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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모둠장이라니
2. 우리 집에 온 예빈이 3. 작전 실패 4. 내 자리야 5. 헤매고 헤매고 6. 풍덩! 7. 돌이 굴러온 이유 8. 출구로 가는 길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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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빈이는 계속 우리 집에 놀러 왔다. 너무 자주. 내가 학원가는 날은 수업 마치는 시간에 맞춰서 놀러 오기도 했다. 한번 집에 들어온 예빈이는 늦은 밤이 되어서야 일어났다. 나는 망설이다 그동안의 일들을 털어놓았다. 자구만 놀러 오는 예빈이, 내 방을 자기 방처럼 생각하는 예빈이, 우리 엄마에게 너무 싹싹한 예빈이, 엄마가 그런 예빈이를 감싸고도는 것까지. 누리는 내 말이 끝나자마자 소리쳤다. “말도 안 돼! 오지 말라고 해!”
--- p.52 예빈이는 정말 끝도 없다. 까도, 까도 나오는 양파다. 풀어도, 풀어도 끝이 없는 학습지다. 가도, 가도 어딘지 알 수 없는 미로다. 자기 집은 이렇게 좋으면서 우리 집이 좋다고 한 건 날 놀린 거다. 젬스톤 팬이면서 아니라고 거짓말까지 했다. 이제 더 이상은 예빈이와 엮이고 싶지 않다. 나는 내 앞을 가로막은 벽을 뻥뻥 뚫고서 미로 밖으로 나와 버렸다. --- p.103 예빈이는 움직이는 미로 같다. 출구에 다 왔다 싶으면 벽이 솟아올라 길을 막아 버린다. 다시 시작, 또다시 시작. 빠져나갈 수가 없다. 정말 이 미로에도 출구로 가는 길이 있는 걸까? --- p.127 예빈이 아빠가 한 말이 떠올랐다. 아이라서 회복이 빠르다고 생각했다는 말이. 정말 아이들은 어른보다 아픔이 빨리 낫는 걸까? 아이들은 상처가 잘 아문다. 몸은 그렇다. 하지만 마음도 그럴까? 우린 정말 어려서 잘 모르는 걸까? 모르고 넘어가도 되는 걸까? “우리가 어리다고 슬픔까지 어린 건 아닌데.” 내 말에 예빈이가 짐시 나를 멍하니 바라봤다. --- p.1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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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둠장, 내 방, 엄마, 단짝 친구까지……
소중한 것들을 다 뺏기고 마는 걸까? 한별이네 반은 매달 제비뽑기로 모둠을 정해 생활한다. 한별이는 예쁘고, 공부도 잘하고, 뭐든 척척 해 내는 예빈이와 한 모둠이 된다. 게다가 세 번 연속 모둠장을 한 예빈이의 양보로 얼떨결에 인생 첫 모둠장까지 맡는다. 첫 번째 모둠 과제를 하게 된 한별과 예빈은 한별이네 집에서 발표 자료를 준비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숙제가 끝나도, 한별의 엄마가 퇴근해도, 저녁을 먹고도 예빈이는 도무지 집에 갈 생각이 없다. 결국 늦은 밤이 돼서야 돌아간 예빈이는 그날 이후 매일같이 한별이네 놀러 오기 시작한다. 자고, 먹고, 책을 읽는 것은 물론 한별의 엄마와도 다정하게 지내는 예빈이를 보자 한별의 마음속 화산은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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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어른, 누구에게나 편히 마음 놓을 자리가 필요하다
두 주인공의 팽팽한 긴장감이 절정에 달한 뒤부터 작품은 예빈의 알 수 없는 행동의 이유가 밝혀지면서 상처 입은 아이의 마음에 대해 섬세하게 짚는다. 언니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온기를 잃은 집, 이후 회사로 숨어 버린 아빠와 방에서 나오지 않는 엄마. 그런 상황에서 예빈이는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다른 집을 헤매고 또 헤매던 것이다. “우리가 어리다고 슬픔까지 어린 건 아닌데.”라는 작품 속 한별의 대사처럼 아이들의 슬픔과 상실감을 가볍게 여기는 어른의 모습을 꼬집으며, 누구에게나 몸과 마음을 편하게 뉘일 수 있는 ‘나만의 자리’가 필요함을 보여 준다. 또 완전히 달라 보이는 한별과 예빈이 서로의 부족한 면을 채워 주며 진정한 친구로 거듭나는 과정도 뭉클하다. 다른 사람 앞에서는 어쩐지 위축되는 한별이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예빈의 태도에 자극을 받으며 성장해 나가는 한편, 마음의 그늘로 가족들에게 오히려 진짜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는 예빈을 도와주는 한별의 용기 있는 모습도 담겼다. |