깊이 읽기④ 노회찬의 말 공부

3부 맞설 힘을 약자에게 주는 말하기_말하기의 실전

1. 나란히 서로의 사전을 맞춰보는 것으로부터_대화
2. 당신의 세계관을 배우려는 염치의 발휘_대화
3. 칼 없이도 무너뜨리는 풍자의 전술_토론
4. 상대의 힘을 역이용하는 되치기 작전_토론
5. 그들만의 리그에 잽 날리기_정치
6. 갈 때가 된 판은 과감하게 메치기_정치
7. 먼 시야를 열어주는 높이 뛰기_정치

4부 감동의 정치는 감응하는 말로부터_말하기의 예술

1. 퍽퍽한 마음속에서 풍경을 자아내듯_묘사
2. 처진 어깨에 리듬을 싣듯_운율
3. 식빵에 끼어 있는 건포도처럼_위트
4. 오리고 접붙이고 블록 조립하듯_조어
깊이 읽기⑤ 경계의 시선이 드러난 노회찬의 말
5. 삶이 말이 된 이야기들_스토리와 에피소드
깊이 읽기⑥ 우리가 사랑한 노회찬의 아이러니 화법

5부 세상을 바꾸는 말은 무엇이 다른가

1. 정치가 친절한 언어를 만나면
2. 냉소가 아닌 풍자를 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3. 오직 삶의 흐름 속에서만 말은 그 의미를 지닌다
깊이 읽기⑦ 노회찬이 바꾸고자 했던 것들

나가며_ 노회찬처럼 말하려는 모든 이들의 건투를 빈다

저자 소개 1

진보정당 활동가이자 작가이고 강연자다. 진보정당 활동가이자 작가이고 강연자다. 민주노동당 중앙당 당직자로 진보정치를 시작했다. 그때 뽑아준 사람이 노회찬 사무총장이었다. 밑에서 열심히 일했다.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정의당을 거치면서 당협위원장, 부대표, 대변인을 지냈다. 얼마 전까지는 교육연수원장이었다. 노회찬 의원이 진보신당 공동대표일 때 당 기획실장이었다. 노회찬 서울시장 후보 선거운동을 위해 당협위원장으로 골목을 누비던 기억이 선하다. 심상정 대선 후보 상임선대위원장이던 노회찬 의원에게 홍보본부장 역할이 미진하다고 지적받았던 일은 아직도 뜨끔하다. 몇 년에 한 번씩 나누고
진보정당 활동가이자 작가이고 강연자다. 진보정당 활동가이자 작가이고 강연자다. 민주노동당 중앙당 당직자로 진보정치를 시작했다. 그때 뽑아준 사람이 노회찬 사무총장이었다. 밑에서 열심히 일했다.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정의당을 거치면서 당협위원장, 부대표, 대변인을 지냈다. 얼마 전까지는 교육연수원장이었다. 노회찬 의원이 진보신당 공동대표일 때 당 기획실장이었다. 노회찬 서울시장 후보 선거운동을 위해 당협위원장으로 골목을 누비던 기억이 선하다. 심상정 대선 후보 상임선대위원장이던 노회찬 의원에게 홍보본부장 역할이 미진하다고 지적받았던 일은 아직도 뜨끔하다.
몇 년에 한 번씩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생길 때마다 책 쓰는 작가로 변신한다. 모든 이가 인간다운 삶을 살려면 사회가 바뀌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평범한 사람들의 사회참여가 중요하다고 확신한다. 복잡한 이야기를 올바른 시각에서 쉽게, 기왕이면 재미있게 바꿔 많은 사람에게 참여 동기를 제공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 중 하나라고 믿는다.
일 년에 100여 차례 강연을 다니면서 사람 만나는 일을 가장 즐거워한다. 정의당 팟캐스트 [노유진의 정치카페 시즌2] [유유상종]에 고정 출연하기도 했다. 교육연수원장 시절에는 여러 교육에서 노회찬 의원과 일종의 ‘토크쇼’형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몇 번 안 된다. 마이크 잡고 사회 보는 일에 특기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대부분의 시간을 ‘재미없는’ 진보정치에 할애하느라 바쁘고 피곤하게 지낸다. 정치가 가장 재미있는 일이 되는 날을 학수고대한다.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지만 마이크만 잡으면 사람이 달라지는 게 노회찬 의원과 비슷한 면이 많아 혼자 늘 자부심이 있었다. 노회찬 의원의 말 하나하나를 따라하기도 하고, 컨디션 좋을 때는 혼자서 노회찬 의원과 촌철살인 가상 대결을 하기도 했다.
노회찬 의원처럼 말하는 진보정치인이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런 후배 정치인이 한 명쯤 나타나야 한다고 믿는다. 지은 책으로는 『신자유주의의 역사와 진실』 『하이 마르크스 바이 자본주의』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365일』 『대한민국에서 안전하게 살아남기』 『독재자의 자식들』(공저)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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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2월 02일
쪽수, 무게, 크기
252쪽 | 382g | 133*210*20mm
ISBN13
9788993166026

책 속으로

문득 사람들 말 속에 노회찬 의원의 표현이 들어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시장에서, 맥줏집에서, 거리에서 노회찬처럼 말하고 있었다. 평범한 사람들과 함께 그 속에서 사는 정치인들은 그들이 하는 말을 쓰게 되어 있구나, 노회찬 의원의 말의 근원은 ‘평범한 사람들’이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평범한 시민들이 사용하는 말, 보통의 사람들이 즐겨 하는 풍자의 언어들이 노회찬 의원의 입을 통해 나올 때, 노회찬 의원은 ‘표현의 수집가’ 같았다.
--- p.8

노회찬 의원은 흔히 ‘유머와 위트’로 기억되지만, 정작 그의 말의 알맹이는 단호함과 자신감이었다. “삼겹살 불판을 바꿔야 한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역사에서 퇴장하라” 같은 어록이 그 증거다.

자신감 있게, 거침없이 말하는 것은 막말을 하는 것과는 다르다. 남의 눈치 안 보고 기분대로 말하는 사람들이 주로 막말을 한다. 대개 권력 있는 자들이 그렇다. 남의 기분과 입장이야 신경 쓸 일이 없다. 생각나는 대로 떠벌이면 그만이다. 재벌 2세 화법이다. 대한민국에는 이런 종류의 정치인들이 꽤 있다. 진짜 거침없이 말한다는 것은, 국민을 대변하는 데 망설임이 없다는 뜻이다. 두려움 없이 권력과 싸운다는 의미이다. 철학과 신념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정치인의 말하는 태도에는 주저함이 없다.
--- p.41

권력을 가진 사람일수록 발언권도 많이 가지는 한국사회에서는, 어느 자리에서든 힘센 사람이 길게 말하는 풍경이 펼쳐진다. 그러니 모든 사람이 정해진 발언 시간을 지킨다는 것은 권 력의 경중이나 유무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그러므로 회의 때, 리더가 자신의 말의 길이를 줄이는 것은 그 자리에 참석한 다른 사람이 말할 기회를 확보해주는 일이다. 말도 민주적으로 배분하려는 자세다.
--- p.73

노회찬 의원도 ‘웃음’을 무기로 싸웠다. 그러나 그의 전술은 풍자다. 풍자의 대상은 당연히 ‘권력’이었다. 권력을 풍자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다른 일이 벌어진다. 권력을 웃음의 대상 그러니까 ‘웃음거리’로 만드는 순간, 별 것 아닌 것이 된다. 사람들은 싸울 힘이 생긴다. 혼자가 아닌 모두가 함께 웃으면 더욱 그렇다. 함께 웃는 것만으로도 연대의 감각이 생긴다. 웃음은 소통의 과정에서 주로 발생한다.(중략)

그러니 권력을 풍자하는 유머, 그중에서도 사람들과 연대하며 권력을 조롱하는 유머는 세상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힘 이다. 노회찬 의원의 힘이었다.
--- p.116

“초법적 발상이 필요합니다. 초법적 범죄들이 넘치고 있기 때문에 기존 법을 넘어서는 법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죠.”

공세적 답변이다. 상대가 밀릴 수밖에 없도록 짜인 질문을 가볍게 엎어치기하는 대답이었다. ‘아, 이렇게 답해야 하는구나.’ 또 한 수 배웠다.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사람과 충돌하지 않고, 몸을 살짝 피하면서 발을 걸면 상대가 넘어지게 되어 있다. 상대의 힘의 방향은 그대로 둔 상태에서 기술을 걸어 힘들이지 않고 상대를 제압한다.
--- p.126

운동 경기에서는 무게 중심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의 움직임을 급하게 따라가다 무게 중심을 잃으면 넘어진다. 펜 싱, 유도는 물론, 축구, 농구에서도 그렇다. 중심을 자유자재로 옮기면서 상대의 자세를 흐트러뜨리는 선수가 잘하는 선수다. 의미의 핵심 포인트를 의도적으로 옮기는 경우가 있다. 상 대방이 생각하는 핵심 말고 다른 포인트를 짚어 중심을 흔든다. 주로 토론할 때 쓰는 방법이다. 이 방법이 제대로 먹히면 논점이 급격히 변한다.
--- p.137~138

2004년 11월에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공무원 노동조합 파업과 관련하여 단식 농성을 할 때다. 노회찬 의원은 그 앞 을 지나는 다른 당 의원들의 모습을 이렇게 묘사했다.

“아침 7시 조찬 모임부터 국회 본관을 드나드는 의원들은 그의 앞을 지나야 한다.
소가 장승 앞 지나듯
외상값 있는 가게 앞 지나듯
도둑놈이 파출소 앞 지나듯“ (「난중일기」, 2004년 11월 30일)
이 짧은 순간에 세 개의 장면이 등장한다.

장승 앞을 무뚝뚝하게 눈만 껌뻑이며 지나는 소가 머릿속에 그려진다. 주인과 행여 마주칠까 눈치를 살피며 가게 앞을 살금살금 지나가는 외상 손님이 보인다. 잡히지 않기 위해 조마조마한 걸음을 내딛는 도둑의 모습이 떠오른다.

모르는 척 지나갔다거나, 눈치 보며 지났다, 혹은 들키지 않게 조심스럽게 지나갔다는 표현 말고, 이런 묘사는 눈앞에 실제 사람들을 등장시킨다. 권영길 의원 앞을 지나는 의원들의 모습을 노회찬 의원의 입을 빌려 들으며, 우리는 안타까워하고, 분노한다. 말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의 힘이다.
--- p.168

정치 혐오와 냉소주의, 무관심을 넘어 노회찬 의원의 유머는 정치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그의 풍자는 무엇보다, 재미있었다. 재미는 관심을 촉발한다. 노회찬 의원은 정치의 본령이면서도 정치인을 싫어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정치 세력간의 싸움조차도 미소 띠며 바라보게 만들었다. 그가 TV토론에서 쏟아냈던 주옥같은 말들이 모두 그런 역할을 했다. 심지어 그는 싸움의 상대마저 웃게 만들었다. 2004년 총선을 앞두고 방송된 한 TV토론에서 있었던 일이다. 늘 그렇듯이 토론자들은 사회자의 제지를 무시하고 자기 말만 하기에 바빴다. 요즘 예능에서 하는 말로 계속해서 ‘오디오가 겹쳤다.’ 이 상황을 노회찬 의원이 정리했다.

“밖에서는 국민을 괴롭히더니, 안에서는 사회자를 괴롭히네요.”

이 말을 통해 노회찬 의원은 발언을 독점하려는 토론자들을 한순간에 제압했다. 토론을 지켜보던 국민을 일거에 노회찬의 편으로 만든 것은 물론이었다. 놀라운 일은, 제압 당한 참석자들도 한꺼번에 웃었다는 사실이다. 노회찬 의원의 위력이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 p.230~231

출판사 리뷰

노회찬의 말은 어떻게 마음을 움직였나

“오 후보께서는 혹시 이상림 씨를 아십니까?”
“양회성 씨 아십니까? 한 대성 씨 아십니까? 윤용현 씨 아십니까?”
“김남훈 경사. 이제 아시겠죠? 작년 1월20일 용산에서 숨진 분들입니다.”

2010년 서울시장 후보간 TV토론 풍경으로 『노회찬의 말하기』는 시작한다. 토론장에서 노회찬 의원은 용산참사 희생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토론 상대였던 오세훈 전 시장은 그들이 누구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어색한 침묵을 칼 같이 갈랐던 노 의원의 목소리는 그 어떤 논리보다도 분명했다. 저자 강상구의 표현대로, 용산참사가 참혹한 까닭이 “희생자 한 사람 한 사람을 둘러싼 우주 전체가 사라진 사건들”이기 때문임을 일깨웠다. 당시 선거에서는 노 의원이 졌지만, 그날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여기에, 사람들의 마음속에, 참혹함 가운데 솟구친 희망으로 남아있다.

『노회찬의 말하기』는 노회찬 의원이 남긴 말들을 깊이 파고들어, 그 말들의 보석 같은 방법을 건져올리는 책이다. 저자인 강상구 전 정의당 대변인은 노 의원이 직접 뽑은 민주노동당 중앙당 당직자로 시작해, 내내 노 의원의 곁에서 함께 진보 정치의 길을 걸어온 정치인이다. 그가 노 의원의 말을 풀어쓰기로 결심한 것은, 노 의원의 말의 힘이 정치판에서는 물론 시장과 거리에서, 학교와 회사에서, 보통 사람들의 삶 속에서 보통 사람들의 입을 통해 계속 살아있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노회찬 의원은 흔히 ‘유머와 위트’로 기억되지만, 정작 그의 말의 알맹이는 단호함과 자신감이었다.” 저자의 분석처럼, 우리는 노 의원의 촌철살인은 떠올리면서도, 그 촌철살인에 어떤 고민과 태도의 과정이 담겼는지는 잘 보지 못한다. 노 의원의 촌철살인은 애초 “진보 정치가 함께하고자 하지만, 정작 그들은 진보 정당과 정치인을 모르는” 노동자들과 쉽고 재미있게, 그러면서도 의미 있게 대화하고자 하는 단련의 산물이었다. 끝내 미래를 낙관하면서 “창업해서 한 번 승부 걸고 싶은 모험심”으로 진보 정치를 해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 ‘그들만의 리그’가 된 정치판에 잽을 날리고 강자에게 맞설 힘을 약자에게 주기 위한 전략, 정치가 무엇이어야 하고 정치인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본보기이기도 했다.

그렇게 말했던 노회찬에 대해 시인 김현은 “배워서 다 안다고 떠드는 말이 아니라 ‘경험했으나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고하는 말, 그런 말이 가슴에 담긴다는 걸 어떤 정치인보다도 믿는 이”라고 적기도 했다. 시인의 표현대로, 그로 인해 우리는 “지혜로운 정치인은 믿게끔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믿는 것을 말하는 사람”임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노회찬이라는 말」, 『어른이라는 뜻밖의 일』 중)

『노회찬의 말하기』는 노 의원의 말을 이해하고 추억하는 것을 넘어 한국사회 곳곳에서 그 말의 고민과 태도를 실천할 것을 제안하는 가이드북이다.

맞설 힘과 용기를 준 말의 비법

노회찬 의원은 ‘웃음’을 무기로 싸웠다. 그의 전술은 풍자다. 풍자의 대상은 ‘권력’이었다. 권력을 풍자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다른 일이 벌어진다. 권력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순간, 별 것 아닌 것이 된다. 사람들은 싸울 힘이 생긴다.(116)

노회찬 의원의 말은 그야말로 “말할 때 쓰는 말”이었다. 저자는 어느 날 문득 “시장에서, 맥줏집에서, 거리에서 많은 사람들이 노회찬처럼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얼굴이 알려진 이후에도 노 의원이 직접 장을 보면서, 장바구니에 담아온 것은 호박과 당근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노 의원은 왜 구어체와 생활 용어로 말했을까. 상대 정치인을 넘어, 보통 사람들에게 자신의 말이 닿기를 바랐기 때문일 것이다. 이 땅의 ‘투명인간’들을 드러내려는 말이었고, 기득권의 ‘셀프 권위’를 뒤집으려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쉬운 말들이었지만, 결코 쉽지 않은 말들이었다. 정치판에서 생소했던 화법이었기에 메시지에 힘을 싣는 데에는 더 단단한 기술이 필요했다.

“짧게 말하기”는 노 의원이 평생 강조했던 말하기의 기초다. 이는 기술이기 이전에 자세다. 내 말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기술이기 이전에, 여러 사람의 말이 고루 평등하고 협력적으로 오가게 하는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민주주의자의 자세인 것이다. “말을 줄이면서도 생각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겠다”는 의지는 노 의원만의 다양한 비유를 낳았다. 뼈가 있고 무게가 실린 단어 하나하나, 구구절절한 설명을 선명하게 압축하는 문장 구조로 표현됐다.

저자가 기억하는 인상적인 사례들은 다음과 같다. 노 의원은 2004년 「난중일기」에 “국회의사당 50미터 타워크레인 위로 4명의 무국적자가 올라갔다”는 말을 남긴다. 타워크레인 위에 올라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노동 3권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 즉 그들이 국민 대우를 못 받고 있다는 점에서 ‘무국적자’에 빗댄 것이다. 용산참사 때 검찰이 철거민들을 기소하자, 노 의원은 “이 사건으로 죽은 72세의 이상민 씨는 세계 최고령 테러리스트가 된 셈”이라고 말한다. 검찰의 판단처럼 화염병을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철거민들이 가해자이고, 경찰의 진압이 정당화될 수 있다면, 희생자를 포함해 현장의 철거민들은 ‘테러리스트’가 아니냐는 일갈이었다.

세력 간 치열한 프레임 싸움에 정의롭고 지혜롭게 대처하면서도 불특정 다수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정치 영역에서 노 의원이 썼던 전술은 무엇일까. 그의 주무기였던 ‘웃음’은 ‘힘 없는 비웃음’인 냉소와는 달랐다. 권력을 풍자해, 권위의 가면을 벗기고, 사람들로 하여금 힘내어 함께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웃음이었다.

이런 전술은 특히 기득권 정치인들에 직접 맞서야 하는 토론 자리에서 빛났다. 노 의원은 말의 흐름을 읽었다. 정면으로 대응하는 것 외에도 적절한 타이밍에 반사하고, 살짝 비켜나 발을 걸고, 올라타서 맥락을 뒤집는 다양한 기술을 구사했다. 예를 들면, 2016년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논의가 한창일 때 새누리당에서 “공수처 설치는 초법적 발상”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노 의원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대로 “초법적 발상이 아니다”라고 대응하는 대신 이렇게 말했다. “초법적 발상이 필요합니다. 초법적 범죄들이 넘치고 있기 때문에 기존 법을 넘어서는 법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지요.”

저자는 이를 “맞은 편에서 달려오는 사람과 충돌하지 않고 (…) 상대의 힘의 방향은 그대로 둔 상태에서 기술을 걸어, 힘들이지 않고 상대를 제압”한 사례라고 설명한다. 이외에도 “상대의 공격을 그대로 흡수해버려 (…) 더 큰 의미의 지평을 연” 노 의원의 말들은 종종 정치판의 관습적 시선과 구도를 뒤집고, 정치판 위로 뛰어올라 멀리 보도록 우리의 시야를 넓혔다.

그래서 『노회찬의 말하기』는 결국 희망의 정치로 향하는 말하기에 대한 책이다. 냉소는 정치 혐오로 이어지지만, 노 의원의 말이 낳은 웃음은 “정치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이끌어냈고, 이 관심이 나아가 “촛불의 힘”이 되었다고 저자는 생각한다.

동료와 함께, 희망의 정치로 향하는 말하기

정치가 이토록 사람들과 공감한 적이 있었던가. 민주주의 하에서 공감의 언어는 자란다. 약자가 강자에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민주주의 사회다. 그러니 노회찬처럼 말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그것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중략)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변화를 선도한다. 이런 말에 감응하는 사람들이 변화에 함께 한다. 그러니 노회찬의 말하기는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말하기다.(251)

세상을 바꾸는 말은 무엇이 다른가. 노회찬 의원 이전에 진보 정치인은 “무서운 얼굴로 큰 주삿바늘을 들고 있는 의사 선생님” 같은 존재였다. “혼자만 진정성 넘치고, 엄숙함이 물을 끓일 정도로 뜨거운” 진보 정치를 노 의원은 오래전부터 바꾸고 싶어했다고 저자는 기억한다. 변화의 핵심은 ‘친절함’이었다. 그 친절함이란 결국 자신이 대변해야 하는 사람들을 잊지 않는 친절함이었다. 그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누구보다 빨리 트위터 계정을 활짝 연 친절함이기도 했고, 그들 편에서 기득권과 불평등에 당당히 맞선 친절함이기도 했다. 그들의 말로 선명하고도 품위 있게 말하는 기술을 단련한 친절함이기도 했고, 그 삶들을 해치는 차별과 혐오의 뿌리를 뽑는 데 인생을 건 친절함이기도 했다.

그리고 끝내 말의 힘이 무엇인지, 쉬운 말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우리 각자가 지닌 원석 같은 말들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말해보고자 한 친절함이었다.

누구보다도 더 가까이에서 누구보다도 더 오래 노회찬 의원의 말과 함께 살아온 저자는 그 말들이 신화나 박제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그 스스로도 40대 진보 정치인으로서, 열정과 기개가 사그라들고 현실이 무거울 때마다 ‘노회찬 의원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하며 그 말들을 다시 꺼내 삶의 무기로 삼는다고 고백한다. 그 말은 “그의 삶과 함께 했던 모든 동료들이 함께 만든 말”이고, 그래서 이 책은 “그들이 쓴 책”이다. 이 책으로 말미암아, 앞으로도 노회찬 의원에게 더 많은 동료들이 생기기를, 그 삶들이 쌓여 계속 사회의 희망이 되기를 바라는 저자의 진심이 곧 『노회찬의 말하기』다.

모두가 현실을 찾아 떠날 때, 노회찬 의원은 또 다른 현실을 만들어내고자 했다. 노회찬 의원은 안주하거나 휘둘리지 않고 꾸준히 자신만의 길을 나아가려고 했다.(25) 각자가 한국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던 삶의 스토리가 쌓이는 만큼 사회가 나아진다고 나는 확신한다.(239)

추천평

“소수자의 편에 서서 꼭 필요한 메시지를 적재적소에 전달했고,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했던 정치인은 고 노회찬 의원뿐이었다. 분명한 철학과 소신이 있었고 뛰어난 정치 감각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책에는 그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말이 칼이 될 때』 저자)
“말은 정치가의 무기다. 정치가의 말하기는 듣는 사람을 상상하는 능력에서 갈린다. 이 상상력이야말로 정치적 역량의 정수다. 그래서 이 책은 말하기에 대한 책인 동시에 정치에 대한 책이다. 노회찬처럼, 저자는 말하기와 정치가 만나는 지점을 잡아낼 줄 안다. 그것도 읽기 쉽게. 이 쉬움에 도달하는 길이 얼마나 어려웠을지 짐작이 간다.” - 천관율 (『시사I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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